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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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책 뒷표지의 추천사를 쓴 김민정 시인은 좋아하지만,

이 책의 박연준은 누구인지 몰랐거니와 장석주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동안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가 쓴 책에도 관심을 가졌었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던터라,

요번에도 서재 이곳 저곳에서 추천하고 있는 것을 봤지만 들이기까지 좀 뜸을 들였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 이 책의 취지를 모르겠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낸 책이었으면 그에 맞게 조촐하게 몇 부 인쇄해서 지인들에게 돌리는 수준이었으면 됐을 것이고,

'걸어본다 시리즈'였다면 신변잡기식의 박연준의 글보다는 장석주의 그것을 앞에 놨어야 옳았을 것이다.

시드니에 관한 여행기라고 하기에도 뭔가 많이 아쉽지만, 쩝~(,.)

 

세상엔 그렇게 경계가 모호해서 구분짓기 어려운 것들도 존재하게 마련이고,

나 또한 희미하긴 마찬가지라며 위로를 하는 수밖에~--;

 

흔히 기준이나 잣대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 기준과 잣대는 나에게 적용시킬때와 세상에 적용시킬때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고,

그걸 인지상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걸 기억하는 박연준의 서문으로 시작하지만,

연서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둘의 사랑을 다짐하는 결혼 축하나 서약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가인 그들의 작품성을 인정한다고도 못하겠다.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럽지만,

이 둘의 나이 차가 스물 다섯이나 되는 걸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귄지 10년이나 되었다고 하지만,

장석주의 전작 '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읽어라'를 읽었을 당시 결혼한 아들이 등장하였던걸로 미루어,

'둘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 '세대 차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

이들의 여기까지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박연준은 '생각을 만지는 일'이란 꼭지에서,

책은 생각을 물성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붙잡아두려고, 생각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낱장은 찢어지기 쉽고 베일 듯 얇지만, 묶어놓으면 단단하고 네모나고 뭉치로 변하는 책! 책을 읽는 일은 저자의 동의 아래 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더듬고, 움켜쥐고, 흡수하는 일이다. 씹고 삼키며 간혹 뱉기도 하는 일이다.

 

  책의 촉감이 좋다. 냄새가 좋다. 자물쇠 없이 열리고 닫히는 개방성이 좋다. 많은 문자 속에 감추고 있을 몇 가닥, 삶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저자)의 언어를 내 안에 담아보는 일이 좋다.(54쪽)

고 하고 있다.

 

난 책이나 글이란 머리와 마음을 종이에 옮겨놓은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두드러지게 강조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배제하거나 소외시킬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ㆍㆍㆍㆍㆍㆍ우리는 이해하려들면 안 된다. 이해란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게 사랑이니까.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52~53쪽)

라는 부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음을 앞세우며 말랑말랑한 글을 쓰는 그녀와,

'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읽어라'나 '마흔의 서재'따위의 머리로 글을 쓰는 그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싶다.

 

결혼 순간이나 결혼 기념의 의미로 사진이나 글을 매개로 책으로 붙들어 묶어 기념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느리고 더딘듯 해도 계속 이어져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을 앞세우고 사는 사람의 삶과 머리를 앞세우고 사는 사람의 삶은 다를 것이고,

나이 서른 다섯의 삶의 속도와 나이 육십의 삶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단적인 예로, 많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피곤해하는 그녀에게 그가 이런 말을 해준다.

"네가 아무리 많이 보려 해도 이곳에 사는 사람만큼 많이 보고, 많이 알 수는 없어. 뭘 보려 하지 말고 그냥 거기 있는 순간을 즐겨." (72쪽)

 

산다는 건,

결혼이란걸 해서 살을 맞대고 산다는 건, 지금까지와의 삶과는 또 다를 것이다.

살면서 보대끼고 부딪치며,

닳아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닮아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각자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문체로 쓰는 글들처럼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데,

나는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엿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부부가 아니어도 서로의 삶에 말을 걸 수도 있고,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을 수도 있다.

