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 시간 수면을 좀 지켜볼까 싶어 새벽 1시 전에 자리에 누웠는데 오히려 6시도 전에 자꾸 눈이 떠지고 정신은 말똥말똥 맑아지면서 잠이 안온다.
눈 떠진 김에 이석원의 <나를 위한 노래> 주르륵 좀 읽고 나니 책 내용이 재밌어서 그랬나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얇은 책이라 금방 다 읽을수 있지만...
아꼈다 밤에 읽어야지!

어제 120여 페이지 읽고 그쳐... 그만 읽자!
머리도 좀 쉬어야지 하면서 모바일 게임 좀 하다가..
릴렉스 릴렉스~~ ~~~

오늘 시작은 좋지않다.
6월17일, 그러니까 처칠이 수상이 된 5월10일로부터 한 달 보름 정도의 날.

기어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을 선언했다.
이제 독일 공군 루프트 바페는 비행대를 영국과 가까운 해안쪽 기지로 옮길 것이다. 독일에서 출격할 때보다 비행거리가 짧아진만큼 보다 더 많은 포탄을 싣고 공격해 올 것이다. 공습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6월 17일 월요일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프랑스가 함락된 것이다. 처칠의 내각은 오전 11시에 소집되었고 곧이어 레노의 후임으로 프랑스를 이끌게 된 필립 페팅Philippe Pétain 원수가 프랑스군에게전투 중지를 명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처칠은 다우닝가 10번지의 정원으로 혼자 걸어 들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등 뒤로 돌려깍지 낀 채 천천히 걸음을옮겼다. 풀이 죽거나 겁먹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깊은 생각에 잠긴 것같았다. "프랑스 함대와 공군과 식민지를 구해낼 방도를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콜빌은 그렇게 썼다. "그분은 확신하건대 절대 굴하지않을 것이다." - P133

*
그날 오후에는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어왔다. 적막이 흐르는다우닝가 10번지 각료회의실에 앉아있던 처칠은 병력 수송선으로 차출된 대형선박회사인 큐나드Cunard 사의 여객선 랑카스트리아호 Lancastria가 6,700 명이 넘는 영국 병사와 항공기 승무원과 민간인을 태운 채 독일 항공기들의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폭탄 3발이 배에 명중했고 곧이어 불이 붙었다. 랑카스트리아호는 20분 만에 침몰하면서 최소4,000 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타이타닉호Titanic 와 루시타니아호 Lusitania 를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였다. - P135

회의실에는 해군의 최고책임자 두명이 먼저 와있었다. 해군장관A. V. 알렉산더 A. V. Alexander와 그의 작전참모인 제1 해군경 더들리 파운드 경 Sir Dudley Pound이었다.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프랑스 함대의처리 문제는 히틀러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함대를 강탈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는 양단 간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영국 해군은 "접근 가능한 모든 프랑스 함대에 대해 동시적으로 압류하거나 통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계획을 당장 실행할 수 있었다. - P176

시간이 촉박했다. 언제든지 출항할 수 있는 이 배들이 독일의 통제를 받게 되면 바다, 특히 지중해에서 힘의 균형은 달라질 것이다. 히틀러가 전쟁을 치르는 중에 프랑스 함대를 그냥 두고 놀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가지 불길한 사실도해군부의 두려움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영국 정보부는 독일군이프랑스 해군의 암호를 손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단 캐터펄트 작전이 개시되었을 때 프랑스군이 자진해서 그들의 배를 포기하거나 무력화시키지 않는 한 작전을 맡은 영국 지휘관은무력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처칠은 생각했다. 그 책임을 맡은 사람은 부제독 J. F. 소머빌 경Sir J. F. Somerville 이었다. 

*캐터펄트 작전: "접근 가능한 모든 프랑스 함대에 대해 동시적으로 압류하거나 통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계획을 말한다. - P177

지금까지 그는 영국 정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가 함락되고 덩케르크 이후 영국군이 혼란에 빠졌을 때 히틀러는 영국이 기회를 보아 전쟁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돼야하고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영국은 서부전선의 마지막 장애물이었지만, 히틀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련 침공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영국이라는 장애물을 걷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선을 둘로 나눠야 한다. 신조어를 만드는 독일인들의 능력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츠바이프론텐크리크Zweifrontenkrieg (양면전), 히틀러는 제아무리 처칠이라도 계속 자신에게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인정할 것이라고믿었다.

 히틀러가 보기에 서부전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은가망이 없소." 히틀러는 육군총참모장 프란츠 할더 General Franz Halder에게 그렇게 말했다. "전쟁은 우리가 이겼소. 이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오." 히틀러는 영국이 협상에 응할 것이라 확신하여 그의 군대의 25퍼렌트에 해당하는 국방군wehrmacht 40개 사단을 해산시켰다.

