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일드는 도대체 재미있는 게 없었다. 내가 좋아라 하는 아마미 유키가 나온 <긴급취조실>도 그 재미가 덜했고 곤노 빈이 쓴 <은폐수사>를 드라마화한 것도 책보다 못했고. 이렇게 볼 게 없었던 분기가 있었나 싶다. 그러다가 보게 된 일드가 <내가 있었던 시간(僕のいた時間)>이다.

 

사실 재미가 있어서 보는 건 아니다. 미우라 하루마가 나오니까 어떤가 싶어서 보다가 결국 계속 보게 되었다.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로 성장한 타쿠토가 ALS(루게릭병)에 걸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라서 꽤나 우울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계속 웃고 있지만 보는 나로선 아 정말 괴롭다 싶다고나 할까.

 

타쿠토와 천생연분 배필인 메구미는 계속 그의 곁을 지킨다는, 현실적으로 좀 믿어지지 않는 아니 대단히 진기한 일로 어디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그 드라마에서는 벌어진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마음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그 사람과 말하면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사람과의 교감으로 나는 계속 웃을 수 있는데, 떠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메구미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라는 감상적인 생각이 드는 드라마이다. 점점 아파지면서, 손과 발의 근육이 약해지고 그래서 자꾸 넘어지다가 걸을 수 없게 되고 글자를 어렵게 쓰다가 못 쓰게 되고 밥을 스스로 먹다가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게 되고 그러다가 호흡근육이 약해져서 숨을 스스로 쉴 수 없게 되는 그 과정에서, 참다가 참다가 한번씩 터지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환자의 고통은 현실적이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착한 분위기는 여전해서, 친구도 착하고 친구의 여자친구도 착하고 메구미의 엄마도 착하고 타쿠토의 엄마 아빠 동생도 착하다. 게다가 타쿠토가 근무하게 된 가구회사 직원들은 거의 천사에 가깝다. 거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껏 도와주니 말이다. 아픈 거 빼고는 완벽한 환경이다, 사실.

 

마지막회는 가슴이 넘 아플 것 같아서 일단 보류. 나중에 낮에 보려고 한다. 역시 이런 드라마의 최후를 밤에 보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2분기에는 좀 좋은 드라마가 나오려나. 기대해봐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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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3-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회도 봤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눈물이 나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