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홍차왕자 7
야마다 난페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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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순정만화 팬이라면 <홍차왕자>를 모를 리 없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홍차왕자>를 읽고 아삼이나 얼그레이 같은 홍차 이름을 알게 되었을 정도이고, 실제로 <홍차왕자>를 계기로 홍차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차왕자>의 주인공 타이코와 아삼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다면 <홍차왕자>의 스핀 오프 버전인 <벚꽃의 홍차왕자>를 읽어보길 권한다. 스핀 오프 버전이라서 주인공도 다르고 이야기도 다르지만, 주인공 커플의 주변 인물로서 타이코와 아삼이 등장하고 이들의 이야기 역시 중요하게 다뤄진다. 


<벚꽃의 홍차왕자>의 주인공은 명문가 출신의 여고생 '아사기리 요시노'와 요시노가 불러낸 홍차왕자 '사쿠라 사쿠'다. 사쿠라는 홍차왕자로서 요시노의 소원을 세 가지 이루어줄 때까지 요시노의 보디가드로서 요시노의 집에서 지낸다. 사쿠라는 과거 요시노의 고조할머니 야에가 불러낸 적이 있으며, 이 때문인지 야에를 쏙 빼닮은 요시노를 볼 때마다 야에를 떠올리는 듯하다. 


문화제가 끝난 후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사쿠라는 무료 봉사하는 곳에 버려진 고양이를 떠맡게 된다. 입양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기 품 안에서 가르릉 거리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면 기분이 썩 좋은 모양이다. 요시노는 사쿠라의 표정이 오랜만에 부드러워진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요시노와 입을 맞춘 고양이에게 사쿠라가 입을 맞춘 건 무슨 의미일까. 혼자서 머리를 꽁꽁 싸매기도 한다. 


입양처를 수소문하던 요시노와 사쿠라는 타이코와 아삼(드디어 등장했다!)이 운영하는 가게에도 들른다. 타이코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지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를 아직 잊지 못해서 못 키우겠다며 거절한다. 부부가 된 타이코와 아삼은 다섯 살 난 딸 안리를 키우며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홍차왕자의 계약상 타이코는 아삼이 홍차왕자였던 시절의 기억을 전부 잊은 반면, 아삼과 안리는 그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타이코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사쿠라는 "내가 고양이라면 잊어주길 바랄 텐데."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아삼은 부아가 치민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서 잊히는 고통을 사쿠라는 모른다. 모르면서 너무 가볍게 '잊어달라'라고 말한다. 대체 아삼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은 걸까. 과거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조만간 <벚꽃의 홍차왕자> 1권부터 6권까지 읽어봐야 할 듯). 


한편 7권에선 <홍차왕자> 원작 팬들에게 친숙한 '그 인물'이 오랜만에 등장한다. 홍차왕자를 불러내는 의식도 재연된다. 보름달이 뜨는 밤 12시에 주문을 외우며 은수저로 저은 홍차를 다 마시면 홍차왕자가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벚꽃의 홍차왕자>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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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태양 9 - 개정판
타카노 이치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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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항상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꿈꾸는 태양>의 주인공 카메코 시마나의 경우에는 들어맞는다. 그동안 타이가 씨한테 들인 공이 얼마였던가. 그동안 차이고 거절당하고 울면서 잠들었던 적은 몇 번이었던가. 타이가 씨한테 줄기차게 들이대기만 했던 시마나가 드디어 타이가 씨한테 여자친구로 대접받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흐뭇하다. 시마나 고생했다 ㅠㅠ 


<꿈꾸는 태양> 9권에서 시마나와 타이가 씨, 아사히, 젠은 바다로 놀러 간다. 아버지에게 거스르면서까지 집을 파는 걸 막아준 타이가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여름 방학을 맞아 추억도 만들 겸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시마나는 타이가 씨와 신나게 놀 생각에 수영복까지 마련했는데 타이가 씨는 중학생이냐며 실망한 내색(내가 봐도 줄무늬 원피스 수영복은 좀...). 그래서인지(?) 타이가 씨는 수영복을 안 가져왔다는 핑계를 대며 바다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시마나는 타이가 씨 때문에 속이 상한다. 


