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이름의 뜻을 ‘허벅지가리개‘경이라고 하다니...ㅋㅋ
유쾌하게 읽을수 있을것 같다.
천운영 작가 소설이라곤 <생강> 한 권 읽었을 뿐이어서 잘 몰랐는데 재밌게 글을 써놓았다.
특히 먹는거에 관한 이야기라니 더 끌린다.


말의 이름을 짓는 데 나흘이 걸렸으니, 기사의 이름을 짓는데는 적어도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할 터. 여드레 만에 그의이름이 완성되는데, 우리 모두가 아는 돈키호테don quijote다. - P15

돈don은 경칭이고 키호테quijote는 갑옷에서 허벅지 안쪽에 대는 부분을 지칭한다. 굳이 설명을 달자면, 허벅지 가리개 경이라고나 할까.
이름을 바꾸는 일과 의상을 갖춰 입는 일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유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변신에 대한 욕망이다.
그에 걸맞은 의상을 입고 그에 걸맞은 이름으로 호명되길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일. 이제부터 나는 유도인이다. 이제부터 나는 라이더다, 이제부터 나는 허벅지 가리개 경이니,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불러 달라. 선언과 요청.
그렇게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 P16

스페인의 가장 대중적인 요리 중에 레부엘토revuelto라는 것이 있는데, 말 그대로 마구 뒤섞은revolver 계란 요리다. 계란에무얼 섞을지는 계절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르다. 버섯이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 돼지고기나 베이컨이나 하몽이나 초리소 같은 육류, 새우나 문어나 오징어 등의 해산물, 뭐든 상관없다. 어느 산골 식당에서 먹어 본 아스파라거스레부엘토는 쌉쌀하니 고소한 맛이었다.  - P24

도대체 이 이름은 어디에서 기원한 걸까? 사실 이 단어가처음 등장한 곳은 다름 아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다. 이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 후 1732년 당국에서 발간한사전에 의하면 ‘라만차 지역에서 가축의 골수와 계란을 넣어 만든 오믈렛‘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베이컨이 아니라 골수와 계란의 조합이라. 그 당시에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전부터 <쇼샤> 읽고 있으니 너무 우울해져서 기분도 전환할겸 아들에게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반찬들 꺼내고 아이스쿨러백에 아이스팩 넣어 우체국 택배로 보내고 다시 카페에 와서 앉아있다.

좀 전에 어느 알라디너님 글 보고나니 여기 이곳을 잠시 벗어나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가 막막 솟구쳐 오른다.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좋은데
어떨땐 세상에 나혼자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아파트에 살땐 위에서 아래서 들려오는 생활소음들이 그렇게 거슬리더니, 여기 이곳에선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서 내가 앉아있는 이 방만 먼 우주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캡슐 로켓인것만 같아 괜히 외로워질때가 있다. 얼마 전 읽었던 김보영 작가의 <당신에게 가고 있어>가 떠오르면서 주인공
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하고 생각하면 그저 막막해지는 것이다.

<쇼샤>는 백치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는 순수한 영혼이기도 하다.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이 폴란드 유대인들에게 점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는데 주인공은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혼돈 속에서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다. 희곡작품은 소득없이 엎어져 버리고
작품을 쓰지도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주인공의 허랑방탕한 모습을 읽고 있으니 속만 답답하다.

지금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면 안된다구..
하면서 양 어깨를 잡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 주고 싶다. (ㅎㅎ 별 걱정을. 결론은 이미 나 있는데.. 내가 지금 모를뿐인거겠지? )

주인공 아론이 쇼샤의 영혼을 병들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폴란드의 유대인은 덫에 갇혔어요. 작가클럽에서 그 말을 하자 나를 공격하더군요. 그들은 멍청한 낙관주의에 빠져 있어요.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 끝장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폴란드의 비유대인들은 우리를 제거하려 하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를 손수 없앨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요. 하지만
히틀러가 대신 그 일을 해준다면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거예요. 스탈린도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을
거예요. (190)

아론이 현실감각이 떨어진건 아닌데 왜 시간을 허비하고만 있을까. 비유대인들은 자신들도 히틀러에 의해 끝장나리란걸 몰랐을까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자면 세상은 우리가 국가를 건설하기를 원하지 않아요. 더 쓰라린 진실은 오늘날 많은 유대인들이 더 이상 유대인이고자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완전히 동화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다가오는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건 우리를 제거할 거예요.(191)

그 멍청한 쇼샤를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쉽게 미국으로 갈 수도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는
유대인들이 아직도 그럭저럭 헤쳐나가고 있어요.
나는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요.(191)

쇼샤를 책임지기로 했으면서도 계속 다른 여자들과 유부녀들과 애인 있는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 이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한편으론 정말 역겹다.


