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매혹의 카리스마>라는 책이 나왔다. 조선희 씨 등 여러 명의 필자가 각자가 본 강금실을 기술해 놓은 건데, 난 맨 첫머리에 나온 황성혜가 도대체 어떤 글을 썼는지가 궁금했다. 황성혜는 조선일보의 새끼매체인 주간조선의 기자고, 조선일보는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보내는 편이니까.

그의 글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목부터가 '능력보다 패션.자태로 떴다'다. 본문을 보자.
[개인의 절제와 노력, 공인으로서의 헌신이 중요한 때다. 국정업무 능력 외의 것들로 비판받으며 회자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제대로 된 역할 모델이 되어줄 것을 희망한다]

내가 법무부 직원이 아닌 한, 장관의 능력은 대개는 언론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들은 강금실에 대해 과연 어떤 기사를 썼을까. 몇달 전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을 잠깐 참조해 보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장관의 옷차림이 구설수에 올랐다. 2003년3월13일 부장검사들과의 모임에서 그가 보라색 숄을 둘렀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사적인 자리에서 “보라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에, 기분좋은 시작을 위해 입었을 뿐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베이지색 치마 정장에 반짝이가 조금 섞인 금색 니트를 받쳐 입고 두툼한 연보라색 캐시미어숄을… 눈화장은 옷색깔과 같은 보라색으로 맞췄고”라며 세세하게 보도하면서, “다소 진하게 칠한 마스카라와 적포도색 립스틱이 같은 또래 직장 여성들보다 약간 짙게 느껴졌다”라고 시어머니같은 코멘트를 날렸다(2003년 3월21일치). 장관이 색있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사회라니. 강 장관은 또 임명식에 ‘찰랑거리는 귀고리’를 달고 나왔다고 하여 <조선일보> 만물상에 ‘파격’이라며 꼬집히기도 했다(2003년 3월1일치).

이런 행태를 보며 나는 김대중 정권 때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는 손바닥만큼 큼직한 브로치를 즐기는데, 이 브로치가 외교상의 암묵적인 일종의 시그널을 전달한다고 하여 ‘브로치 외교’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한국 방문 당시 올브라이트 미 국무는 태양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있었는데, 이를 가리켜 국내 언론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간접적인 신호라며 환호했던 것이다. 동대문시장에서도 안 팔듯한 올브라이트의 큼직한 브로치에는 일희일비하는 국내언론이, 강 장관의 찰랑거리는 귀고리에는 파격이네 눈화장이 짙네 훈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하이에나를 떠올리게 됨은 지나친 생각일까.....


....강 장관은 언론의 관심을 끌려고 할 의도도, 필요도 없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언론은 이미 강 장관의 행보에 굶주려 있어, 그의 모든 행동은 기사가 된다. 심지어 강 장관이 낙엽을 감상했다는 것까지 기사로 쓰는 형편인 것이다(대한매일 10월24일치).

김기춘 의원은 “법무장관이 튀는 발언을 예사로 하고 인기에만 신경쓰면 되겠느냐”고 몰아붙였다. 강 장관이 이제까지 튀는 발언을 한 적이 있던가 그렇지 않다. 반대로, 강 장관은 최대한 튀지 않게 발언하고 있다. YTN은 돌발영상을 통해 강 장관의 발언태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으로 국회의원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말을 최대한 짧게 해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외려 상대가 꼬리를 내리거나 혼자 안달하다 화를 키우기 일쑤다"........(글쓴이; 이민아)]

다시 물어보자. 장관을 능력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외모나 옷차림에 촛점을 맞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강 장관의 옷차림을 상세히 기술하는 것으로 그 귀한 지면을 낭비한다면 나무가 아깝지 않는가? 그래놓고서는 강금실에게 "외모.자태로 떴다"느니 "제대로 된 역할모델이 되라"는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정부 부처 장관에 대한 평가에서 강금실 법무장관이 으뜸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개혁시민연합은...국회의원과 기업인, 언론인, 학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344명에 대해 성가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5개 부처 장관을 물은 결과 법무부가 1위로 나타났다]

2월 19일 <메트로>에 난 기사다. 황성혜 기자는 이 기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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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2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우리 클 때, 성함이 뭐였더라...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장을 한 여성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벽보에 붙은 그 사진 - 대략 지금의 탤런트 김을동같은 분위기에, 짧은 머리는 기름을 발라 올백하거나 가르마를 타고, 양복에 넥타이를 맨 - 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매번 속이 메슥거렸답니다.
정치도, 넓은 의미로 보면 '대국민 서비스업' 아닌가요? 한 나라의 얼굴에 해당되는 여성이 세련된 차림에 신경을 쓰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거리인지...허어...

sooninara 2004-02-2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남장 여자분..김을동 닮았는데...^^

sunnyside 2004-02-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여성들이 능력보다는 그 외의 것들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안타깝죠. '그 외의 것들'이 주로 겉모습, 말투처럼 피상적인 것들이라는 것이 문제구요..
지지난달엔가는 연합뉴스가 강금실의 이혼한 전 남편을 인터뷰했다면서 설레발을 떨었는데, 만일 남성 장관이었다면 그의 이혼한 전 부인을 인터뷰한 것이 그리 큰 특종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금실의 경우는 달랐겠죠. 장관이 아닌, 한 남자의 아내였던 강금실에 그렇게도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녀 역시 별 수 없이 한 남자의 아내였다는 사실도 상기시킬 겸요..

