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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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아니, 사람이었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탓했다. 번역서가 어려워도 나를 탓했고, 한글책이 어려워도 나를 탓했다. 읽고 나서 별로인 책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더하지 않았다. 너무 좋은 책, 권하고 싶은 책,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책에 대해 말하기에도 시간은 짧으니까. 별로인 책, 아니라고 생각하는 책에 대해 굳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예외인 책이 여기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사양』.



패전 후 빠르게 몰락해 가는 귀족 집안의 장녀 가즈코는 어머니를 모시고 도쿄를 떠나 이즈의 산장으로 거처를 옮긴다. 전쟁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동생 나오지가 다행히 살아 돌아오지만, 몰락한 귀족의 신세를 한탄하며 술과 마약으로 가산을 탕진할 뿐이다. 가즈코는 동생과 어울렸던 우에하라를 짝사랑하여 그에게 세 번의 편지를 쓴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줄거리다.


주요인물 네 명은 모두 다자이 오사무의 분신이다. 전혀 공감 가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 시대 마지막 귀부인 어머니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 하는 공주병이고, 동생 나오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귀족임을 포기하지 못 한다. 가즈코가 짝사랑하는 소설가 우에하라는 매일 술집을 전전하며 다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 작품을 가리켜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 중에서 여성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 낸 역작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라는 책소개도 덧붙여진다. 페미니즘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소설의 화자는 가즈코다. 가즈코는 첫번째 결혼에 실패해 친정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살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세가 눈에 띄게 기울어 귀족 가문의 딸이지만, 밭일도 도맡아 하고 하녀처럼 어머니를 정성으로 봉양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기 위해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예순이 넘는 독신 홀아비와의 혼담에서 사랑 없이는 결혼할 수 없다’(84)고 말했던 가즈코는 술집 계단에서 우에하라가 충동적으로 키스했을 때 왜 그것을 사랑이라고 느끼는가. 사랑일지도 모른다며, 다시 말해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쓴 편지에서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던가(88). 가즈코 자신이 그의 첩이 된다면 자신의 세상은 평범한 세상의 것과 다를 거라 어떻게 확신하는가. 자신이 우에하라의 작업에 도움이 된다면 우에하라의 부인도 그런 두 사람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말(88), 도대체 무슨 말인가.


가즈코는 갖은 모욕을 당하며 우에하라를 찾아가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바람대로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 가즈코가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163). 너무 시니컬하게 보고 싶지 않지만, 참을 수가 없다. 나도 그렇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다. 지금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도덕 혁명의 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으로 여성의 도덕 혁명을 완성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다. 이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주요 인물 중 누구에게도 내 맘을 줄 수 없었을 때, 다른 여성들을 찾아 보았다. 여자들이 있었다. 우에하라의 아내와 술집의 여자들. 우에하라의 아내는 집에서 아이를 지키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남자들이 패전의 아픔과 귀족 계급의 몰락을 술로, 마약으로, 술집을 방문해 그 곳의 여성들과 회포를 푸는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을 때, 여성들은 집에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바랬던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이 아이를 낳아 귀족 계급의 대를 잃고,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은 채, 행복하고 씩씩하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 그것을 자신 일생의 꿈으로, 희망으로, 혁명의 완성으로 생각하는 것. 다자이 오사무는 가즈코의 입을 빌러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163).




독서모임 일곱 번째 시간이었다. 같은 작품을 읽고 이처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잘 생각해보니, 나만 달랐다. 선생님 포함 9 1. 나는 나대로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면서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고, 그런 해석은 편향된 것이라 하셨다. 모임 시간이 끝나고 나서, 회원 한 분도 도덕성을 내려놓고 작품을 보겠다 결심하시길래, 내 말을 알아들은 사람이 한 명도 없구나 하는 생각과 내가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독서 토론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회원들은 가즈코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작품을 끝까지 따라 읽어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가즈코를, 다시 말해 다자이 오사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건 공감의 문제가 아니다. 술집 계단에서 제멋대로 키스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 사랑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람의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도덕 혁명은 이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안으로 독자가 걸어 들어갈 때, 그 세계 속에서 전능자로서 존재하는 작가의 의도, 생각, 사상에 의심을 품어야 비판적 독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자가 최고라고 말하는, 이런 도덕 혁명을 꿈꾸는 여자가 되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처음의 그 느낌, 본능에 가까운 자신의 직감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설득당하기란 너무 쉬운 일이다. 그들은 전지전능한 작가가 아닌가.




