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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달 한약방에 다녀왔다.

진맥을 하신 선생님께서 나보고 그러신다.

'마음이 바빠. 느긋한 신랑의 체질하고는

정 반대야'라고.

 

나는 늘 분주했다.

누가 어떤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티나지 않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

청소며, 빨래며 기본적인 가사일은 제처

두고라도, 베란다에서 키우는 채소며 허브며

식물들을 돌볼라치면 새벽 일찍 일어나

물을 주고 손질하고 들어와 아침을 준비

했기에 신랑은 늘 내가 늦잠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야기했다.

 

매일 쓸고 닦는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일은 후다닥 해버려야 쉴 수

성격이다 보니 매일이 조금 고달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침실에서 조차 곁에 쌓여있는

책을 바라보면 몹쓸 죄책감에 손을

뻗어 펼쳐들고야 만다. 곧 쏟아져

내릴듯한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며 몇 줄

더 읽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도대체 나는 왜 일을 만들고 사는걸까.

그냥 아무 일도하지 않고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고.

 

 

" 아아, 인류여, 남자여, 여자여, 어쩌면 이렇게 부지런하고 성실한가. 나는 타인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때문에 멍해지고 만다. 생활이란 종잡을 수 없는 것 속에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잣대로 자신을 재면서 거의 대부분 병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려고 한다. 남이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관리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뭔가에 썼다.

 

' 말이 필요 없는 현묘한 경지, 방자한 안정(安靜), 노력 없는 상상(구름이 상봉오리 부터 나오듯 일어나서 자연히 사라진다), 무저항의 방임, 목적 없이 조용히 누워 있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편안해지는 권태'(p70)"

 

그러다 사노 요코의 글을 만났다.

' 대부분 병처럼 남이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관리한다'던 글귀

를 몇번씩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옭아매고 살아가고 있구나.

 

 

돌이켜보면 한 해를 보내면서

자꾸 이런 생각을 했던거 같다.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해'

 

무언가 특별한 변화 보다도

밀알처럼 쌓여가는 하루하루가

큰 힘이 되어 나의 미래가 되길.

그런 나의 바램이 몇 년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조급했고

쉽게 슬럼프에 빠져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거 같다.

 

사노 요코 덕분에 나는 생각한다.

하루하루 열심히하지 않고

때론 나태해지는 일상 역시

나의 일부분이라고.

그런 일상도 필요한거라고.

 

때론 웃으면서 스멀스멀 넘어가고

때론 엉뚱한 상상으로 상대방에

관대해지고 때로는 비수같은 말을

던져서 속상해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얼렁뚱땅 살아가는 것도

인생임을 가르켜준 그녀의 삶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던

내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독서는 나태한 쾌락'이라던

그녀의 이야기가 무척 좋았다.

 

' 독서는 그 처럼 나에게 교양도 지성도 가져다주지 않지만, 때로는 감동하거나 감탄하거나, 아름다운 마음씨가 되거나 분노에 떨거나 하는 것을 몹시 싼 값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만큼은 좋다. 나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로, 눈만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마음 속에서 꺄아꺄아 기뻐하고 싶은거다'(p320)

 

 

생각해건데,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즐겨하고 있음에도 내 주변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책의

즐거움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걸 보면

나의 독서가 아직 미비하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사노 요코의 말처럼 독서가

 나에게 교양도 지성도 가져다 주지 못한게 명백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독서의 쾌락 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슬픈 이야기에 후두둑 눈물 흘리고, 즐거운

이야기에 깔깔거리고 속상한 이야기에

벌건 얼굴만큼 화를 내는 모습으로

그렇게 그렇게 독서의 쾌락을 전파해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노 요코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꼭 다음

이야기를 들려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재가 참 아쉽게

느껴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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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3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느긋한 성격도 좋지 않을 때가 있어요. 사람마다 급한 성격, 느긋한 성격의 기준이 다르겠지만요. ^^

해피북 2016-06-09 23:3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쵸. 사람에 따라서는 느긋한 성격이 필요할때 있고, 또 발빠르게 움직여야할 성격도 필요하죠. 저는 느긋한 성격이 참 부럽더라고요. 무언가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그런 성격 말이죠 ㅎㅎ

꽃보다금동 2016-06-02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북님이랑 비슷한 성격이에요. 늦잠 ,낮잠 안자고 뭐라도 계속 해요. 이런 저를 보고 소같다며 남편이 `김소`라고 불러요 ㅎㅎ 저는 얼마 전에 멍때리기 대회 기사를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해피북 2016-06-09 23:39   좋아요 0 | URL
ㅎㅎ 웃어서 죄송합니다. 꽃보다 금동님. 그런데 남편분이 `김소`라고 부르신대서 웃지 않을 수 없었어요 ㅎㅎ 정말 부지런하신가봐요. 그 바지런함이 언젠가는 꽃보다 금동님께 무한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 역시 그런 바램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고요 ㅎㅎ 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멍때리기 대회라 한번쯤 정말 필요한 시간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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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사노 요코는 말했다.

