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초현실주의작가 롭 곤살베스(Rob Gonsalves)의 책 『 Imagine a Day』의 어느 한 페이지.

책 가격이 살짝 비싼 편이라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구입한 뒤 그림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어서 정말 만족한 책이다.

아끼는 책이라 아주아주 가끔씩 펼쳐보고 있다. 오늘 마음에 든 그림은 바로 이것.

내가 저 아이이겠거니, 하며 마음껏 그네를 타는 상상을 하는 중이다.

그네가 저만치 뒤로 갔다가 앞으로 쭉 뻗어 나올 때,

자꾸만 마음속으로 야호~!를 외치고 싶어지는 건 안 비밀이다.

얏호~신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름. 더우니까 여름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왜 가을과 봄이 더 길면 안 되는 것인가!!
여름과 겨울은 한 달 정도씩만 하고 나머지는 봄과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곡식이 여물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면 봄, 여름, 겨울은 짧고 가을은 길었으면 한다.
같은 쨍쨍한 햇빛이라도 습하지 않고, 바람도 시원하고, 그늘에 있으면 시원할 수 있도록.

 

 

만약, 여름이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엄청난 항의 전화를 받고 있을 것이다.
더워도 인간적으로 너~무 덥고, 너~무 습하고
게다가 낮에도 더웠는데 밤에도 더우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 정도면 식물들도 생장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게다가 요 며칠 더운 바람이 불 때 깜짝 놀랐다.
어라. 이거 익숙해!! 겨울의 히터 바람이었어!! 이러면서.

 

 

그래서 펼쳤다. 겨울 책들을.
그냥 보아도 좋지만 여름에 보면 더 좋은 겨울 풍경들!!
여기에 얼음이나 아이스크림까지 미리 준비해두면 금상첨화다.
일단 보이는 풍경에 눈이 시원하다.
그리고 시각에 의한 자극 때문에 기분도 한층 좋아진다.
내가 지금 주인공이다~라는 마음으로 상상력을 펼쳐 몰입해볼 것.
한여름의 시간 위에서 겨울을 바라보는 것도 꽤 매력이 있으며 재미가 쏠쏠하다.

 

 

 

 

 

1.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숲속에 눈이 온다면 이런 느낌이구나, 한겨울의 눈 내린 풍경은 이런 것이구나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언니인 마디타와 동생 리사벳은 눈밭에서 하루 종일 즐겁게 논다. 하지만 다음 날 열이 나서 침대에 누워있게 된 마디타.
원래는 하녀와 리사벳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가기로 했는데 마디타는 못 가게 된다.
그런데 시내에서 하녀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도 리사벳은  안데르손의 썰매 뒤에 매달렸다가 점점 시내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리사벳의 엉뚱한 호기심과 행동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이야기는 다행히 리사벳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은 숲의 겨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시원함이 그대로 전해져서
너무나 좋았다.

 

 

 

 

 

 

 

2. 책 읽는 아이 테오 - 에이미 헤스트 글, 로렌 카스틸로 그림


빨간 눈썰매에 주황색 가방을 올려놓고 강아지 브라우니와 함께 언덕을 오르는 테오.
언덕이 높아 썰매 끌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내는 테오가 무척 대견했다.
언덕에 오른 뒤에는 가방 속에서 따뜻한 코코아와 빵을 꺼내서 먹는가 하면, 집에서 가져온 책도 꺼내서 읽는다.
테오와 브라우니의 사이좋은 두 친구 모습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3. 눈 오는 날의 기적 - 샘 어셔


아침에 일어나 보니 펑펑 눈이 오고 있을 때!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것 중 하나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만이 자리 잡는다.
밖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자신이 첫 발자국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
추위가 무슨 대수랴. 온 세상에 눈이 왔다는 것만이 최대 관심사다.

 


이 그림책은 아이의 그런 마음을 잘 보여준다.
아이는 아침에 눈이 온 것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옷을 입고, 이를 닦고 세수하며 공원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준비가 아직이시다.
누가 첫 발자국을 찍기 전에 내가 먼저 저 하얀 곳에 발자국을 찍어야 하건만, 할아버지는 느긋하시다.
당연히 첫 발자국은 다른 아이에게 빼앗겼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뒤이어 지나간다. 아이는 마음이 급하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준비를 마친 할아버지와 드디어 공원으로 출발하는 아이.
아이와 할아버지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눈놀이를 한다.
첫 발자국을 못 찍으면 뭐 어떠한가.
이 그림책은 어떤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눈보라 치던 날 - 셀리나 쇤츠


눈 내리는 작은 마을, 며칠 후면 아이들의 썰매 축제가 있다.
낡은 썰매를 꾸미기 위해서는 새롭게 색을 칠해야 하고 장식도 해야 하므로 오빠 우즐리는 동생 플루리나에게 실 잣는 할머니한테 가서 털실 뭉치를 구해오라 말한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멀었고 날도 추운데 눈까지 오는 중이다.
깜깜한 밤,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우즐리는 실을 구해오라고 한 것을 후회하며 동생을 찾아 나선다.