마태우스 2004-02-2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저 지금 들어왔어요. 호홋. 많이 안취했답니다. 헬렐레... 님께서 말씀하신 국회의원 말이죠, 김옥선이어요!! 취해도 그건 안다니까요...

호랑녀 2004-03-0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으로 국회의원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말을 최대한 짧게 해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외려 상대가 꼬리를 내리거나 혼자 안달하다 화를 키우기 일쑤다
이 말이 딱입니다. 참 배우고 싶은 점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블라시보님(가명)이 대기업과 현재 직장 사이에서 고민을 하실 때가 있었다. 범인들의 시각에는 대기업이 좋아 보이지만, 블라시보님은 대기업에 가면 알라딘에 글을 쓰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계셨다. '알라딘 평정'이란 황당한 꿈을 안고 알라딘에 가입한 이래, 난 서재점수 따기에 목을 매고 있었고, 한명이라도 더 제껴 순위를 끌어올리려고 그야말로 발버둥을 치는 중이었다. 그래서 맘 속으로 외쳤다. "대기업 가세요!!"

하지만 블라시보님은 결국 대기업에 가지 않았는데, 그분은 여전히 왕성하게 글을 써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서 난 내 서재순위를 1등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블라시보님의 수준 높은 글을 읽는 게 훨씬 더 좋은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향후 순위경쟁을 포기할 것을 선언했다 (그 후부터 난 하루에 몇번씩 클릭하던 명예의 전당에 더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난 블라시보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던 거다. 블라시보님은 일상 속에서 소재를 발굴하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원숙한 글재주를 통해 웅장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곤 했다.

얼마전, 블라시보님의 서재에서 님이 회사를 그만두신다는 글을 봤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테지만 난 기쁘다. 시간이 많아지셨으니 알라딘에 더 많은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의혹이 든다. 혹시 알라딘에 글을 더 많이 남기려고 회사를 그만두신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블라시보님이야말로 기껏해야 '술에 취해 새벽에도 알라딘에 접속하는' 나와는 비교될 수 없는 진정한 알라딘 폐인이 아닌가?

연분홍빛우주님(가명)도 그에 못지않다. 얼마 전 "공부를 하겠다"며 알라딘을 떠나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던 연분홍빛우주님은 얼마 전 알라딘에 복귀하면서 자신이 "중독되었"음을 밝혔는데, 돌아오자마자 쓴 두편의 글은 그동안 그분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또 있다. 진우밥님(가명)은 새벽 4시를 넘어서 이런 글을 남기셨다. "이크, 조금 있으면 알라딘 점검 시간인데, 빨리 써야지"

알라딘에 개설된 '마이페이퍼'는 이렇듯 많은 폐인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 맛에 빠져 난 그간 애지중지 가꾸던 홈피를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로 만들어 몇명 안되는 추종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배신한 게 사실이니 누명은 아니지만). 이런 중독자들에 대해 알라딘 측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지는 않으리라 생각을 하며, 알라딘 중독은 상품권으로 증세의 호전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는 얘기도 참고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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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finder 2004-02-2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소설도 내셨고,,
신문에 꽁트 연재를 하시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진/우맘 2004-02-2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라시보도 좋고, 연분홍빛 우주도 좋은데...진우밥이라니!
제가, 진/우의 '밥'이라는 것을 정확히 간파한 작명이군요.ㅋㅋㅋ

마립간 2004-02-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위와 점수란 것이 참으로 묘하죠. 특히 저의 학과 졸업생은 더욱 예민한 것 같고. 저도 웬만해서 중독되지 않는데, 유일하게 중독이라고 시인한 것이 알라딘 서재이고 특별히 과소비하는 것이 책구입하는 것입니다. (책 구입이 과소비인 이유는 읽어도 이해 못할 책도 사고, 빌려 읽을 수 있는 것을 굳이 구입하려는 욕심때문에 - 그래도 술값보다는 싸다고 생각하며 계속 구입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생각의 고갈 되었다고 생각되며 책을 읽는 시간이 오히려 주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추천을 받지 못하는 글에 속상하기도 하고. (예를 들면 수수께기님의 마이리뷰를 보면 4분에서 7분까지 추천을 받았고, 마태우스님은 14분의 추전을 받은 리뷰가 있습니다.)
글짓기를 잘 못하는 제가 서재에 열심으로 참가하게 된 이유가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자연과학과 이공계에 대한 관심) 그리고 알라딘 마을에서 인문계통의 책이 많이 읽히는 것처럼 (그나마 응용, 실용학문이 아닌 것이 다행이지만) 자연과학 책도 많이 읽히어 균형감을 갖기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하였습니다.