오지랖이 넓은 이라면 '인지상정'이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책이라니,

나중에 둘이 돌이켜 보고 기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내밀한 내용으로 꾸미되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지인들에게만 돌리던지,

아니면 내밀함을 지우고 작가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걸어본다 시리즈'의 취지에 맞게 만드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이나 글이란 머리와 마음을 종이에 옮겨놓은거라는 점에서,

그녀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다른 한쪽을 거의 배제하거나 소외시킨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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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15 18:43   좋아요 0 | URL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어요. 장석주 시인의 책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

보물선 2016-04-15 18:44   좋아요 0 | URL
삶의 무게?^^

양철나무꾼 2016-04-21 15:48   좋아요 0 | URL
cyrus님,
시집이 자주 나오는 거면 모르겠는데, 무게감있는 인문학 서적들이 자주 나오는데 어쩌자는 것인지 말예요.
그냥 열길 물 속과 이분 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하려구요~--;

보물선님,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오셨군요, 환영합니다여~^^

꿈꾸는섬 2016-04-15 22:08   좋아요 0 | URL
ㅎ아직도 이 책은 읽고 싶지가 않네요.
결혼기념 한정판! 좋은 의견이세요.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이런 에세이는 반갑지가 않네요. 오히려 전 좀 장석주님께 실망했어요ㅜㅜ

2016-04-21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야 싹을 돋우고 자라나는 나무나 풀도 아니면서 밤새 잠을 설쳤다.

며칠전 아침 산책길에 보니 목련나무와 천변 이름모를 나무에도 잔뜩 물이 올랐던터라,

요번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으로라도 꽃구경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툴툴거릴 사이도 없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옛날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난한 선비 내외의 집에 또 가난한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딱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

가난한 선비 내외는 '가라고 오는 가랑비요.'했을테고,

또 가난한 나그네는 '있으라고 오는 이슬비요.'라고  했을 거라는 얘기.

 

지금 내리는 비를 '꽃비'라고들 한다.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꽃비'이고, 꽃을 떨구고 열매 맺게 하느라 내리는 비도 '꽃비'가 되는 셈이다.

삶의 상반되는 이면에 붙여진 같은 이름이라니, 삶은 그렇게 조금은 황홀하고 조금은 눈물겨운 것인가 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ㅋ~.

우울했었던게 맞나 싶게 이렇게 '룰루랄라~'거리는 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강승원 님이 양희은의 목소리로 '4월'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곡도 좋은데, 가사도 좋다, 아흑~^^

 

접힌 부분 펼치기 ▼

 

양희은 - 4월(with 강승원)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펼친 부분 접기 ▲

 

삶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데,

강승원은 이 곡에서 배웅 못했던 헤어짐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인 것은 맞지만,

이 곡과 관련하여 안해도 좋았을 말이 아닐까 싶어 아쉬웠다.

 

삶에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살다보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존재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까 아름다운 것이고,

강승원이니까 완전 멋있는 것이지만~,

but, 현실에서라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있을 때,

계속 연연하는건 깔끔하지 못한 일일 뿐더러,

현재에 대한,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회피이고 직무유기이지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입장 바꿔 너라면 그렇게 깔끔하고 쿨하게 처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알 수 없어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같은 책을 읽지 않겠냐고 하겠다.

 

 

 

 

 

 

 비밀보장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개그우먼들의 책이라서 그냥 웃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가볍게 터치하는듯 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난 깔끔하고 쿨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이  깔끔녀, 쿨녀라는건 이 책을 걸고 보장할 수 있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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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환희 2016-04-07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예쁜 말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1   좋아요 1 | URL
독서의 환희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독서를 통한 환희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야 할테구 말이죠~^^

cyrus 2016-04-07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때문에 벚꽃 이파리 절반이 땅으로 떨어졌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웠던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4   좋아요 1 | URL
엊그제 목련과 벚꽃 타령을 했던것 같은데,
어느새 철쭉과 진달래로 바뀌었어요.

