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브라더, 오 시스터!
니시다 마사후미 감독, 카타기리 하이리 외 출연 / 다일리컴퍼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덥수룩한 머리에 여리여리한 체형.

늘 툴툴거리기 좋아하지만 늘 함께

다니는. 때론 동생같고, 남편같고

친구같고, 애인같은 동생이 그것도

훈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타기리 하이리가 주연한 영화

<오 브라더 오 시스터!>를 보며

그녀의 현생이 너무나 부러웠다.

 

저런 남동생을 얻을 수 있다니 하는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관람(물론 집에서)

한 영화 < 오 브라더 오 시스터!>는

포스터 그대로  심쿵 코믹 로맨스다.

 

 

 

 

 

 

 

 

껑충 큰 키(170cm가 넘는다지)에 단발머리.

때론 성별을 혼란하게 만드는 그녀의 외모.

영화 속에서는 대사처럼 박아넣은 진심을

간파한 관객이라면 웃지않고 베길수 없다.

 

"오노데라 요리코 40세

죽어도 헤어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여자"

 

 

그도 그럴 것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물론 그녀의 영화를 모두 본건 아니다)

한결같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으니.

이런 대사가 귀에 콕 박힐 수밖에.

 

 <카모메 식당>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이 머리는 커트라고 해야할까 ㅡㅡ;;;)

  

이 영화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윈

오노데라 남매가 그리는 남매간의 우애와

외모 컴플렉스에 빠진 누나 요리코 그리고

첫 사랑에 실패해 사랑이 두려운 동생 스스무가

펼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33세의 남동생 오노데라 스스무는 조향사다. 새로운 향을 개발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든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걸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갓 지어진 밥 냄새를 맡는 일이다.

 

누나 오노데라 요리코 40세의 모태 솔로다. 

어릴적 사고로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에 신경이 쓰여 늘 입을 가리고 웃는다.

사가네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영업을 오는 아사노 아키라를 짝사랑 하고 있지만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여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잘못 배송 온 편지 한 통.

누나는 직접 전해주자며 스스무와 함께 우편 배송에 나서고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요카노 카오루라는 그림 작가를 만나게 된다.

 

 

스스무가 조향사라는 사실을 알게된 카오루는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페로라는 강아지의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런 도움이 싫지 않던  스스무가 잦은 만남을 갖으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진전이 된다. 과연 스스무는 그녀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또 한 편에서는 누나 요리코가 짝사랑하는 원데이의 영업사원 아사노 아키라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자상하고 친절한 아키라가 무엇이든 괜찮다 좋다며 자신감을 주는 이야기에 요리코는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느끼는데...

 

과연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리코는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남매에게는 서로가 드러내지 않는 우애 법칙이 있다.

실연당한 남동생이 늘 걱정인 누나는 <실연을 이기는 스무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실행할 정도로 남동생을 아낀다. 또 어린시절 친구들이 많은 놀림에도 동생이 골라준 큰 도시락만 가지고 다녔다.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은 남동생의 장난 때문이었지만 끝내 동생이 미안해할까봐 앞 이빨을 치료하지 않았다.

 

 

남동생 역시 누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보살펴주고 앞 이빨의 신경이 죽어 늘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으며 그런 외모 때문에 연애 한번 못해 본 일에 늘상 미안하기만 하다. 스스무가 사랑했던 연인 요시미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며 떠났을때도 차마 잡을 수 없었던 아픔이 있기에 이 남매의 속사정을 듣고 있으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 남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다.

함께 자전거 타고 장보러 가기, 빨래 걷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깍기, 마당에서 군고구마 구워먹기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땐 즐거운 일을 생각해! 라며 서로 고교시절의 추억담을 떠올리고 베시시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몰래 먹고 싶은걸 장바구니에 넣는 스스무 >

 

 

<친구네 이발소에서 머리깍기>

 

 

< 마치 게임을 하듯 즐겁게 빨래 걷기>

 

<마당에서 고구마 구워 먹으며 음미하기>

 

 

이렇게 사랑스러운 남매 스스무와 요리코는 사랑에 성공 할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툴러 망설이고 고민하는 모습이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 영화의 뒷 부분은 앞으로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소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다.