비로그인 2004-02-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금새 파악할 수 있는 엄청난 가명!! ㅋㅋ 정말 날로 늘어가는 서재 폐인들을 위한 방책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ㅎㅎ 그래도 알라딘 폐인 분들이 늘어갈수록, 즐거움도 늘어가는거 같다는...^^

연우주 2004-02-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고 웃었습니다. 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인터넷 설치했습니다. 속도 무지 빠르네요. 흑. 이러면... 공부는 언제하나? ㅠ.ㅠ
올해는 꼭 되야 하는데, 일자리도 없고 공부도 안 하고...
흑흑.

digitalwave 2004-02-2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독은 상품권으로 증세의 호전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는 얘기도 참고로 적어둔다." - 압권이군요. ^^:

연우주 2004-02-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어째 제 서재는 저 스스로 홍보하는 게 아니라, 마태우스님의 서재에서 홍보가 되는 것 같아요. 여기 코멘트 남긴 거보고 누르셨거나, 아님 마태우스님 서재에 제가 방명록 남긴 거 보고 누르셨거나, 대부분 그런 분들인 듯...^^;;;

sooninara 2004-02-2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가명은 무엇이 좋을까요? -허접한 제 생각은: 차태우스,소태우스..
너무 촌스러운가요? 다른분들이 올려주시죠..
저도 중독이라면 중독이라서..그런데 처음 알라딘서재순위는 당연히 순위권에 못드니까 신경도 안쓰다가 마이페이퍼달인에서 10위안에 드니까 엄청 신경쓰이더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10위안에서 안밀릴려고 애썼는데 ..아파트문제로 바쁘다보니..
어느날인가 마이페이퍼 50위안으로 밀려났어요..
그러니까..맘도 편하고 부담도 없더군요..남들은 신경도 안쓰는 작은거 가지고 매달린 자신이 초라해보이는...무소유가 좋은거죠^^

sooninara 2004-02-2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러고보니..마태우스님의 서재를 즐겨찾기에 등록을 안했군요..
다른서재에 가면 언제든지 들어올수있으니 별로 생각을 못한듯..
그렇게 순위에 신경을 쓰신다니 당장 한표 올려드리지요
(선물에 약한 아줌마가..ㅎㅎㅎ..그전에도 자주 들어온거 아시죠?)

마태우스 2004-02-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수니나라님, 지금은 마음 비웠습니다. 평정보다는 님들과 서로의 서재를 오가며 지내는 게 훨씬 더 재미있더라구요. 이젠 순위에 신경 안씁니다.

ceylontea 2004-02-2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위나 즐겨찾기 숫자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여러분들이 서로 즐겁게 대화를 하고 난 한참 후에 와서 뒷북치는 것이랍니다...
알라딘 서재 생활을 위해 야근은 없어져야 합니다~!!!! (히히)

_ 2004-02-2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폐인을 자부하며, 인터넷 시작페이지를 알라딘으로 해놓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지요. 물론 그 당시에는 나의서재란 기능이 서비스되질 않고 있을시였는데, 그 때는 도통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아직 연구중에 있습니다.;;

마태우스님의 말씀대로라면 저는 폐인으로서의 보상은 상품권으로 정말 배터지게 풍족하게 받은 놈이지만, 그런 상품권 덕분에 나의 계정에 들어가면, 3개월 동안의 순수구매 총액은 '0'원입니다.가 항시 저의 폐부를 깊숙이 찌릅니다. ㅠ_ㅠ

플라시보 2004-03-0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여기에 제 그간의 역경 내지는 역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군요. 첨에는 대기업과 지금 회사를 비교하며 살짝 갈등을 때리는 척 하다가 배짱을 튕기며 우리 회사에 사표를 쓰고 그러면서도 대기업으로 옮기지는 않고 백수로 지내려다가 그럼 뭘 먹고살지 싶어서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입니다.(쓰고 나니 그냥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데 무척 길게 읊었군요) 제가 늘 말했듯 저는 게으르고도 할랑한 인간이라 주로 회사에서 헛짓만을 잔뜩 하다가 퇴근합니다. 그래서 회사에 있어도 얼마든지 책보기 잠자기 알라딘질(과거 챗질이 생각나는군요)을 합니다. 이렇게 있어도 월급 주는 회사. 오래 오래 다녀야겠습니다.^^
 

 

 

 

 

 

그림설명: 안주발, 오리발, 이런 걸로 검색했더니 안나와서요...

