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기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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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들쥐들이 살고 있는 찔레꽃울타리 마을.
눈부신 햇살이 마을의 집집마다 스며드는 아침이다.
『봄 이야기』는 자작나무 기둥 구멍에 사는 들쥐 가족, 그중에서도 이 집의 막내 ‘머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생일은 설레고 기다려지는 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머위에게도 마찬가지다. 제일 먼저 일어난 머위는 엄마 아빠의 방으로 달려가 새 피리를 선물로 받는다.

 


옆집 돌능금나무. 이 집에는 사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다.
마침 돌사과나무에도 분홍빛과 하얀색의 꽃이 가득 피어났다.
이처럼 작가의 그림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우면서도 포근한 기분이다. 
게다가 그 집의 단면도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묘미라는 점!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는 다락방, 푹신한 침대가 있는 침실, 난롯불을 쬘 수 있는 거실과 음식을 만드는 부엌, 지하 식품 저장고 등등.
마치 인형의 집 내부를 구경하는 것처럼 공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과 할아버지는 들쥐 마을의 제일 웃어른이다.
사과 할아버지는 머위 몰래 생일 소풍 준비 계획을 세우고, 마을 들쥐들도 여기에 동참한다.
물론 이 사실은 머위에게 비밀이다.
머위를 위해 모두 한마음이 되어 생일 소풍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보기 좋았다.
이야기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사람을 참으로 기분 좋게 만드는 책!
봄 이야기답게 여기저기 온통 봄꽃이 가득한 점도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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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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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종종 느끼는 게 있다. 어렸을 때는 동갑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와 금방 친구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게 참 어렵다고.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나이만 같으면 다 친구라는 사고방식은 엄청난 단순함이었고, 아무것도 따질 필요 없이 바로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시절만의 순수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가끔 그 시절의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점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서로 마음을 내보이며 친구가 되는 것. 이제 그것은 꽤 드물게 찾아오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의 간단명료함은 대체 언제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제는 약간의 경계심, 점점 많아지는 생각, 한 발자국 물러서는 조심성 같은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중이다.

 


문화교류 행사로 일본 고등학교에서 온 쇼코와 동갑내기 나 「쇼코의 미소」,
독일에서 서로를 챙기며 가깝게 지냈지만 베트남전쟁 이야기에 한순간 마음의 거리가 생겨버린 응웬 아줌마와 엄마 「씬짜오, 씬짜오」,
어렸을 적, 할머니의 옷 수선집에 일자리를 얻은 순애이모와 언니가 생긴 것이 무척 좋았던 엄마의 이야기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프랑스 수도원에서 봉사자로 지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던 나와 케냐 출신의 한지「한지와 영주」,
대학 시절 노래패 활동을 같이 했던 나와 미진 선배, 러시아에 도착해 미진선배를 아는 율랴와 함께 선배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먼 곳에서 온 노래」,
딸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은 엄마와 뉴스에 잠깐 비춘 엄마의 모습에 엄마를 찾으러 광화문 광장으로 나선 딸「미카엘라」,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던 손녀를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편지를 쓰는 할머니「비밀」.

 


책 소개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서로에 대한 마음의 ‘기댐’과 ‘기댐 받음’”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니 7개의 단편은 저마다 다 다른 인물들과 삶을 다루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에는 친밀감, 그리고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에서 쇼코는 한국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동갑내기인 소유의 집에 머물게 된다. 지방 도시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는 공통점, 게다가 같은 나이이기에 두 소녀는 금방 친해지게 된다. 쇼코가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편지를 주고받지만 어느새 연락이 끊기게 되고, 우연히 쇼코 소식을 듣게 된 소유는 대학교 사학년 여름, 쇼코의 집에 찾아간다.  쇼코는 예전의 그 예의바른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소유를 맞이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예전 같지가 않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 쇼코가 지었던 웃음과 같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차갑고 어른스럽게 보이던 그 웃음에서 나는 쇼코의 나약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읽었다. 쇼코를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쇼코는 약했다.
  분명히 쇼코도 그때 느끼고 있었겠지. 내가 쇼코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하고 힘센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쇼코의 미소」, p.26)

 


  이번 장면은 그랬지만 다음에는 상황이 반대가 되기도 한다. 쇼코는 자신감이 가득하고 잘 지내는 반면 소유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스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언제나 대등할 것만 같았던 관계, 그러나 삶이든 마음이든 전반적으로 한쪽은 안정적인 상황이고 다른 한쪽은 위축된 상황이 되면 대개의 사이는 높낮이와 거리감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보고 싶고 생각도 나고 애정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도 느낀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평형은 점점 깨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런 부분을 다른 단편 속에서도 잘 표현하고 있다.