 

남매가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식탁 위에서다. 소박해보이는 반찬들에 일본 특색이 묻어난다. 일본서를 읽다보면 야채 절임이나 생선 구이 그리고 장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딱 책에서 읽었던 밥상이 눈앞에 펼쳐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의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에 보면, 일본인의 젓가락 위치에 관한 글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젓가락을 세로로 놓는데 반해 일본은 가로로 놓는다는 대목이 있었고 일본은 장래 풍습 중 유골을 젓가락으로 집기 때문에 절대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상대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 젓가락의 방향이었다. 또 일본에서는 밥을 수저로 먹지 않기 때문에 밥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하는데 그 모습 역시 볼 수 있어서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실감 할 수 있었다.

 

 

또 가다랑어를 직접 갈아쓰는 모습이 신기하다. 물론 심야식당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볼때마다 신기하다. 보통 시중에서 구매하는 한국과 달리 직접 갈아 바로 음식에 넣는 맛은 어떨지. 그 맛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일본 골목길의 풍경들.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거나 설레임 가득 안겨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날 따뜻한 이불에 폭 감겨, 전해지는 온기 만큼 마음을 데워주는 영화 한 편이라 자주 보게 된다. 오노데라의 이야기는 일본 연극으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 때문에 훌쩍 여행도 떠난다는데 나는 이 사랑스러운 남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훌쩍 일본이라는 나라로 떠나고 싶어졌다. 또 그녀의 책 <나의 핀란드 여행>을 읽은 독자라면 심히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난 영화라는 사실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터. 그녀의 유쾌한 성격을 직접 느끼고 싶어진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7-01-12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나요 저 여배우. 카모메 식당에서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저 모습 그대로 생각나네요.

해피북 2017-01-12 18:27   좋아요 0 | URL
ㅎㅎ 개성적인 외모를 가지셔서 아마도 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한번 보신분들은 잊지 못하실꺼 같아요 ㅋ댓글 감사합니다~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되세요^~^

AgalmA 2017-01-13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울보는 저 표정,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가 특유의 표정 만들던 게 딱 오버랩~ 뭔가 밴치마킹한 기분이 들어요ㅎ
일본의 이런 영화들 정말 사랑스러운 듯.

해피북 2017-01-15 01:19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아갈마님이 말씀해주신 영화를 보지 못해서요 ㅎ 그렇지만 이런 일본영화가 사랑스럽다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엄지척 동감합니다.ㅋ 아갈마님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보슬비 2017-01-14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께서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더 보고 싶은 일본영화네요. 이런류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영화 참 좋아요. 정말 겨울에 잘 어울리것 같아요.^^

해피북 2017-01-15 01:21   좋아요 0 | URL
ㅎ 말씀 감사해요. 저는 일본영화 많이 보진 못했지만 보다보면 조금 싱겁단 느낌 많이 받았는데요 요 영화는 제 정서에 딱 들어맞더라고요 ㅎ 제 기준으로는 손에 꼽히는 영화였답니다 ㅎ 보슬비님 밤이 깊었습니다. 꿀밤되세요^~^

일상의준 2017-03-13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모메식당을 시작으로 계속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

해피북 2017-03-13 09:59   좋아요 0 | URL
ㅎ 저두 카모메식당 즐겁게 봐서 일상의 준님이 반가워요~~ 앞으로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저는 보통 휴대폰으로 북플에 접속을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로도 접속하기도 합니다.

 

컴퓨터로 보면 화면이 커다랗게 보이니까 이웃님들 글도 잘 보이고

댓글 달기도 무척 수월해서 종종 접속하는데요.

 

컴퓨터로 북플에 접속했을때 다시 서재로 나갈 수 있는 버튼이 없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더라고요.

 

 

제목줄이 있는 곳에 서재로 돌아가기 버튼이나 알라딘 홈페이지로 나갈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버튼이 없어서 되돌아가기 버튼을 여러번 눌러야하는 번거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들어주세요 네? ㅎㅎ

 

아! 서재에서 글을 쓰다보니 첨부하는 곳에 투표하기 버튼도 있네요 ㅎㅎㅎ

재밌을꺼 같아서 그냥 괜히 첨부 넣어봅니다 음핫핫!