 

술은 안먹고 안주만 먹는 사람을 '안주발'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은 대개 환영을 못받는다. 하기사, 나도 그런 사람을 싫어한다. 어제 술을 마시던 도중 막걸리 안주로 나온 '이면수'-물고기 이름이다-를 맹렬한 속도로 작살내는 사람을 보면서, 3년쯤 전에 만난 여자 생각을 했다. 그녀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안주발 중 최고였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 난 1회만 하고 없어진, <생존퀴즈>라는 TV프로에 나갔다. 15명 중 9명을 뽑고, 다시 세명을 뽑아 우승을 가리는데, 1등에게만 500만원을 줬다. 난 물론 1라운드에서 가뿐하게 탈락하고 말았는데, 그 악몽이 씻길 때 쯤 전화 한통이 왔다. 퀴즈프로 작가로부터였다.

"500만원 받은 xx씨가 한턱 쓴다고 나오래요..."

난 당연히 안나간다고 했다. 거기 가면 탈락의 악몽이 재현될 것 같았으니까. 더군다나 프로의 특성상, 참석자들은 내가 탈락하도록 만든 공범이 아닌가. 그들이 잡은 날은 다른 약속까지 있었다.

선약 때문에 안된다고 했더니 다시금 전화가 왔는데,  나 때문에 금요일로 미뤘고 게다가 그 프로가 1회를 끝으로 없어졌다는 거다. 마지막 모임을 하자나?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내가 안나가면 혹시나 옹졸한 사람으로 비춰질까 겁이 났다(사실 난 좀 옹졸한 놈이다).

"네... 갈께요..."

작가랑 출연진을 다시 만나니 반가왔다. 근데 500만원 받은 사람이 아직 안왔으며 지금 오고 있단다. 먼저 가서 먹고있기로 하고 장소를 정했다. 강경파들은 횟집이니 스테이크집 등을 가자고 했지만 난 이런 식의 벗겨먹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사람은 회사에서 100만원을 뜯겼으며, 세금도 25%나 냈단다. 상금 탔으니 한턱내라는 요구에 얼마나 시달리겠는가.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우린 호프집에 가서 푸짐하게 먹기로 했다.

계란말이, 족발, 두부김치, 과일... 안주는 정말 푸짐하게 시켰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자리를 잘못 앉았다. 내가 몸이 좀 실한 6번 출연자랑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것이 실수였던 거다. 안주가 나오는 족족 다 먹는 그녀를 나와 옆 사람은 그저 넋을 잃고 보기만 했다.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정말 잘 드시네요..."

그랬더니 6번은 배시시 웃으며 답한다. "예,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잠시 뒤 안주가 동이 났고, 6번은 젓가락을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 배불러!"

그렇게 먹고도 배 안부르면 그게 인간이냐.... 안주없이 술만 먹던 나랑 옆사람은 종업원을 불러 두부김치를 하나 시켰다. 그랬더니 6번이 다시 이러는 거다.

"두부김치 말고, 딴거 시키죠!" 6번은 메뉴를 고르더니 과감하게 탕수육을 시켰다.

그러더니...혼자 거의 다 먹었다. 그날 내가 먹은 건 족발에 나오는 부추랑 두부 한점, 이게 전부였다.... 뭐, 많이 먹는 건 좋은 거다. 특히 여자가 많이 먹으면 좋아 보인다. 문제는 2차 갈 시간인데 500만원이 안오는 거다. 다들 불안해했다. 이럴 때 누가 사야 할까. 다들 학생이고 월60만원을 받는 사법연수생, 갓들어간 회사원 등등 20대의 얼라들인데 말이다. 그래서... 1라운드 탈락한 내가 1차를 샀다! 난 허기진 배를 어루만지며 2차를 갔고, 내가 약속이 있어 자리를 뜬 10시22분까지 500만원은 오지 않았다. 그날 난 새벽에 집에 왔는데, 너무 배가 고파 라면을 먹어야 했다.

생존퀴즈는 1회로 끝이 났지만,  아직까지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500만원을 갖고 튄 사람과 안주를 먹던 6번-2등을 했던-은 모임에 참가하지 않고 있으며, 참석자 전원은 나처럼 1라운드 탈락자들이다. 술을 마시다 가끔 생각을 한다. 6번은 지금쯤 또 어디서 안주를 먹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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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2-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전 6번 아닙니다~~ ^^ 제발이 저려서요.
저도 좀 잘 먹습니다. 그래도 전 남들 먹을게 없을 정도까지는 아닌데.. (알아서 미리 여유있게 시킵니다.)