그러나 처칠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 P180

전략적으로 이 공격은 프랑스 해군을 일부 무력화시키는 눈에 보이는 이득을 안겨주었지만 처칠에게는 그것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더 중요한 효과가 있었다. 그 사건이 보내는 신호였다. 이때까지도 수많은 방관자들은 프랑스와 폴란드와 노르웨이와 그 밖의 많은 나라가히틀러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상 영국도 히틀러와 휴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영국이 항복할 의사가없음을 알려주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증거였다. 그것은 루스벨트에게보여주는 증거이자 히틀러에게 보내는 확실한 통고였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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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그의 새로운 노래는 이제 들을 수 없겠지만
가끔 언니네 이발관 CD 속 노래 들어보면
‘여전히 좋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신간 나오면 구입하고 보는..^^

이번 책도 노란색 표지군.
책등도 노랑이었으면 꽂아놨을때
통일감 있었을텐데 ... 아쉽다.

프롤로그

이 책은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간 내게 벌어졌던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당시 수년간 지속되어오던 긴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출판사 마음산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연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책을 낸 저자로서 종종 하던 일이었던 만큼 특별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별생각없이 수락했던 그 일이 모든 것을 바꿔버리고 말았다. 강연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저 돈 몇 푼 벌고자 제안을 수락했던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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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31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언니네 이발관 듣는데 아직도 너무 좋습니다 ㅋ 책도 좋긴한데 음악이 전 좀더 좋더라구요 ~!!

은하수 2023-01-31 16:11   좋아요 1 | URL
저도 음악파예요
한동안 인디음악 열심히 들을 때 열심히 사모은 cd 있어서 가끔 몰아서 꺼내 듣는데 역시 듣고 있으면 맘이 편안한게 넘 좋죠
이번 책은 특히 편안한데 작가의 솔직한 토크도 있거든요 여태까지와는 결이 달라서 좋아요^^
 

우리집에 온 지 오래되어서 쭈글해진 귤 까먹으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940년 5월 10일부터 1년 뒤인 1941년 5월 10일까지의 기간인, 윈스턴 처칠이 총리로 취임한 첫 해 동안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쓰여졌다. 이 기간은 독일군의 런던 공습이라는 악몽 같은 시간의 기간이기도 하다.

내가 가끔 보는 tv N 프로그램 중에 <벌거벗은 세계사>가 있다. 64화 ‘처칠은 어떻게 히틀러로부터 영국을 구했나‘ 편을 보고 나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졌었는데, 도서관에 역사 서가를 슬슬 훑어보다 갑자기 띠용~~하고 눈에 띈 것이다. 제목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눈에 띄었을 것이다. 700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기꺼이 다른 책 두 권을 다시 내려놓고 여유있게 읽어보자 싶어 대출 날짜도 바로 연장해 두었다.^^ 도서관에서는대출 권수는 14권까지 되는데 왜 기일은 3주만 될까? ㅠ.ㅠ 매일 쫓기는 기분이다.
반납의 압박에서 헤어나지 못할듯!























1장 검시관 떠나다

차들이 영국 정부청사들이 모여있는 화이트홀Whitehall 과 버킹엄궁사이로 난 대로 몰Mall 을 따라 질주했다.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왕비가거주하는 775칸 규모를 자랑하는 궁전의 돌로 된 정면이 저 멀리 길이끝나는 곳에 보였다. 길은 그늘이 져 어두컴컴 했다. 5월 10일 금요일이른 저녁이었다. 초롱꽃과 앵초가 사방에 활짝 피어있었고 봄의 여린 이파리들이 나무 위에서 아른거렸다. 세인트제임스 파크의 펠리컨들은봄볕을 쬐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즐겼고 그다지 멀지 않은 사촌인 백조들은 그런 관심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소처럼 물 위에서 유유자적했다. 이날의 아름다움은 새벽에 벌어진 일과 충격적일 만큼 대조적이었다. 그날 독일군은 기갑부대와 급강하폭격기와 낙하산 부대를 앞세워 네덜란드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로 진격했다.

첫 번째 차 뒷좌석에는 영국 해군의 최고 관료인 해군장관 윈스턴S. 처칠Winston S. Churchill이 타고 있었다. 65세였다. 그는 앞선 전쟁에서도같은 직책을 한 번 맡았지만, 이번 전쟁이 선포되자 총리 네빌 체임벌린 Neville Chamberlain에 의해 다시 임명되었다.  - P25

4장 감전효과

취임한 지 첫 24시간 만에 처칠은 전혀 다른 종류의 총리로서 그진면목을 드러냈다. ‘낡은 우산‘, ‘검시관‘ 체임벌린이 침착하고 신중하게 다뤘던 문제를 신임 총리는 그의 평판에 걸맞게 현란하고 자극적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우선 처칠은 직접 국방장관을 겸임했다. 이를 두고 어떤 퇴임 관리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하늘이시여, 우리를 도우소서." 국방장관은 신설된 자리로 이를 통해 처칠은 육군과 해군과 공군의 지휘부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제전쟁을 완전히 장악했고 아울러 모든 책임도 함께 떠맡았다. - P49

 다우닝가 10번지에서 그와 함께 나와 해군관저로 걸어가는 도중에 이즈메이는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처칠에게 뜨거운 환호로 인사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10번지 입구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큰 소리로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외쳤다.
 "행운을 빌어요. 위니. 신의 가호가 있기를."
처칠은 매우 감동한 표정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처칠은 북받치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불쌍한 국민들, 불쌍한 국민들. 그는 말했다. "저들은 나만 믿고있는데 내가 그들에게 줄 거라곤 한동안 재앙밖에 없을 것 같구려."