전 철쭉과 진달래 하면 소쩍새가 생각나고,
왠지 궁상맞아지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온통 연두이고 초록일테니...한편 설레이기도 하답니다~^^

2016-04-0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2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양희은님의 노래를 듣네~ 참 좋다.
오늘은 양희은님 노래를 줄창 들어야겠다, 점심부터 먹고. ^^

꽃이 참 아릅다와서, 처연하더라.

양철나무꾼 2016-04-21 16:02   좋아요 1 | URL
난 오늘은 자우림~^^

맨날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나?
내 살 좀 가져가라우요~ㅅ!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 정의가 부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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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저녁,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박진영이 누군가가 부른 노래를 가지고, 가수가 노래를 잘 하지만 감정 전달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심사평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같이 주억이고 있었다.

 

심사의 대상이 된 친구는 참하고 반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노래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 친구를 향한 박진영의 심사평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21년 20년 살았죠?

뭘 굉장히 많이 참은거 같아요.

많이 참아서 가슴에 군살이 이렇게 배긴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자기가 그걸 부드럽게,

막 춤을 추게 하고 싶어도 많이 참았기 때문에,

군살이 배겨서 잘 안되는 느낌...

화나면 소리 지르고 화내 봤어요?

슬플때 막 엉엉 울어봤어요?

누가 좋아서 술 취하고 고백해 본적 있어요?

그러면 평상시에 이런 걸 하나도 안했던 사람이 어떻게 노래할때 나올 수가 있겠어요?

지금부터는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감정을 좀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기쁠때 내 기쁜 감정을 응원해 주고,

슬플때 슬픈 감정을 응원해줘서,

이 군살을 조금씩 부드럽게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부터인거 같아요.

근데 노래 얘기가 아닌거 같아요.

라고 하고 있었는데,

박진영이 이 친구를 향하여 한 말이, 이친구의 두배나 되는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도 통용되는 말이구나 싶자,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도미노마냥 한동안 어쩌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항상 외로워 외로워 하면서도 허물어질 것이 두려워 담을 더 높고 견고하게 쌓아 올렸었던 나를 보는 듯 했다.

 

이런 류의 책은 거의 다 사들이지만,

읽다보면 뚜껑이 열리고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접어놓거나 내던져 버렸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내 맘이 편치 않다는 핑계로 주의깊게 들으려 하지 않았었고,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 버리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끝까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나만의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내 맘대로 박탈하고 있는것이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부분 특수활동비에 대해 읽을때까지만 해도 으레 그러려니 했고,

더 자세히 알게 된다고 해도 실체가 없었던 액수의 크기 정도라고나 해야할까?

화가 나긴 했지만 새로운 얘긴 아니었다.

성완종 리스트, 언론 국정화, 국정교과서, N포세대 얘기 따위는 놀라운 얘기가 아닌 것이 아니라 무뎌져서 더 이상 놀랍지 않았달까?

 

내가 화가 극에 달해 뒷목을 잡아 당기면서도 이 책을 놓지 못한건,

2015년 추노이야기라고 해서 등장하는 '초등학생이 받은 채권추심 편지'때문이었다.

 

난 그동안 지극히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리면 갚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출처와 항목도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가 어마어마한 나라에서,

(그 특수활동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일텐데~(,.))

초등학생이 채권추심을 받는 상황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경.포.대.'의 잘못인것만 같았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비교 통계 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자살률'인데,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단다.

물론 빚은 갚아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살린다는 건 좀 아니, 아주 많이 비겁하지 않은가 싶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장애인인 초등학생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빚을 거절할 수 있는 상속포기절차를 몰라서 빚추심이 들어왔다는 얘기는 읽는 내내 속상했다.