'그러나 수필은 만들어져 있는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그 인간의 자연스러운 드러남' 이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나는 소설보다도 에세이가 좋더라.

나와 다른 세계 속을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타인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듯 짜릿함을 느끼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는 결국 나와 같은 시공간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곤 했다.

 

더욱이 사노 요코가 말했다.

인간의 자연스러움이 흘러나오는 것

그것은 수필 속에 있다고.

그들의 존재는 사회라는 테두리의

직함(職銜) 속에 있지만,

그들도 결국 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인간일 뿐이라고.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글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번에 폴 오스터를 에세이로

먼저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톤 다우엔 자블상, 메디치상, 오스트리아 왕자상등

커다란 이력을 가진 저자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소설가라

지만 그의 유년기 시절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를 먼저 만날 수 

있던 시간들은 내게 너무 생소했던  폴 오스터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비록 첫 시작부터 '당신'이라고 불러대는 호칭이 다소 당황스럽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유년기 시절의 폴 오스터를 '당신'이라고 

부르므로써 내면 세계에 더 객관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고

그 시각을 독자에게 들려줌으로써 내면의 세계를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게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가장 작은 물체조차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지녔고 구름들조차 이름이 있었다.

  가위는 걸을 수 있었고 전화기와

  찻 주전자는 사촌 지간이었으며

  눈과 안경은 형제지간 이었다."(p9)

 

 

글의 첫 시작엔 물환론적 사고로 가득했던 영아기

시절 이었다.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그 순수한 어린 태초의 씨앗은 유아기를 거치면서

의식의 탄생을 맞이한다.

 

 

"이렇게 강렬한 느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알 수 없지만 추측건대 자의식의 탄생과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내면의 목소리가 깨어날 때, 여섯살 어린아이에게 일어나는 일,  생각을 하고, 스스로 생각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능력. 우리의 삶은 그 시점부터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죽는 날까지 끊임 없이 계속될 내러티브를 시작하는 능력을 얻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까지는 당신은 그저 존재했을 뿐이었다."(p20)

 

 

6살.

도무지 나에 6살이란 어떠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더 솔직히 생각해보면 어제의 일과도 이토록

선명하게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폴 오스터는

6살의 기억을 어떻게 환기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지독히도 지루한 외로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부터 폴 오스터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기에

늘 어린 동생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는 보모 곁에서

늘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는 동생의 곁에서

그는 외롭고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이후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동생은 결국 유년기 시절의 불안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이 6살이라는 기억이

선명하고 또렷하지 않았을까.

 

' 지루함은 사색과 몽상의 원천이므로

얇잡아 보아서는 안될것이다' (p51)

 

자의식이 탄생된 그 시점부터 그는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에 대해 꾸준히 탐색하며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존재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은

인간의 개념일뿐.

자연의 것은 아니다........

창조의 이 모든 장대한 장엄함.

그것은 무엇인가를

의미해야했다.....

신에게 무(無)는 없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p142)

 

 

'신에게는 무(無)는 없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라는 단어 속에는 폴 오스터 그가

자신을 평생 위로하며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그 힘을 책을 통해 얻었고

그의 의식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내가 읽으므로써 위로받고 단단한 토양이 생김을

느낀다. 그러므로 그가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처럼 나 역시 그러므로

책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미묘한 의미들

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보여준 그의

드러남으로 나는 폴 오스터를 작가 그

이상의 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눴다.

첫 장 '내면 보고서'는 유년기 시절을,

두 번째 장 '머리에 떨어진 두 번의 타격'은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와 <나는 탈옥수>라는 흑백영화

이야긴데 폴 오스터의 생생한 묘사로

영화 한 편에도 이토록 많은 생각과

상상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즐겁기도 했다.

 

세 번째 장은 타임캡슐로 첫번째 전처였던

리디아 데이비스와 연애시절 썼던 편지가 주로

담겼으며 네번째 장의 앨범은 폴 오스터가 모아온

사진들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요건 좀 아니듯 싶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적에 요 띠지가

표지 절반을 가리고 있었는데

딱 보니 무슨 동물 눈 같이 보이더라.

 

요건 무슨 표지가 이래? 하고

띄지를 벗겨냈더니 이렇게나 멋진

폴 오스터의 모습이라니!(폴 오스터가 맞겠지?)

 

 

이렇게 멋진 표지를 만들어두고

열린 책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표지 절반이나 가리는 띄지를 만들어놓다니...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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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산은 말한다.