눈폭풍 때문에 거인 나무가 부러질 정도다.

나중에 아이들이 거인 나무에게 은혜를 갚자고 하는 말이라든가,
그리고는 실제로 봄이 되어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장면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5. 눈사람 아저씨 - 레이먼드 브릭스


밖에 만들어둔 눈사람이 밤이 되자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눈사람 아저씨』는 색연필로 그린 듯한 느낌으로
포근한 색감이 돋보이는 글 없는 그림책이다.
집안에서 함께 노는 장면도 재미있고 밖으로 나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밤새 이곳저곳을 다니는 장면도 재미있다.
눈사람 아저씨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유쾌한지 아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글자는 없지만 그림으로 충분히 내용 전달이 되면서 상상력을 자극했던 책으로 눈사람과 함께 놀 수 있었던 아이가 살짝 부럽기도 했던 책이다.

 

 

 

 

 

 

 

6. 눈사람 아저씨와 눈강아지 - 레이먼드 브리그스


『눈사람 아저씨』 그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글자가 있는 그림책이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온 빌리와 바둑이. 그러나 바둑이는 나이가 많아 몇 달 후 죽고 만다.
빌리는 마루 밑에서 작은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아이가 눈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데...
빌리는 눈사람 아저씨와 눈강아지를 만든다.
그랬더니 쨔잔~빛이 나며 살아움직이는 게 아닌가.
빌리는 함께 북극으로 가서 많은 눈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눈사람 스키 대회에도 참가한다.
1등은 무려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선물을 준다는 점!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진다.
이 그림책처럼 큼직하게 눈사람 아저씨를 말이다.

 

 

 

 

 

 

 

7. 겨울을 만났어요 -  이미애 글, 이종미 그림


이 그림책에서 아이는 겨울을 친구처럼 여긴다.
자신이 걸으면 옆에서 함께 걷는 겨울이라든가, 연을 띄우자 겨울바람이 더 높이 올려준다고 말한다.
아이가 가는 곳을 함께 다니는 겨울.
날이 어두워져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고, 겨울 역시 아이에게 내일 또 만나서 놀자고 말한다.
달빛 아래의 은은하게 빛나는 겨울 세상.
푹신푹신한 눈의 느낌을 잘 살려내었기에 그 눈 속에 누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8. 선 - 이수지


하얀 종이는 순식간에 빙판이 된다.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이곳저곳을 누비는 소녀.
작가는 스케이트가 지나간 자리를 선으로 표현했는데,
선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자유롭고 속도감을 자아낼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프하다가 넘어져 좌절할 수 있는 상황도 또 다른 누군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뀌게 되는데
마치 그림책은 괜찮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어느새 빙판 위에서는 저마다 다양하게 겨울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종이와 연필 하나를 준비해볼까 한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마음껏 선이라도 그려보게 말이다.
 

 

 

 

 

 

 

9. 폭설 - 존 로코


키만큼 쌓이게 된 눈, 곧바로 제설차가 오지 못할 정도로 눈으로 뒤덮인 마을.
아이는 집안에 음식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발에 테니스 라켓을 묶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를 찾아간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작가가 열 살 때 진짜로 있었던 폭설의 상황이며,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눈이 너무 많이 오면 걱정도 되고 무서웠을 텐데, 용기 있게 나선 어린 시절의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10. 안녕 겨울 - 케나드 박


책을 펼치면 늦가을의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가을의 모습과 하나하나 인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눈 내리는 겨울이 시작된다.
 