이 아이가 파산면책 진술서에 '나는 어려서 나에게 오는 편지는 다 반가웠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아버지 빚을 대신 갚으라는 편지였다'라고 썼다는 부분을 읽는데,

앞에서의 어마어마한 특수활동비가 생각났고...그러니까 누굴 향하여, 어디를 향하여, 화를 내고 분노를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흔히 우리는 지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빌려쓰고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구나 환경만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것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암담한 대한민국의 물려주게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은 가수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의미를 확장시키면 '할말은 합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개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차원에서) 할말은 하고 사는 개인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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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06 18: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걸 악용하는 거죠.
저만해도 소싯적에 수학은 좀 했었던것 같은데,
아직도 생활에서 숫자 더하기 빼기가 나오면 완전 머리가 뽀글거리는거 있죠~ㅠ.ㅠ

꿈꾸는섬 2016-04-05 22:27   좋아요 1 | URL
정말 뒷목 잡겠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6-04-06 18:15   좋아요 1 | URL
뒷목 잡을 때 잡더라도 저 관계는 명확하게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을 포기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말예요~ㅠ.ㅠ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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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내 삶 최대의 기쁨이고, 때문에 책을 들이고 그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해 하지만,

스스로 책을 고를 깜냥이 안되는 고로 서평집이나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고수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권우도 그 중 한명이다.

이 책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지 좀 되었는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이라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작법서라고 착각 하였었다.

책이 좋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니지만, 읽는 속도가 그러모으고 쌓아두는 속도에 한참 못 미쳤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그동안 모아 놓은 책들도 다 읽지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 싶었고,

책은 덩치가 되어 나를 내리누르는 중압감이 되었다.

무엇을 먼저 읽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읽을까 따위를 고민하게 되었고,

책을 읽은 그 순간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하여 꾸준히 글을 남겼지만,

글 잘 쓰는 법 따위는 고민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책을 잘 읽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글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내게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걸 읽어내는 것이 독자이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 나와 주시는데,

읽기는  선생님과 함께 읽고 주제어를 뽑고 요점정리를 해보는 수동적인 행위인 반면,

쓰기는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써야 하는 능동적인 창조의 행위였다.

때문에 쓰는 작가의 입장이 되어 볼 수 있어야,

작가가 글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읽어내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그렇다고 독자가 작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을 마냥 어렵게만 생각할 것은 없다.

읽기와 쓰기를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중요한 글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독후감으로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 책을 쓴 사람의 논리구조, 논증법, 수사학까지 분석해 내는 것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는데 이경운 단순한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전문적인 장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얼마전,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놓고,

말하자면 정해져 있지 않은 '이달의 당선작 선정기준'을 갖고 '갑론을박' 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논쟁을 본게 얼마전이라는 얘기이고,

이곳이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이다 보니까, 그동안에도 종종 있어 왔지만, 뭐~(,.)


서평과 독후감의 그것은 이 책에서 이권우 님이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언급하고 있으니 그걸 보면 될 것 같고,

요번 논쟁을 바라본 내 입장은 이렇다.

알리딘 인터넷서점이라는 영리회사로부터 나라는 개인이 서재라는 공간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평이 되었건 독후감이 되었건 간에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취지는 고려하지 않고 작품성을 앞세워 바라본 적은 없다.

오히려 서재의 주인장이 나와 비슷한 취향인지에 관심을 가졌었다.

영혼에서 나는 찝찌름한 냄새가 같을까,

그리하여 서평이나 독후감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내 수준과 취향에 맞을까, 에 집중을 했었다. 

서재 주인장의 글솜씨가 좋을 경우, 감정을 남발하거나 수사가 화려해져서 책의 원래 내용을 왜곡시키거나 흐려놓기도 하는지라 오히려 경계했다.