 

아.....

북플에서는 이 '투표하기' 첨부가 보이지도 않네요 ㅜㅜ

 

 

 괜한 책 한 권 투척합니다.

일본에 관련된 여행서를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발견했는데요 왠지 표지가 너무 멋있어서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책을 쓰신 저자께서 마음에 상처를 안고 떠나셨다는 출판사 글을 읽었던거 같은데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어서 읽어보고 싶은 책 입니다 ㅋ 

투표기간 : 2017-01-09~2017-01-10 (현재 투표인원 : 1명)

1.홈 버튼이 필요 합니다.
200% (2명)

2.홈 버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0% (0명)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17-01-09 1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PC에서 북플을 사용하시는군요. 글 읽기에는 북플이 더 좋지요. 저도 그래서 스마트 폰으로 북플 앱을 주로 사용합니다. ^^

해피북 2017-01-12 13:36   좋아요 0 | URL
네^^ 북플을 사용하면 글이 한 눈에 들어와서 읽기 편하더라고요 ㅎㅎ 저도 주로 스마트폰에서 북플을 사용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 북플을 사용하면 화면이 크게 보이고 좋더라고요^^

겨울호랑이 2017-01-09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도 북플로 조회하고, 서재에서 긴 댓글을 다는 편입니다^^:

해피북 2017-01-12 13:36   좋아요 1 | URL
ㅎ 역시 댓글은 서재가 편하긴 하죠? 긴 장문의 댓글을 쓸려면 아무래도 휴대폰 자판은 힘들더라고요 ㅎㅎ

cyrus 2017-01-0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로 북플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서재로 바로 전환해서 들어갈 수 있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차례 사용하면서 그 불편함을 느꼈는데 해피북님이 먼저 의견을 내주셨군요. 해피북님의 의견이 반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해피북 2017-01-12 13:37   좋아요 1 | URL
그렇쵸?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서재에서 북플 사용하면 글도 큼지막하고 보기 훨씬 편하고 댓글 달기도 수월하던데, 나가기 버튼이 없어서 난감하더라고요 ㅎ 함께 불편함을 느끼셨다니 꼭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슬비 2017-01-10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직도 투표기능이 있군요. 정말 홈버튼 필요해요. 그리고 글 읽고 다시 뒤로 돌아갈때 처음부터 돌아가지 않았음 좋겠구요.^^

해피북 2017-01-12 13:42   좋아요 0 | URL
ㅎ 투표 기능을 알고 계셨어요?
저는 이날 처음 본거라 재미삼아 시도해 봤는데 아쉽게도 북플에서는 보이지 않네요 ㅎㅎ 그리고 저는 앞 부분으로 넘어가는 기능과 홈으로 나가는 기능이 따로 있었음 좋겠어요 ^~^

서니데이 2017-01-10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바일 북플에서는 투표가 보이지 않는데, 서재에서는 투표가 진행중이네요.^^
서재와 북플이 아직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해피북님 좋은 하루되세요.^^

해피북 2017-01-12 18:47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하ㅜㅜ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 했네요ㅎㅎ 그래두 서니데이님의 댓글에 큰 힘을 얻었으니 감사한걸요 이히히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해피북 2017-01-12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다면 1표 투표해주신 분이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ㅎㅎ 재미삼아 해봤는데 1표 받아서 좋았어요 ㅎ
모두들 북플로 접속하셔서 못보시겠거니 했거든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1-12 14:16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아닌데요.
어느 분이실까요.^^
해피북님 좋은하루되세요.^^

보슬비 2017-01-15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투표했어요. 북플에는 투표기능이 없어서 서재로 와야지 투표가 가능하더라구요.^^
 
나의 핀란드 여행 - <카모메 식당>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씩 그런날이 있다.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시선이 닿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느낌,
내 몸을 감싸는 옷의 촉감.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커피의 맛과 향.
내 귀를 타고 들어오는 소음들. 어느것 하나 어제와 같지않던 날.
이런날 사람들은 대개 ' 우울증'이라 부르고
이러날 나는 대개 소박한 하루를 보낸다.