나의 독서 친구들께 보내는 라떼하트♡♡♡
연말 잘 보내세요
감사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2-12-30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떼아트 하트 너무 보기 좋습니다! 연말 따뜻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은하수 2022-12-30 21:11   좋아요 1 | URL
친구들께 보내는 제 마음입니다
서곡님을 비롯해서요^^
연말 잘 보내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첫문장을 보니 ...
내가 그동안 거의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고,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문화권의 이야기가
펼쳐지리란걸 예측할수 있다. 생소하고 결코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가 아니란 정도만 아는데 그래도 유머가 넘칠지도 모르니까 얼른 읽어보기로 하자.


아이작 B. 싱어는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 작가이다. 그는 동유럽 유대인들의 언어인 이디시어로 작품을 썼고 197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로 폴란드와 미국 내 유대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그의 소설에는 아이러니와 역설과 유머가 넘쳐나며, 꿈과 몽상, 그리고 초자연적인 세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역자후기 중)

꼭 다 읽고 반납하자!!!


1
나는 히브리어와 아람어 (옛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사용되던 언어와 이디시어 (독일어, 히브리어 등의 혼성 언어) (어떤 사람들은 이디시어를 언어로 여기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죽은언어와 바빌론에서 형성된 탈무드의 문화 속에서 자랐다. 내가 공부한 예배당은 선생님이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며 그의아내가 요리를 하는 방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산수와 지리, 물리와 화학,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는 대신 축일에 낳은 달걀에 대한 법칙과 2천년 전에 파괴된 성전에서 드렸던 희생제를 공부했다. 나의 선조들은 내가 태어나기 약 6~7백 년전 폴란드에 정착했지만 나는 폴란드어는 몇 마디밖에 할 줄몰랐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읽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의 감동이 너무 커서
오늘은 잠시 쉬면서 그 여운을 길게 느껴볼까 하다
생각보다 기온이 높은 듯하여 산책 겸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 원두를 사러 가기로 했다.
날이 따뜻했던 11월까지도 자주 찾던 곳인데
올핸 12월부터 어찌나 추운지 걸어서 온단 생각도 품을수가 없었다.
옷 단단히 챙겨입고 책 챙겨서 1시간만 있다 오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작년 11월 이사온 우리 동네는 집에서 보면 한 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동네인데, 나같은 게으름뱅이가
산책하기 딱 좋은 코스가 여럿 있다.
이 카페도 그 중 한 코스인데 가까워서 사실 제일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일부러 논두렁길을 걸어서 눈 밟으며 걸어봤다.
싹둑 벼베기한 논이 눈을 한껏 덮고 있어 너무 좋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어마어마한 로스팅실~~
커피는 역시 이 곳이 맛있다!
걸어와도 금방인 이 길을 차로 오려니 웃긴거 같아
계속 미루다 오늘은 맘먹고 걸어왔다.
덕분에 걸음수도 늘리고.
금방 추워질테니 얼른 가야한다.

책 읽기 좋은 테이블
우리집 썬룸에도 놓고 싶다.



*첫문장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안 지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몇 년 전 11월의 어느 날까지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무렵 나는 의사들의 명령에 따라 건강 회복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는데,
그날은 내가 쓴 책에 대해 다른 작가와 대담을 하기 위해 런던에서 케임브리지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었다.(11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12-28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의 감동이 어느정도셨는지 궁금하네요

커피집은 그냥 시설만 봐도 맛있을거 같아요~!!

은하수 2022-12-29 09:22   좋아요 1 | URL
그 동안 왜 이책을 피해 다녔나 후회가 되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자연의 묘사도 좋았고 극적인 줄거리 없이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런 전개가
이야기의 몰입을 높인다는게 믿기지 않지만 그렇더군요 13권까지 완독하고 싶어요 중간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할수가 없어요^^

책읽는나무 2022-12-2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넘 멋진 곳 아닌가요??
안과 밖이 모두모두요^^
정말 산책하기 좋은 곳이네요.
어느 카페에서 책을 읽으시나? 했더니
이렇게 멋진 곳에서!!!!!!^^
저도 지난 달, 집에서 좀 떨어진 동네 카페 갔었는데 온통 논뷰였는데 은근 이쁘더라구요.
눈이 덮이니 더 예쁘네요^^

은하수 2022-12-29 09:26   좋아요 1 | URL
그쵸~~ 논뷰~~
전 아침마다 눈뜨면 제 방 창문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이거든요! 겨울엔 사실 이 집이 추운데도 이런 풍경들은 정말 포기가 안돼요. 제가 있는곳이 전원주택이 많은 약간 외곽이라 큰 카페가 주위에 많이 있어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남들은 신선놀음 하냐고 그러는데... 얻는게 있었다면 포기한 것도 있겠지요?^^
 

 오솔길에는 산사나무 향기가 짙게 풍기고 있었다. 울타리는 임시 제단 위에 쌓아 놓은 산더미 같은 산사 꽃들로 칸막이가 보이지 않는, 쭉 늘어서 있는 노천 제단 같은 모습이었다. 