 '문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얻어오는 일이라고,

  그에 어둠은 그를 태어나고 성장하게 했으며

  울고 웃게 만든 무수한 지나날의 기억들과 맞닿아 있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tv 책』에서는 황현산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방영하였다.

 

http://www.kbs.co.kr/1tv/sisa/tvbook/view/vod/index.html

 

 

 

 

 

올 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강단에 서시며 다양한 평론 활동을 하신다는 황현산 작가님은 『밤은 선생이다』라는 책을 통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망뿐인 암담한 현실에 놓여진 사람들에게 그 어둠이 결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뢰밭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내가 황현산 작가님을 만난 건 『우물에서 하늘보기』었는데, 시라는 언어를 벼리고 벼려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알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 작품도 그렇게 이해하게 되었다.

 

 

 

폭력에 대한 관심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폭력이 폭력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하며 살기까지 한다.

 

고속도로를 160킬로의 속도로 달리는 것도

폭력이고 복잡한 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하는 것도 폭력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 한 인간을 1년이

다 되도록 세워둔 것이나

그 일을 항의하는 사람을 감옥에

가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며,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이다.

 

 

시인 김이듬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소소한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내밀한 마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탄광촌 이야기, 사이다 이야기, 바닥에 깔린 시간과 박철 시인의 '영진 설비 돈 갖다주기' 이야기 또 폭력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가 내밀한 언어이며 벼려진 단어들이었다.

 

 tv 책』의 금주의 독서가들은 kbs 아나운서 서기철님과 심현보 작곡가 그리고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 '설레어함'의 김수경, 김태훈, 장도련 학생들이다. 무엇보다 tv 책이 좋은 이유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번 주 참여한 '설레어함'의 학생들은 어느 때 보다 눈길이 간다.

 

 

 

 

 

설레어함의 학생들은 청계천을 알리고 헌책방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독자에게 책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6가지의 테마 중에 독자가 원하는 테마를 선택하면 한 달에 3권의 책을 선별하여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http://oldbookbox.modoo.at/  설레어함 홈페이지

 

 

 

 

 

이 세 명의 학생들은 때론 곱지 않은 시선과 질문들 ( 왜 이런 일을 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들)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관계, 그 공생의 관계를 이해하고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아는 이 멋진 청년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tv 책』에 또 하나 소중한 가치는 함께 책을 읽을 공간으로 다양한 동네 서점을 찾아 다니며 그곳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이날 함께 책을 읽은 장소는 상도동에 위치한 대륙서점으로 30년간 운영했던 서점을 2년 전 인수하여 책을 기반으로 인문학 강의와 영화 상영회, 글쓰기 모임등이 펼쳐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서점을 인수한 젊은 두 부부는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가 주민들이 사라져만 가는 서점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사랑방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 자리매김 했다는 마음이 예쁘고 정겹게 느껴졌다.

 

 

 

 

 

 

 

 

 

 

 

오랜 벗인 박철 시인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김창완님은 말했다.

책 읽는 일이 사소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외따로 존재하는 우리네 사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게 바로 '책'이라는 공간 속에 있다고. 그러니 책을 많이 읽으라고. 그런 책 읽는 사람이 많아져 이런 일들이 모두 사소한 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내 글이 사소한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게 되는 프로그램에 리뷰가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그렇게 공감되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황현산님을 검색해보니 네이버 지식인 서재에 황현산님의 서재가 올라와 있더라. 황현산님의 서재는 '감옥'이라고 한다. 늘 갇혀 살아야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오늘 저녁에는 나도 황현산님 처럼 감옥을 거닐며, 떠나고 돌아오는 시간을 거쳐야겠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53972 <지식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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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방송 챙겨보고 싶은데 제가 사는 곳에는 지역방송을 따로 하고 있어서 못 봅니다. 예고 방송만 봤습니다. KBS 어플로 생방송을 볼 수 있는데, 화질이 구린데가가 가끔 버퍼링이 끊겨서 볼 맛이 나지 않습니다. ^^;;

해피북 2016-05-30 15:26   좋아요 0 | URL
하! 지역방송을 따로하고 있다니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저는 놓친 방송은 pooq이라는 어플로 보고 있는데 요건 화질도 좋고 꽤 볼만 합니다. 비록 금액이 있고 또.. 보고 싶은 부분을 되돌리려면 시간이 걸린다는게 문제지만요 ㅎㅎ
 
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우리집은 한 달에 두세번 목욕탕에 갔다.

 

언니, 나, 여동생, 남동생이 손에 손을 잡고 엄마 뒤를 종종거리며 쫓노라면 집 근처 목욕탕이 나왔다. 자식이 남들보다 두 배는 많았기에 엄마는 늘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내렸다. 누구는 욕탕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가 좋은 자리를 맡아야 했고, 또 누구는 깨끗한 의자를 식구 수만큼 안고 돌아와야 했으며 또 누구는 엄마가 도구를 꺼내놓는 동안 어린 동생을 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목욕 준비가 끝나면 엄마는 순번대로 우리의 등을 밀어주시곤 했다.