 

"안녕. 우리가 새하얀 눈안개를 드리우며 소복소복 내리면
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점점 잠잠해질 거야."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 예쁜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11. 눈의 음악 - 린 레이 퍼킨스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책은 눈 내리는 겨울 풍경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들을 추천해준다.
그림과 음악의 컬래버레이션!
각 장면과 어울리는 클래식 곡들은 따로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그림책은 그림책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눈 내리는 날, 현관문을 열자 검둥이가 뛰쳐나간다.
아이는 검둥이를 찾기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눈 위를 지나가는 동물들 발소리, 자동차와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 등 여러 의성어들이 등장해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스노 볼(snow ball) 안의 세상이었음을 보여주는 그림 한 장!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우와~멋지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2.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 잰 브렛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흥얼흥얼~ 자동적으로 멜로디가 나오게 되는 곰 세 마리.

 

이 책은 북극을 배경으로, 소녀 알루키가 떠다니는 빙하에 떠내려가는 썰매개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편 아침 먹을 준비를 하던 북극곰 가족은 수프가 식을 때까지 잠시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잘 아는 내용이다.
소녀가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기도 하고 침대에서 잠이 들기도 하는데, 이 그림책은 북극곰들의 황당해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잰 브렛은 <초록 우산>의 그림책에서 세밀한 일러스트로 마침 기억하고 있던 작가다.
그리고 가운데 중심의 큰 화면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양쪽 가장자리에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서도 나름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구성은 <초록 우산> 때도 그러했는데,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많은 그림을 구경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13. 눈토끼 - 카미유 가로쉬


이 그림책은 보고 있으면 마법 같은 스토리와 더불어 입체적이고 예쁜 일러스트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작가는 직접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으로 장면을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따라서 평면에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는 원근감과는 또 다른 매력의 공간적 원근감으로 팝업북은 아니지만 언뜻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눈이 내린다.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소녀들 중 한 명이 밖으로 나와 눈으로 토끼를 만든다.
집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소녀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따뜻한 실내에서는 눈토끼가 조금씩 녹게 되자 두 소녀는 눈 토끼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카미유 가로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겨울.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이다.
 

 

 

 

 

 

 

14. 힐링 썰매 - 조은


썰매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좋아하고 신나하는 놀이다. 바로 이 그림책처럼. 
이 책은 작가가 '조선 선비 이경전 할아버지가 벗들과 한강에서 썰매놀이를 한 뒤 남긴 글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만든 것'으로 '그날의 썰매놀이는 『노호승설마기』라는 글에 담겨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썰매는 거침없이 달립니다.
이경전 할아버지는 몇 날 며칠 자신을 짓누르던 우울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놀이에
취해 있었어요. '이젠 영락없는 늙은이구나!'하고 한탄하던 할아버지의 눈이 총명한
아이의 눈처럼 반짝거렸죠.(p.35)

 


한강 위를 신나게 달렸을 썰매라니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이경전 할아버지의 우울함을 날려준 썰매!
무엇보다 달밤의 썰매라니. 아, 그림 속으로 들어가 밤새 썰매를 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아껴 읽고 싶은 시들이 있다

  이정록 시인의『의자』와 황동규 시인의『사는 기쁨』.
  두 권 모두 마음을 달래주고 따스함과 정다움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시집이다.
좋은 시들이 많아 읽고 또 읽어도 좋더라. 평소 바쁘면 책 읽을 시간도 마땅하지 않은데 그럴 때는 시 한 편을 읽어도 좋다. 이 두 권의 시집은 특히 마음이 고단한 날, 은은한 차를 마주하듯 시 한 편을 음미해보라 말해주고 싶다. 마음을 충전하는 데는 티타임과 더불어 시타임을 갖는 것도 참 괜찮은 방법이다.

 

 

2. 이정록 시인의『의자』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나무나 꽃만큼 좋아하는 풍경이 있다. 바로 긴 나무의자가 있는 풍경이다. 다리가 아파 앉을 장소를 찾는 게 아니라 그저 주변을 지나치다 벤치를 발견하는 것뿐인데도 어쩐지 의자가 있는 풍경은 반갑기만 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그대로 내어주며 잠시 쉬어가라고, 어떤 방해도 하지 않을 테니 여기에 머물다가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누군가는 거기에 의자가 있든 없든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만히 놓여있는 의자로부터 상냥함과 다정함을 전해 받는다.

