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소주 한병, 그리고 생맥주 엄청...
좋았던 점: 2차서 맥주를 마시니 마지막까지 안취할 수 있었다.
나빴던 점
-스켈링을 공짜로 받았는데, 술값이 훨씬 더 나왔다.
-취하질 않다보니 새벽 한시 반까지 마셔버렸다.
-오늘 아침,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는, 최대한 버티다가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때 가는 곳이다" by 스탕달.
내가 어릴 적, 어머니는 스켈링을 시키려고 날 치과에 데려가셨다.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난 결심했다. "내가 크면 스켈링 안받을거야!"
고등학생이 되어 엄마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뒤, 난 한번도 치과에 간 적이 없다.
꿈많은 90년대 중반, 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피가 묻는 걸 목격했다. 그 증상은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잇몸에서 저절로 피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닦을 땐 언제나 피투성이었다. 슬슬 걱정이 된 나는 신월동에서 치과를 하고있던 친구를 찾아갔다. 내 입을 본 친구의 말,
"정말 미안하다. 명색이 치과의산데, 친구가 입이 이렇게 될 때까지 관심도 갖지 않았다니"
난 태어나서 한번도 충치를 앓은 적이 없다고, 이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잇몸 균과 충치 균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우세하면 다른 쪽은 쇠퇴하지. 넌 잇몸이 아주 안좋아"
난 그전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치석제거를 받았다. 알러지성 비염 때문에 코로 숨을 못쉬어, 더더욱 괴로웠다.
그렇게 두 번 치석제거를 하자, 잇몸에서 피가 나는 일은 없어졌다. "별거 아니구나!" 난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갔고, 한번 오라는 친구의 권유를 번번히 뿌리쳤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예비군훈련장에서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 치과를 개업했다고, 한번 들르라고 했다. 갔더니 온김에 이를 한번 보잔다.
"형 나이에 이렇게 잇몸이 안좋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날, 그는 날 아주 작살을 냈다. "형이 아픈 건, 잇몸이 안좋기 때문이어요. 이렇게 나가단 틀니를 해야할지 몰라요"
틀니라... 여자들에게 틀니와 대머리 중 어떤 남자가 더 싫으냐고 했을 때, 한명만 빼곤 모두틀니를 선택한 정도로 악명높은 증상이 아닌가. 이 외모에 틀니까지? 그 뒤부터 난 석달에 한번씩 후배의 치과를 열심히 드나들었다. 하지만 일년쯤 지나자 슬슬 귀찮아졌고, 작년 6월 말 이후부터 다시금 발을 끊었다. 어제 간 건 그러니까 무려 8개월 만인데, 잇몸이 더 안좋아져서인지, 오랜만에 가서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진 건지, 스켈링이 끝나고 나서 난 눈물까지 쏟았다.
내 스켈링을 담당한 간호사의 말이다. 초반부, "잇몸이 안좋으시군요" 중반부, "잇몸이 정말 안좋으세요" 나중에..."잇몸이 너무너무 안좋으세요" 그녀는 적어도 스무번 이상을 내 잇몸에 대해 언급했다. 나중에 내 잇몸을 본 후배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잇몸치료를 해야겠으니, 날짜를 잡읍시다"
아, 이게 웬 시련이란 말인가. 지나간 세월이 후회가 되지만, 이게 어쩌면 내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잇몸치료를 하는 동안은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3월 말 경이나 되어야 잇몸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자는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법, 틀니만은 막아야지 않겠는가.
* 참고로 스탕달이 했다는 얘기는 사실은 제가 한 겁니다...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