'바다에 놀러 와서 물에 안 들어가는 심보가 뭔데?'라고 궁금해한 건 나뿐만이 아닌 듯. 젠은 시마나한테 저래도 타이가 씨가 좋냐고 묻고, 타이가 씨 말고 나랑 사귀면 안 되느냐고 또다시(라고 쓰고 수십 번째라고 읽는다) 묻는다. 그때 마침 타이가 씨가 어디서 생겼는지 수영복을 입고 나타나고 시마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대체 이 남자 왜 이러나요... 시마나는 자존심도 없나요... 젠을 응원하는 나는 속이 타지만, 시마나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이대로 좋은가 싶기도 하고... 하 모르겠다... 


타이가 씨가 전근 간다는 소문이 퍼져서 시마나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하고, 타이가 씨의 어머니가 등장해 시마나가 잔뜩 긴장하기도 하고(시마나 네가 고생이 많다)... 시마나의 시련과 타이가 씨의 애정 공세가 오가는 가운데, 오랫동안 일편단심 시마나였던 순정남 젠에게도 새로운 사랑의 기운이 찾아든다. 상대는 학교의 최고 미인이자 타이가 씨의 직장 선배의 딸인 타마다 사에코. 얼굴은 예쁜데 성격은 괴팍한 타마다와 외모도 쿨하지만 성격도 끝내주는 젠이 사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둘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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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지 드래곤 2
이시하라 케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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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트레인지 드래곤>은 중국 청나라를 모티프로 한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이단의 붉은 용 이사라를 수호룡으로 삼아 여왕이 된 히바나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만화다. 원래는 3화(<스트레인지 드래곤> 1권)로 종료되었는데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속편이 나왔다. 단행본은 전체 3권이며 3권 모두 한국에 정식 발행되었다. 


<스트레인지 드래곤> 1권에서 사이룬의 왕녀 히바나는 과거 백룡의 수호를 받았으나 끝내 버려진 왕국의 옥좌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 머리카락 색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기는 했어도 왕궁에서 온실의 꽃처럼 자란 히바나는 바깥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런 히바나가 위험에 처한 순간 구해준 것이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 이사라였다. 


이사라는 알고 보니 신력이 약해 날지 못한 탓에 일족에게 버림받은 변종 붉은 용이었고, 히바나는 자신처럼 일족에게 버림받고 외톨이로 지내는 이사라에게 연민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왕궁에 돌아온 히바나가 또다시 위험에 처하자 숨어서 지켜보던 이사라는 붉은 용의 모습으로 히바나를 구했고, 붉은 용의 재림을 목격한 사람들은 히바나를 옥좌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히바나는 사이룬의 왕이 되었다. 


<스트레인지 드래곤> 2권에서 이사라는 왕이 된 히바나를 지키는 수호룡으로 인정받고 왕궁에서 지내게 된다. 히바나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이사라는 정식으로 호위가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쌀쌀맞은 태도를 취한다. 이사라와 조금은 가까워진 줄 알았던 히바나는 이사라의 태도가 답답하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이사라의 거만한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는 바로 히바나의 아버지인 선대 왕을 모셨던 내무관 스즈리다. 


붉은 용을 인정하지 않는 스즈리와 붉은 용 이사라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히바나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들이 왕궁에 침입하고 히바나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히바나를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이사라는 스스로를 책망하고, 히바나는 그런 이사라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이사라가 자신을 걱정해줘서 기쁘다. 


한편, 예부터 왕국을 수호한 백룡이 아니라 붉은 용을 수호룡으로 삼아 왕좌에 등극한 히바나를 못 미더워하는 백성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히바나는 직접 그곳으로 가서 백성들을 만나고 그들의 민심을 달래려 한다. 왕으로서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 겨우 십 대 소녀인 데다가 왕위에 오른지 얼마 안 된 히바나가 과연 이 시련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까. 


