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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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들었음직한 세계의 여러 도시를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가면서 여행을 할때 안내자의 역할이 크기 마련이다. 그가 전문 안내자가 아닌 경우 그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게 되는데, 적당한 감삼을 섞어주는 것은 여행의 설레임을 드러내는 것이라서 나쁘지 않고, 적당한 지식이 겸비된다면 그곳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너무 잘난척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을 거니는 여행이라면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계속 그런 식이라면 곧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안내자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 유럽에서는 그 적당함이 지나쳐서 주관적 감성이 넘치고, 지적 과시는 듣는 사람이 이해하든 말든 혼자서 청산유수가 되고, 자연스러움은 피곤함을 넘어 짜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을 따라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지 알수가 없어지는 지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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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 - 요조숙녀 사정옥과 천생요녀 교채란 한 지아비를 놓고 사생을 결단하다 겨레고전문학선집 22
김만중 지음, 림호권 엮음 / 보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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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첩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후덕한 본처를 몰아내고 양반 가문을 몰락하게 만들었다가 선친의 영혼과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다시 회생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소설이다. 과거 고전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내용들이 수시로 교차하고, 중요한 시점에서는 우연의 연속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유교적 가치관이 아주 강한 전형적인 양반소설인데 끝까지 읽힌다. 이 소설이 300여 년전에 쓰여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의 드라마에서 수없이 우려먹을만큼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있고, 이야기에 우연성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도 이야기 구조가 나름대로의 흐름을 갖고 있어서 황당하지만은 않고, 남성이 아닌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유교적 가치관은 내부에서 충돌한다. 앙상한 이야기 뻐대만 있는 다른 고전소설과 달리 당시 시대상을 반양하면서도 풍부한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장편소설로서의 재미도 있고, 생략과 집중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이야기 흐름도 읽는 재미를 준다. 번역도 참으로 깔끔해서 읽기에 편하다. 다 읽고나면 재미는 있는데 그 이상은 기대할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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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의 힘 - 세계는 왜 J컬처에 열광하는가
윤상인 외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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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서 민족주의적 시각을 버리고 개방적이고 성찰적 자세로 그 나라를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8명의 전문가가 일본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기획의 말은 그럴듯한데 막상 내용을 보면 대중문화를 중시믕로 수박겉핥기식의 나열만 이어지고 있다. 일본 문화의 힘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쓴 글도 있기는 하지만, 일본 여행 가이드 같은 느낌의 글들이 많다. 이런 기획서적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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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 과학기행 - 역사 속 우리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중양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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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첨성대를 비롯해서 조선시대 지도까지 한국 역사 속에서 국직한 발자취를 남겼던 과학기술들을 당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발명품이나 잘 아려지지 않았던 기록들을 들추며 뛰어난 과학기술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책으로 기획됐다. 역사적 의미와 과학적 기술의 특징 등을 고루 설명하면서 그 의미를 부각하려는 노력이 돋보기는 하는데, 몇 장의 사진과 글로만 설명하려다보니 기초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조금 버겁다. 특히 오늘날의 근대적 과학관이 아니라 당대의 가치관 속에서 시대적 의미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기존 학설과 다른 새로운 주장을 하는 부분에서는 근거가 빈약해서 그저 하나의 설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쳐버렸고, 근대적 세계관의 핵심인 민족주의 사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애초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면도 많다. 천문 관측이나 지도에 대한 분량이 유독 많은 것은 글쓴이의 개인적 취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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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몸은 평등하다 - 장애여성들의 몸으로 말하기
김효진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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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차원에서 자기 글쓰기를 했다.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면 다른 이들이 알기 어려웠던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통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진보단체에서 기획해서 내놓은 책들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차이를 드러내려는 기획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부족을 보여주기도 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의 이해와 조언을 구하는 과정은 전문가의 상담과 차료를 받는 듯한 불편한 시선도 드러낸다. 도드라진 자기긍정 속에 전문가의 목소리가 은근히 강하게 배어있는 진보의 목소리를 그래서 불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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