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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빨강』1권에서는 술탄의 명으로 비밀리에 『축제의 서』를 작업하는 화공, 나비, 올리브, 황새, 그리고 엘레강스를 소개했었다. 당시에는 책을 만든다는 것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선을 긋고 금박을 입히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세밀화가들의 손을 거쳐야 완성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금박 작업을 하는 화공 엘레강스가 살해를 당하게 되고, 1권의 끝에 이르러서는 엘레강스를 죽인 그 살인자가 에니시테까지 죽이며 작업하고 있던 책의 마지막 그림을 훔쳐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직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또 살인이 일어나니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고 불안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내 이름은 빨강』2권에서는 카라와 궁정화원장 오스만이 술탄의 명을 받아 살인자를 색출하고, 사라진 마지막 그림을 찾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비, 올리브, 황새. 범인은 이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다. 1권에서도 살인자는 그랬다. 어디 한번 자신을 찾아보라 말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어조임을 알 수 있었다. 2권에서도 살인자는 여전히 자신감에 넘쳐 있다. 말(馬)을 그려보라는 시험에서도 그것이 사실은 그림을 그리게 하려는 게 아니고, 범인을 찾으려 한다는 진짜 목적을 간파하며 자신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카라와 오스만이 아니다. 이야기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수록 점점 속도감을 더하며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살인자가 누구인지 추리를 해가면서,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하며 독특한 서술을 보여주었던 『내 이름은 빨강』.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소설 전체적으로 터키의 역사와 이슬람의 문화를 작가의 문장을 통해 섬세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감각적이었던 오르한 파묵의 글.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