진/우맘 2004-02-2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아닙니다! 6번...^^;;; (매우매우 제발이 저림 -.-)

비로그인 2004-02-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1라운드 탈락한 마태우스님이 1차를 내고...그래도 1라운드 탈락자끼리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니, 참 신기한 인연이네요...^^

마태우스 2004-02-2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진우맘님/그땐 제가 맘이 좁았었구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아요. 안주라도 잘 먹으면 좋죠, 뭐.
앤티크/그래서 이름이 생존퀴즈 아닙니까^^

갈대 2004-02-2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있는 그림에 한표 날립니다...ㅋㅋ

sooninara 2004-02-2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0만원이 안나온것은 왜 일까요??? 저도 6번은 아닙니다..
왜냐면 안주보다 술을 좋아하기에^^
 

 

 

 

 

 

양: 소주 한병, 그리고 생맥주 엄청...
좋았던 점: 2차서 맥주를 마시니 마지막까지 안취할 수 있었다.
나빴던 점
-스켈링을 공짜로 받았는데, 술값이 훨씬 더 나왔다.
-취하질 않다보니 새벽 한시 반까지 마셔버렸다.
-오늘 아침,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는, 최대한 버티다가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때 가는 곳이다" by 스탕달.

내가 어릴 적, 어머니는 스켈링을 시키려고 날 치과에 데려가셨다.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난 결심했다. "내가 크면 스켈링 안받을거야!"
고등학생이 되어 엄마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뒤, 난 한번도 치과에 간 적이 없다.

꿈많은 90년대 중반, 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피가 묻는 걸 목격했다. 그 증상은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잇몸에서 저절로 피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닦을 땐 언제나 피투성이었다. 슬슬 걱정이 된 나는 신월동에서 치과를 하고있던 친구를 찾아갔다. 내 입을 본 친구의 말,
"정말 미안하다. 명색이 치과의산데, 친구가 입이 이렇게 될 때까지 관심도 갖지 않았다니"
난 태어나서 한번도 충치를 앓은 적이 없다고, 이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잇몸 균과 충치 균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우세하면 다른 쪽은 쇠퇴하지. 넌 잇몸이 아주 안좋아"
난 그전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치석제거를 받았다. 알러지성 비염 때문에 코로 숨을 못쉬어, 더더욱 괴로웠다.

그렇게 두 번 치석제거를 하자, 잇몸에서 피가 나는 일은 없어졌다. "별거 아니구나!" 난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갔고, 한번 오라는 친구의 권유를 번번히 뿌리쳤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예비군훈련장에서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 치과를 개업했다고, 한번 들르라고 했다. 갔더니 온김에 이를 한번 보잔다.
"형 나이에 이렇게 잇몸이 안좋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날, 그는 날 아주 작살을 냈다. "형이 아픈 건, 잇몸이 안좋기 때문이어요. 이렇게 나가단 틀니를 해야할지 몰라요"

틀니라... 여자들에게 틀니와 대머리 중 어떤 남자가 더 싫으냐고 했을 때, 한명만 빼곤 모두틀니를 선택한 정도로 악명높은 증상이 아닌가. 이 외모에 틀니까지? 그 뒤부터 난 석달에 한번씩 후배의 치과를 열심히 드나들었다. 하지만 일년쯤 지나자 슬슬 귀찮아졌고, 작년 6월 말 이후부터 다시금 발을 끊었다. 어제 간 건 그러니까 무려 8개월 만인데, 잇몸이 더 안좋아져서인지, 오랜만에 가서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진 건지, 스켈링이 끝나고 나서 난 눈물까지 쏟았다.
내 스켈링을 담당한 간호사의 말이다. 초반부, "잇몸이 안좋으시군요" 중반부, "잇몸이 정말 안좋으세요" 나중에..."잇몸이 너무너무 안좋으세요" 그녀는 적어도 스무번 이상을 내 잇몸에 대해 언급했다. 나중에 내 잇몸을 본 후배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잇몸치료를 해야겠으니, 날짜를 잡읍시다" 

아, 이게 웬 시련이란 말인가. 지나간 세월이 후회가 되지만, 이게 어쩌면 내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잇몸치료를 하는 동안은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3월 말 경이나 되어야 잇몸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자는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법, 틀니만은 막아야지 않겠는가.

* 참고로 스탕달이 했다는 얘기는 사실은 제가 한 겁니다...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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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 잔고가 점점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요즘은 돈을 찾을 때 잔액을 아예 안보죠. 제가 체중을 못다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무셔워서!

paviana 2004-02-25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치과는 항상 공포의 대상입니다. 아픈것보다는 그 무시무시한 기계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그것보다는 어디서 뭐가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해야 하는 치료의 그 엄청난 치료비가 더 무섭습니다. 고로 치과를 가야지 결심하는 것은 고통의 강도가 아니라 통장의 잔고입니다..저에게는 ..

waho 2004-02-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젤 무서운게 치과가는 건데. 치과 넘 싫어요. 잇몸 치료 꾸준히 받으심 좋아지시 겠지만 힘드시겠네요.