판타지 만화이기는 하지만 중국 청나라를 모티프로 한 가상의 나라가 배경이어서인지 중국 사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권으로 완결된 작품의 속편이라서 전체적인 완결성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1권을 프롤로그로 보고 2권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고 생각하면서 보니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1권에서 이미 커플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러브 라인에 긴장감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1권에서 말괄량이 왕녀에 불과했던 히바나가 2권에서 현명하고 인자한 왕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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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눈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지혜
저우바오쑹 지음, 취화신 그림, 최지희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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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뮤지션 요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꼽았다. 내가 좋아하는 요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니. <어린왕자>를 읽고 대단한 감흥을 받지 못한 나는 <어린왕자>의 어떤 매력이 요조를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블랙피쉬에서 홍콩의 정치철학자가 <어린왕자>를 재해석한 책 <어린왕자의 눈>과 <어린왕자> 문고판을 묶은 세트를 출시했기에 읽어봤다.


<어린왕자의 눈>의 저자 저우바오쑹은 문학을 사랑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정치철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2014년 9월 홍콩에서 우산혁명(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이 일어났을 때 저자는 수십만 명의 홍콩인과 함께 거리로 나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했고 경찰에 체포되었다. 운동이 실패로 끝난 후 몸과 마음이 지친 저자는 대만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며 쉬다가 <어린왕자>를 만났다. 어릴 적에 읽고 다시 읽은 <어린왕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다. 저자는 <어린왕자>를 읽으며 자기 삶의 장미와 여우를 찾고, 동심, 자유, 책임, 고독, 길들여짐, 사랑, 생의 오묘한 비밀과 죽음의 고민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는 어린 시절 생텍쥐페리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유명한 그림이다!) 두 장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꾸중을 들은 일화를 소개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대신 장래에 도움이 되는 일, 즉 좋은 학교에 합격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거나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일을 하기를 권한다. 이로 인해 아이는 일찍부터 꿈꾸기를 포기하고 어른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자라난다.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똑같이 충고한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저자 또한 생텍쥐페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저자는 글쓰기에 빠져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주변 어른들의 충고에 따라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진학해보니 경영학이 적성과 맞지 않았고, 결국 저자는 주변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철학을 전공해 작가로서도 활동하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아가 향하는 길을 충실히 따라 걷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라는 것을." 


진정한 자아를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완성해나가는 것은 <어린왕자>의 핵심 주제인 '길들여짐'과도 관계가 있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들판 위에 핀 오천 송이의 장미보다 어린왕자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인 장미가 더욱 소중하다고 말한다. 어린왕자와 장미는 단둘밖에 없는 소행성 B612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길들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진 사이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징정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외면하거나 무시하면서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을 길들이거나 자기 자신에게 길들여질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이는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즉 자기 자신에게 잘 길들여지고 자기 자신을 잘 길들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보다 쉽게 사랑할 수 있고 길들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길들여질 수도 있다. 


개인의 행복한 삶은 사회 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제도는 자연히 생겨난 질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우리가 그리는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결심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길들여짐은 정치적인 것이다. (215쪽) 


길들여짐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이고, 사람과 사람의 교류는 사회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차별, 인종 차별, 민족 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이 묵인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사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며 매일 대립과 갈등에 노출된 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길들여짐은 권력으로 사람을 짓누르는 것도 아니고 정복하는 것도 아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굴복시키는 것도 아니다. 서로 상호적이고 대등한 관계 속에서 소통하는 가운데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어린왕자>를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길들여짐의 의미를 깨닫기를 바란다. 삶을 보다 진지하게 성찰하고 진실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더욱 공정하고 공평해지며 민주화로 가는 길도 앞당겨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온갖 차별이 만연하고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유의미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어린왕자>를 읽는 눈을 키우고, 자신의 삶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도 성찰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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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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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녀가 자신의 능력에 눈 뜨고 세계의 음모를 깨닫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드래곤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마저 주인공의 성장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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