 

그러므로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이익과 내 이로움이 합쳐지는 곳이 타협점일텐데,

그 접점이란 알라딘 서재 이웃들이 권해주는 책을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사 읽고 싶게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과연 누가 책 읽는 사람이 될까요?ㆍㆍㆍㆍㆍㆍ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더라는 것입니다.ㆍㆍㆍㆍㆍㆍ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는 자신의 부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인정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삶에 부족한 것이 있으나 이를 숨기고 무시하려 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훗날 큰일을 해낸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인정했더라고 방금 말씀드렸지요. 성찰과 각성이라는 말은 그래서 썼습니다.ㆍㆍㆍㆍㆍㆍ성찰을 통해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책을 읽어 이를 메워나가야 합니다. 책읽기는 그러니까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ㆍㆍㆍㆍㆍㆍ다음에는 그 부족한 것을 책읽기로 채우려고 애쓰느냐 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성찰하고 각성해서 실천하면 누구나 다 책벌레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ㆍㆍㆍㆍㆍㆍ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자신감과 충족감을 안겨주는 책이 가장 좋은 책입니다. 주변 사람이 그런 책을 왜 보느냐고 타박해도 신경쓰지 마세요. 왜냐고요? 여러분이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그들은 알리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게 무엇이 되었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읽는 책이라면 '열독'해야 마땅합니다. 건성으로, 대충 보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94~96쪽)

 

앞에서 잠깐 '능동적 창조의 행위를 수동적 행위가 이길 수 없다.'고 얘기하다가 말았는데,

나는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걸로 충분히 즐겁고,

그런 읽은 책의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게 기쁘다.

책을 읽은 느낌을 꾸준히 글로 남겼지만, 글이 늘지 않는다고 고민해 본 적은 없다.

연습한지 몇달 되지않는 글씨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툴툴거리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알라딘' 이곳이 인터넷 서점이라는 특성 상 글 잘 쓰는 고수들이 곳곳에 숨어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서평과 독후감의 기준이 바뀌거나,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내지는 글의 작품성 따위를 특별한 기준으로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거다.

 

 

글을 잘 쓰는 고수들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프로 작가들일수도 있지만,

능동적 책읽기의 연장선에서 기꺼이 기록을 남기는 사람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책읽기가 됐든 글쓰기가 됐든 능동적 창조의 행위를 수동적 행위가 이길 수 없다.

 

아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아는 것이 과연 진리인가 하는 성찰을 유도하는 글쓰기는 불가능할까요? 이미 형성된 자기를 글쓰기를 통해 깨어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도약하기 위한 몸부림을 담은 글쓰기는 불가능한 걸까요? 우리의 글쓰기에는 반성과 참회, 새로운 각오는 어울리지 않는걸까요 우리의 글쓰기에는 반성과 참회, 새로운 각오는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요약, 분석, 논리, 설득을 넘어서는 그 무엇 말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였지만, 이 책이 읽고 쓰는 힘을 키워져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이바지해주길 바랄 뿐입니다.(254쪽)

이 책이 이렇게 끝맺고 있는 걸 보면, 책읽기나 글쓰기 중 어느 하나를 힘주어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능동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의 위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권우 님이 좋은 것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책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지 대책을 강구할 생각조차 안 하는데 반해,

그는 대책이 없다고 문제 의식을 갖는 것조차 포기하지는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보려고 한다.

노력이라도 해보자고 한다.

그러니 내가 그를 읽지않고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말이다~ㅠ.ㅠ

 

 

 

한가지 의문사항이 있는데,

108쪽에서 '우리말 어법'에 맞에 써야 한다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제목이었던 <무릎팍도사>를 예로 드는데,

네이버사전을 찾아보니,

 

라고 나온다.

그밑에 <지식백과>등장하는데, '에듀넷'에서 운영하는 건가 보다.

몇개가 나란히 등장하는데,

첫번째 것은 중2 교과과정이라고 되어 있고, 세번째 것은 초6교과과정이라고 되어있는데,

문제는 옳고 그름이 다르다.

