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매혹의 카리스마>라는 책이 나왔다. 조선희 씨 등 여러 명의 필자가 각자가 본 강금실을 기술해 놓은 건데, 난 맨 첫머리에 나온 황성혜가 도대체 어떤 글을 썼는지가 궁금했다. 황성혜는 조선일보의 새끼매체인 주간조선의 기자고, 조선일보는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보내는 편이니까.
그의 글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목부터가 '능력보다 패션.자태로 떴다'다. 본문을 보자. [개인의 절제와 노력, 공인으로서의 헌신이 중요한 때다. 국정업무 능력 외의 것들로 비판받으며 회자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제대로 된 역할 모델이 되어줄 것을 희망한다]
내가 법무부 직원이 아닌 한, 장관의 능력은 대개는 언론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들은 강금실에 대해 과연 어떤 기사를 썼을까. 몇달 전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을 잠깐 참조해 보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장관의 옷차림이 구설수에 올랐다. 2003년3월13일 부장검사들과의 모임에서 그가 보라색 숄을 둘렀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사적인 자리에서 “보라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에, 기분좋은 시작을 위해 입었을 뿐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베이지색 치마 정장에 반짝이가 조금 섞인 금색 니트를 받쳐 입고 두툼한 연보라색 캐시미어숄을… 눈화장은 옷색깔과 같은 보라색으로 맞췄고”라며 세세하게 보도하면서, “다소 진하게 칠한 마스카라와 적포도색 립스틱이 같은 또래 직장 여성들보다 약간 짙게 느껴졌다”라고 시어머니같은 코멘트를 날렸다(2003년 3월21일치). 장관이 색있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사회라니. 강 장관은 또 임명식에 ‘찰랑거리는 귀고리’를 달고 나왔다고 하여 <조선일보> 만물상에 ‘파격’이라며 꼬집히기도 했다(2003년 3월1일치).
이런 행태를 보며 나는 김대중 정권 때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는 손바닥만큼 큼직한 브로치를 즐기는데, 이 브로치가 외교상의 암묵적인 일종의 시그널을 전달한다고 하여 ‘브로치 외교’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한국 방문 당시 올브라이트 미 국무는 태양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있었는데, 이를 가리켜 국내 언론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간접적인 신호라며 환호했던 것이다. 동대문시장에서도 안 팔듯한 올브라이트의 큼직한 브로치에는 일희일비하는 국내언론이, 강 장관의 찰랑거리는 귀고리에는 파격이네 눈화장이 짙네 훈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하이에나를 떠올리게 됨은 지나친 생각일까.....
....강 장관은 언론의 관심을 끌려고 할 의도도, 필요도 없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언론은 이미 강 장관의 행보에 굶주려 있어, 그의 모든 행동은 기사가 된다. 심지어 강 장관이 낙엽을 감상했다는 것까지 기사로 쓰는 형편인 것이다(대한매일 10월24일치).
김기춘 의원은 “법무장관이 튀는 발언을 예사로 하고 인기에만 신경쓰면 되겠느냐”고 몰아붙였다. 강 장관이 이제까지 튀는 발언을 한 적이 있던가 그렇지 않다. 반대로, 강 장관은 최대한 튀지 않게 발언하고 있다. YTN은 돌발영상을 통해 강 장관의 발언태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으로 국회의원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말을 최대한 짧게 해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외려 상대가 꼬리를 내리거나 혼자 안달하다 화를 키우기 일쑤다"........(글쓴이; 이민아)]
다시 물어보자. 장관을 능력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외모나 옷차림에 촛점을 맞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강 장관의 옷차림을 상세히 기술하는 것으로 그 귀한 지면을 낭비한다면 나무가 아깝지 않는가? 그래놓고서는 강금실에게 "외모.자태로 떴다"느니 "제대로 된 역할모델이 되라"는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정부 부처 장관에 대한 평가에서 강금실 법무장관이 으뜸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개혁시민연합은...국회의원과 기업인, 언론인, 학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344명에 대해 성가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5개 부처 장관을 물은 결과 법무부가 1위로 나타났다]
2월 19일 <메트로>에 난 기사다. 황성혜 기자는 이 기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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