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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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1' 강좌에 관심을 갖게 된건 아마도 강신주의 '다상담' 때문이었을거다.

라디오 팟 캐스트로 다운로드 받아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듣던 어느날,

'강헌'의 '좌파 명리학'강좌의 맛보기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고,

사주 명리, 주역 따위는 20여년 관심을 가져오던 숙원이고 애증임에도 불구하고 버벅거리는 고로,

관심을 갖고 달려들었으나,

이내 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는데,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를 고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쪽 공부가 하루 아침에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게 아니고,

본인의 입장에선 오랜 기간이었겠지만,

그 기간동안 자신의 학설이나 견해를 갖고 피력하긴 힘들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누구의 학설이나 견해를 따른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버리니 '조용헌'의 아류나 따라쟁이라고 인식되어 졌었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 수준의 내용은 맛보기 인터넷 강좌에서 끝나는 듯,

「명리-운명을 읽다」이 책에선 두드러지지 않지만, 대신

그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40대 초반에 해남 산골 마을에 들어 앉아서 '정말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지' 궁금해서 서울의 후배에게 서점의 역술 코너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사서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과 저 책,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짬뽕한 내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지껏 명리학을 공부하려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만인의 명리학자화'를 꿈꾼다는 저자의 말빨에 넘어가,

책 속에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시면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강헌은 명리학자 이전에 대중문화평론가가 맞는 듯,

그가 명리를 공부하여 자신의 운명을 읽어내고,

의미를 확장하여 만인의 명리학자를 꿈꾸며 강의를 하고 책을 내고 하는 것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그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명리를 공부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것 같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해남 산골 마을에 들어앉아 죽어라 명리만 연구한 사람의 그것도 온전한 당신만의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명리'란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도 아니고, 쉽게 이를 수 있는 경지도 아닌 것 같다.

 

그는 명리학을 공부하게 될 경우, 크게 세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33쪽)고 하는데,

어째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로처럼 들려 씁쓸했다~ㅠ.ㅠ

우선, 명리학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리학적  용어와 이해가 탄탄해지는 문리(文理)가 트이는 것, 이게 첫번째 단계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명리학적 지식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인간을 통해 확인하는 통변(통변, 명리학에서 의뢰인의 원국을 해석하여 의뢰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일)이라는 단계에 들어선다. 그럼 통변의 단계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을 만나서 원국을 해석하는, 즉 임상의 과정이 적어도 3만 명은 넘어야 통변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3만 명이 쉬워 보이는가? 하루에 열 명씩 상담한다고 해도 1년에 고작 3,600명밖에 안 된다. 그래서 8년 반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오로지 상담만 해야 겨우 3만 명이 넘는다. 자, 어찌어찌하여 3만 명을 넘어 통변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자.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세번째 단계다. 정말로 자신과 자연을 일체화시키려면 우주의 리듬에 맞춰 자기의 영성(靈性)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명리학의 마지막 단계는 입산수도인 것이다. 즉, 홀로 산에 들어가 수도 생활을 해야 한다. 이게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이미 늦었다. ㆍㆍㆍㆍㆍㆍ그저 한 사람의 건전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이루는 근간을 이해하는 것에서 만족하겠다는 마음으로 명리학에 접근해야 한다.


내가 온전한 강헌 만의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의 명리학적 용어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월지(月支)의 축토(丑)를 음양오행으로는 음토(陰土)가 있다고 보지만, 내가 실제로 해석할 때는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월지(月支)가 축토(丑)이면, 사실상 수(水)의 성분을 가진 것으로 해석한다.(101쪽) 

 

하지만 지지(地支)에서의 화(火)와 수(水)는 체용이 바뀌어 명리학에서는 양화(陽火)가 아닌, 음화(陰火)로 해석한다.(107쪽)


101쪽의 경우,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자신만의 비법인듯 풀어놓는데, 다른 책들에서도 용어와 서술을 달리할 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107쪽은 내용은,