이렇게 모호해서야, 사전을 찾고도 혼란스럽기만 하다~ㅠ.ㅠ

 

2.한글 맞춤법

  1. 1) 뜻: 우리말을 한글로 적을 때 지켜야 할 약속
  2. 2) 원칙: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적되 단어의 원래 형태를 밝혀 적음
    • 뻐꾸기(×) / 뻐꾸기(○), 무릎팍(○)/무르팍(×)

           교과과정 중학교 > 중학 2 > 국어 ④

  

우리말 다지기

잘못 쓰기 쉬운 낱말
몇일(×) → 며칠(○)
무릎팍(×) → 무르팍(○)
 
교과과정 초등학교 > 초등 6 > 1학기 > 국어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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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01 13:59   좋아요 1 | URL
저도 그게 넘넘 궁금해요. 그래서 걍 링크해버렸어요, ㅋ~.
뻐꾸기를 날려볼까요? 뻐꾹~, 뻐꾹~!

2016-04-0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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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될때까지 타지 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터라,

중ㆍ고등 학생 시절, 방학이고 명절 때면 시골에 가는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었다.

말하자면 시골에 어떤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었던 셈인데,

이런 환상은 시골 출신 남편을 따라 시댁으로 처음 인사를 가던 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고소한 기름냄새 폴폴 풍기며 지지고 볶는 것이 잔치 음식이나 손님 맞이 음식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을 깨고,

마을 어귀까지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왔다.

 

난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난 개성 지방 할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입이 호사를 누리고 살았지만, 비린내 나는 생선류는 목록에 없었다.
정월이면 조랭이 떡국에, 손수 빚은 만두, 보쌈김치, 동치미를 얹은 상차림으로 시작으로 하여,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곱게 화전을 부쳐 주셨고,
들판에 쑥이 지천으로 깔리면 쑥개떡을 납작납작하게 빚어 주셨다.
여름이면 초계탕으로 몸보신을 했고,
가을이면 늙은호박 속을 박박 긁어내고 호박죽을 쑤어주셨으며, 저며 볕에 말렸다가 호박고지를 만들어 주시기도 하셨다.
동지날에는 팥죽과 팥떡, 식혜를 챙겼고,
울거나 떼쓰면 내어주시던 얼음 박힌 수정과와 조청엿의 맛도 잊을 수 없다.

헌데, 시어머니의 음식은 비린내로 기선을 제압했다.

상차림의 정성은 생선의 양과 가지 수에 비례했으며,
바다에 가까웠지만, 농촌지역의 특성 상 항상 일손이 달리다보니,

음식이나 담긴 모양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고, 손이 덜 가는 조리법을 선호하셨다.
덕분에 각종 장과 젓갈, 짱아찌 등 염장음식의 천국이었다.

시어머니는 종갓집 맏며느리답게 음식 인심이 후하셨다.

모든 음식을 넉넉하게 하셨는데, 그중 최고는 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분이 드실땐 안 그러신다는데,

끼니 마다 밥을 넉넉하게 하시고도 남아, 누룽지를 눌려 숭늉을 만드시면서도,

먹다 남은 찬밥을 꼭 당신이 드시는 거다.

몇 번은 뺏어 먹어도 봤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싶었던 난, 어느날 남은 찬밥을 새로 한 밥에 섞어 버렸다.
"어머니,우리 다같이 조금씩 나눠 먹어요."
찬밥에 물 말아 드시던 것을 대가족 사회, 가부장 제도 하에서 여자들의 지난한 삶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맘 아파 했었던 것 같다.

 

춘분도 지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봄노래 꽃타령을 할 일만 남았다.

돌을 소화시킬 나이는 한참 지났고,

하여 밥이 한번씩 맛이 없을 법도 하건만,

먹고 나서도 식곤증에 시달린다며 병든 닭처럼 졸고 앉아 있어야 될텐데,

난 성능 좋은 스프링마냥 통통거린다.

 

오히려, 환자로 오시는 어르신들이  봄을 타시는지 영 밥맛이 없으시단다.

