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1 : 주적》

늦은 점심 먹고 데크에 나와 읽다 춘곤증이 밀려오길래 커피 두 캡슐 내려서 마시고 잠시 망중한을 즐겨본다. 우리 동네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시간이 순삭되는 경험을 매일 하게 된다^^
요즘은 정원에 나무 사다 심느라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앉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자꾸 빈곳을 찾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오늘도 1년생 조팝나무 15주, 키 큰 산수유 나무 1주 사와서 열심히 삽질하고 정원을 채우고 바라보니 뿌듯한데...
큰 화분들이 몇 개 비어있으니 무얼 심을까 생각하며 또 마음이 동한다. 몸이 아파도 계속하고 싶은 즐거운 중노동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이 경우 가사노동을 지칭), 그리고 가정 밖에서 일하지 않는 여성들은 결국 남편의 계급으로 환원되는 이 변함없는 사실이 씁쓸하다.

내 얘기 하는 거 같은 문장이 많았다. 왜 변하지를 않나! 임신, 출산, 양육, 가사노동에 쏟아붓는 시간이 계속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가정 밖에서 일하면서도 가사노동에 투입된 시간은 줄지 않았다!
가정의 일을 배우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가르쳐 주고 지적해도 여전한 그 무관심한 대처에, 보조자로만 머물러 있던 남편에게 실망하고 치를 떨었던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이런 상황이라면 밖에서 일해서 가정경제까지 책임을 보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뉴스로 접하는, 가정 내 부부의 가사 투입시간은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일방적이다. 물론 안그런 남편들도 많다는 거 안다. 그럼에도 ....!

어릴 때부터 이런 불합리를 보고 자란 우리 딸은 결혼에 대한 환상 따위 없다.(그런데 우리 아들도 그렇다. 엄마만 하는 개고생? 싫었다나 뭐래나! 그러면서 가사노동을 잘할 자신도 없단다.)
이러니 딸에게 결혼하란 말을 하지 않는다. 본인이 결혼을 선택한다면 존중하겠지만 권유도 강요도 결코!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란 말도 하지 않는다. 일도 계속 할텐데 결혼과 출산, 양육과 관련해서 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굳이 등떠밀 이유가 뭔가 싶다(그런데 친구들 손자, 손녀 자랑질 보면 부럽기도 하니 어쩌지???). 이런 양가감정 옳지 않아 ㅠㅠ


이 책의 많은 예시들이 1970년대를 기준으로 쓰여졌는데 그동안 많은 국면전환이 있었다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들에 답답함이 가시지를 않는다.
가부장제라는 제도는 정말 우리 여성들의 ‘주적主敵‘이어야만 할까.... 적어도 우리 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거 같아 답답해서 ...
그냥 우리 딸 이쁜 사진 들여다 보고 있게 된다.



... 같은 부양을 받더라도 여성은 남편의 필요에 
따라 상이한 종류의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 
가령, 부르주아의 아내는 사회적 체면유지라는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노동의 업무는 더 적게 수행한다.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기 때문에, 여성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더 부유한 남성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는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
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에 속한 남성과의 결혼으로 여성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여성을 그 계급에 속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여성은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P50

결혼 관계에 깃든 노동 전유와 착취는 모든 여성이 경험하는 공통의 억압이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운명을 가진 존재로서 공통의 생산 관계에 속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따라서 단 하나의 계급만을 구성한다. - P55

앞선 논증에 비추어 보면 "부르주아의 아내"를 
"부르주아"라고 부르는 것은 플"랜테이션 농장주의 노예"를 "농장주"라고 부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일상적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아내와 (여성) 노동자도 흔히혼동된다. 
이는 여성에 한해서는, 그들이 속한 계급이 때로는 계급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정의-생산에 대한 관계-에 의해, 때로는 아내를 남편의 재산 혹은 남편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 P56

그러나 흔히 그러하듯 자본주의 생산 양식만을 
고려하고 여성들에게 남성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가정 밖에서 일하지 않는 여성들은 결국 (프롤레타리아-자본가) 계급체계의 바깥에 자리한다. 이 여성들을 계급체계에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비마르크스주의적 ㅡ남편의 계급ㅡ 에 따라 계급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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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 서문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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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 서문》 크리스틴 델피

책은 작고 귀엽고 예쁘다.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책을 펼치기 전에 잠시 들었지만 그렇지는 않다. 서문이 원래 어려운 법이니까!
이렇게 열심히 읽은 ‘서문‘도 처음이지 싶다.^^
이 서문은 시리즈의 전체적인 안내를 충실히 해 주고 있다. 그 말인즉 앞으로 읽게 될 나머지 시리즈에 대해 흥미와 궁금증 유발을 잔뜩 시켜놓았단 뜻이다.
내용은 어렵지만 앞으로 볼 책에서 읽게 될 내용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한 거라서 어려운 내용이 있었지만 두 번, 세 번 되돌아가 읽었는데도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리즈 전체를 다 읽고 다시 한 번 서문을 읽는다면 쉽게 이해가 될까?
아무튼 열심히 읽다보니 끝이어서 깜짝 놀람~~^^
참으로 읽기 어려운 책들도 이런 식으로 기획이 된다면 어떨까 ... 이런 참신한 기획 적극 찬성일세..
어서 다음 권으로 넘어가 보자!


