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김현철 옮김 / 새물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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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 남성이 누에알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나라 일본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짧은 소설로 얘기하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적절한 반복과 완급조절이 실내악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줘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살며시 이야기에 파묻히게 된다. 짧은 소설이지만 이야기가 짧은 것도 아니어서 매력을 느끼게 하지만, 오리엘탈리즘을 강하게 풍기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남성의 성적 환상만을 남긴 채 끝나버린다. 19세기 중반은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시기인데, 이 시대에 풍미했던 오리엔탈리즘을 끄집어내는 것은 은근히 제국주의적 향수를 느끼고 싶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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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터키사 -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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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서 다민족 다문화 제국을 건설했던 터키의 역사를 교과서처럼 아주 쉽게 정리했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나라인데, 낯선만큼 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동아시아에 갇혀 있는 민족주의적 역사나 유럽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계사의 시각을 넘어서기에는 충분한 흥미로운 역사이기는 하지만, 제국의 건설과 팽창과 축소로 이어지는 땅따먹기 과정에 집중한 또 다른 제국주의적 역사라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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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알 -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지음 / 열린책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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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황무지에서 발견된 거대한 알이 인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호기심이 탐욕으로 이어져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 짧은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목탄으로 그린 강력한 그림이 인상적이지만 너무 거친 그림의 질감이 메시지마저 거칠게 만들어버렸다. 강렬한 우화를 노린 작가의 의도도 의욕이 앞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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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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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에서 조선으로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내고 권력의 틀을 다져가면서 새로운 유교문화를 만들어간 15세기 조선의 역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당시의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세계사적 변화과정과 함께 살펴보면서 세계사 속의 한국사를 그려보려고 기획됐다. 여러 명의 글쓴이가 참여하는 책의 경우 글쓴이들 간의 여러가지 차이가 중구난방으로 펼처져 어지러울 수 있는데, 이 책은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균질한 글쓰기가 이뤄져서 읽기에 편하다. 쉽고 간결하게 글을 쓰면서도 전체적으로 조선 초기의 역사를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있다. 하지만 책이 이어질수록 '세계사 속의 조선'이라는 기획의도는 점점 조선으로만 좁혀지고, 그것도 왕조 권력을 둘러싼 정치지형에만 맞춰져 버리고 말았다. 나름대로 야심찬 기획 속에 세밀하게 준비한 것 같은데, 조선왕조실록을 쉽게 옮겨쓴 꼴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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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속의 소녀
제프리 포드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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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영혼과 소통하는 강령회, 각종 기예를 뽐내는 서커스, 과학적 기술과 두뇌플레이가 겸비된 사기극, 인종차별주의와 금주법 등이 판을 치는 1930년 미국 사회 같은 요소가 억지스럽지 않게 잘 버무려져 있다. 아주 빠른 전개로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최근 소설과 달리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강약조절을 적절히 하면서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좋다. 이런 장점들이 고루고루 들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를 끌어내니 위한 소재 이상으로 깊이있는 맛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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