그가 그들에게 가장 주고 싶었던 것은 행동이었다. 그는 그 점을처음부터 분명히 밝혔다. 집무실이든 전장이든 어디서나 그는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가 특히 바랐던 것은 영국이 공세로 전환해 "그 못된 사내 that bad man"와 직접 전쟁을 벌이는 일이었다. 그는 아돌프 히틀러를 그렇게 불렀다. 처칠은 독일인들이 "피 흘리고 불에 타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 P53

 처칠은 5월 13일 월요일 하원에서 첫 연설을
할 때도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승리를 다짐하기는 했어도 현재 영국이 처한 냉혹한 지형을 누구보다잘 아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다. 특히 그런 처지를 그는 한 마디로 명확하게 드러냈다.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 외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비록 이 문구는 나중에 그가 했던 말 중에 가장 멋진 발언으로 웅변의 판테온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몇 년 뒤 히틀러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지난 시절 그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청중들에게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연설에 지나지 않았다.  - P54

‘폭격기의 달‘ 이 책의 제목에 대하여

사람들은 갑자기 달의 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폭격기는 낮에 공격해왔지만 어두워진 뒤에도 달빛에 의지해 목표물을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보름달이나 상현달 하현달 같은 볼록한 달은
 ‘폭격기의 달bomber‘s moon‘이라고 불렀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폭격기와 그보다 더 중요한 호위 전투기들이 독일에 있는 기지에서 날아온다는 사실이었다. 그럴 경우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그들의 도달거리와 타격 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막강한 육군과 마지노선과 강력한 해군을 보유한 프랑스가 굳게 버텨
루프트바페Luftwaffe (독일 공군)의 발을 묶고 독일이 쳐들어올 모든 길목을 차단해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프랑스의 지구력은 영국 방어 전략의 초석이었다. 프랑스가 무너진다는 생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 P20

"분위기로 말하자면 불안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얼마 뒤에 정보부 정무차관이 되는 해럴드 니컬슨Harold Nicolson 은 1940년 5월7일자 일기에 그렇게 썼다. "그것은 실질적인 두려움이다." 그와 그의아내인 작가 비타 새크빌-웨스트 Vita Sackville-West는 독일군에게 잡힐 경우 자살하기로 합의했다. 효과가 즉각 나타나고 고통이 없으면서 휴대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해요." 5월 28일 그녀는 남편에게 편지를썼다. "오, 여보,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죠?"


*비타 색빌-웨스트 -- 얼마 전 읽었던 <나, 버지니아 울프>에서 버지니아의 연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인도 등의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남편의 부임지를 따라 비타가 떠나 있는 시간도 있어서 버지니아와 헤어져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버지니아는 비타를 그리워하며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었다.

프랑스가 너무 빨리 무너지고 영국 상공을 노리는 공습이 확실해지면서 달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5월 21일 화요일, 처칠의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 뜬 보름달은 런던의 거리를 양초 같은 서늘한 창백함으로 물들였다. 로테르담에 가해진 독일군의 공격은 머지않아 런던에 닥칠 일을 상기시키는 사례로 좀처럼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런 예측은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어서 사흘 뒤인 5월 24일 금요일에 조금 이지러지긴 했어도 여전히 밝은 달이 뜨자 매스옵저베이션의사회관찰 네트워크 책임자인 톰 해리슨 Tom Harrisson은 휘하의 많은 일기기록원들에게 특별 메시지를 보냈다. "공습이 시작될 경우 아무것도하지 않고 우두커니 있는 관찰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 관찰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피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대피하세요. 되도록 많은사람들과 함께 있을수록 좋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여과 없이 관찰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기회였다. - P78

6장 괴링

5월 24일 금요일, 히틀러는 앞으로 치러나갈 전쟁의 기간과 성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정 두 가지를 내렸다.
정오에 히틀러는 신임하는 어떤 장군의 조언에 따라 영국원정군의 뒤를 쫓는 기갑사단에게 진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히틀러는 탱크와 기갑병들에게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을 준 다음 계획했던 대로 남쪽을 향해 진격하자는 장군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독일군은 이미 소위 서부 회전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2만 7,074 명의 병사가 사망하고,11 만 1,034 명이 부상당했으며, 1만 8,384명이 실종되었는데, 단기간 내에 전쟁을 깔끔하게 끝낼 것을 기대했던 독일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병력 손실이었다.

 영국군의 숨통을 틔워준 이 정지 명령에 독일군 지휘관은 크게 당황했고 영국군도 어리둥절했다. 루프트바페의 원수 알버트 케셀링 Albert Kesselring은 나중에 이 명령이 "치명적인 패착이었다고진술했다.
- P79

그 주 금요일, 마법에 가까운 위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자신의 공군력을 믿은 괴링의 말에 마음이 크게 흔들린 히틀러는 전쟁 내내 내리게 될 일련의 총통작전지시 Führerbefehle 중 하나인 지령 13호를 내렸다.