저녁에는 엽기 떡볶이에서 엽오와 쿨피스를 시키고, 김말이, 군만두 그리고 중국당면을 추가했다. 먹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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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9-1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넘 재미나요.
오사무, 솔직하게, 젬병 아녜요? 다른 작품도 다. 전 이이의 따님 쓰시마 유코의 <불의 산>을 좋아합니다. 아빠보다 훨씬 건강하고 사변적이고 무엇보다 셉니다. 센 여자라서요.

단발머리 2020-09-10 22:06   좋아요 1 | URL
속마음 토크라 재미있는 걸까요? ㅎㅎㅎ
전 이번에 처음 다자이 오사무 읽으면서 아무런 편견 없이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요 (정보가 없어서 편견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천하신 오사무의 따님 책은 왠지 기대가 되네요. 딸이란 무엇인가. 사변적이란 무엇인가. 센 여자란 무엇인가.

잠자냥 2020-09-1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는 서른 딱 그때까지만 읽을 수 있는 작품 같아요.... 서른 넘어 읽으니 정말 오그라드는...... 특히 <인간실격>

단발머리 2020-09-10 22:08   좋아요 1 | URL
너무 아쉽네요. 방금 서른을 지나쳐 왔거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웃는 거 아니에요. 우는 거에요. 그전에 읽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유부만두 2020-09-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떡으로 위로가 될려나요?;;;; 다자이 오사무 워낙...

단발머리 2020-09-10 22:09   좋아요 1 | URL
엽떡을 엽오로 바꿨구요. 아이스크림 한 개 더하기 크림과 팥이 같이 들어간 빵 하나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분이 아주 조금 나아졌어요. 데헷!

수이 2020-09-1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가 파고드는 시간대라는 게 존재할 텐데 어쩌면 그 생각이 틀렸겠구나 리뷰 다 읽고난 후 느꼈어요. 가슴이 좀 아플랑 했는데 엽기떡볶이 먹고 마음 달랬다 하니 괜찮겠지_ 해요. 이제 얼른 푹 쉬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0-09-10 22:11   좋아요 0 | URL
제가 토론 시간에 너무 발표를 안 해서 선생님이 말 좀 하세요, **님~~ 그러셨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는 했어요. 전달은 잘 안 됐지만요.... 엽오의 기적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굿나잇, 수연님!

han22598 2020-09-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선생님이 편향된 생각을 갖지 말라고 하셨다는 것이 충격인데요 ㅎㅎ 다수인 9명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아서 편향된 생각이라고 하는 것인가요? 단발머리님이 도덕적 잣대를 사용한 것같지 않지만 그리고..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되는 거죠? (밀란 쿤데라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그분의 생각일뿐..)ㅋㅋㅋ 엽기적인 생각은 엽기적인 것으로 덮어야 하나 봅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0-09-11 07:13   좋아요 0 | URL
저는 나름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나봐요. 제 의견이 소수의견이라서 편향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작품을 보면 편향될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도덕적 잣대와 한계를 넘어설 때 문학이 주는 쾌감이 있죠. 저는 그 부분을 부정한게 아니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롭게 여러가지를 배운 터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댓글 감사해요, han222598님!!!

hnine 2020-09-1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지잖아요~

단발머리 2020-09-11 07:46   좋아요 0 | URL
저의 별점은 한개지만, hnine님께는 또 다른 독서 경험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조심스레 이 책을 권해봅니다^^

syo 2020-09-11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심한 소리를 듣고 오셨네요.... 21세기에 무슨 말이야 저게.
저는 다자이 오사무보다 그 선생님이 더 빡치네요.

단발머리 2020-09-11 10: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알라딘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화내주셔서 ㅠㅠㅠ
제가 전달력이 부족했겠지만, 그래도 빡침의 미학에 큰 감사드립니다.

북극곰 2020-09-1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혁명‘..... =.=; 그냥 내로남불?
인용해주신 부분을 읽으면서도, 뭐래, 뭐래... 하고 읽었어요.

단발머리 2020-09-11 18:01   좋아요 0 | URL
다자이 오사무의 생각이라는 게 제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뭐래요 진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독서괭 2020-09-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 그 선생님 말씀 이해 안 가네요. 토론시간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지 왜 편향된 해석이라 단정하나요..

단발머리 2020-09-11 18:02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일본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중의 작가,라고 하셨는데, 제가 싫어하는 태를 너무 많이 내었나봐요.
하지만 편향되었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마음이... 듭니다.