 

우리는 항상 순번이 될 때까지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온탕을 싫어했다. 살갗에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데임을 사람들은 어떻게 참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두 눈을 꼭 감고 태연하게 앉은 어른들이 등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고 뜨거운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혀올 즘이면 드디어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러면 의자에 앉아 나에 작은 등을 맡겼다. 언니를 끝내고 이어지는 차례인지라 엄마의 힘이 그렇게 많지 않음이 느껴지지만 언제나 때 타월은 아파 눈물을 찔금거렸다. 그렇게 내 차례가 끝나면 나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어린 동생들과 소꿉놀이 비슷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형제들의 때밀이 시간이 끝나면 엄마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엄마의 몸도 구석구석 씻어야 했고, 집에서 몰래 가져온 빨래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에 체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렇게 사 남매의 목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하얀 빨대가 꼽아진 요구르트를 사주셨고 남은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던 빨대를 질겅질겅 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바로 이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고부터다.

 

요즘은 대중목욕탕에 가는 일이 부끄럽다. 함께 벌거벗고 씻으려니 영 엄두가 안 난다. 아마도 스무살이 거의 넘어서부터는 대중목욕탕에 가는 일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목욕탕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는데,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을 보고 얼마나 실실거리고 웃었던지 또 우리 사 남매가 엄마의 뒤를 종종거리며 쫓던 추억들이 즐겁게 떠올랐는지 모른다.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다는데...."

 

 

오늘 덕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장수탕에 왔다.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라는 곳도 있는데 엄마는 늘 한결같이 장수탕에만와 심통이 난다. 그래도 한가지 이 장수탕에서 신나는 일이 있다. 그건 목욕을 끝내면 사주시는 요구르트와 냉탕에서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씻는 동안 덕지는 냉탕에서 신나게 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등 뒤에서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나 덕지에게 선녀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날개옷을 잃어버려서 하늘나라로 못 올라간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셨지만 덕지는 왠지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 함께 물장구치고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으며 놀이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을 가리키시며 저건 뭐냐고 물으신다.

 

 

" 그런데 애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선녀 할머니가 요구르트를 가르키며 수줍게 물었다.

 

' 요구르트요."

"요.....요구릉?"

" 읍,,,잠깐만요!"

 

 

덕지는 할머니가 궁금해하시는 요구르트를 드리기 위해 뜨거운 온탕에서 때를 불리고 때를 미는데

 

 

 이 그림책에 있어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덕지가 가장 좋아하는 요구르트지만,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드리려는 순수하고 순박한 마음이 이 두 장의 그림 속에, 덕지의 표정속에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이 그림책에 가장 코믹했던 장면은,

 

 

 

덕지가 수줍은 표정으로 내민 요구르트를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할머니의 표정이 아닐까 싶다. 이후의 이야기가 더 남았지만 생략하겠다. 그저 이 그림책을 내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펼쳐들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그림책의 작품은 그림이 아니다. 손수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면마다 생기가 느껴졌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섬세하게 느껴져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때 <구름빵>이라는 작품으로 출판사와 마찰이 생겨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는 백희나 작가님이 이제는 법의 보호를 받으며 활동을 하신다는 이야기에 안도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며 응원하게 된다.

 

어떤 그림책은 추억을 선물한다. 이 그림책이 그렇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려주며 내게도 목욕탕이라는 추억의 장소가 있었음에 행복하게 했다.

덕지가 머리끈으로 사용한 사물함 열쇠며, 목욕 끝에 물었던 달달한 요구르트와 빨대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추억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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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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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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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어린시절 스무권의 그림책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중 가장 부러웠던 점은 책을 찾아 동화의 나라 체코까지 여행했던 짤막한 이야기다. <달이 보낸 열두가지 선물>의 주인공 마르시카를 찾아 체코의 헌책방을 떠돌며 손짓발짓으로 찾다가 거즘 포기 상태에서 기적처럼 책을 찾게된 일화는 내가 책을 찾은 것 마냥 콩닥거리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서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또 일본의 학교에서는 책을 많이 읽어주는가 보다. 어린 시절  추억 중에 선생님이 읽어주셨거나 선물해주셨던 추억담이 많아 부러움을 느낀다. 나에 초등학교 시절에도 교과서 위주가 아니라 간간히 동화책을 읽어주셨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쯤 마음에 품고 있는 나를 지켜주는 토대가 되어줄 동화책 한 권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조금 더 일찍 책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부러운 생각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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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2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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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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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0-30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에 품고 있는 동화책이 없어서 아쉬워요^^
작가가 참 부러웠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