"공군은 포위된 적군의 저항을 모두 분쇄하고 영국군이 해협 건너편으로 탈출하지 못하게 막을 것." 지령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지령문은또한 루프트바페가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는 즉시 영국 본토를 총공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 P80

그날 저녁 5월 26일 7시 직전에 처칠은 런던에서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 의 개시를 명령했다. 프랑스 해안에서 영국원정군을 철수시키는 작전이었다.

베를린의 히틀러도 영국원정군을 향해 진격을 재개하라고 기갑부대에 명령했다. 영국군은 지금 항구도시 덩케르크 해안에 집결해있었다.
독일군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뎌지자 히틀러는 괴링의 폭격기와전투기에게 당장 과제를 완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괴링은 토미들Tommies (영국군 병사들의 별명)이 철수 준비를 하는 덩케르크 해안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어선 몇 척만 건너오고 있다."
5월27일 금요일에 괴링은 그렇게 말했다.
"토미들이 수영이나 할 줄 알면 다행이다."
- P88

처칠은 또한 영국이 히틀러와 평화를 모색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추측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했다. 25명의 각료들을 놓고 연설하는 자리에서 처칠은 프랑스의 몰락이 임박한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자신도 평화 협상을 잠시 고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한 순간이나마 협상이나 항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여러분 모두가 들고일어나 저를 이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이 오랜 섬의역사가 결국 끝나려면, 우리 각자가 땅에 쓰러져 자신의 피에 코를 박고 숨이 끊어질 때나 가능할 것입니다."

순간 전율과 함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장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둘러싸고 그의 등을 치면서 동의의 함성을 외쳤다. 처칠은 깜짝 놀랐고 안심했다. - P90

*아~~ 덩케르크~~~

덩케르크 탈출은 상상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끝났다. 히틀러의 진격 중지 명령과 루프트바페를 좌절시킨 해협의 악천후가 큰 도움이 되었다. 토미들은 수영하지 않아도 됐다. 선박 887척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동원되었지만 영국 해군 소속 함정은 4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91척은 여객선이었고, 나머지는 어선과 요트와 그 밖의 소형 선박이었다. 프랑스군 12만 5,000명을 포함해 모두 33만 8,226명이 탈출했다.
존 콜빌의 형 필립 Philip 을 포함한 영국군 병사 12만 명이 프랑스에 남아있었지만, 그들도 해안의 다른 탈출지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영국원정군의 철수는 성공적이었지만 처칠은 답답하기만 했다.
그는 서둘러 공격하고 싶었다. "해안 절벽으로 달아나 그곳을 지키려쩔쩔맬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에 어디를 칠지 몰라 독일인들이 전전긍긍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처칠은 그의 군사수석자문인 퍼그 이즈메이에게 그렇게 썼다.
- P92

6월 4일 철수 마지막 날, 처칠은 하원 연설에서 제국 전반에 힘을북돋우기 위해 다시 웅변조로 말했다. 그는 먼저 덩케르크의 성공을 치하하면서도 냉정한 평가를 덧붙였다. 

"철군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연설이 막바지에 이르자 그는 화로에 불을 지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의 말은 점점 사나워지고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이며,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싸울수록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며 공중에서 더욱 힘을 키울 것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섬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해안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린 결코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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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3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대여 기간이 좀 늘어나면 좋겠더라구요. 이런 벽돌책은 특히나 3주 안에 읽기는 힘들죠ㅠㅠ 이 책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 즐겁게 읽으시길 응원합니다^^

은하수 2023-01-30 11:47   좋아요 0 | URL
매일 책 읽을 때마다 스트레스예요 물론 다른 여러분들이 기다리니 당연히 그래야하지만서두 예약자가 없다면 기간 연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책을 쫓기듯 읽어야하다니 너무 싫어요
그래도 술술 잘 넘어가서 맘 먹고 읽으면 1주일 만에 읽을수도 있겠어요 ㅎㅎ
계산상으로는요~~
 
휘파람 부는 사람 - 모든 존재를 향한 높고 우아한 너그러움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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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도 놀라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너무 아쉬워서 천천히 아껴먹듯 읽었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 장은 '겨울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앞 세 개의 장에서는 봄과 여름의 계절이 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 그리고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였다. 

마지막 장은 겨울에서 끝맺음을 하고 싶었나보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는 프로빈스 타운의 바다와 숲을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 걸으며 자연을 찬양하고 교감하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소박하게 살아간다고 스스로 글에서 밝히고 있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을 사랑하던 시인이 살던 마을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관광객이 붐비는 곳으로 점점 변해간 듯 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계가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환경론자들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않지만 자신은 환경론자는 아니라고 고백한다.