내가 보내는 소박한 하루는 다음과 같다.

소박한 음식과 소박한 책을 곁에 두고서
몸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피와 살로 구성될 음식과 문장이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자극되지 않도록 지극히 조심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음식에는 자극적인 음식과 순한 음식이 있다.
자극적이라고 하면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가공식품들도 있겠지만,
고추장이 잔뜩 들어간 맵거나 짠 음식 그리고 지나치게 단음식은 피하는 게 좋더라.
먹는 순간의 즐거움은 끝내 극도의 예민함과 흥분, 짜증스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날의 음식은 몇 시간의 정성이 필요하다.

 

마늘과 파와 파뿌리, 양파와 양파껍질, 큼직하게 썰어넣은 무, 내장을 제거한 멸치 한줌
다시마 와 말린 무 몇 조각. 민물새우 한줌을 마지막으로 두시간 정도 푹 우려내면 아기 엉덩이 같은 뽀얀 육수로 탄생한다.

 

채썬 애호박과 당근, 다진마늘 한스푼, 함초소금 티스푼, 국간장 한스푼 ,
살짝 삶아둔 면을 넣고 육수를 부어 그릇에 담아낸다.
김치와 깍두기로 한 상을 차려낸다.

 

책에도 자극적인 책과 순한 책이 있다.
이리저리 꼬일데로 꼬인 긴박한 스토리, 함정처럼 파놓은 눈물 웅덩이에 발을 헛디뎌   눈물범벅이 되는, 강렬한 호기심을 동반하는 책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이런 책은 피하는 게 좋다.
되도록 감정선이 변동되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담백한 글이 좋다.


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하는 (이제는 책상 쪽에 가까운) 식탁에 국수와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카모메 식당으로 익히 알려진 가타기리 하이리가 쓴
<나의 핀란드 여행>이다. 벌써 두 번째 펼쳐든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멈춰지는 부분은
여전히 멈춰 선다.

 

 하카니에미의 부추는 건조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스러울 만큼 싱싱했다. 비닐봉지에 피단이며 부추를 담아 트램을 탔다. 봉지 속에서 사정없이 부추 향이 났다. 작은 악취 소동이다. 헬싱키 사람들은 이 동아시아 특유의 향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고 힘이 생기는 이 향을.

 

이런 것만 먹는 내 몸에는 분명히 희한한 냄새가 날 것이다. 예를 들면 나고야에서는 점심때가 되면 온 시내에 생선 된장국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나고야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다들 "그 정도는 아니야"하고 부정한다. 나도 내게서 풍기는 냄새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건 아닐까.

 

부추 냄새를 뿌리면서 헬싱키 거리를 걸었다. 자신을 증명하는 냄새를 들고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P80)

 

우적우적 깍두기를 씹어먹으며 생각했다.  지금 먹고 있는 이 음식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나를 말해주는 것일까. 오늘은 소박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일까. 타인에게 있어 나는 어떤 향기가 날까?

 

처음 <카모메 식당>에서 그녀를 봤을때 껑충 큰 키에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영화는 핀란드를 배경으로 세명의 여성이 주인공이었지만 어쩐지 단아하고 우아한 인상의 사치에가 유독 눈에 들어왔을뿐. 미안하게도 그녀는 금새 잊혀져 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책으로 말미암아 나는 그녀의 작은 팬이 되었다.

 

" 처음 온 도시에서 처음 보는 탈것을 타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는 모험이다. 도쿄에서는 걸핏하면 택시를 타고 싶어 하는 주제에, 낯선 도시에 가면 고집스럽게 그 지역 고유의 교통 수단을 타고 싶어 한다. 나는 동전 수준의 모험을 아주 좋아한다.


