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0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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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라에몽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이다. 1970년 연재 시작 직전 예고를 비롯해 연재 초기의 만화들이 실려 있다. 현재는 익숙한 도라에몽의 설정들이 연재 초기에는 어땠고 그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도라에몽의 체형 변화였다. 지금은 도라에몽의 머리가 몸보다 큰데, 연재 초기에는 머리보다 몸이 더 컸다니 신기했다. 


도라에몽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는 만화도 실려 있다. <우메별 덴카> 연재 종료 후 신작 연재 압박을 받고 있던 후지코 F 후지오 선생이 우연히 딸이 가지고 놀던 오뚝이 인형과 평소 좋아하던 고양이를 보고 결합해 만든 것이 도라에몽이다. 마감에 시달리던 작가가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다가 떠올린 것이 도라에몽이라니. 어쩌면 진구는 후지코 F 후지오 선생의 분신일지도 모르겠다 ^^ 


도라에몽은 진구의 손자의 손자인 장구가 미래에서 데려온 로봇이라는 설정이다. “공부도 못해. 운동도 못해. 가위바위보조차 이긴 적이 없어.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변변한 인물은 못 돼. 하지만 앞으로는 도라에몽이 같이 있을 테니까 안심해.” 이 말에 위로받고 용기를 얻은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도라에몽이 반세기 동안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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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 위기의 팀을 빠르게 혁신하는 유연함의 기술
제프리 헐 지음, 조성숙 옮김 / 갤리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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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위계에 민감하다. 아무리 낯선 환경에서도 누구에게 권력이 있고 없는지, 누가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인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래서 편리한 것도 있지만, 때로는 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하 직원이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상사가 누가 자기 말에 토를 다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입을 다무는 경우다. 만약 이 조직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관이나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 같은 곳이라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플렉스>의 저자 제프리 헐은 하버드메디컬스쿨 심리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영자 코치이다. 저자는 지난 20년간 각 분야의 최고경영자에게 성공적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 전략을 코칭해왔다. 예전에는 피라미드형 조직이 대부분이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카리스마형 리더를 선호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프로젝트 팀과 네트워크형 조직이 늘어나면서 위아래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리더보다는 팀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밀레니얼 세대의 출현과 연관 짓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보스는 권위를 앞세우는 알파형 보스가 아니라 팀원들과 파트너로서 동등한 관계를 맺고 의미와 합의를 중시하는 베타형 보스를 선호한다. 이는 외향적인 사람들만 편애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배척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내향적인 사람들 나름의 장점과 미덕에 주목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기술과 유행이 너무나 빨리 바뀌기 때문에 결과만 강조해서는 유의미한 혁신을 이뤄낼 수 없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책에는 권위적인 리더를 위한 조언이 자세히 나온다. 팀원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팀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라떼는 말이야~"라며 훈수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겠지만, 이런 마음이 조직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현시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하며 최대한 억누르는 것이 좋다. 질문을 할 때는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삼간다. 대신에 개방형 질문을 던져서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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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카피어블 -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의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
짐 매켈비 지음, 정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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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도 약하고 인력도 부족한 신생 기업이 거대 기업과 싸워서 이기는 일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짐 매켈비의 책 <언카피어블>에 따르면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 짐 매켈비는 세계 최고 핀테크 기업 '스퀘어'의 공동창업자이다. 2014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카드 리더기를 만든 '스퀘어'는 기업 역사상 최대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거대 기업 아마존이 스퀘어를 흉내 낸 카드 리더기를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것이다. 


이제까지 아마존과 싸워서 이긴 스타트업은 없었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기업 아마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다고 말했다. 적당한 시기에 인수 합병 카드를 내밀어 돈이나 챙기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스퀘어는 아마존과의 맞대결을 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마존은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고 스퀘어는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세계 최고의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저자는 스퀘어가 아마존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비결로 '혁신 쌓기 전략(Innovation stack)'을 든다. 혁신 쌓기 전략이란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혁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등장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스퀘어 같은 중소 규모 기업이 만든 결과물을 보고 모방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다. 하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고안해 낸 해결책까지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혁신은 전체로서 진화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 추가 혹은 제거되어도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스퀘어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영세 상인을 주 고객층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신용 기록 없이도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이것이 아마존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뱅크 오브 이탈리아,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작은 기업에서 출발해 업계의 표준을 바꾸고 대기업 또는 정부 규제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기업들의 사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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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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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초판이 나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신하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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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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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절판이 되어서 아쉬웠는데 올해 초 개정판이 출간되었기에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구입했다.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고, 모든 소설의 무대는 역사상 최초의 타워형 도시국가인 '빈스토크'다. 빈스토크는 영토라고 해봤자 빌딩 한 채이지만, 빌딩의 높이가 647층에 달하고 수용 인구가 50만 명이나 되니 도시'국가'라고 불릴 만하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빈스토크에도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이 있고, 전쟁과 테러 위협, 비리와 음모 등이 존재한다. 나라 자체의 규모도 작거니와 이웃 국가로부터의 테러 위협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한 건물 안에서 살고 있는 운명 공동체임에도 서로를 좌측과 우측, 상층과 하층으로 구분하며 갈등하고 대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꼭 한국 사회 같다고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타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이다. 한 남자가 옛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내지만 도중에 사고가 발생해 배달되지 않는다. 몇 년 후 남자는 빈스토크 군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다 사막에 추락해 실종된다. 빈스토크 정부는 실종된 남자가 정식 군인이 아닌 용역 회사 직원에 불과하며 빈스토크 국민조차 아니라는 이유로 수색을 그만둔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뒤늦게 배달된 엽서를 받고 남자의 안부가 궁금해진 여자는 남자의 행방을 수소문하다 그가 몇 달째 실종 상태인 걸 알게 된다. 


군대가 두 손 들고 정부도 포기한 일을 어떻게 해낼까 궁금했는데 과연 정말로 해낸다. 그것도 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빈스토크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날로그적인 기술인 '파란 우편함'과 생면부지의 타인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바뀌고 사회가 점점 각박하게 변한다고 해도 인간 본성의 선한 마음을 잃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둔다면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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