 "나에게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나는 나무들 아래를, 창백한 모래언덕을 걸으며 점점 더 환희에 빠져들고 이 환희를 글로 찬양한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고 그걸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144)


  "내가 만일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면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전체를, 우리의 필요와 잘못된 행동의 연결망이나 우리 삶과 다른 모든 존재의 삶의 상호관계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나는 눈만 뜨면 산책을 나가고 흔한 식물의 뿌리나 꽃잎에 발이 걸려 넘어져 마치 투시력이라도 생긴 듯 그것을 상징적인 존재로 볼 뿐이다."(145)


'겨울의 순간들'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6시간 동안 바다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었는데,

문장 하나하나의 묘사가 너무 아름답고 어쩜 그리 딱 맞아 떨어지듯 표현을 해놓았던지 여러 번 다시 읽어보아도 결코 지루해지거나 식상하지 않아서 놀랍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다면 필사노트에 천천히 쓰면서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른 시각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세상의 거대하고 긴박한 어둠 속에서 출발한다.
집은 무척이나 춥다. 겨울은 향로를 흔들며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그 향로에서는 연기나 향내는 나오지 않고 소금과 눈의 불쾌한 쇳소리 같은 솔직함만 나온다. 나는 어둠 속에서 옷을 입고 서둘러 나간다. 잠이 덜 깬 개들이 몇 발짝 따라오다가 사라진다. 물이 차갑고 단단한 모래에 활기차게 부딪친다. 나는 그것이 바다가 말하는 언어라도 되는 양 귀 기울여 듣는다. 하늘엔 별도 없고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밀물이 들어오는 걸 알 수 있다. 바다가 노래하듯 말하고, 가로등과 부두의 주황색 불빛 덕에 조금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가느다란 은빛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레이스를 흔들어 과시한다.(138)

여러 해 동안 나는 밀물 때면 이른 시각에나 늦은 때나 거의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다른 세계로 갔다. 내가 ‘소나무‘라고 할 때 독자들이 상상하는 건 ‘리기다소나무‘ 또는 ‘방크스소나무‘라고 불리는 우리 마을의 소나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 소나무는 수수한 나무로, 꾸불꾸불하고 향이 좋다. 해풍을 견디며 살 수 있고, 크고 우람한 자태를 포기하는 대신 소중한 탄성을 얻었다 큰떡갈나무와 니사나무 역시 연못가 습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숲을 수천 번은 걸었다. 숲속이 다른 어느 곳보다 심지어 우리 집보다 더 편안했다. 숲의 세계로, 풀과 오솔길로 발을 들이면 늘 안도감 같은 게 밀려 들었다. 나는 무언가에서 도피하는 게 아니었다. 기쁨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경계를 넘는 것이었다. 경계를 넘으면 세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변했다.(140)

세상은 변한다. 이제 밤이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폐쇄된다. 적어도 따뜻한 계절들에는 그렇다. 해가 뜨고 몇 시간이 지나야 입구를 막아놓은 차단기가 치워지고 그 전에는 숲에 들어갈 수가 없다. 1년 365일 개들은 통행이 금지되거나 목줄을 한 채 단 하나의 지정된 길로만 걸어가야 한다. 무기와 수갑을 지닌 산림 감시원들이 땅딸막한 차를 타고 모래언덕을 넘거나 꾸불꾸불한 소나무들 사이를 지난다.(142)

나는 자연계가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계 없이도 시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에게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나는 나무들 아래를, 창백한 모래 언덕을 걸으며 점점 더 환희에 빠져들고 이 환희를 글로 찬양한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고 그걸 맹목적으로 사랑한다.(144)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자신들과 같은 부류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의 말에 반박하진 않지만 곡 들어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작품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지키고, 치유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학식 있는 주장을 담지 않는다. 내 시는 주목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인간세계에서 시작하지도 끝나지도 않는다. 내가 만일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면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전체를, 우리의 필요와 잘못된 행동의 연결망이나 우리 삶과 다른 모든 존재의 삶의 상호 관계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나는 눈만 뜨면 산책을 나가고 흔한 식물의 뿌리나 꽃잎에 발이 걸려 넘어져 마치 투시력이라도 생긴 듯 그것을 상징적인 존재로 볼 뿐이다. 이것은 결코 독보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며 신비주의적 성향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간 길이라고 할 수 있다.(145)

3
폭풍은 밀물을 타고 온다. 그래서 여섯 시간 동안 우리를 향해 번쩍거리며 뒹굴며 밀려오면서 힘이 강해진다. 바람은 남남서에서 온다. 폭풍의 진로 내 취송거리(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의 힘에 의해 파도가 이는 거리)는 만 전체의 크기다. 이곳 항구의 바다에 거친 파도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거리다. 그런 취송거리와 바람이 밀물에 작용해 바다의 수면을 아름답고 경외롭게 만든다 구름이 얇고 바람에 질주하고 있어서 수면은 반짝거린다. 수면의 빛깔은 회색에서 강철색으로 변했다가 지독하게 번쩍거린다. 주름진 수면에 빛의 조각들이 득실거린다.(150)

바람이 때려댄다. 그럴 리가 없다. 때릴 대상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가 빛나는 뭉치들을 해안으로 굴려 보내고 그 뭉치들이 줄줄이 요란하게 해안에 부딪칠 때 파도의 조각들밖에는. 하지만 분명 바람이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울타리들이 삐걱 거리고 퍼덕거린다. 문간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현관의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물건들이 쿵하고 떨어지거나 날아가거나 해변으로 굴러간다.(151)