시리즈는 이 서문(0)을 포함하여 총 11개로 구성이 되는 것 같다.
1. <주적>
<가족이라는 위계집단>에는
2. 가사노동 혹은 가정 내 노동:정말 가사노동만이 무료 노동인가?‘,
3. 가족과 소비: 한집안 식구는 같은 것을 먹는가?‘
<제도화된 수렁들>에는
4. 유산상속: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5. 결혼과 이혼: 공공연한 여성 지위 박탈이라는 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 5개의 시리즈는 언제 나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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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4-12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아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어요!^^ 저도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읽으면서도 재독 삼독하고 싶더군요.

은하수 2024-04-12 13:45   좋아요 1 | URL
그쵸~~~
읽으면서 다시 돌아가 여러번 읽어도 금방 읽으니 넘 좋아요.
그래도 모르겠는건 그냥 패스~~
난해한 문장은 어쩔 수 없죠^^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서문>인식론과 방법론, 유물론


4. 기존 학문에 대한 비판과 페미니즘 관점의 발전

하지만 과학도, 페미니즘도 국경이 없다. 
지식의 평가는 국가적인 차원도, 다국적 차원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1975년 내가 소원이라 불렀던 전세계적 ‘지식의 페미니즘적 혁명‘은 시작되었으며 계속되고 있다. 페미니즘적 사유는 지난 30 년 간 사회과학 전체가 한 것보다  더 많은 가설을 낳았고, 더 많은 개념을 만들어냈으며, 더 많은 대상 ㅡ‘여성 억압‘을 비롯해ㅡ을 구성해냈다. - P64

페미니즘사상에 대항하는 프랑스 지식 기관 대표자들의 격렬한 공격(Delphy, Armengaud et Jasser1994)은 후위전戰 특유의 형태를 보인다. 페미니즘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페미니즘이 만들어낸 개념(예를 들면 젠더) 중일부를 빌려야만 하기 때문에, 이 대표자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 P65

하지만 젠더가 ‘섹스‘와 동의어로 (개념이 아닌 용어로) 쓰이는 경우에도, ‘젠더‘라는 단어가 발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담론에서 싫든 좋든,
가장 일반적인 차원에서 가장 전복적인 차원-‘젠더‘를 사회 분열의 주요 쟁점으로 만드는-에 이르기까지 젠더에 대한 모든 함의를 끌어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이들은 페미니즘의 영역으로 끌려 나오게 된다. 그들이 페미니즘과 그 영역이 존재할 만한 장소가 없거나
말할 가치가 없다는 듯 군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된다. - P65

계급 개념에서 젠더 개념으로

계급이라는 개념은 사회 구성의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를 구체화한다. 집단은 더 이상 관계에 앞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가 집단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성별 분업을 구성함으로써 ‘성별‘이라 일컬어지는 집단을 만드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관행을 밝혀내야 한다. - P70

1970년대, 영어권에서 ‘젠더‘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이론적으로 매우 주요한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나는 1976년부터 이 개념을 사용했다. 
젠더 개념은 처음 등장했을 때 단 한 단어로 
‘성적‘ 이분법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측면을 사회적으로 다뤄야 할 필요성을 포괄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측면을 성의 해부학적·생물학적인 면과 분리했다. 젠더는 성 역할에 대한 시선을 ‘성‘의 구성 자체로 이동하게 할 방편을 잠정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 잠재적인 힘을 발현시켜 가부장제를 연구하고, 여전히 부재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어지는 책에서 다루려 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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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벼운데 다루는 내용과 문장은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유산상속에 대한 고찰이라니..
흥미로운 내용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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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11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은하수 2024-04-11 13:18   좋아요 1 | URL
이 달엔 기필코 끝까지 읽고 싶네요~~^^*
 

한 쌍의 손이 물에서 나와 각진 구멍의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탐색하는 손가락이 아주 작은 협곡의 경사면을 닮은 구멍의 두꺼운 안쪽 벽을 기어올라 표면까지 나오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가장자리 너머에 이른 손은 갈고리처럼 눈을 움키고 당겼다.
머리가 나왔다. 헤엄치던 사람이 눈을 떴다. 그는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광활하고 단조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길고 흰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지푸라기 빛깔이 들어간 끈으로 묶여 있었다.
그에게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설령 숨이 찼더라도 날숨에서 나오는 김은 아무 색깔 없는 배경 속에서 보이지 않있다. 그는 팔꿈치와 가슴을 얕은 눈밭에 올려놓고 몸을 돌렸다.
- P9

그들의 작은 행렬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칼에 
베인 새와 개, 파충류, 설치류로 이루어진 흔적을 남겼다.
수업 도중에 로리머는 종종 제자에게, 칼을 잡은 
손에 진실을 찾는 눈의 인도를 받는 사랑이 어리지 않는다면 메스를 다루는 호칸의 놀라운 재능은 결국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로리머는 돋보기 아래에서 돌과 식물, 동물이 
얼어붙게 된다면자연에 대한 탐구는 삭막해진다고말했다.  - P88

동식물 연구자는 열렬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애정을 품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다. 메스가 끝내버린 생명은 그 생명체의 반복될 수 없는 개별성에 대한 깊고도 헌신적인 감사로 기려야 했다. 동시에 이런 감사는,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생명체가 자연계 전체를 대표한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해부된 토끼는 다른 모든 동물의 부위와 특질, 더 나아가 환경까지 조명해주었다. 토끼는, 풀잎 한 장이나 석탄 한 조각과 마찬가지로,전체의 작은 파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전체를 담고 있었다. 이 사실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 다른 점을 전부
차치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똑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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