내가 간식으로 갖다놓는 과자 따위는 하나씩 둘씩 잘 주워 드시면서,

밥은 '맛대가리'가 없으시다면서 역정을 내시길래, 평상시엔 뭘 드시냐고 여쭈었다.

드시는 약은 많고, 빈속에 약을 드실 수는 없어서,

"찬밥 한 숟가락 물에 말아서 후루룩~!"

드셨다고 하시면서 입가를 훔치시는데, 내 눈시울이 까닭없이 뜨거워진다.

 

실내에서는 다른 재소자들 눈이 있으니까 '만기방'이라고 석방 이틀 전에 나가서 묵는 독립 사동에 가서 연탄아궁이 불에다 부침개를 부쳤다. 머리 위로는 싸락눈이 풀풀 날리고 우리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가린을 프라이팬에 녹여 김치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부어서 부쳤다. 역시 김치부침개는 잘 익으면 가장자리가 아삭거리고 고소하고 제일 맛이 있다. 거길 떼어 먹다가 바라보니 준식이 눈에 눈물방울이 고였다가 톡 떨어졌다.

  "왜 그래, 뜨거워서 그러냐?"

  "아니요."

  "그럼 뭣 땜에 그래?"

  "어머니 생각 나서요."

        (44쪽, '유배지의 한 끼니'중에서)

황석영은 이 글을 쓰면서 소지 아이 준철이가 생각났을 것이고,

준철이는 김치부침개의 가장 자리를 먹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났다지만,

난 찬밥에 물 말아 드시던 어머니가 생각나,

지금은 그냥 쉽게 이해 되는 일들을 그땐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싶어,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 어쩌지 못하겠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사람의 정신세계를 송두리째로 이해하려는 노력이지만,

밥 한끼 같이 먹는다고 하여,

그 사람의 정신세계와 생활방식 등을 온전히 이해하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끼를 시작으로 그렇게 점차적으로 마주보고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맞추게 되다 보면,

정신세계나 생활방식이나 생활습관 따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그렇게 서로서로 맞추고 엮이고 스며들거나 어긋나기도 하면서,

공통되거나 변화된 행동이나 습관, 기호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일 것이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먹을 수 없다거나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때의 맛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이 변했든지 세월이 변했든지 했을 터이기에.(83쪽, '배고픈 날, 장떡 지지던 냄새'중에서)

 

때문에, 한솥밥을 먹던 사이이거나 같이 밥을 자주 먹던 사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 변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와 방향으로 사람도 변화할 것이므로,

변화라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변했다면,

나는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것이므로) 세월보다는 사람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때의 사람은, 예전에 한솥밥을 먹을때나 같이 밥을 자주 먹을 때의 사람은 더 이상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삼 년 전에 김용태와 여운이 병명은 다르지만 둘다 말기 암이라는 소문이 들렸다. 때문에 주변 친구들은 두사람 다 술을 끊었을 것으로 믿었지만 나중에 들려온 소문으로는 죽을 줄 뻔히 알면서 환자 둘이 몰래 만나서 음주를 계속한 모양이었다. 평론가 유홍준의 말에 의하면 그들이 직접 의사 표명한 바는 없으나, 죽음을 앞두고 음주를 계속한 것은 예술가의 위엄'을 지키려는 행위였을 거라고 한다.(253쪽, '떠나간 친구가 남긴 맛'중에서)

예전에 나왔던 이 책을 개정판으로 다시 구입한 까닭은 '1권 1식 결식아동후원'이라는 문구 때문이기도 했지만,
개정판에 김용태 님과 여운 님의 그것이 추가된 '떠나간 친구가 남긴 맛'이 궁금하기도 해서 였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고 간에,
예술가들은 나름 섬세한 감각을 지닌것이 틀림없고,
그 섬세함은 미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가 보다.