하지만 헐거워지고 구르는 소리는 위와 아래, 즉 하늘과 바다에서 들리는 분출하고, 휘갈기고, 윙윙거리는 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여러 층을 이룬 합창이다. 소프라노 파트는 날카롭게 소리치고, 알토 파트는 불협화음을 이루고, 걸걸한 테너와 바리톤 파트는 금관악기 음을 던진다. 베이스 파트는 거대한 검은 입술을 O자 모양으로 오므리고 그저 쉼 없이 숨을 내쉬기만 한다. 어둡고, 흰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해변으로 올라와 우리를 향해 다가오면서 모래를 잔뜩 머금은 파도의 대열은 결코 서두르지도 주저하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몇 시간 동안 여전히 경외롭고 여전히 아름답다.(151)

이제 만조에 가갑다. 작고 푸른 배 한 척이 나타나 방파제에 부딪친다. 애처로운 광경이다. 충돌을 피하려고 애쓰고 파도가 방파제로 거칠게 밀어젖힐 때마다 움찔거리는 듯한 그 배는 무생물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뱃머리가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자꾸만 맴돈다. 배는 물에 잠겼고 희망이 없다.(152)

이윽고 절정에, 만조에 이른 바다가 방파제를 넘어 마당으로 날아든다. 넓은 주름들이 차르르 벌어지는 길고 거대한 은빛 휘장 같은 파도가 높이 솟아 밝은 주름 장식을 흔들며 방파제를 넘는다. 파고에 모래가 잔뜩 실려 있어서 마당으로 넘어온 파도가 사라질 때마다 마당은 새로운 모습이 된다. 파도가 마당에 퍼지며 모든 역사(발자국들, 개의 자취들, 쓰레기들)를 지우고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모래알들이 마당을 덮는다.(152)

그렇게 여섯 시간째에 바다가 도착해서, 장미들을 흠뻑 적시고 데크에 물보라를 뿌린 후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아냐." 파도는 여전히 울부짖지만 그 무시무시한 울부짖음은 점점 약해지고 썰물이 시작된다.(152)

4
그렇게 폭풍은 지나갔다. 그 폭풍은.(153)

이제 겨울이.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겨울이 물러가기 시작한다. 그동안 무엇이 결정되고 선택되고 확실히 해결되었을까?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건들은 지나가고. 세상은 변하고, 상처는 희미해지고, 행운은 찾아왔다가 사라졌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156)

이제 초록 바다가 푸른 봄의 빛깔을 띠고 봄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지치고 졸린 겨울은 긴긴 밤에 천천히 달을 윤나게 닦고 북쪽으로 물러난다. 겨울의 몸이 줄어간다. 녹아간다. 해묵은 수수께끼 뭉치가 또 한 해 풀리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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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1-30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시인의 에세이인가 봅니다. 인용하신 문장의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고 했을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이군요. 덕분에 한 사람의 시인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하수님.^^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은하수 2023-01-30 19:43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도 얼른 메리 올리버의 시 세계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시구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좋았어요 저도 이렇게 찬탄을 받는 작가 사실 한발짝 물러서서 기다렸다 보는 편인데... 아니예요
그럼 안되는 거였어요
작가자신은 환경론자 아니라는데 그게 역설적이게도 더 환경보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려요
좋은 밤 되세요^^
 

소설 <순이삼촌> 중 [소드방 놀이]
소드방은 ‘소댕‘의 제주도 방언이고, 소댕은 ‘솥뚜껑‘을 뜻한다. 

기민창의 색리 윤관영은 사또의 사주를 받아 사창미 이백석을 작전하라는 명을 받아 시행하였으나 이는 사또의 농간이었을터.. 결국 환곡미를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후덜덜하다. 대신 죽으라는 말씀. 사또는 관리감독 잘못한 죄만 있다는 뜻)하라는 금부의 명에 따라 부형을 대신 받게 된 것이었다. [소드방 놀이]는 조선후기 만연한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사또의 비호가 없었다면 감히 색리 따위가 무슨 수로 환곡미 이백석에 손을 댈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윤관영이 죄가 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먹고 죽을래도 먹을게 없어서 보릿고개란 말도 어이없는 마당인걸 사또보다 더 잘아는 게 윤관영이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아마 젤 잘 알 놈일 것이다. 그런데 환곡미를 거둘때 어찌 했던가. 백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세미를 안냈다고 솥단지꺼정 떼간 놈이고 씻나락 오쟁이꺼정 훑어가고 농민들 농간쳐서 더 떼어먹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쌓인 원한과 미움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물론 이건 새발의 피로 칠수 있다. 양반님네와 작은 관직이라도 얻은 양반님네부터 권문세가들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바와 같이 어마무시한 수탈을 일삼았지. 하지만아는 놈이 그러는게 더 얄밉고 미운거다. 거기다 나와 비슷한 놈이니까 맘껏 미워할수 있었을 것이다. 사또님은 너무멀리 계시는 분. 그러니 진휼이랍시고 모아놓고 꼴랑 죽 한사발 주는데 추워죽것구만 그도 오랜시간 기다리게 하니 화가 안나겠는가. 돌 맞아죽을 수밖에..
사또놈만 노났네

*색리: 감영이나 군아에서 곡물을 출납하고 간수하는 일을 맡아하던 구슬아치. 조선후기 색리의 지배구조상 최하층 천인에 비할바 없었으니 사또의 명을 어찌 받잡지 않을 수 있으리오.