 

가끔씩 통화를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이모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엄마 또한 그랬다. 엄마는 살얼음판을 딛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이모를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엄마는 심지어 이모가 안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 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p.114)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p.115)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한때 상대에게 무엇이든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던, 끈끈하고 소중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만큼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상관없이 오로지 너와 내가 중심이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상대의 아픔과 기쁨에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기댔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주어진 환경과 삶 속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고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 보니 사람은 어느새 변한다. 사실 변화는 나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지 그 변화라는 게 사람 사이에서 마음의 형태, 기댐이 더욱 견고해지는 방향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단단함에서 약해지는 쪽으로 변해가기에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프고 슬프겠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 특별함이 여전히 계속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언제까지고 그 생각에만 머무를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흘러가게 둘 줄도 알기를.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그 말을 언제나 기억한다. (「한지와 영주」, 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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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림책 6 - 덴마크편 여행 그림책 6
안노 미츠마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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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그림책』 시리즈 제6권은 《덴마크 편》이다.
  이번 책은 한마디로 <안데르센의 세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덴마크 출신의 동화 작가로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며 평생 13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안노 미쯔마사는 이 책 속에 덴마크의 풍경과 명소는 물론 안데르센의 작품들을 그림 속에 녹여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카겐이라는 도시의 모래밭, 생선을 말리는 모습, 공연이 끝나고 짐을 꾸리는 서커스단, 코펜하겐의 유명한 티볼리 공원, 아말리엔보르 궁전 앞 광장, 목조선 공장 등등. 그리고 「빨간 구두」, 「벌거숭이 임금님」, 「바보 한스」, 「성냥팔이 소녀」, 「엄지 공주」, 「나이팅게일」, 「인어공주」처럼 어딘가 익숙한 장면들이 그림 곳곳에 그려져 있다.

 

 


  코펜하겐 시청의 맞은편에는 벌거숭이 임금님의 행렬이 보인다. 오른쪽 아래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이야기에 등장했던 사기꾼 재봉사들이다. 그림 오른쪽에는 '황새 분수', 가운데에는 지그프리드 바그너의 '나팔수 동상', 그 탑 아래에는 안데르센 동상도 찾아볼 수 있다.

 

 


  덴마크의 북쪽 끝에는 올보르그라는 마을이 있는데 린홀름 언덕에는 바이킹 시대의 유적이 있다고 한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11명의 왕자와 엘리제 공주가 등장하는 「백조 왕자」의 한 장면이 보인다. 
  덴마크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오밀조밀 구경할 거리가 많았던 여행 그림책.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안데르센의 동화전집이 읽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조만간 안데르센의 이야기에 빠져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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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림책 5 - 스페인편 여행 그림책 5
안노 미츠마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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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노 미쯔마사의 『여행 그림책』 시리즈. 제5권은 《스페인 편》이다.
스페인 하면 대표적으로 돈키호테, 카르멘과 투우가 떠오른다.
마침 이 세 가지는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어쩐지 숨은그림찾기 하는 기분을 들어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각 장면 안에 숨어있는 다리, 탑, 궁전, 이야기 속의 한 장면, 명화, 축제 등 스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을 두루 담아냈다. 단순하게 그림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곳곳에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카탈루냐 축제가 한창이다. 왼쪽에 콜롬버스의 탑과 인간 피라미드가 보인다. 그 아래쪽에는 카탈루냐 지방의 민속무용인 사르다나를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페이지 오른쪽에는 ‘파블로 카잘스 상’이 보인다.

 

 


  시장의 광경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중앙에는 파블로 카잘스 동상이 있고 왼쪽에는 빗자루를 파는 마녀의 모습도 보인다.
  그밖에 다른 페이지에서는 가우디의 건축물, 달리의 시계, 소몰이 축제, 디즈니의 백설 공주 성의 모델이라는 알카사르 성, 알람브라 궁전, 누에보 다리, 투우장을 모습을 담은 마요르 광장, 말 시장과 데 콘포스텔라 성당 등등 스페인의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려냈다.
  안노 미쯔마사의 여행 그림책. 때로는 이렇게 그림으로 그 나라의 풍경을 즐기는 게 훨씬 더 정감 있고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언젠가는 스페인의 3대 축제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기를! 스페인에 가고 싶어질 때면 이 그림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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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5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 / 마루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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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 지구가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림! 책표지만 봐도 어쩐지 두근두근 설레며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한쪽에는 노란 풍선이 두둥실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글이 없어도 각각의 그림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 어떤 그림책보다 풍성하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는 그저 노란 풍선을 따라 세계 곳곳의 다채로운 풍경을 구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늘 위 풍경은 온통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로 가득이다.
로켓, 외계인이 타고 있는 UFO, 전투기, 새들의 무리와, 아기를 감싼 보자기를 물어 나르는 황새, 편지를 전달하는 비둘기,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 열기구, 비행기와, 패러글라이딩, 아기 천사들 등등.
  그리고 노랑 풍선은 도시라든가 숲, 바닷가, 사막 위를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저 아래 펼쳐진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하늘 위를 나는 것만 같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와 상관없이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그림책 덕분에 그 꿈을 이룬 기분이다.


 

  컬러감이 가득한 들판 위. 승마장도 보이고 그곳에서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토마토 농장에서는 토마토를 차에 싣고 있으며,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소를 키우는 목장, 인디언 부족, 초록 숲 아래에는 빨간 모자와 늑대도 보인다. 오른쪽에는 성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노랑 풍선과 더불어 파란 자동차, 마법 양탄자를 탄 아저씨,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림의 어디쯤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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