비로그인 2004-02-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치과가 무서워요~ 스켈링을 한번 받았는데, '어머, 잇몸이 참 깨끗하시군요'라고 하면서 해주는 걸 보고, 괜히 멀쩡한 잇몸에 스켈링한건 아닌지, 의심을...한번 해보니 더 무서워서 못가겠더라구요~ 그래도 마태우스 님, 앞으로 잇몸치료 열심히 받으셔요~

진/우맘 2004-02-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아아아~ 불쌍한 마태우스님, 잇몸치료는 스켈링보다 20배 정도 끔찍하답니다!!!
저도 잇몸에서 자주 피가 나는 편인데....잇몸치료 받겠느냐 스켈링 20번 받겠느냐 물으면 1초도 생각할 필요 없이 스켈링 20번을 선택하렵니다.
뭐, 겁먹을까봐(하긴, 이미 충분히 겁먹으셨겠군^^;;) 자세한 언급은 피하렵니다.(자상한 진/우맘 ㅋㅋㅋ)
 

 

 

 

 

 

문학베스트 7위에 서서 요시모토 바나나와 이문열을 내려다보고 있는 내 책,  알라딘에는 그 책에 대해 총 4개의 서평이 올라있다. 첫번째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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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을 두번 죽이지 말란 말야~
리뷰어 : mmtw2000
상품평점 : 작성일 : 2004 년2월 19일

그동안 딴지일보에 '건강동화'라는 이름으로 연재되던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딴지에 연재되었던 것뿐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모은 소설책이다. 마태우스 탐정은 '마침내 태어난 수퍼스타'란 뜻의 마태수가 되었고 각기 별개로 연재되던 이야기들은 각각 연관을 가지고 이어지는 소설이 되었다.

그동안 <기생충의 변명>이라는 책을 통해 '기생충은 그리 나쁜 녀석들이 아냐'라고 대변해주던 작가였고 이 책을 통해서도 기생충은 그리 나쁜놈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소설에서 기생충은 고도의 지능범들의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중략...단순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유머를 바탕으로 하여 꽤나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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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라기보다는 마치 출판사 관계자 같지 않는가? 300부도 안팔린 <기생충의 변명>을 언급하는 것도 웬지 수상하다. 그렇다. 이 글은 내 여친이 쓴 글이다! 두번째 서평.

엽기, 변태, 가학...그 능글맞은 유머 저변에 흐르는 따스한 휴머니즘
리뷰어 : alamh
상품평점 : 작성일 : 2004 년2월 20일

친구 권유로 펼쳐봤다가 서평까지 쓰게되었네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TV시리즈 외화중에서 '몽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편집증이 있어서 사소한 것에도 과도하게 집착하는 몽크 라는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물이지요. 물론 그 시리즈에서 몽크의 편집증은 매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곤 합니다. 탐정의 병적인 성격을 모티브로 줄거리를 끌어나가는 매우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 또 다른 매우 특이한 탐정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마태수'...그의 무기는 다름 아닌 엽기, 변태, 가학성입니다. 하지만 몽크보다도 훨씬 더 웃기고 인간적이며 지적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외모도 그러리라 상상해봅니다.

사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툭하면 이것저것(인간의 배설물이든 기생충 사체든) 맛을 봐서 확인한다든지, 여기저기 주욱죽 갈라내서 오글오글하는 기생충들을 주물럭거린다든지 (가끔 꺼내 먹기도 합니다 @.@), 인간의 항문에서 10여미터나 되는 촌충을 슬금슬금 끄집어낸다든지...이루 다 묘사하기도 뭣한 마탐정의 행각에 지금도 몸서리가 절로 쳐집니다.

물론 매번 그런 상황이 전제되지 않으면 사건 해결은 불가능한 것이었겠지요. 같은 의사 출신 탐정이라도 오스틴 프리맨의 손다이크 박사는 그렇게 멋지고 고상할 수가 없는데... 징그럽고 더러운 일 도맡아 하고 예쁜 여자와 먹는거(특히 술)라면 사족을 못쓰는 이 마 탐정은 멋지고 고상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부류지요.

하지만 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런 엽기적인 상황들은 자꾸 부딪히다보면 점차 자연스레 익숙해지게 됩니다. 지저분하거나 징그러운 것만이 아닌 이 세상의 매우 중요한 또 다른 모습 정도로 말이지요. 그래서 때론 숭고함까지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만 추구하는 사이에 세상 이면의 처절한 현실을 붙잡고 손에 피와 흙을 묻히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바로 마태수 혹은 저자와 같은 자연과학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요. 그 험한 일들을 능글맞게 웃으면서 해내는 마 탐정의 모습이 멋져보이는건 바로 그 탓이겠습니다.

