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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Still Walk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경고: 가족의 훈훈함을 느끼기 위해 어머니 아버지 뫼시고 극장 찾지 마세요. 평소 사이가 안 좋다면 더욱 더 안됩니다. 안 좋았던 사이는 더 안 좋아지고, 좋았던 사이라도 영화 보고 나올 때 괜히 머쓱할 지도 몰라요. 아니면 묵묵히 서로 어떤 말도 못할 수도.
비록 위에 저런 경고를 써두기는 했지만, 좀 대찬 가족들을 구성원으로 두고 계신다면 이 영화를 적극 보시라고 추천하고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어쩌면, 가족구성원도 남과 같이 대할 수 있는 배려심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끈끈함과 희생을 강요하고 무엇이든 내 말만 다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않는다면 좀 서늘하더라도 잘들 살아가지 않겠는가)
영화는 시치미를 뚝 떼고 환한 햇살 아래 시종일관 있는 그대로의 가족관계와 15년 전에 죽어버린 장남의 기일 행사를 보여주는데만 골똘히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서서히 뒷골이 땡기고 마음이 무겁고 어둡고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안 좋고 이런 대사 하나에 가슴이 덜컹 하기 시작한다.
료 - "여자는 무서워"
아내 - "무섭죠, 사람이 무섭죠."
사람은 원래 무서운 존재인데, 가족은 더하다는 걸 영화를 보며 내내 깨달아야 하니, 이렇게 잔인할 데가.
전작 <아무도모른다>에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저 살아갈 뿐. 요란한 불평은 없다.
다만, 걸어도 걸어도, 먹어도 먹어도 (누가 일본인이 소식한다고 했는지 찾으면 가서 혼내줄 거다. 그들은 하루종일 먹고, 하루종일 먹는 일에 신경 쓰고 살며, 그것도 끼니마다 많이 먹고 끼니마다 맥주 마시면서 먹는다고요.), 말해도 말해도,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없어진다고 느낄 뿐.
사족 1: 영화 속 옥수수튀김은 귀찮아보이긴 해도 꽤 맛나보인다. 도전할 자신은 없고 누가 해주면 먹을텐데. 힝.
사족 2: 씨네코드 선재에서 관람했는데, 이 영화랑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길이다. 되도록 이 극장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