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직소퍼즐 500피스 (퍼즐 + 박스 + 브로마이드 + 퍼즐유액 + 밀대) - 혁명의 불꽃 베르사유의 장미 직소퍼즐
대원앤북 편집부 지음 / 대원앤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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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직소퍼즐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에 선보인 직소퍼즐은 총 8종으로, 1000피스 버전과 500피스 버전이 각각 1종씩 출시되었고 108피스 버전이 6종 출시되었다. <베르사유의 장미>가 1972년 처음 발표된 이래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원작자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를 사용한 직소퍼즐 또한 많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 같다. 


중간 사이즈인 500피스 버전은 가로 38cm, 세로 52cm에 달한다. 가장 사이즈가 큰 1000피스 버전과 비교하면 피스 수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케이스 크기는 4분의 3정도이다. 케이스 앞면은 물론 옆면과 뒷면에도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가 그려져 있다. 1972년 처음 선보인 이래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울린 명작 만화의 공식 굿즈답게 만듦새가 꼼꼼하고 뛰어나다. 직소퍼즐을 다 맞춘 다음 케이스만 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사용된 그림은 <베르사유의 장미>의 원작자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 <혁명의 불꽃>이다. 왼손에는 프랑스 국기를,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혁명의 무리를 이끌고 나가는 오스칼의 모습이 늠름하고 멋지다.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이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기 소설인 걸 최근에야 알았는데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케이스를 열면 어마어마한 양의 '퍼즐'과 퍼즐을 붙일 때 필요한 '퍼즐 전용 유액', 퍼즐 밑에는 퍼즐 개수가 맞지 않거나 퍼즐에 하자가 있는 경우 A/S를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A/S 신청서'와 '원화 포스터'가 담겨 있다. 원화 포스터 퀄리티가 워낙 훌륭해서 이 포스터만 소장하고 싶은 팬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포스터 사이즈는 가로 37cm, 세로 52m이다.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 역시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 <혁명의 불꽃>이다. 


108피스 버전은 '두 사람', '장미와 오스칼', '로코코의 여황', '오스칼', '아름다운 군신', '찰나의 순간' 등 6종이다.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를 직소퍼즐로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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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의 장미 직소퍼즐 1000피스 (퍼즐 + 박스 + 브로마이드 + 퍼즐유액 + 밀대) - 장미의 운명 베르사유의 장미 직소퍼즐
대원앤북 편집부 지음 / 대원앤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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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72년에 처음 발표된 전설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직소퍼즐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에 선보인 직소퍼즐은 총 8종으로, 1000피스 버전과 500피스 버전이 각각 1종씩 출시되었고 108피스 버전이 6종 출시되었다. 


가장 사이즈가 큰 1000피스 버전은 가로 51cm, 세로 73.5cm에 달한다. 사용된 그림은 <베르사유의 장미>의 원작자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 <장미의 운명>이다. 개인적으로 직소퍼즐 총 8종에 사용된 그림 중에 <장미의 운명>이 가장 예쁜 것 같다. 그들에게 정해진 가혹한 운명을 아직 모르던 시절의 마리와 오스칼...!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TV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 보고, 대학생 때 애장판으로 두 번 읽은 <베르사유의 장미>... 이렇게 직소 퍼즐로 다시 만나니 애장판으로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10대 때, 20대 때, 30대 때 나의 눈에 비친 <베르사유의 장미>가 각각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이제는 인물 간의 로맨스보다도 정치적인 갈등이나 사회 문제 같은 게 더 눈에 띌 듯. 


<베르사유의 장미> 직소퍼즐 케이스는 앞면은 물론 옆면과 뒷면에도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가 그려져 있다. 1972년 처음 선보인 이래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울린 명작 만화의 공식 굿즈답게 만듦새가 꼼꼼하고 뛰어나다. 직소퍼즐을 다 맞춘 다음 케이스만 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케이스를 열면 어마어마한 양의 '퍼즐'과 퍼즐을 붙일 때 필요한 '퍼즐 전용 유액'이 담겨 있다. 아직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퍼즐 전용 유액이 기존의 퍼즐 전용 유액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포장지에 퍼즐 전용 유액 사용 방법이 인쇄되어 있어서 사용하기가 한결 편리할 듯하다. 


퍼즐 밑에는 퍼즐 개수가 맞지 않거나 퍼즐에 하자가 있는 경우 A/S를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A/S 신청서'와 '원화 포스터'가 담겨 있다. 원화 포스터 퀄리티가 워낙 훌륭해서 이 포스터만 소장하고 싶은 팬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포스터 사이즈는 가로 50cm, 세로 74cm이다.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 역시 이케다 리요코의 원화 <장미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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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위치 6
이시즈카 치히로 지음,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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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시골에서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시즈카 치히로의 만화 <플라잉 위치>는 현대 일본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마녀 중 한 명인 마코토가 15세가 되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마녀의 규율에 따라 고향인 요코하마를 떠나 육촌 친척이 사는 아오모리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만화다. 