*또는 산사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높이 3~6미터로 꽃은 5월에 피고 흰색이 주를 이루나 드물게 분홍색 꽃도 핀다. 5월에 꽃이 피므로
유럽에서는 ‘5월의 꽃‘이라고도 한다.(역주) - P243

그러나 산사나무 앞에 걸음을 멈추고 그 눈에 보이지 않는고정된 향기를 들이마시며 내 생각 앞에 내밀어 보아도, 내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 향기를 잃어버리거나 되찾거나 하면서, 산사나무가 젊음의 기쁨과 더불어 여기저기 어떤 음정의 차이처럼 예기치 않은 간격을 두며 곳곳에 꽃을 뿌리는 그 리듬과 일체가 되어 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산사 꽃은 무한히 고갈되지 않는 풍요로움과 더불어 똑같은 매력을 주기는 했지만, 마치 백 번이나 연이어 되풀이 연주되어도 더 이상 그 비밀에 접근하지 못하는 멜로디처럼, 내게 그매력이 무엇인지 더 깊이 알도록 해 주지 않았다.  - P244

그런 다음 잠시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면 보다 더 잘감상하게 되는 걸작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나는 다시 산사나무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로지 산사 꽃만을 눈앞에 두려고제아무리 두 손으로 차단막을 만들고 집중해 봐야 소용없었다. 꽃이 내게 불러일으킨 감정은 내게서 떨어져 나가 꽃에 가서 들러붙으려 했지만 헛수고였고, 그리하여 그 감정은 여전히 모호하고 막연한 채로 남아 있었다. 산사 꽃들은 내가 느낀감정을 해명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다른 꽃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 P245

 "넌 산사 꽃을 좋아하지 않느냐. 이 분홍색 산사 꽃을 좀 보려무나. 정말 예쁘지 않으냐." 사실 그것은 산사 꽃이었다. 그러나 흰색 산사 꽃보다 더 아름다운 분홍색이었다.  - P246

 가지 꼭대기에는마치 레이스 종이로 싼 수많은 작은 화분에 감추어져 대축일이면 제단 위에서 그 가느다랗게 접힌 종이가 반짝거리는 장미나무처럼, 더 희미한 빛깔의 꽃봉오리로 무수히 넘쳐 났고,
봉우리가 열릴 때는 분홍 대리석 술잔 바닥같이 붉은 핏빛이살짝 보였는데, 마치 산사나무가 싹트고 꽃 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분홍색일 수밖에 없다는 듯이, 활짝 핀 꽃보다 더 산사꽃의 특이하고도 매력적인 본질을 드러냈다. 

*프루스트의 화자는 산사나무를 대단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수 있는 문장들이 장장 네페이지에 걸쳐 펼쳐져 있다. 산사나무가 흔히 보이는 나무는 아니어서 상상이 잘 안되지만
우리나라의 찔레나무와 비슷한 느낌인 듯하다.
찔레보다는 꽃잎이 보다 조밀하고 풍성하며 분홍색
산사나무는 농원에서 쉽게 구입도 할수 있다.
- P247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떤 모습이 단지 우리 시선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깊은 지각을 요하면서 우리 존재 전부를 사로잡은 것이다. 붉은빛 도는 금발머리 소녀가 지금 막 산책에서 돌아온 길인 듯,손에 정원용 삽을 들고 분홍색 주근깨투성이 얼굴을 들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당시에는 어떤 강렬한 인상을 객관적인 요소로 환원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 후에도 배운 적이 없었으며, 또는 눈 빛깔에 대한 개념을 추출하기에도 충분한 ‘관찰력‘이 없었으므로,오랫동안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 눈의 광채에 대한 추억은, 그녀 머리가 금발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선명한 하늘빛
광채로 떠올랐다. 따라서 만약 그녀 눈동자가 그토록 검지 않았다면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특히 내가 파란색이라고 생각하며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프루스트의 화자는 상상 속에서 질베르트의 눈동자가 파랗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실제로는 검은색이다. 그렇지만 그 검은색이 그토록 강렬하지 않았다면, 그가 파란색
이라고 생각하며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