*부형: 커다란 가마솥에 찜쪄 죽이는...윽!
이지만 실제로는 큰 솥 위에 뚜껑을 걸쳐 놓고 죽는 시늉만 하면서 죽은척 위장하는 것을 소드방 놀이라고 말한다. 형을 받은 색리는 이미 죽은 것이니까 그 고을에 살수 없으니 다른 마을로 도망을 가서 살면 된다나..허 참내
환곡의 폐해와 연결된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네...?!

읽다보니 지금의 우리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누군가가 자꾸 생각난다. 전씨도 그렇고 이씨?도 생각나고.. 또 이씨도 생각나고.
너무 큰 도둑은 도둑이 아닌 것이여. 그건 그러니까 백성들의 상상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추상이고 그건 너무너무너무 지체높은 권세인 것이다.

˝큰 부정일수록 이렇게 환골하고 탈태하여 나라 경영의 대종을 이루었던 것이다.˝(28)

작가님 말씀이 확 와닿는다.
아직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뭐라 코멘트하긴 그렇지만... 국민을 위해 엄청난 이익을 낸 사업이라니..! 난 한푼도 받은거 없는데.
전씨야 뭐... 추징금만 4천억이 넘었지 않나.. 이건 뭐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감도 안온다.
우리집을 몇 채나 살수 있으려나 진짜 계산하고 싶지도 않다.


[소드방놀이]
큰 흉년이던 계축년 3월, 정의고을에 진휼이 실시되어 기민에게죽사발을 돌리던 날, 같은 시같은 곳에서 기창 색리 윤관영이 부형(刑)을 받았다. - P8

윤관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이 옆으로 물러나며 앞을 트자 다섯말들이 큰 가마솥 열개가 꺼멓게 드러났다.
가마솥을 보자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럴 수가 있나! 솔뚜껑놀이 한다고 해놓고선 가마솥을 갖다놓다니. 어찌 된 일인가?
설마 나를 저 끓는 물에 처넣어 증살시킬 요량은 아닐 테지. 뻘겋게 웃통 벗은 관노 세명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고있었다. 그런데 호방 임춘일은 웬일로 나와서 뒷짐 지고 부뚜막 주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일까? 형방 관속이 아닌 호방이 미리나와서 설치는 게 이상스럽다. 더군다나 알 수 없는 일은 증살형이라면 가마솥 하나면 충분할 텐데 솥 열개에 모두 불을 때고 있는것이었다. 끓는 물에 찜 쪄 죽일 죄인이 나 말고 또 있는가? 윤관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자 다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놈 보게 뻔뻔스레 얻다 낯짝 돌려?"
"어찌 된 셈판이여? 저 윤가놈을 죽인다는 거여, 안 죽인다는 거여? 칼춤 추는 망나니도 없고・・・・・・ "
"글씨, 저 가마솥에 집어넣어 찜 쪄 죽일랑가?"
"저건 진휼솔이랑께. 솥 열개에 모두 죽을 끓인단 말여, 자넨 죽사발 갖고 나오란 말도 못 들었당가?"
이 말에 윤관영은 귀가 번쩍 뜨였다. 죄인을 쪄 죽일 물을 끓이는 게 아니라 진휼죽을 쑨다지 않는가. - P11

환곡미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하라. 만약 범포자가 있음에도 불문에 부친 수령은 금부로 하여금 나문정죄토록 하여 엄
중히 다스리겠노라. 삼남지방에 어사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더니 바로 닷새 전에 이런 공문이 벼락같이 떨어진 것이었다. 예감이 어째 불길했다. 삼남지방에 민란이 속출하고 있는 때인 만큼 이번엔 아무래도 유야무야 끝날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나야 무슨 죄가 있나, 사또가 사창미를 팔아 작전(錢)해달라기에 그 명을 좋았을 뿐인데, 이렇게자위해보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창고란 창고는 모두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장부상에는환곡 이백가마가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이른바 허록(虛錄)일 따름이었다.  - P18

 사또는 잠시 연죽만 풀썩풀썩 빨며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하여간 큰일이여. 어사가 들이닥치기전에 먼저 선수 쳐서 죄인을 다스려놔야지, 어명을 거행하지 않고어물어물하고 있다간 큰 봉변을 당한다는구먼. 감사영감께서 한시바삐 죄인을 징치하라고 성화가 득달같으셔." 환곡미 횡령죄인이바로 사또 자신인데 누가 누구를 징치하란 말인가? 혹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 아닐까? 그러자 펀뜻 문제의 공문 내용이 머리에 떠올랐다. 환곡미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하라. 만약 범포자가 있음에도 불문에 부친 수령은 금부로 하여금 나문정죄토록 하여 엄중히 다스리겠노라. 역시그렇구나! 공문에는 수령 자신이 범포자가 되는 경우를 슬쩍 빠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감독 불찰의 책임만 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일이 터지면 매양 당하는 건 아전붙이들뿐이었다.  - P27