 

 

  의자를 바라보면 자연스레 이정록 시인의 시집, 『의자』가 연상된다. 단어가 같으니 그러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시집이 전해주는 느낌, 잠시 마음이 기댈 수 있도록, 쉬어갈 수 있도록 따스하고 온기를 전해주는 시들이 가득해서다.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전문)

 

  이 시는 한동안 내 몸속 곳곳을 누비며 여러 감정의 여운을 불러일으켰다. 참외나 호박도 식구이므로 의자를 내줘야 한다든가 너도 좋은 의자 아니었냐는 문장은 왠지 모르게 몽글몽글함, 뭉클함, 포근함을 한데 어우러지게 했다. 그처럼 어머니의 말씀에는 걱정과 눈길이 고루고루 다 닿아 있음이 느껴졌던 것이다.
  여기서 의자의 형체는 중요하지 않다. 지푸라기나 똬리도 훌륭한 의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참외나 호박 입장에서는 사람이 사용하는 딱딱한 의자보다 지푸라기나 똬리가 더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내려놓고 기댈 수 있는 의자가 되기도 한다.

 


  이정록 시인은 세상을 바라볼 때 무언가를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보통은 쓰임이라든가 가치를 따지며 우위를 매기기 마련이지만 시인은 그 자리에 있는 사물과 생명을 두고 무엇 하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도리어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고 인간의 삶과 다름없이 마찬가지의 관심과 애정으로 대했는데 그래서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통찰력과 마음 씀씀이에 감탄하게 되었다.

 

날고 싶은 것들이 죽어 흙이 되면 기왓장으로 태어난다.
절 마당 가득한 저 기왓장들은 곧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
날고 싶던 것들의 극락왕생에 낙서하지 마라
-(「햇살의 經文」부분)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치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구부러진다는 것」부분)

 


분식집에서 공사장 함바까지
끼니 끼니 공항에서 열차 식당 칸까지
네가 사람들과 가까이 하는 까닭을
다들 싸고 편하기 때문이라 알고 있지만
나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지금 너는 이파리와 잔뿌리 다 떠나보내고
학생부군으로 아름다이 누워 있다 살아생전
다른 무와는 달리 뿌리의 반을 흙 속에 묻고
나머지는 햇살에 맨살 내밀었다 땅 속으로 디딘 만큼
하늘 쪽으로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그 힘이다
반달처럼 노랗게 떠올라서 라면에 얹히든지
달빛 기둥처럼 척척 김밥에 궁합을 맞추는 까닭은
흙과 하늘을 절묘하게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단무지」부분)


  기왓장은 날고 싶은 것들로 이루어진 또 다른 모습이고, 고추의 꼭지나 해바라기가 구부러진 것은 햇살 쪽으로 몸을 향한 곧은 열정에 기인한 것이며, 단무지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임을 일러주는 시인.


  시인의 시선은 하나의 관찰경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동안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사물이나 현상, 사람과 삶에 대해 새로운 발견이라든가 나름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러한 시들이 좋다. 인간의 내면적 불안과 상처, 공허함만으로 끝나는 시가 아니라서 좋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밀지 않아서 좋다. 우리 주변에는 ‘너를 위한 조언’을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오만하고 거만한 말들만 쏟아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가까운 사이에서도 상대의 사정이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들의 잣대로 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경우는 또 얼마나 허다한가.

 

  그러나 이 시집은 그러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리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물이든 풀꽃이든 나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특성을 세심히 담아내며,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위트 넘치게 표현되기도 하는데, 시는 어느새 읽는 사람에게 위로와 힘을 한 움큼 쥐어준다.

 

 

 

3. 황동규 시인의 『사는 기쁨』
  위안과 격려를 주는 또 하나의 시집을 꼽으라면 황동규 시인의 『사는 기쁨』을 소개하고 싶다. 칠십 대 중반의 시인은 자신의 몸 상태나 시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시선과 마음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깨어 있으며 약동하고 있다.

  시인은 일상의 장면들, 그리고 계절의 변화와 눈앞의 경치에서 느꼈던 감흥들을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마을 안에 차 집어넣고
이 집, 한 집 건너 저 집, 또 저 집,
구름처럼 피고 있는 살구꽃과 만난다.
빈집에는 작지만 분홍빛 더 실린 꽃구름,
때맞춰 깬 벌들이 이리저리 날고
날개맥(脈) 덜 여문 나비들이 저속으로 오간다.
소의 순한 얼굴이 너무 좋아
소 앞세우고 오는 마을 사람과 눈웃음으로 인사한다.
하늘 구름이 온통 동네에 내려와 있으니
말을 걸지 않아도 말이 되는군.
차에 올라 시동 걸고도 한참 동안 밖을 내다본다.
꽃들의 생애가 이곳을 다시 지날 때
이 꽃구름들 낡은 귀신들처럼 그냥 허옇게 매달려 있다면......
꽃도 황홀도 때맞춰 피고 지는 거다.


