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상하이
신동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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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상하이임시정부'가 생각난다. 잃어버린 조국을 찾겠다고 이국땅에서 고군분투하셨을 김구 선생님과 독립투사들. 지금은 루쉰 공원(鲁迅公园)으로 이름을 바꾼 홍커우공원 (虹口公园) 에서 도시락 폭탄을 투척했던 윤봉길 의사와 함께.
그러나, 21세기의 상하이는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아편전쟁에 이은 열강의 침략속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푸둥금융지구를 비롯한 마천루의 숲을 이루는 경제도시로 더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상하이는 어떤 도시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되는데, 상하이 교통대 학생으로 공부하고(신문사 기자 신분),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상하이의 얼굴을 공개해 주는 책이 '페이스 오프 상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소개글을 통해서

(...)이후 미래와 과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련됨과조아함이 뒤엉겨 공존하는 상하이 (...) 번화한 푸둥금융지구의 마천루보다 100년 전의 서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하이 뒷골목 (...) 그곳에는 중국의 규모와 덩치에 눈이 팔려 놓치기 쉬운 섬세한 '결'들이 살아 있었다.  (소개글 중에서)

푸둥금융지구의 마천루 바로 밑에 민공들의 낡은 거주지가 버젓이 공존하고, 화려한 귀부인의 옆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가정부가 뒤를 따르고, 관광객과 비즈니스 맨이 거니는 도시 한 가운데는 가난한 하루벌이 민공들이 있는 곳.

 
  중국에서 빛과 어둠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가 상하이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런 상하이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발전의 모습과 쇠락을.... 화려함뒤에 숨어 있는 추한 모습까지 고스란히 책에 담아 내고 있다.
(책의 구성)
Prologue _상하이가 그립다
Part 1. 悲情城市 비정성시
Part 2. 공산주의, 오래된 습관
Part 3. 色, 戒 색 계 그리고 상하이
Part 4. 현대와 과거의 공존
Epilogue_新중화주의의 부상

 
  경제 발전의 최첨단 도시, 상하이는 1842년 아편전쟁으로 세계사속으로 들어왔다. 2004년 세계 최초의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의 상용화. 공식 최고 속도 시솔 501km라고 한다. 그런데, 거리에는 아직도 인력거가 돌아다닌다.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민공들은 호구문제의 불편을 겪어야 만한다. 교육, 사회제도, 특히,의료보험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개혁 개방이 이루어진지 30여 년이 되지만, 공산주의 체제에 익숙한 오래 습관들 중의 하나인 불친절은 외국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권탄압, 언론탄압, 그리고 국가홍보가 있어서 그것을 자국민들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시내를 잠옷 패션으로 돌아다녀도 그것은 그들에겐 하나의 '기호'이자 '부'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상하이 사람들의 천성이라니.
중국을 가본 사람들은 누구나 겪었을 엽기 화장실 실태. 그것은 어쩌면 사회주의 체제의 억압된 사회에서 화장실조차 완전히 사적인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으려는 잔재일지도 모른다. (독재체제하에 화장실에 쓰여졌던 낙서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가짜, 짝퉁이 판치는데도 그것은 중국인 특유의 가짜에 대한 무감각, 무의식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보다 더 상하이, 나아가서 중국을 이해해야 할 점들이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신중화주의 사상'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중국인들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3억의 거대국가, GDP 규모 세계 4위의 대국, 미국과 함께 G2로 까지 불리는 나라. 그것이 상하이의 모습이고, 중국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야심은 얼마전,2010년 4월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각국 언론에 실렸다. 왜 이런 장면이 '연출'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사를 돌아보면 한 장의 사진이 세월이 흐른 후에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P268)
이 책은 상하이의 모든 면을 꿰뚫어 보는 내용의 글들이지만, 단순히 상하이의 모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의 모습을 통해서 중국 전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국. 언젠가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야심을 가진 나라. 그러나, 중국은 덩치만 커진 아이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중국인은 사회주의 체제의 잔재가 남아 있고, 그것은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으로 성숙함을 갖추지 못한 불균형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거대 국가인 중국이고, 거대 도시인 상하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하나의 모습이 아닌, 두 얼굴 이상의 모습을 가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QR Code를 만들어 넣었다. 책 속에서 QR Code를 만나기는 처음인데,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면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열광을 유발하는 스토리가 대부분 인구나 면적, GDP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에 관한 것이지만, 중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상하이는 계획경제 시절의 유산과 100여 년 전 제국주의가 남겨놓고 간 흔적을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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