이러구러하고 간에 '떠나간 친구가 남긴 맛'은 단순히 맛이 아니라, '예술가의 위엄'을 지키려는 숭고한 행위였을 것이다.
찬밥에 물 말아 드시던 어머니를 좀 더 일찍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어머니가 계기가 되어 환자로 오시는 어르신들의,
"찬밥 한 숟가락 물에 말아서 후루룩~!"
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으니, 그걸로 된거다.
그만하면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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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24 17:26   좋아요 0 | URL
있죠 ~!음 ...어느땐 참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긴가 싶게 ..
여기도 저기도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꼭 잔상처럼 있어요...누군가 남편이야기 (특히 흉을 보는 경우)를 하면 ㅡ어머머 !어쩜 ..울 집 양반이 그새 거기서 살우~?
하고 싶어져 버리고...어르신을 말해도 .. (아..그들은 대게 앞에 시`가 붙는 다는 ..?!) 그래 그래 ~여기도 그래 ..하고 맞장구를 치기 마련이니 ...아..참 세상은 신기 (?)하지 뭡니까~!
우리 일상이란 ㅡ 비슷한 모양이라고 ...최근에 ..저도 내뱉은 말들을 다시 만나게 될때. .
그런 생각이 ㅡ들어버리는군요..^^

양철나무꾼 2016-03-26 09:1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우리일상이고 삶이라는게 늘 비슷한 모양을 띤다는 걸...늘 너무 늦게 깨달는 것이 문제예요~--;
우리 어머니들의 그것이 한겨울에도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게 만드는 `화병`이라고 불리운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옆에서 지켜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나 봐요.
입천장이 마르고 혓바닥이 갈라져서 아무 맛을 느낄 수 없어서, 맵거나 짠 것을 먹으면 오히려 쓰리고 아파서 물말아 드시는거라는 걸 이제 알게 됐지만, 좀 늦었다는거.
주변을 조금만 주의깊게 둘러봤다면 이가 없거나 당신 이가 아닌 임플란트나 틀니여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걸 깨달을 수 있었을텐데 말예요.
그러고 보면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는 듯 합니다.

암튼, 꿀꿀한 얘긴 잠시 접어두고...우리 맛을 느낄 수 있을때 먹읍시다~ㅅ!

[그장소] 2016-03-26 15:10   좋아요 1 | URL
굿 ㅡ!!^^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선풍기를 끌어앉게 한다는 표현 ㅡ좋아요!^^
저도 어제 밤 열이나서 보냉제라도 안고 있어야 하나 ...했는데 말이죠!^^
감기 유행이라는군요..기온이 오르락 내리락
딱 봄처녀 변덕 같죠..^^
좋은 컨디션 유지해나가시길 ㅡ^^
작은 우정 놓고가요!^^

2016-03-24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3-26 09:19   좋아요 2 | URL
알레르기는 방치하는 것도 괴롭지만,
그렇다고 너무 병원치료에 의지하는 것도, 약의 성분을 생각하면, 좋지 않아요~--;

맞아요~^^
그런 음식 있어요.
전 조개탕과 빈대떡이 그런 음식인데,
조개탕을 볼때마다 별거 없는 조갯살을 너무 잘 골라먹던 사람이 생각나서,
한번씩 집에서 눈물 흘리며 조개탕을 끓이고 빈대떡을 부쳐요, ㅋ~.

2016-03-24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3-26 09:26   좋아요 3 | URL
전 간을 약하게 해서, 남편과 아들이 `간을 안했냐`고 할 정도예요.
서울 음식이 좀 싱겁죠~^^

근데, 요즘은 성인병 예방차원에서라도 안짜게 먹을 필요가 있어요, ㅋ~.
그리고 한가지 더, 우리는 채식을 하면 무조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생채소도 어느 정도 이상이면 위와 간에 부담을 주는 독이죠.
뭐든 `적당히`가 좋은 것 같아요~^^

2016-03-30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01 13:55   좋아요 1 | URL
여의도에 벚꽃이 한창이래요.
미세먼지가 한창이라지만,
가면 벚꽃 구경이 아니라 사람구경밖에 더 하겠냐지만,
그래도 가고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