다리를 건너 가속페달 밟으려다 말고
천천히 차를 몬다.
몸 돌려 보지 않아도
차 거울들 속에 꽃구름 피고 있고
차 거울로는 잘 잡히지 않으나
하늘의 연분홍을 땅 위에 내려받는 검은 둥치들이
군소리 없이 구름을 잔뜩 인 채 서 있겠지.
차를 멈추고 뒤돌아본다.
아 하늘의 기둥들!
-(「살구꽃과 한때」전문)


  마치 눈앞에 그러한 정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만 같다. 누군가는 꽃나무를 보고도 으레 그러려니 당연하게 여겨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지만,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들을 잘 포착해 자신의 눈과 마음에 고이 담아낸다. 덕분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그 순간들의 아름다움과 풍부한 감성을 시인의 언어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살다 보면 이것저것 욕심이 안 생길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주어진 것에 소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삶이 거창하지 않으면 어떠하랴. 시인은 조금 부족해도 그 순간 주어진 것에 집중하면 때로는 그냥 그것만으로도 좋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삶이 뭐 별거냐?
몸 헐거워져 흥이 죄 빠져나가기 전
사방에 색채들 제 때깔로 타고 있을 때
한 팔 들고 한 팔은 벌리고 근육에 리듬을 주어
춤을 일궈낼 수 있다면!
-(「북한강가에서」부분)

 


늙어가는 시인 둘과 중년 사진작가 하나가 걷다 서다 한다.
(...)
여기저기 잔바람만 나다니다 들키는 이 한데에서
시인들과 들판이 무언가를 주고받았다.
무엇을?


안저(眼底)까지 환하게 달구던 소금밭의 새하얀 빛인가,
빛바래기 전 세월 어디쯤 소금 빛에 취했던 시인의 모습인가?
물어보려 몸을 돌리면
양쪽 다 고개를 흔든다.
과장 없이 무엇인가 주고받으니 그냥 좋은 거다.
지금은 속없이 소금 냄새만 풍기는 너른 들판과
오랜 동안 계속 입김 불어내 가벼워진 시인들의 지금이
그냥 어울리는 거다.
-(「버려진 소금밭에서」부분)

 


이왕 길을 벗어난 김에
물새들과 알 듯 모를 듯 같이 걷는 해변, 번지는 황혼,
금빛 우려낸 빛이 사방에 어른댄다.
바다를 향해 내논 테이블에 간단한 안주와 토속주 한잔.
눈앞에 캠프파이어가 불타는 삶이 꼭 있어야 하겠나?
하늘에 희한하게 하얀 반달 하나
찾으면 있고, 않으면 없고.
-(「내비게이터 끈 여행」부분)


  삶이 뭐 별거인가. 아,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할 것도 많고, 고민도 많고, 따져 봐야 할 것도 많으니 별거가 맞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따금 모든 근심을 다 내려놓고 저렇게 외쳐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면 자신이 삶에 휘둘리는 게 아닌, 삶을 휘두른다는 느낌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팍팍한 현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삶에 대해 사는 기쁨이나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나 힘겨움이 더 커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는 “삶이 뭐 별거인가”라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건 어떨까. 주변의 눈 닿는 것들과 교감하며 마음을 주고받아도 좋을 일이다. 꽃이든 나무든 사물이든 상관없다. 자신과의 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인의 문장처럼 ‘과장 없이 무엇인가 주고받으니 그냥 좋은’ 것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가 자주 내리는 요즘. 우산을 꼭 챙겨야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자신이 가진 우산이 다음과 같은 우산들이라면?
덥고 습한 날씨에 잠시나마 기분전환이 될 수 있도록
우산에 관한 그림책들을 모아봤다.
 

