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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책의 문장에 스며들어 봐야겠다.

 

예전에는 무조건 많이 읽고 빨리 읽으며 그 양에 집착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나의 시간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맞춰나가며 편하고 자유롭게 읽어 나가려 한다.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내가 선택한 시간이니까.

올해는 작가의 문장을 만나 이리 들여다보고 저리 들여다보며 사유하는 시간도 점차 늘려보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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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나보다 어린 사람이 보기에 많은 나이.
나보다 더 많이 산 사람이 보기에는 난 아직 젊은 나이.

 


그럼에도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느끼는 순간은
체력 차이라든가 아플 때, 아주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아파도 하루 만에 쉽게 낫지 않으며
회복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그리고 이 추운 날에 나는 긴팔을 입어도 추운데
누군가는 패딩이든 외투든 속에 반팔을 입고도 괜찮아요, 별로 안 추워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고 속으로 진심으로 부러웠더랬다.
...나도 이제 나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꼬리처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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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후로 시장에는 생대추가 나온다.

아삭아삭하면서 살짝 단맛이 나는 생대추.

사과나 배는 일정 온도에서 저장되어 마트에서 늘 만날 수 있지만

대추만큼은 지금에만 맛볼 수 있는 열매다.

일 년에 한 번, 지금에만 있는 것 중 하나다.

    

 

 

보름달이야 한 달에 한 번 늘 하늘에 뜨는 거고, 추석 보름달이라고 뭐 다른 게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보자마자 깜짝 놀랄 정도로 평소보다 보름달이 좀 더 크고 환했으며,

그 안의 토끼도 선명해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 모습을 그대로 다 담아내고 싶었으나 내 카메라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후후훗...

열 번 이상은 찍은 거 같은데 달 안의 토끼를 담는 건 욕심이고, 

죄다 달빛이 흔들려서 그나마 저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어쨌든, 추석 보름달,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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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9-27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 모습 사진으로 잘 담으신 것 같아요. 저는 아주 쬐~그맣게 밖에 못찍겠더라고요. 그래도 달 구경은 실컷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아주 환하고 선명했어요.
생대추도 이번 추석에 타이밍이 잘 맞아 먹을 수 있었는데 대추 크기가 해가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

연두빛책갈피 2018-09-27 19:19   좋아요 0 | URL
못난 사진이라는 생각에 살짝 머쓱했었는데, 사진으로 잘 담아냈다는 hnine님의 댓글 덕분에 기분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생대추! 건대추와는 다른, 열매만의 싱싱함이랄까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 피아노 의자 밑은 나의 아지트였다.
피아노 의자를 천장 삼아 누워있으면 꽤 아늑하고 나름 편안했는데
물론 다리는 쭉 삐져나왔으므로 때때로 오므려 피아노 의자에 모양을 맞추고는 했다.
마치 투명한 상자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해보니 나는 피아노 학원에서 차근차근 배워나갔어도
악보를 금방 금방 읽어내는 아이는 아니었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도 처음 본 악보를 한 번에 연주하는 건 불가능했는데
내게 오른손과 왼손의 합은 마치 1+1=2가 아닌, 1+1=3이나 4가 되는 느낌이었다.
오른손의 높은음자리표는 그럭저럭 짚어냈지만
왼손의 낮은음자리표와는 늘 데면데면한 사이였다고나 할까.
낮은음자리표의 '도' 역시 높은음자리표의 도와 같은 위치에서 시작하면 얼마나 좋아,
나는 악보를 볼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드라마나 영화의 OST만 듣고 바로 악보로 옮길 수 있는 사람,
혹은 악보만 있으면 어쨌든 연주가 가능한 사람.
아니면 둘 다 가능한 사람.
이런 것들을 쉽게 쉽게 바로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며 감탄하고는 했다.
오른손 왼손이 꼬이고 머릿속도 꼬여 악보 한마디 나아가는 게 힘든 사람이 바로 여기 있으니까.

 

 

피아노를 잘 치고 싶었지만, 커갈수록 피아노 연습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고
층간 소음이 문제 되는 요즘에는 피아노를 치기가 무척 눈치가 보였다.
특히 여름은 더욱 그러했다.
누군가는 낮에 연습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그나마 물 흐르듯 하나의 연주를 해낼 수 있지 않는 한,
날씨는 덥고 습하며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올라가 있는 여름은 피아노 소리도 주의해야 한다.
이럴 때면 밤이든 낮이든 헤드폰을 끼고서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는 전자피아노가 새삼 부러워진다.

한음 한음 짚어나가며 뚱땅뚱땅거리는 소리를 내도 주변에 피해될 일이 없을 테니까. 

만약 내 피아노가 전자피아노였다면 나름 연습을 꾸준히 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내 피아노는 무거운 나무 피아노.
저 피아노와 함께 우리 가족은 이사도 여기저기 다녔더랬다.
물론 이삿짐 나르는 분들 표정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피아노는 묵직했다.
엄마가 팔아버리자고 유혹했어도 싫다며 열심히 지켜온 피아노였건만,
얼마 전 나는 피아노와 이별해야만 했다.
현실적으로 집에 다른 것을 두기 위해 자리가 필요했는데 당장 필요하지 않는 피아노밖에는
뺄 것이 없다는 주장이 가장 크게 작용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네가 그동안 피아노를 치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피아노 칠 수 있겠느냐 하면 솔직히 그 역시도 힘들 것 같으므로 피아노는 그냥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자는 게 엄마의 의견이었다.
이번에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라서.
내가 집을 넓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어찌 욕심으로 피아노를 지켜내더라도 연습이 불가능했다. (예전에 겨울에 문 다 닫고 연습했어도 가족한테 시끄럽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연습은 무리였다)
아, 피아노를 보내주어야 하는 순간이구나, 나는 묘한 마음이 되어 그렇게 피아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생각보다 허전함은 꽤 컸다.
피아노 칠 시간이 없었어도, 연주가 형편없었어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피아노니까.
피아노는 우리 집에서 내가 아끼는 것 중 하나였고 알게 모르게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규칙적인 조율은 해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참 좋은, 깊은 소리를 냈던 나의 피아노.
아직은 많이 생각난다. 마음에 구멍이 하나 생겨난 기분이다.
그래도 망가져서 버린 게 아닌, 누군가가 열심히 그 피아노를 연주해주고 아껴주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갔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부디 오래오래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안녕, 나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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