게다가 이 소설의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기생충 탐정 마태수의 처절한 응징의 대상은 결코 기생충들이라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악행을 일삼는 폭력적 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기생충들은 결코 그 징그럽게 생긴 모습만큼 악당들은 아닙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 그들은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원하며, 오히려 그 공존을 파괴하고 왜곡시키는 것은 인간 악당들이라는거지요. 따라서 마태수는 그 평화로운 공존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시종일관 필사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기생충 같은 보기흉한 미물까지 포함하여 세상 모든 존재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염원하는 휴머니즘이 실상 이 소설의 궁극적 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추리소설로서의 플롯이 엉성하고 캐릭터 묘사도 중구난방인 단점은 있습니다만 마음 따뜻한 자연과학자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학문관과 인생관이 담겨있어 특히 생물학이나 의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말도 안되게 웃기고 재미있네요.

6분중 6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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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말하는 듯,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훌륭한 글이다. 출판사에서는 혹시 내가 쓴 게 아니냐고 의심을 했지만, 나에겐 이런 서평을 쓸 능력은 없다. 그런데... 이사람의 알라딘 서재에 가봤더니, 그가 쓴 서평은 이거 하나밖에 없다. 역시나 냄새가 난다. 그는 내 측근이고, 내 강요에 의해 서평을 썼다는. 그렇다. 그는 전직 피디로, 요즘 한의대 진학을 위해 수능공부를 하고있는 영문학 전공자다. 문과 출신에다 두루 책을 섭렵한 사람답게 훌륭한 서평을 써 주었다. 그다음 서평.

기생충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리뷰어 : jerry
상품평점 : 작성일 : 2004 년2월 24일

서점에 갔는데 제목이 눈에 띄어 집어들었습니다. 올해 서른이 된 저만 해도 기생충에 관한 추억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변을 내라고 했을 때 개똥을 집어들고 간 기억, 같은 반 얘 한명이 촌충인가에 걸려 애들이 한동안 그를 피해다닌 기억이 있긴해도, 지금은 기생충이 모두 멸종해 버린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생충학교실이라는 게 있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더군요. <대통령과 기생충>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기생충을 연구하는 저자가 저처럼 기생충이 멸종했다고 믿는 사람에게 그렇지 않다, 기생충은 아직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해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지만, 다 읽고 나니 세상이 온통 기생충 뿐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더군요. 책을 읽고나서부터 자주 손을 씻게 된 것도 이 책이 가져다 준 부작용입니다.

가끔씩 나오는 어설픈 유머들도 맘에 들었지만, 기생충에 관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소득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뭐가 소설이고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더군요. 뉴스 진행석에 뛰어들어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있다'고 한 사람이 진짜로 유구낭미충증에 걸려 있었는지, 골프선수 캐리 웹이 정말로 그런 짓을 했는지, 회충약인 알벤다졸의 개발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신찬섭인지 혼란스럽더군요. 제가 별 다섯개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처럼 기생충이 멸종했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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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기생충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써놓고, 본문은 '손을 자주 씻게 된다'고 했다. 친근하면 손을 자주씻냐? 이사람 역시 지금까지 쓴 게 이거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 측근일까? 아니다. 이건....나다! 내가 다른 사람 아이디로 서평을 쓴 것이다. 우하하. 그다음 서평.

독특하다. 기발하다. 유쾌한 엽기다...
리뷰어 : 호민관 ()
상품평점 : 작성일 : 2004 년2월 24일

요즘 세상에 과연 기생충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책 날개를 읽으며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쯤 mbc 9시 뉴스에서 눈이 가려워 거울을 보았더니 하얀 벌레, 즉 동양안충이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우리 육안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기생충이다 라는 기사가 순간 떠오르더군요. 평소 눈이 자주 가려웠던 터라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 당장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삼십여 페이지쯤 읽었을까. 에이, 그냥 읽지 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정소설이라 하기엔 구성면에서 다소 치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단조로웠기 때문입니다. 마태수 탐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 또한 너무나 쉬워 보여 기생충에 대한 의학 지식만 있으면 나라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책이라도 반드시 한가지 교훈은 있다 라는 게 제 철저한 신념이기도 하여 힘을 내어 열심히 읽었습니다.

별별 기생충들이 다 등장하더군요. 때문에 펼쳐지는 상황들이 엽기적일 수 밖에 없는데요. 기생충을 따라 과거로 돌아가 신찬섭을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태수와 왕회충과의 대격전은 여느 성룡 영화 못지않게 치열하기까지 하더군요. 특히 검지손가락 두 개를 이용한 치명타를 날릴 때는 그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 유쾌하게 읽힙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습니다.