 

1. 오늘도 맑음  - 이영주


시골에서 할머니와 지내는 은별이는 매일같이 비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만 계속될 뿐이다.
그러다 드디어 내리는 비!! 은별이는 너무나 좋아한다.
엄마가 보내준 비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여기저기 자랑하러 다니는 은별이의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

 


이 그림책은 맑은 날씨의 선명함도 잘 표현되었지만 비 오는 풍경도 참 예쁘게 잘 그려졌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은별이의 생생한 표정!!
비 오는 날씨가 이렇게도 신이 나고 기쁜 일일 수도 있음을 덕분에 알았다고나 할까.   
덧붙여, 은별이가 하늘에 비 오게 하겠다고 기우제 지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는 빵 터졌다.
두루마리 휴지 잔뜩 풀어놓고 춤도 추고 엎드려 절도 하는데 아이의 순수함과 엉뚱함, 간절함이 잘 느껴지면서도, 너무나 진지한 은별이의 표정 때문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2. 노란 우산 - 류재수


글 없는 그림책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노란 우산 하나가 등장한다.
걸어가다가 이내 파란 우산, 빨간 우산과 만나게 되고
점점 풍경이 달라지면서 우산들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게 된다.
놀이터라든가, 계단이라든가, 기찻길 앞 등등.
도시는 회색빛이 가득하지만 비 오는 날의 우산들이 있어 마치 예쁜 꽃들이 피어난 것만 같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알록달록한 우산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경쾌한 기분이다.

 

 

 

 

 

 

 

 3. 우산- 정지영


현관문을 열었더니 하늘을 떠다니는 우산이 있다면?
유리는 그 우산과 함께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제일 먼저 만난 동물은 노루다.

숲에 자동차 도로가 생기고 먹이를 구하던 노루는 그만 차에 치이게 된다.

유리는 "노루야, 일어나 함께 가자."라며 말을 건넨다.
그렇게 유리는 코끼리, 북극곰, 하늘다람쥐, 사향고양이, 오리, 염소와 원숭이, 토끼, 앨버트로스, 돌고래, 양을 차례차례 만난다.

 

갈 곳 없고,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어딘가에 갇혀 있던 동물들을 풀어주며 그들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유리.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물 친구을 안아주고 손 내밀어 주며 위로하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4. 둥둥이의 우산 - 조윤영


둥둥이는 작고 조용한 늪에서 살고 있는 악어다.
하늘에서 스르륵 우산 하나가 내려오지만 둥둥이에게는 처음 보는 물건, 낯선 물건이라 이게 뭐지?, 하며 냄새도 맡아보고 혀로 핥아 보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우산이 뒤집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그러다 도착하게 된 도시는 매일같이 비만 내리고, 어딘가 슬퍼 보일 뿐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아무도 둥둥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둥둥이는 혼자서 종이배를 접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고는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준다.
여자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데...

 


왠지 마음 따뜻해지며 덩달아 웃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고, 함께 노는 것.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금방 친구가 되고,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멋진 것 같다.
 

 

 

 

 

 

 

 

 5. 초록 우산 - 잰 브랫

 

카를로스는 초록 잎사귀들로 엮어 만든 우산을 쓰고 얼룩무늬재규어랑 원숭이를 구경하러 안개 숲으로 들어간다.
나무 위로 올라가면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산을 내려놓고 무화과나무로 올라가는 카를로스.
한편 우산 속으로 동물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느새 초록 우산은 동물들을 싣고 물 위로 떠내려가는데...

 


이 그림책은 울창한 숲이며 동물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잘 표현해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그림책! 아름답고 개성 있는 일러스트다.
 

 

 

 

 

 

 

 6. 꿈꾸는 우산 - 장윤경


아이는 매일 밤늦께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엄마 아빠를 기다린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문밖에는 커다란 우산이 놓여 있다.
우산을 들고나가자 정글짐에서 만난 아이는 그 우산이 멋지다며 꼭 하늘을 나는 풍선 같다고 한다.


"나도 그런 우산이 있으면 좋겠어!
우산을 활짝 펼치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거야.
예쁜 새랑 이야기도 나누고 구름이랑 술래잡기도 할 거야!"
아이는 우산과 함께 훨훨 날아올랐어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우산이 있다면',
비 오는 날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겠다는 아코디언 연주자 아가씨,
예쁜 발레리나처럼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다는 과일 가게 할머니,
우산을 돛 삼아 파도를 타고 싶다는 아주머니.
동물원의 표범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청년도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알록달록한 우산 이야기.
반짝반짝한 우산만큼이나 마음도 반짝반짝해지는 느낌이다.

 

 

 

 

 

 

 

 7. 빨간우산의 세상 여행 - 잉그리드 슈베르터


이 그림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숲속에 떨어진 빨간 우산을 발견하는데,
그중 강아지가 빨간 우산을 폈다가 바람에 날려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강아지는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름 위를 걷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들이 가득한 초원에 도착해서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오며 모험을 이어나간다.
이외에도 바닷속이나 나무가 울창한 밀림, 그리고 곰이 사는 북극까지 누비는 빨간 우산과 강아지!
덕분에 세계 곳곳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고, 신나고 재미있었다.