다락방 2020-09-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선생님......좀 이상한데요? 도덕적 잣대 안되면...되는 잣대는 있나요? @.@

단발머리 2020-09-11 18:19   좋아요 0 | URL
김영하가 글쓰기 강의에서 그런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부모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 선생님에게 보여줄 수 없는 글, 서랍에 넣어 두어야 하는 글을 써라. 전 문학의 전복적 기능에 대해 부정한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들렸나 봅니다.
졸지에 도덕적 잣대 들이대는.... 혹시 도덕적인 사람? @@

stella.K 2020-09-1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찌보면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이 시대마다 다른 것 같긴해요.
오사무가 살았던 시대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 딱 저 정도는 아니었을까요?
사실은 그 보다 훨씬 못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오사무가 소설에서
그렇게 썼다면 그 시대로 봐선 꽤 진보적이었다고 생각한 건 아닌가 싶네요.
예전에 우리나라 여자도 인간 취급 못 받았지만 일본도 다르지 않았잖아요.
옛날 영화 보면 정말 속터지는 거 많죠. 저 시대니까 이해하지 정말 한숨 나오는 영화들 많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근데 그 선생님 좀 거시기하긴 하네요.ㅉ

단발머리 2020-09-11 18:20   좋아요 1 | URL
네, 스텔라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그러니까 둘째줄에서 네째줄 말씀 그대로 다른 회원들도 이해하더라구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순종적인 여성상이 강요되는 일본에서의 선택이라는 걸 이해해야한다. 이렇게요.
제가 말한 요지는 이것이었죠. 가즈코가 유부남을 사랑해 불륜의 관계를 가진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자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내가 너를 좋아하니 네 아이를 낳고 싶다, 라고 말하는게 폭력적이라는 거죠. 복잡한 하루였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0-09-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사양, 사양....

단발머리 2020-09-14 13:38   좋아요 1 | URL
사양은 사양하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9-1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4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립백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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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나 바디감, 이런 거는 잘 모르는 1인인데 강한 산미가 느껴지지는 않고 고소하고 부드럽다. 비닐을 뜯었을 때부터 향이 너무 좋아서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선물해준 친구에게 땡큐를, 알라딘에게 칭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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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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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자식들을 뒤로하고 우랄을 향해가는 그녀의 발자국에 마음이 짠하다. 볼셰비키 혁명과 노동자 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파랗게 불태운 그녀의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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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7-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으로 1회만 봤는데 그림이 매우 강렬하던데요?!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에 주제도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단발머리 2020-07-31 16:14   좋아요 1 | URL
저는 전기를 전혀 모르고 그래픽노블로만 읽으려니 내용이 좀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그림체가 좀 무겁기는 한데 내용이 더 무거워서 묘하게 어울리더라구요. 위대한 혁명가의 삶에 대해 아주 조금 배웠습니다.

공쟝쟝 2020-08-0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각색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최후의 장면이 유명하죠? 마땅한 텍스트가 없어 아쉬웠는 데, 그래픽 노블이라니 관심갑니다요

단발머리 2020-08-09 22:11   좋아요 0 | URL
정철훈님의 소설이 원작인 것 같아요. 공쟝쟝님은 그녀의 최후에 대해 알고 있었군요? 역시 독서달인!!!!
저는 김알렉산드라 이름을 이번에 첨 알았어요. 내용도 무겁고 그래픽노블이라 만만한 것도 아니지만 전 참 좋았어요. 역사적 사건들이 두껍게 그려지는데 막 감동이 너울너울~~~
 
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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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무차별공격을 세세히 분석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을 ‘더‘ 먹느냐보다 무엇을 ‘덜‘ 먹어야할지 착실하게 설득하는 책. ‘한국인처럼 먹기‘ 챕터가 전하는 한식의 위대함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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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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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의 저자는 다급한 본능을 설명하면서, 위험성을 극대화하거나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272)  

 

하지, 2050 거주불능지구』 읽다 보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급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이 존재한다.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목차).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의 미래는 완벽하게 암울하며, 불안한 미래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관련 강의를 찾아 듣다가 알게 된 김누리 교수님은 최근에 발견한(?) 사람들 중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다. (재발견의 최고봉, 진중권씨 제외) ‘야수 자본주의에 대해 설파하는 이런 반기업적인물이 어떻게 방송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유명해졌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나 보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 : 당신은 소비기계입니까?> 강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대학생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그는 1시간 소요, 50유로의 비행기 대신 8시간 소요, 150유로의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한다. ? Flugscham 때문에.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Flugscham이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는 안도감. , 그렇구나.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니. 유럽애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비행기 타고 유럽을 누비는 아시아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행이야, 나는 해외여행 몇 번 다녀 왔어. , 그럼 한동안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건가. 두번째는 질투의 감정. 아니, 그럼 자기들은 산업화 다 해놓고, 산업기반 다 마련됐다 이거야? 극단의 소비 저항 운동으로 가겠다고? 따라가야 하는 아시아는? 이제 막 세계를, 유럽을 경험할 수 있게 됐는데, 그걸 하지 말라는 거야? 혼자 고고한 척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거야? 사다리 걷어차겠다는 거야?