조용헌의 '사주명리아야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어느 책을 인용하고 누구의 해석을 따르는지, 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니,

나처럼 이 책과 저 책,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두루 넘나들던 사람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일본의 추명학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비관적이다'(32쪽)라고 하고,

십이운성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추명학의 권위자 아베 다이장을 인용하며,

십신이 명리학의 뼈대라면 십이운성은 보조적인 지위를 가진다며, 십이운성을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간이 무토와 기토인 사람들은 십이운성이 적용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다. ㆍㆍㆍㆍㆍㆍ보통 많은 명리학 서적에서는『연해자평』식으로 보기를 권하지만, 나는 『명리정종』식이 옳다고 본다. 내가 그동안 임상해온 무토와 기토 일간의 원국들을 검토한 결과, 『명리정종』이 근소하게나마 적용과 해석이 타당하다. 하지만 6:4정도로 『명리정종』이 우위를 차지할 뿐이다. 그러니 꼭 『명리정종』이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좀 더 많은 임상의 사례가 필요하다.(224쪽)

 

라고 하고 있는데, '명리정종'은 '적천수'와 '연해자평'의 요지를 뽑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걸 차치하고라도, '그러니 꼭 『명리정종』이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는 말은 하나마나 하다.

 

262쪽의,

명리학자 김동완 선생이 '김동완의 사주명리학 시리즈'에서 제시한 점수별 판별법에 각 간지의 점수 배분을 내 생각에 맞게 수정했다.

같은 경우가 적절한 인용 사례이지 싶다.

 

책은 여러가지 색을 써서 보기 쉽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진(108쪽)의 申申 병존 원국표는 예가 적절하지 못하다.

 

내가 이 책 전반에 걸쳐 툴툴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강헌이 대중문화평론가라는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명리학의 개념만을 나열하면서 우리에게 명리학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고,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여기 이곳 지금 이순간 (herenow )을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자연과의 조화,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걸,

인간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을 지혜롭게 조화시키며 창조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명리학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고,

쉽게 얻은 것은 잃지 않기 위해 조심할 것이며, 어렵게 얻은 것은 귀하게 여길 것!

을 명리학이 주는 메시지라고 하고 있다.

 

그는 명리학을 '관계에 관한 학문'이라고 한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그에게 인간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인 명리학은 참으로 맞춤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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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15 13:25   좋아요 0 | URL
상당히 어려운 주제의 책을 들었군요...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01-15 13:50   좋아요 2 | URL
주제만 어렵지 않고, 내용도 어려운 책이었고,
들었다가 이제 놨습니다여~^^

caesar 2016-01-15 13:39   좋아요 2 | URL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는 재작년에 대중교양서겠지! 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빼들었으나 관련 지식이 전무하여 생각보다 어려워 덮었습니다. 이번에 강헌의 <명리>는 그때의 기억으로 고민을 하다가… 팓캐스트를 듣고선 우선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5 13:53   좋아요 5 | URL
기준만 잘 잡으시면 큰 무리없이 읽어나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저도 옛날엔 조용헌이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 보니, 강헌보다 조용헌이 훨씬 쉽습니다~^^

caesar 2016-01-15 13:5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조용헌의 살롱이나 명문가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 분야도 눈이 트이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6 10:06   좋아요 3 | URL
제 개인적인 견해가 그렇다는 것이지, 아직 저도 누군가에게 훈수를 두거나 할 주변머리는 아닙니다여~ㅠ.ㅠ

서니데이 2016-01-15 14:3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의 설명 듣고나서 아직 이 책 읽지 않았는데, 이 책 읽으려면 기본적인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될 것같아요. 여러 가지 합해서 운명학이라고 하는 이 분야는 많이 어려워보여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16 10:08   좋아요 2 | URL
오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하죠?^^
눈발도 살살~ 날린다는데, 오늘 같은 날 뭐 하시려나?
데이트 안 하세요?
아님, 책이랑 데이트라도~, 헤에~^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