 

 

 

   

 

 

 

8. 이렇게 멋진 날 - 리처드 잭슨 글, 이수지 그림

 

비 오는 날은 주로 실내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림책 속의 삼남매에게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실내에서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다가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물웅덩이에 첨벙첨벙 거리기도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른다.
그러다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면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 매달리기도 한다.
비가 와도, 해가 떠도 아이들에게는 늘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인 것이다.

 

 

이 책은 우산에 관한 그림책이기보다는 어떤 날이든 멋진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비올 때 우산 쓰고 첨벙거리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추천해본다.
혹은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보통 비 오는 날이면 빗물이 튈까 봐 조심조심 걷게 되고
비 맞을까 봐 우산도 신경 써서 쓰게 되는데
이 그림책을 보니까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 책의 그림은 유쾌함과 자유로움, 가벼운 몸짓을 담아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 기분이 살짝 가라앉는다면 이 그림책을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때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니까,
같은 맥락으로 명화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이유로 그에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원래 뭐든 그렇다. 지식적으로 다가가면 그만큼 지루하고 어렵고 하기 싫어진다.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뭔가 부담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나 할까.
그러다 문득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책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빠져들게 되었다.
거기서는 명화가 주인공이 아니라 모험 가득한 배경이 되어있었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하나의 요소였으며,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일이 가득한 하나의 멋진 세상이었다.
게다가 때로는 익살스럽게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숨은 그림 찾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만지지 마시오, 기대지 마시오, 사진 찍지 마시오 삼종 세트에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떠밀려 제대로 작품을 보기 힘들 때도 많다.
그러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명화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뒹굴고
나무에 매달려도 보고, 해변에서 모래성 쌓기도 가능하며,

강가에서 햇볕을 쬐며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그림 속을 마음껏 누빈다는 점도 멋지지만 그 안에서 뭐든 가능하다는 점도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림책으로 명화를 즐긴다.
여전히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디선가 봤고 아는 그림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시대적으로 유행했던 화풍, 그림을 그리는 작가만의 특성,
그림 속에서 인물, 옷차림, 사물이 상징하는 의미나 그 구도를 몰라도 뭐 어떠랴.
그냥 재미있게 즐기면 되는 것을!!
만약 명화가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책들을 추천해본다.

 

 

 

1. 캣츠 갤러리 - 수잔 허버트


이 책은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미술작품, 연극, 오페라, 그리고 영화 속의 유명한 장면들을 재현하고 있다.
크게 <미술작품의 주인공이 된 고양이들>, <무대 위 배우가 된 고양이들>, <영화에 캐스팅된 고양이들> 로 분류되고 있는데

귀여운 고양이들 모습이 한가득이라 보는 내내 만족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

 

피터르 브뤼헐 <농가의 혼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2. 명화 대소동 - 데청 킹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그 어떤 책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대강 이러하다.
도둑이 그림을 훔쳐 가자 동물 친구들이 모두 나서서 그림 도둑을 쫓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도둑을 쫓느라 숲과 바다 등등 그들이 지나치는 장소들이 바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명화라는 점!
마치 이리저리 명화에서 또 다른 명화로 거침없이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신나는 모험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각각의 장면 속에서 동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도 나름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며 다음 장면에서 그 내용이 이어지므로 이 책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아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책 처음과 끝에는 어떤 명화들이 등장했는지 안내와 설명이 나와 있는데
아는 작품은 눈에 쉽게 보여서 반갑고, 몰랐던 작품은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다시 그 부분을 찾으며 다시 한 번 책을 펼쳐봐도 좋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있는 밀밭>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3.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생쥐를 찾아라! - 스테판 밀르루 글 | 키트리 라보르드 그림


 

 

 

 

어느 깊은 밤, 생쥐가 외쳤어요.
"여기서는 도저히 못 자겠어!" 

 

뭉크의 <절규>가 떠오르는 첫 페이지.
그 이유는 다음 페이지에 나온다.


「생쥐는 정말이지 지칠 대로 지쳤어요.
아랫집에서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고, 쿵쿵 뛰고,
우당탕 싸우는 소리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거든요.」라고.

 


아,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층간 소음의 고통이여!
이게 꼭 윗집이라고 시끄러운 게 아니라 공동주택이라면
아래층, 대각선의 집에서 떠들어도 그 주변 집은 소음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생쥐의 절규가 이해되고도 남음이다.
그리하여 생쥐의 새 보금자리 찾기가 시작되는데...