 



Flugscham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탄소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지 알게 되면, 해외여행 속 명소 사진에 흐뭇해 하던 1인은 다시금 숙연해진다. 혼란스러운 일이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이 글을 쓴다.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니. 이런 순.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글을 쓰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느냐고 묻는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주내용: 지구온난화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저자 부부에게는 아이가 생기기도 했는데, 저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며, 암울한 미래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류가 완전히 멸종되지 않는 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아서 말이다.(58)  

 

저자는 폴 호킨의 주장을 근거로 환경 파괴를 중단하는 일을 시행할 때, 집단적으로 무작정 행동하되 극적인 방식은 물론 지극히 일상적인 방식으로 해내자고 주장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실천하며, 에어컨 사용을 절제하고, 비트코인을 사지 말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그리고, 그에 더해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기후를 구제하는 일에 일상의 작은 실천보다 투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학계에서 내놓는 전망이 점차 암울해지자 서구권 국가의 진보주의자들은 책임을 모면할 구실이라도 마련하고 싶었는지 소고기 섭취를 줄이고 전기자동차 이용을 늘리고 대서양 횡단 비행을 줄이는 등 자신이 도덕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결백하다고 포장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조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해 왔다. 하지만 그처럼 개인적인 차원의 생활양식 조정은 전체적인 수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오직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때만 의미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환경 정당 세력은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에 걸린 이해관계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런 움직임을 이끌어 내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계산기를 정확히 두드려 보면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61)

 

 


식사를 하다가 큰아이가 화장지를 너무 많이 써서 짧게 한두 마디 했다. 휴지 아껴서 써라, 이게 다 자원 낭비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에코 페미니즘이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책 딱 두 권 읽고 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큰아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 휴지 아무리 아껴 써 봐, 고기 먹으면 다 소용없어요. 고기 생산하는데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지는 알죠?

 

어디 하나 쉬운 길이 없고, 어디 가나 만만한 곳이 없다. 휴지랑 물티슈 아껴쓰기를 한살림 실천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이 위기에서 구해줄 정치세력이 어느 쪽인지를 찬찬히 따져 보아야겠다. 생활습관만큼 투표가 중요하다. 분리수거만큼 투표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진정으로 염원하는 목표가 기후를 구제하는 일이라면 투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정치는 도덕적 증폭기와 같기 때문이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적 참여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웰니스wellness‘(‘웰빙‘과 ‘피트니스‘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옮긴이)‘를 얻는 데서 그치고 만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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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7-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할 것들은 많고 아직 해야할 일도 많은 와중에 확실히 비행기는 덜 타게 될듯 싶어요. 휴지 많이 쓰는 1인은 반성합니다;;

단발머리 2020-07-21 20:25   좋아요 1 | URL
실천 더하기 투표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하다고 합니다. 물티슈, 휴지 많이 쓰는 1인 역시 반성 중이라고 합니다.

수이 2020-07-21 20:30   좋아요 0 | URL
김누리 교수님 강의 들으러 가야지!

단발머리 2020-07-21 20:39   좋아요 0 | URL
야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전 좋았어요. 좋은 시간 되세요^^

Falstaff 2020-07-21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의 있습니다. 기차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운송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작가가 기차를 타고 갔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요,
근데 예를 든 그래픽에서, 버스는 기껐해야 45명이 타고 가거든요. 비행기는 200명... 더 되지만 200명이라고 치면, 일인당 탄소 소비량은 킬로미터 당 버스 1.51g, 비행기 1.43g 입니다. 물론 비행기에 200명 이하가 타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버스가 45명을 꽉 채우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버스 대비해서는 비행기가 훨씬...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탄소 배출을 적게 한다는 뜻인데....
죄송합니다. 직업이 그렇다보니 숫자만 보면 광분을 해서리... 흑흑흑... 이러는 저도 제가 싫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0-07-21 21:54   좋아요 1 | URL
먼저 Falstaff님의 계산에 존경을 표합니다. 일단 저 위의 그래픽은 김누리 교수님이 강의에서 말씀하신 내용 중 방송된 화면을 제가 캡쳐한 것이고요. 사실 저는 어떻게 저런 계산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Falstaff님 설명을 읽고 보니 그 말씀이 맞는 것도 같아요. 저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이 압도적이라는 정보를 전제로, 막연히 위의 그래픽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기사를 몇 개 찾아 봤는데, 위의 수치와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더라고요.