사실 표지만 보고 여성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하는 만화가 아닐까 지레 짐작하고 패스하려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설정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녀 배달부 키키>와 비슷하고, <요츠바랑!>, <논논비요리>, <유루캠> 등을 연상케하는 일상 치유물이라서 좋은 쪽으로 깜짝 놀랐다. 요즘 보는 작품을 다 보고 나면 1권부터 정주행할까 싶다. 


최근 발행된 <플라잉 위치> 6권에는 마코토가 신세를 지고 있는 아오모리의 친척 집의 장녀 치나츠가 마코토 같은 마녀를 동경한 나머지 마코토의 언니 아카네에게 마법을 배우다 마침내 첫 마법에 성공하는 '첫 마법 기념일'이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마코토, 아카네 자매와 달리 일반인인 치나츠는 어떻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걸까?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는 강력한 바람과 언니들의 도움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걸까? 아니면 진짜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걸까? 궁금하다면 만화로 직접 확인하시길. 


이 밖에도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마코토가 살고 있는 집에만 폭설이 내리는 기이한 상황을 그린 '천지(天地), 하동(夏冬), 눈과 믹'을 비롯해 '고양이가 와도 식후의 휴식', '소중하고 존경할 만한 2년의 경험', '복제되는 거리', '나루나루의 귀중한 식사 풍경과 포획 방법' 등 총 여섯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비슷한 일상 치유물이 많지만 마녀라는 독특한 설정이 작품에 악센트를 더하고 색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마녀의 홀로서기라는 설정 자체는 같아도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키키는 도시 생활을 한 반면, <플라잉 위치>의 마코토는 시골 생활을 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일상 치유물을 찾는 독자에게 <플라잉 위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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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는 내 이름을 알고 있다 13 - B애코믹스
오다기리 호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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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배신자는 내 이름을 알고 있다>가 전 13권으로 완결되었다. 설정으로 보나 세계관으로 보나 13권으로 완결될 이야기는 아닌데, 작가 후기에 따르면 건강 상의 이유로 더 이상 연재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건강 상의 이유라니 어쩔 수 없지만 독자들은 많이 아쉬울 듯하다. 


고등학생 사쿠라이 유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고아원 앞에 버려져 그 때부터 줄곧 고아원에서 지냈다. 유키는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난 구석 없이 밝은 성격으로 자랐는데, 언제부터인가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사람의 몸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의 안 좋은 기억이 보이는 증상을 겪는다. 유키는 어느 날 친구인 우즈키의 몸에 손을 대고, 그로 인해 우즈키가 가정에서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약점을 들켰다고 생각한 우즈키는 유키를 미워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마음 속의 악마를 불러내 유키를 해치려고 든다. 


그런 유키를 가까이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나타나 유키를 구하는데, 사실 이들은 유키의 사명인 '신의 빛'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다. 악마가 보육원에 나타나자 더 이상 보육원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고 판단한 유키는 마침 자신의 형이라고 주장하며 나타난 타카시로라는 남자를 따라 보육원을 떠나고, 타카시로가 데려간 황혼관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황혼관에 살고 있는 기오우 일족은 듀라스(악마)를 응징하는 츠바이루트(응징하는 자)로, 유키는 이들의 일원이자 이들의 중심인 신의 빛. 신의 빛으로서 유키는 상처를 치유하고 악을 정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대가로 상대의 고통을 자신이 떠안는다. 


13권에서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일어난 유키는 우에노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의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를 듣는다. 우에노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이란 마사무네의 남동생 야마토가 따돌림 당하던 친구를 감싸다 오히려 괴롭힘을 당해 죽은 사건. 이 사실을 알게 된 야마토의 어머니 가야코는 복수를 결심했고 야마토를 죽인 불량클럽 아이들을 죽였다. 어머니가 사건의 공범자임을 알게 된 마사무네는 유키, 루카와 함께 마지막 살인을 막기 위해 달려가지만, 마사무네의 몸 속에 잠들어 있던 아버지의 영혼이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반전 된다. 때마침 레이가가 나타나 1200년 전에 일어난'황혼의 낙조'의 진상을 알려주는데, 자세히 밝힐 수는 없고 <배신자는 내 이름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 밝혀둔다. 


