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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 "어머니, 내 소중한 핏방울이신 어머니, 정말로 누구나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해 죄가 있는 거예요. 다만 사람들이 이것을 모를 뿐이죠. 만약 알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천국이 될 거예요!" (2권, 41쪽)
▣ "싸울 마음이 없었다면, 뭣하러 이처럼 번거롭게 한 거요?" 나는 "어제는 어리석었지만 오늘은 분별이 생겼습니다"라고 그에게 명랑하게 대답합니다. (2권, 43쪽)
▣ "너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충족시켜라, 왜냐하면 너는 가장 존귀하고 가장 부유한 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욕구를 충족시키기를 두려워 말고, 오히려 욕구를 증대시켜라." 바로 이것이 지금 세상의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이 욕구 증대의 권리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까? 부유한 자에겐 고립과 정신적 자살, 가난한 자에겐- 질투와 살인이 있을 따름이니, 이는 권리는 주었으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권, 72쪽)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도스토옙스키 독서 챌린지가 어느덧 3주차에 접어들었다. 1권을 읽고, 앞으로 2권, 3권을 읽으려면 속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밤에만 읽지 않고 아침 독서 시간에도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속도가 높아져서 벌써 2권을 마치고 3권을 읽고 있다.
2권에선 두 명의 주요 인물이 죽음을 맞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버지 '표도르'와 알료사가 모시는 '조시마 장로'가 그렇다. 2권 초반에서는 조시마 장로의 생애에 관한 서술이 나온다. 조시마 장로는 한때 수도사와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수도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표도르는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하면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사람들이 표도르를 죽인 범인으로 장남인 드미트리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된다. 드미트리는 사건 당일 밤에 표도르의 집에 간 것도 맞고, 표도르의 하인인 그리고리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것도 맞고, 광장에서 어느 할머니를 쳐서 손에 피를 묻히고 다녔던 것도 맞지만, 아버지만은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차남인 이반과 삼남인 알료샤는 아직 사건 현장에 오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과연 이들은 아버지의 죽음과 형이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특히 하루만에 자신이 그동안 믿고 따랐던 조시마 장로와 친아버지 표도르를 모두 잃은 알료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에도 책을 읽으면서 여성과 관련된 표현들을 정리해 봤다. 그루셴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그루셴카가 주범이라며 욕설을 늘어놓는 경찰서장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어째서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드미트리에게는 그와 같은 욕을 하지 않는 걸까. 한심한 놈.
▣ 그렇게 여러 차례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다시피 했건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나를 제지하지 않았고 미리 주의를 주지도 않았으니, 그렇다면 이건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는 거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는 결코 나를 조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쪽에서 그런 대화를 장난스레 끊어버리고 대신에 다른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는 게 기억났지만 - 그 당시에는 이를 헤아릴 여유도 없이 그저 복수심만 화라락 타올랐습니다. (2권, 38쪽)
▣ 나리가 처녀들을 떠보았네. 지집애들이 날 좋아할까? 하지만 처녀애들은 나리를 좋아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리는 호되게 때릴 테니, 난 그런 사람 사랑하지 않을래. (2권, 313-4쪽)
▣ "아무렴, 네년(그루셴카)이 죄인이지! 네년이 주범이야! 이 흉악한 미친년, 네 이 방탕한 년, 네년이 주범이야." 경찰서장이 손으로 그녀를 위협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했으나, 옆에서 재빨리 나서서 단호하게 그를 저지했다. (2권, 3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