타이완에서는 탈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작은 메모장을 샀다. 미리 종이에 가고 싶은 곳의 지면과 '그곳에 도착하면 알려 주세요'하는 중국어를 한자로 써 두고, 버스를 탈 때 정기권처럼 제시했다. 그곳에 가지 않는 버스라면 타지 말라고 말해 주고, 가는 버스라면 운전사 옆에 앉아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면 신호를 해 준다. 복잡할 때는 지도를 펴서 열심히 정류장 수를 세었다. 몇 번째에서 내린다는 것만 알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가끔 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쳐 버리면 몹시 당황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헤매면 헤맬수록 가슴이 설렌다. 지도를 보는 범위가 넓어진다. 예상 밖의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릴이 넘친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또 다른 계획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서 우연히 발견한 멋진 장소가 많다.

 

동행한 친구는 그런 나의 여행법을 싫어해서 도중부터 각자 행동하게 되었다. 여행을 함께 갈 사람을 고르기란 어렵다. 그 후로 작은 모험은 혼자 즐기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도시와 사귀는 법이 있다.(P34)

 

 

그녀의 말을 살짝 바꿔 사람에게는 저마다 책과 사귀는 법이 있다.

나에게 있어 그녀의 책은 마음이 소박해지는 날, 소박하게 만나

가만가만 읽고 싶은 책이다.

 

방안을 감도는 정적과 함께 가만가만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녀가 신뢰하는 사람에 대한 향기가, 그녀가 즐겨 먹는다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녀가 걸었다던 여행길의 추억담이 뭉개구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며 대단한 여행가이자 대단한 식탐꾼이다.

 

그녀의 다른 책을 검색해보니 <과테말라의 동생>과 <검표원이여, 오늘 밤도 고마워요>는 원서로만 있다. 하늘의 기회일까? 공부하라는. 하지만 그녀의 책을 읽어보건데 내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글솜씨다. 번역서가 필요하다. 그녀의 값진 이야기들이 번역되어 나올때까지 <나의 핀란드 여행>은 읽고 또 읽을 것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7-01-09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극적인 글보다는 순수한 느낌의 글이 좋아요. 먹는 음식처럼요~~~
물론 가끔 매운 낙지볶음이 먹고 싶기는 하지만요... ㅎㅎ

저는 해피북님 글 읽고 가타기리 하이리를 처음 알았는데, 배우군요~~~
껑충 큰 키에 단발머리라니....
저도 단발머리입니다*^^+

해피북 2017-01-09 18:21   좋아요 0 | URL
아! 컴퓨터로 북플에 접속하면 댓글 달아주신 글에 답글을 적을 수 없군요! 이제 알았어요 ㅋㅋ 컴퓨터로 하다가 다시 휴대폰으로 접속했답니다.
때론 북플에 이웃님들이 올리시는 책이나 글로다 이분은 어떤 분이시겠구나 하고 느껴질때가 있더라고요 ㅎ 뭐. 제 생각이 다 맞진 않을테지만 단발머리님의 글은 수수하고 소박한(같은 표현인가요? ㅋ)느낌을 많이 받곤해요. 그래서 팬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가타기리 하이리를 아직 모르신다니 ㅎ 그녀의 영화이야기 한편 쓰려고 하는데 도움 되실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단발머리님 예전에 서민 교수님과 얼굴가리구 찍은 사진 공개하신거 봐서 알고 있었어요 ㅎㅎ 저 이래뵈도 단발머리님 조금 오랜 팬이라는요! 음핫핫 ㅋㅋ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7-01-09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취향은 죽을 때까지 같을 수가 없어요, 살다 보면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 새로운 취향이 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생각날 때마다 자극적인 책, 순한 책을 읽어요. 그래서 독서가 지루하지 않아요. 같은 분야의 책만 계속 읽으면 지루해져요. ^^

해피북 2017-01-09 18: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시간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여러가지 책을 읽는게 덜 지루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거 같아요ㅎ 저는 요즘 수수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지내는데 언젠가는 또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책들을 찾아 읽겠죵? ㅎ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7-01-09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글들을 보니 너무 좋고, 너무 반가워요.^^
정말 서재에서 자주 뵈어용~ ㅋㅋ
맛있는 저녁 드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7-01-09 19:40   좋아요 0 | URL
아공 후애님^^
오랜만에 뵙는거 같아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ㅎㅎㅎ
아프신 곳은 좀 좋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후애님도 얼른
몸 좋아지셔서 재미난 글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바람이 많이 차갑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뵈뵈 2017-01-0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공감됩니다 ᆢ감사해요~~ ^^