TV 애니메이션에 좋아하는 성우들이 많이 나와서 관심 있게 본 작품이고, 설정이나 세계관이 워낙 장대해서 앞으로 한참 더 연재될 줄 알았는데 이대로 완결이라니 나 또한 섭섭하다. 혹시라도 연재가 재개된다면 황혼관 식구들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가 좀 더 풀렸으면 좋겠고(호츠마X슈세이ㅠㅠㅠ), 일편단심 유키 바라기 루카한테 좋은 일이 많이 있어서 웃는 장면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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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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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일본에 갔을 때, 한국 정부와 재일 조선인을 비방하는 말을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눈에 띄는 흰 차에 타고 있었고, 내 곁에 있던 일본인들은 물론 경찰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쉬지 않고 확성기에 대고 떠드는 그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무기를 들고 있을지도 모르니 함부로 덤비는 게 위험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나 역시 한국인인 걸 들키면 그들에게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잠자코 있었으니 변명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며칠 전 거리를 걷다가 박근혜 정부의 무죄를 호소하고 현 정부를 막무가내로 비방하는 차(이 차도 흰 차였다)를 봤을 때 기시감을 느낀 것으로 모자라 소름이 돋은 건 왜일까.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나는 이 책이 일본을 찬양하는 책인 줄 알았다. 마츠오 바쇼의 유명한 기행문 <오쿠노호소미치(奥の細道)>에서 제목을 딴 것이며, 각 장의 제목이 바쇼, 잇사 같은 일본의 이름난 하이쿠 시인들의 시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본을 연상케하는 요소가 하도 많아서 그랬다. 1914년이나 1915년에 오스트레일리아 테즈메이니아에서 태어난 도리고 에번스가 순조롭게 의대에 진학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여자와 결혼해 승승장구하는 대목까지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내를 배신하고 불륜에 빠져 있던 도리고가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고 포로로 잡혀 버마에서 인도로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하는 노동에 투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후 소설은 한국 영화 <군함도>를 연상케하는 참상이 벌어진다. 일본인이 조선인, 중국인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전쟁에 끌고가고 징용에 투입하고 성노예로 착취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군인들도 피해자인 줄은 몰랐다. 오스트레일리아 군인에 눈에 비친 일본 군인은 일본이 아시아 전체를 서양 세력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킬 구세주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그들이 따르는 천황 폐하의 거룩한 뜻을 이뤄야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전쟁 기계, 전쟁 로봇과 다름이 없었다. 이들은 사람을 착취하고 학대하기를 두려움 없이 하며,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파묻는 일에도 전혀 양심의 거리낌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한국인들이 줄기차게 읽어온 민족 문학, 그 중에서도 식민지 시대의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문학 작품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수많은 경험자들이 증언하고 기록과 증거가 뒷받침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플래너건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로 잡혀서 강제 노동에 투입된 적이 있는 자신의 아버지의 실제 경험으로부터 이 소설을 착안했다. 


작가는 과거를 기록하고 만행을 고발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룩진 과거를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또는 기억하려 하지 않는지에 주목한다. 도리고는 훈련받은 의사이지만 사람들을 살리지 못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힘 없이 바라보아야 했고, 애써 살려놓은 사람이 죽어가는 걸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에 머리 숙일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 포로들을 통솔하는 리더로 일해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 때나 지금이나 위로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걸까. 다른 방법이 있었는데 비겁하게 피한 건 아닐까. 도리고는 포로 신세에서 풀려나 편안한 생활을 되찾은 후에도 그 때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 한다. 


세월이 흘러 전쟁 영웅으로 추대된 도리고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죄스럽다. 자신이 살리지 못한 사람들이 떠올라서, 죽도록 내버려둔 시체들이 생각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반면, 도리고를 비롯해 포로들을 악랄하게 괴롭혔던 일본 군인들은 일본에 귀국한 후 과거의 행적을 숨기고 잘만 살아간다. 과거를 반성하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나서는 일본인을 바보 취급하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서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린다. 전쟁을 겪지 않고 과거를 모르고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일본인들은, 그들의 눈에 보이는 날조된 역사와 편향된 기록을 진실로 믿고, 그들의 귀에 들리는 잘못된 선동에 점점 익숙해진다. 


"어머니, 그들은 시를 써요." - 파울 첼란 


소설에 묘사된 일본 군인들은 폭력과 야만으로 점철된 인간들이 아니다. 그들은 시를 쓰고 시를 지으며 시를 주고받는 놀이도 즐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학살했던 나치 군인들이 가정에서는 더없이 친절한 남편이었다는 기록을 떠올렸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당시 새파란 젊은이들을 가혹하게 고문한 고문 기술자들이 고문실 밖에선 가족들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자상한 아버지들이었다는 얘길 떠올렸다. 겉으로는 예술을 논하고 이상을 노래하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여성들을 괴롭혔다는 고발을 떠올렸다. 


이런 이야기들도 한때는 무시되고 없던 일 취급 당했다. 지금은 전 세계인이 다 아는 독일 나치의 만행도 한때는 유대인들이 꾸며낸 음모라는 소문이 돌았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종북 세력으로 몰렸다. 갑질, 성추행을 고발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프로 불편러, 내부 고발자로 찍혀서 조직 또는 집단 내에서 괴롭힘 당하고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알리고 진실을 밝히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이야기하고 역사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를 왜곡하고 잘못을 미화하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이 돌아가고 그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일은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을 끌어안고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용기를 준다. 도리고처럼 자신이 살린 사람들의 숫자보다 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리며 사는 사람들에게 안식을 준다. 


책장을 덮으면서 한국 정부와 재일 조선인을 비방하는 소리를 매일 들으며 견뎌야 하는 일본 내 한국인과 재일 동포들을 생각했다. 돈과 권력을 믿고 법을 무시하고 국민들을 우롱하고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빼앗긴 평화를 되찾고 정의를 바로잡는 길은 멀고도 좁은 길일 터. 지금은 비록 멀고 좁게만 보여도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고 결국엔 끝이 있다는 진리를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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