기생충학자들이 청와대로 시위하러 갈 때 '회충을 한 마리씩 목에 감고 가자'고 결의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에선(p.92) 정말이지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 책 곳곳에 이렇듯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가 깔려 있어서인지 큰 불편없이 단 하루만에 읽어 버렸습니다. 저자가 기생충 학자이기 때문에 기생충을 매개로 한 이런 기상천외한 소설이 가능했던 것 같고요. 참으로 독특하고 기발합니다.

아래 두 번째로 서평을 쓰신 분이 언급한 대로, 마태수는 콜롬보처럼 멋진 바바리 차림으로 폼 재지도 않습니다. 탐정 활동하기에 편하다는 이유로 빨간 츄리닝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눈도 작아 외모도 낙후한데다 미인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는 캐릭터지만 결코 밉지가 않습니다. 그의 가슴엔 악의 무리를 응징하고자 하는 불타는 정의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혐오스러운 외모로 우리에게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는 회충이나 그 외 여러 기생충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그들을 더 깊이 알게 되면 결코 인류에게 해를 끼칠 의도는 없으며 실은 인류와의 평화공존을 원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바에야 '밥 한 숟갈 더 먹어주면 된다' 라는 저자의 기생충을 향한 각별한 사랑 앞엔 자못 숙연해 지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별 수사없이 담백한 문체로 쓰여져 쉽게 읽힙니다. 또한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끝나는 게 아니며 유익한 정보를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의도했건 아니던 간에 결국 인간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스파루가눔 이라는 벌레가 뱀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 이외에도, 흔히 우리가 마시게 되는 약수에서 스파루가눔에 걸린 물벼룩을 함께 삼켰을 경우, 똑같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은 무척 요긴한 정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친절하게도 뒤에 부록으로 실린 여러 기생충에 대한 의학 정보는 의학에 문외한인 우리 일반인들이 꼭 한번 읽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박민규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낄낄대며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그런 식의 유머에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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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역시 지금까지 쓴 서평이 이거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 측근일 것인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밤 서평을 올리겠다고 한 사람이 있긴 했지만, 오후 다섯시가 넘으면 이틀 후에 올라오는 알라딘의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는 아닌가보다. 누굴까?

교보에 오른 또다른 서평.

 기대이상의 놀라움~~ [sw5246] ㅣ 2004-02-23 ㅣ
 작년에 기생충에 변명이라는 책을 선물받아 보게 되었는데...
큰 충격과 큰 재미를 준 책이었다....후략

<기생충의 변명> 얘기가 나오는 거나, 별 다섯개를 준 건 내 측근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아이구, 내 측근 말고는 아무도 서평을 안썼다는 것은 나랑 내 측근 말고는 책을 산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 문학베스트 7위의 빛 아래에는 이런 그림자가 있다. 서평질서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알라딘 측에 심심한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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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2-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이 직접 쓰셨다는 서평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사무실을 어지럽히며 웃어제꼈습니다... 정말 장난이 아니군요... (얼른 사서 읽고 서평 쓸게요...^^)

비로그인 2004-02-2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들 서평을 무지 잘쓰시는데요!! 화려한 측근들...^^ 과연 마태우스님이 다른 사람 아이디로 썼다는 게 사실일런지...개똥얘기는 무척 친숙한데...ㅎㅎ 측근말고 책을 산 사람이 없었다기보다, 면식이 있는 관계라, 서평쓰기가 좀 더 주저되는건 아닐까요~~ 아님 곧 올라오거나. ^^

_ 2004-02-2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마음껏 드러내놓고 서평적을 만한 능력이 되면 마태우스님의 책에도 한번 서평도전을 해 볼터인데, 능력부재라 아쉽군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여기 서재에 들르시는 분중의 서평이 하나 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조만간 그 그늘또한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연우주 2004-02-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공개적으로 밝히면 알라딘에서 알게 될 텐데, 후한이 두렵지 않나요? ^^;;;

배바위 2004-02-2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혼자서 소리나게 웃었습니다. 어,,, 그런데 우리 담당직원분이 혹시나 지나다가 이 글을 보면 어떻게 조치하실지 정말 궁금하네요... 모른 척 할 것이냐, 아니면 독자서평관리지침을 준수할 것이냐... 좌우간 기발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연우주 2004-02-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태우스님 제가 꼭 서평을 써서 제 누명을 벗겠습니다. 그, 그게 아니거든요. 깊이 깊이 용서를 바라며..^^

_ 2004-02-2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처를(??)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ㅠ_ㅠ

sooninara 2004-02-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이 무슨 누명을??? 저도 빨리 리뷰를 써야하는데..문제는 글발이 딸려서..
어쨋든 저도 측근에 들어가나요?

그리고 이렇게 웃긴 마이페이퍼는 처음 봅니다..저도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우리아이들이 엄마 왜 저래하면서 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