해피북 2017-01-09 19:41   좋아요 1 | URL
뵈뵈님^^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네세요^~^

달팽이개미 2017-01-09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넘 좋아해요.....^ ^

해피북 2017-01-12 13:44   좋아요 0 | URL
ㅎㅎ 역시 좋은 사람은 좋은 책을 알아본다고... 감히 말씀을 드린다는요 ㅎ
이곳의 날씨는 무척 흐립니다.
하늘을 보면 비나 눈이 내릴듯한 날씨인데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보슬비 2017-01-10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이 있다는건 좋은일인것 같아요. 일본어 공부에 목표가 생기니 말이지요. 저도 다른건 몰라도 스티븐 킹 책을 읽을수 있다는것이 넘 좋아요. 물론 50%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지만... ㅠ.ㅠ;; 해피북님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번역되길 기다리기보다 원서를 찾으실 날이 곧 올겁니다.

해피북 2017-01-12 13: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은 읽는 책마다 ‘너무너무 좋구나!‘하는 감탄사가 자주 튀어나오고 있어요 ㅎㅎ 이러다 모든 책들이 좋아지는게 아닐까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독서라서 그런가요 ㅎㅎ 스티븐킹을 읽고 계시다니 엄지척!
이 작가의 원서는 거의 다 찾았는데요, 아무래도 해석하려면 제 내공이 업그레이드 되야할듯 싶어서 고민이랍니다. 제가 번역해서 읽어도 이런 글맛이 날까 하는 고민이요. 이 책을 번역하신분이 권남희님인데 마스다미리, 사노요코등 번역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맛이 무척 좋아요 ㅎㅎ 그런데 제가 번역해서 읽어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어요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보슬비님^~^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아내라는 직업의 일,

 

세탁, 청소, 요리, 아이들 돌보기, 잡무 보기(여기서 말하는 잡무란 각종 공과금 밀리지 않게 체크하며 납부하기, 한 달 생활비 예산안 세우고 부족한 금액 충당할 궁리하기,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에 놀라지 않는 방법을 체득하며 배우자와 최대한 협력하기, 친가와 친정 식구들 각종 행사와 기념일 챙기기, 그리고 주워도 주워대도 미친 듯이 떨어져 있는 혹은 옷자락 끝에 달랑달랑 붙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머리카락을 히스테릭하지 않게 집어 들기)등 그 역할은 실로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방대하기까지 한다.

 

'아내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자에게 늘어놓을라치면 대개 상대 배우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핏대를 세우곤 한다.

 

" 뭐, 바깥 일은 쉬운줄 알아!(알아..알아..알아.. 여기서 알 수 없는 에코까지 생긴다)

 

그래 안다. 직장 생활이라는 그 힘겹고 짜증스러운 눈치싸움을. 싫은 사람과 하루종일 부대끼며 일해야 하는 곤욕스러움. 파릇파릇한 어린 후배들의 입사는 모종의 위화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장거리 운전을 진저리나게 싫어하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서 안면근육이 마비되도록 상사에게 미소를 날려야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안다. 과부화 걸린 업무탓에 식어버린 늦은 점심을 씹으며 인생에 대한 회의와 가족이라 줄다리기에서 어느쪽으로도 잡아 당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망가져버린 속은 이미 독이 되었다는 사실과 그 독을 안주삼아 쓰디 쓴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는 사실을.