그렇지만 어디 가서 발명하고 누구에게 고변하랴. 저들의 허물은 서로 감추어 체통을 세워주는 것이 사대부의 미덕이라던가 심지어는 재야의 사림에서도 세도척신이나 지방 방백, 수령보다는아전의 작폐가 더 혹심하다고 지탄의 소리가 높았다. 환정의 문란은 전적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아전층의 농간 때문이고, 환정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참 기가 찰 노릇이었다. 농민의 양곡을 가지고 도로 그 농민들을 상대로 장리놀이를 해먹는 이 조직적인 수탈 방법이 훌륭한 제도라는 것이었다. 원래환자란 참새나 쥐가 축낸 자연 소모량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조금씩 걷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게 근래에 와서 작은 참새나 쥐가 식성 좋은 사람 쥐로 둔갑하여 막대한 양의 곡식을 축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환곡 업무에 편승하여 횡령하거나 장를 주어 부당이익을 취하며 떼돈을 만지는 수령보다 그 밑에 빌붙어잔전 부스러기나 얻어먹는 아전의 폐막이 더 크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 P28

야릇하구나, 야릇하구나. 어째서 큰 부정은 죄가
안되고 작은 것만 죄가 되나. 부정이란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부정의 탈에서 벗어나는가? 그렇다. 도둑도 좀도둑이훨씬 도둑답다. 그것이 대담해져서 명화적쯤 되면 이미 도둑의 탈은 벗겨지는 법. 부정이란 것도 좀스럽고 쩨쩨한 구석이 있어야 진짜 부정이지, 쥐가슴 태우며 훔쳐내는 쌀 한톨, 실 한가닥은 부정이지만 환곡미 이백석 횡령은 이미 부정이 아니었다. 그건 백성들의상상을 훨씬 능가해버린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추상이었다.
그건 이미 부정이 아니라 지체 높은 권세였다. 큰 부정일수록 이렇게 모두 환골하고 탈태하여 나라 경영의 대중을 이루었던 것이다. - P26

물론 윤관영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았다. 항산도 없고 녹봉도 없이 고달픈 대민업무를 맡은 아전직이라먹고살려면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먹고살 낙정미(庭)를 농민으로부터 좀 넉넉하게 받아내려고 농간 칠 때도 있고수령의 부정을 도와 잔전 몇푼 얻어먹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문자 그대로 뜰에 떨어진 낙정미만 주워 먹고 살라니 아전 입은사람 입이 아니고 참새 입이던가. 농가 마당에 흘린 낟알이나 쪼아먹고 살라니 말이다. 모름지기 이도(道)의 염치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도 낙정미가 아니라 호구지책이 될 만한 법적 녹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29

 문득 사또와 눈이 마주쳤다. 윤관영은 혼신을 다하여 사또의 눈길에 동동 매달렸다. 제발, 제발・・・・・・ 그러자 즉시 답이 왔다. 사또는 가만히 머리를 주억거려 보이는 것이었다. 오냐, 오냐.
걱정 말라고 넌지시 전해오는 사또의 고갯짓을 보자, 윤관영은 천야만야 가라앉았던 가슴이 다시금 붕긋이 떠올랐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공연히 걱정을 했구먼. 아무러면 사또가 금석의 맹약을 저버릴까. 형 집행을 앞당겨 거행하는 것도 다 나를 위해서 요량한것이 틀림없지. 아무렴 진휼을 다 끝낸 다음에 별도로 격식 차려서거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한 구석이 없지않아. 진휼이 끝나서더이상 얻어먹을 것도 없고 자루를 더 채울 것도 없어지면 혹시 저 사람들이 그때 가서 돌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 매도 먼저맞는 놈이 낫다고, 어서 가자. - P36

복판에는 댕그렇게 윤관영 혼자뿐이었다.
사나운 짐승 목소리로 카랑카랑 울부짖던 사람들은 이제 몰이꾼같이 숟갈로 빈 사발을 두들기고 발을 구르면서 복판의 윤관영을무섭게 몰아붙였다. 장내는 온통 흙먼지에 휩싸여 뿌옇게 들떠올랐다.
문득 사기그릇 하나가 날아들어 목에 걸린 칼 밑동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윤관영이 흠칫 놀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자 뒤미처돌과 사발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윤관영이 외마디 비명도 없이 모로 픽 쓰러진 다음에도 돌팔매질은 한참 계속되었다. 솥뚜껑만 혼자 살아서 쩽겅쩽겅 미친 듯 비명을 올리고 있었다. - P38

어라, 이게 웬 떡이여. 숨막히게 되우 놀라 있던 사또는 눈이 더욱 회동그래졌다. 그러면 그렇지, 무지한 것들이 감히 어느 앞이라고 대들 거냐. 제 주인을 무는 개가 어디 있어. 자, 그럼 수창자(唱者)가 따로 있을 턱이 없는 이 우발적인 난동을 어찌 다스린다? 누가 죄인을 허벌했든지 간에 아무튼 일단 끝나버린 일, 공연히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없지. - P38

더구나 저것들이 죄를 뉘우친다고 엎드려대죄하고 있는데… 형 집행권이 잠시 농락당한 것이 서운하다면서운하지만 저 실성한 것들이 그만하면 실컷 화풀이도 됐을 테니오히려 잘된 일이다. 하여튼 죽은 놈만 불쌍하구나. 쯧쯧....
사또는 잠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다음, 남은 진휼을 마무리짓기 위해 피 묻은 돌무더기와 윤관영의 시신을 치우라고 명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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