 


이 책의 삽화는 그림작가가 유명한 화가들

(고흐, 해링, 몬드리안, 마티스, 칸딘스키, 모리소, 클레,

미로, 클림트, 피카소, 쇠라, 아르침볼도, 워홀)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패러디했다고 한다.
따라서 페이지마다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구경할 수 있는데
생쥐 역시 그에 따라 개성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책 마지막에는 <생쥐와 함께 떠나는 명화 여행> 코너가 있어,
각 그림마다 누구의 작품이고 어떻게 그려졌는지 설명이 이어진다.

 

구스타브 클림트 <생명의 나무>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4. 모나리자를 찾아라 - 마이컨 콜런 글 | 니키 티오니슨 그림


다섯 명의 도둑이 모나리자 그림을 훔쳐 도망가고 있고,
쥐 경찰관과 늑대 경찰관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각 페이지는 유럽의 여러 도시의 모습을 담아냈는데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문화재도 함께 그려져 있어 볼거리가 무척 풍부하다.

무엇보다 도둑들이 들고 간 모나리자 그림이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므로 어디에 있나 숨은그림찾기 놀이도 가능하다.

 

 


모나리자 외에도 다른 명화들도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 명화들은
작은 사진으로 등장한다. 그림과 사진의 조합. 그 점도 신선하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명화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물들도 있으니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앙리 마티스 <춤>


 

 

5. 미술관에 간 윌리 - 앤서니 브라운

 

침팬지 윌리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각각의 명화는 주인공 입장에서 재미있게 패러디 되었는데
독자는 마치 그림일기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림에는 윌리 외에도 밀리, 악당 벌렁코가 등장해 함께 장면을 꾸밀 때도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명화들이 등장했는지 설명이 나와 있다.

 

 

조르주 피에르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 줍는 사람들>

 

얀 베르메르 <화실의 화가> +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정오>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의 약혼> + 뭉크 <절규>

 

 

 

6.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 막스 뒤코스

 

소년 '엘루아'는 반 친구들과 미술관에 가게 되고,
프랑수아 부셰의 <비너스의 잠>의 여인에게서 아기 천사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미술관 곳곳을 누비며 아기 천사를 찾는 엘루아.
미술관이 배경이라 그런지 다양한 명화 작품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 그림책이 흥미로운 점은 아기 천사를 찾기 위해 엘루아가 때로는 그림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때로는 조각상이 엘루아를 도와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조각상마저도 알고 보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고 있는 남자>라는 작품이다.


페이지 맨 뒷면에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참고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다.

 

피에트 몬드리안 <구성 A>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고 있는 남자> + 잭슨 폴록 <연자주빛 안개>

 

 

7. 김홍도와 브뤼헐 - 이명옥

 

동서양 작가가 함께 나와 있는 책들도 그림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조선의 대표 풍속화가 김홍도.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나 농민들의 잔치 풍경 등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즐겨 그렸던 피터르 브뤼헐.
두 사람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는 점, 또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표현했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

 

피터르 브뤼헐 <농가의 혼례>


 

 

8. 그림의 힘 - 김선현


요즘에는 그림과 심리가 결합해 그에 관한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 책은 미술치료를 해온 저자가 임상현장에서 효과가 좋았던 명화들을 엄선해 그림의 힘에 대해 알려주는 책으로,

작가와 작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림의 색과 구도에 따라

그 자체를 즐기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편안하게 하고 그림의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데, 그림이 주는 그대로의 느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1권은 크게 <일, 사람 관계, 돈, 시간, 나 자신>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명화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라는 작품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소개된다.

 

「행복하면 ‘핑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떤가요. 보기만 해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풍족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지요?
레이스며 리본이 달린 드레스, 사랑하는 왕자님과 개인 정원까지,
돈이 있으면 갖출만한 것들을 전부 갖췄으면서, 또 거기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느낌도 줍니다. 그네라는 것을 통해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나무와 풀숲의 어두운 배경과 대비된 핑크색이 더없이 돋보입니다.
(그림의 힘1권-164p)」

 

핑크는 선천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색이라고 한다.

 

 

 

<- 한편, 그림의 힘 2권에서는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들을 엄선해 집중력을 높인다던가 마인드컨트롤 혹은 슬럼프에 빠졌거나 우울할 때 보면 좋은 명화들을 담아 몸과 마음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