 

그래 그런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경제적인 활동이 많은 남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아내들은 많다. 그런데 아내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남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단지 가정사에서 일어나는 가사적인 일이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받고 외면받고 손쉽게 생각하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성이 가사노동에 매주 평균 33시간을 할애하는데도 가사노동은 익히 알려진 국가 생산성 측정수단인 국내 총 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p276)라는 이야기는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2.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우리 사회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고 여생을 보내는동안 고유의 사생활 영역에 해당되므로 누구도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정사를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이든 그 역할은 있기 마련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배우자와 가사 노동을 하는 배우자 혹은 가사와 경제활동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배우자와 경제 활동에만 전념하는 배우자가 있다. 문제가되는 지점은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배우자의 사회적인 시선은 ' 가치의 인정'에 있고 반대로 가사노동을 하는 배우자가 받는 시선은 '무가치'라는 묵언의 시선이 있으며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을 동시에하고 있는 여성은 "당연함'이라는 인식이 타당할까 하는 점이다. 그 시선의 차이가 가정내 불화음을 만들고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으며 가사노동의 업무가 실로 막중함을 간과하고 있음을 이해해야한다.

 

 

너무 유치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끄집어 내야겠다. 앞뒤 다 잘라내고 집안이 평온해야 나라가 평온하다는 말이 눈에 박힌다. 집안이 어지러우니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지는 아니 혼란에 빠졌음을 우리는 누구보다 지금의 경험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가정내의 평화는 경제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아내의 역할로 인해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배우자는 승진과 성취감 인정이라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애너벨 크랩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정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전담이 여성들에게 치중된 탓에 경력단절과 독박육아라는 불평등함과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발생되는 소외감은 " 모든 문제는 가사노동에서 출발한다"는 그녀의 주장이 헛되어 보이지 않는다.

 

가사노동이 꼭 환산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할때 받던 가치를 기준으로 충분히 잴 수 있다는 애너벨 크랩의 예가 무척 재미있다.

 

" 예를들어 어떤 여자가 시간당 200달러를 받는 변호사라고 하자. 그러면 그 여자가

 청테이프로 칫솔을 붙인 나무주걱과 곰팡이 제거제를 가지고 욕조 뒤 손이 잘안닿는 부분을 청소하는데 쓴 시간을 200달러의 가치를 지녀야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에 대한 시장의 평가이기 때문이다"p279

 

3. 작은 발걸음이 필요하다.

 

애너벨 크랩의 이야기대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가정내에서 환산시켜 본다. 그리고 그 가치만큼 나라에서 보상을 해주고 인정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게 멀리까지 가려면 지금부터 무수한 장벽과 싸워야할터다. 많은 시행착오를 견디고 낱낱이 파헤쳐지는 가정사를 견디며 하하호호 할머니가 될쯤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가사노동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을 인정하면 무엇부터 달라질까를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육아젬병이 되는 사회적 구조를 바꿀 수 있을터다. 육아휴직이 퇴직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미숙한 남녀가 만나 사랑의 결실로 이뤄낸 아이를 함께 돌봐야하는 그 마땅한 노동을 이해할 수 있을터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일렉트라컴플렉스는 어느 한쪽의 역할만으로 형성될 수 없음을 지금이라도 인식할터다.

 

또한 가사노동과 여성의 삶이 분리되지 않는 영역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발생되는 휴식, 휴일, 휴가, 보상, 적절한 동기부여, 새로운 얼굴들과의 신선한 만남(가사노동의 주요  등장인물은 매일 똑같지 않은가?)의 혜택은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경제활동은 직장과 가정이 분리가 되지만, 가사노동에서는 여성과 노동이 전혀 분리되지 않는 구조를 이해할 것이다. 그로인해 각종 히스테릭함에 노출된다는 사실로 여성의 호르몬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아무대나 돌아다니는 젖은 수건(이건 미스테리감이다,, 수건에 발도 달리지 않았는데 정말 집안 곳곳을 누비고 있다) 주워도 주워도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늘 닦아도 늘 그모습인 싱크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양말 한짝의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맞벌이 부부의 생활에서 아내의 역할이 엄청난 업무 과부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사노동과 직장업무가 분리될 수 없는 이중구조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업무중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기 위해 일찍 퇴근해야한다는 남성의 이야기에 눈을 벌겋게 뜰 상사는 없을 것이다.

 

4. 이 책을 읽은 이유.