Falstaff님 말씀대로 적어도 버스에 대비해서는 비행기가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편이라는 결론을 저도 희망합니다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혹시 이 분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지나가시다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적절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0-07-22 15:26   좋아요 1 | URL
독일 환경청에 따르면 1년에 한 번만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시민 한 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달리 말해,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평소에 아무리 채식을 생활화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해도, 스테이크와 자동차를 즐기지만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보다 생태발자국이 훨씬 더 크다. 이 대목에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심한 갈등에 빠진다. 대개 환경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낯선 나라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프랑크 비베, TUI-독일국제관광유니온, p,290


폴스타프님 댓글대로 사람 수대로 나누면 탄소 배출이 적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제 비행기가 이동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량이니 사람 수대로 나누는 것 보다는 비행기가 얼마나 멀리 왕복 하는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버스가 왕복하는 거리와 비행기가 왕복하는 거리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죠. 버스는 국내를 생각할 경우 서울에서 경상도를 왕복한다고 할 때(자가용도 마찬가지고요) 비행기는 인천에서 뉴욕을 왕복하죠.

부산까지의 거리가 검색하면 396km 로 나오고 뉴욕까지 거리는 항공로 기준 11,000 km 로 검색되는데요, 항공로와 육지가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럴 경우 비행기 한대와 버스 한 대의 탄소배출량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요.

버스:26,928g
비행기: 3,135,000g

편도 기준 단순계산으로 나온 거라 여기에 뭘 더하고 빼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탄소 배출이 다른 것보다 많은 운송수단이 더 먼 거리를 왕복하기 때문에 여러 학자들이 비행기의 탄소배출량을 문제 삼는게 아닐까요?

Falstaff 2020-07-22 16:26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될 수 있으면 장거리 여행을 삼가하는 것이 최고겠습니다.
꼭 필요 해서 뉴욕까지 간다면 태평양을 건너는 교량이 있다고 치고, 똑같이 11,000km, 버스의 경우 748,000g의 탄소가 배출되는데요, 만일 225명이 뉴욕에 간다고 가정할 때, 버스 다섯 대가 필요하고, 비행기는 한 대면 되거든요.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하여튼 인간의 역사에 그넘의 빠른 ˝이동˝이 시작된 순간 지구는 폭망하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저도 장거리 여행에 관해서는 여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아..... 그렇군요!!!!

단발머리 2020-07-22 16:55   좋아요 1 | URL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런 고민에 빠진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에 소비와 여행, 비행기와 버스, 자가용과 기차에 대한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부적인 면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두 분 댓글 읽다보니 자료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자료에 근거한 판단은 어떠해야 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고급진 두 분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syo 2020-07-24 12:43   좋아요 0 | URL
열띠고 훈훈하다 ㅎㅎㅎ 좋은 세상 알라딘 ^ㅂ^

psyche 2020-07-2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이 글을 읽으면서 반발이 좀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는 것이 꼭 놀러 가는 여행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북쪽이 막혀있는 한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에 가려면 비행기밖에는 방법이 없는데요. 미국의 경우는 워낙 땅덩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나라 안에서도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으면 몇날 며칠 차로 움직여야 하니 비행기를 안 탈 수 없고요. 그럼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저렇게 기차로 다른 나라를 가는 게 가능한 건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하고 투덜거리면서 저 동영상을 찾아봤는데요. 어머나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어쩌면 저렇게 잘 말씀해주시는지. 뭔가 정리도 되고 계속 끄덕이면서 봤어요. 덕분에 좋은 강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0-07-27 06:34   좋아요 0 | URL
제가 전에 코로나 관련해서 리뷰를 썼는데요. 헤헤헤. 라디오 인터뷰가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묶여서 나왔더라구요. 그 책에서 홍기빈 칼폴라니소장이 그러더라구요. 즐거움을 위해 일년에 한 번 반드시 외국에 나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문제라고요. 저는 좀 더 저렴해지고, 좀 더 다양해진 이 기회를 통해 세계를, 이 지구를 아는 일이 비난받는다는 생각에 반발심도 들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무한소비긍정의 현대문명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제안에...저도 모르게 끄덕하고 말았습니다ㅠㅠ

한국에 사는 사람과 미국에 사는 사람이 비행기에 대해 다르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타면 3시간도 안 걸리거든요. 편리하고 편안해요. 하지만 그 큰 땅덩어리 미국에서 그렇게 이동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도 김누리 교수님 강의 좋아해서 여기저기 찾아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