 

애너벨 크랩의 이야기는 모두 옳다. 업무의 과중, 여성이라는 편견에 둘러쌓인 인식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시선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제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이 모두 옳지는 않았다. 한쪽으로 치중된 예시들. 그녀가 정치계에 몸담고 있던 탓인지 정치계의 예시가 너무 많고 워킹맘에 치중된 이야기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속이 뻥 뚫린 사이다 같은 시원함이 없어 아쉽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므로써 여성 공무원들이 결혼과 동시에 연방기관에서 퇴직해야 한다는 49조 2항이 있던 1800년대에 태어나지 않음을 감사하게 된다. 또한 우리 앞세대를 살았던 어머니들의 애환의 삶(밭에서 일하다가 아이를 낳는  흔하고 흔했던 시대의)에서 벗어나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내 이후의 세대들은 그 세대에 태어난걸 축복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그러므로 작은 발걸음의 시작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책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 바로 책을 집어들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7-01-0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는 중이고 리뷰는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피북님의 이 리뷰를 보니 제가 리뷰를 쓰지 않아도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저도 읽으면서 ‘흐음, 별은 넷을 줘야겠군‘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저는 아직 잘 파악은 못했어요. 어쨌든 남은 부분도 흥미롭게 읽어볼 참입니다.

저는 육아휴직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휴직을 부부가 같이 받고 그렇게 같이 그 육아를 시작하면, 나중에도 그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거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건데, 그렇다면 이걸 왜 하지 않는걸까 싶더라고요. 아이랑 함께 보내는 것도 그 때가 아니면 안되잖아요.

책도 잘 읽고 있는데, 이 리뷰도 잘 읽고 갑니다.
:)

해피북 2017-01-06 21:05   좋아요 1 | URL
얼마전 저희집에 신랑 친구네 가족이 놀러온적이 있어요. 포항에서 저희집 쪽으로 밤늦게 넘어와 하루밤 자고 갔는데요. 두 부부가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제주도에서 한달 지내다가 전국투어를 다닌다고 하더군요. 그말을 들으니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제주도 도서관에서 바다를보며 책을 읽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서 육아휴직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보였만 막상 이야기를 듣다보니 남편쪽 회사에서는 고운 시선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되었어요 그래서 복직했을때 자신의 자리가 어떻게될지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에 우리나라는 정말 멀고도 멀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인식에 ‘가정사‘라고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육아는 남편의 몫이 아니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한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 문제를 풀어야하기도 하고.. 앞으로 갈길이 참 먼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책의 내용이 좀 더 광범위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다뤘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 워킹맘쪽으로 치우쳐져서 못내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ㅎ왠지 다락방님이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해가 되기도하고요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께요^^

서니데이 2017-01-07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주말입니다.
해피북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해피북 2017-01-07 21: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움 가득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아...이 새벽에 잠도 들지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알게된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과 송인서적 과 연계된 출판사들이 연이어 부도를 맞을꺼라는 소식이 참 가슴아픈데요
우리나라 2위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는 출판사를 넘어 인쇄소와 작가님들에 이르기까지 그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출판계라면 누구하나 아는 사람도 없는데 제가 왜이리 호들갑인지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책과 연관된 소식이라서인지 마음이 많이 아프고, 뚝심으로 책을향한 열정으로 살아오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꼭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집니다. 아래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링크걸어봅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고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길!


부도난 송인서적에 공적 자금 투입 필요합니다! – Daum 아고라
http://me2.do/xjkldB8l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7-01-04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인서적 부도 사태에 대한 문체부의 태도를 보고, 문체부를 완전 해체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공적 자금을 투입한 일이 위기에 빠진 문화를 살리기 위한 대책인데, 문체부는 개인 업체의 부도에 책임질 생각이 없답니다.

해피북 2017-01-05 09:50   좋아요 1 | URL
글 잘읽고 왔어요^~^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는게 없어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님덕에 속시원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시절에 그런일이 있었으면 이번에도 공적 지원이 되야할텐데요. 그런일없다로 일관해서 될 문제가 아닐텐데 지금이라도 해결하기위해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줬음 좋겠어요

보슬비 2017-01-0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누르기 힘든 글이예요. ㅠ.ㅠ

해피북 2017-01-09 19:42   좋아요 0 | URL
그쵸?
요즘 송인서적 검색해보니까 문체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부디 조속한 지원으로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