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서문도 그냥 넘기고 읽기 시작했었는데 첫 장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하늘 한 조각‘을 읽을 때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읽어나가야 했다. 세 개의 낱말이 가리키는건 아름다움만을 뜻하는건 아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내가 쓴 이 문장을 읽는다 해도 결코 잊히지 않을 듯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 동안 그 이상을 읽어가기 힘들었다.

오늘부터 다시 뒤를 읽기 시작한다.
이웃님의 리뷰를 읽고 나서 뒤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이라는 소제목이 뜻하는 바가 분명 있으리라!


육천 가지 가르침
어릴 때 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 바람은 조금씩 이루어졌다. 내가 세 살이던 1948년, 어머니와 나는 뉴욕시 북쪽에 인접한 매머러넥의 집을 떠나 다른 삶이 기다리는 로스앤젤레스외곽 샌퍼낸도밸리로 날아갔다. 나는 그랜드캐니언에서 성장기 여름을 보냈고 태평양에서 헤엄을 쳤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의 재혼으로 우리는 다시 맨해튼 머레이힐로 이주했다. 거기는 또 다른 캐니언이었다. 열일곱 살 때는 버스로 유럽을 횡단했다.
멕시코에도 갔다. 나미비아에 있는 사막과 남극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극지 고원에서 야영도 했다. 방콕과 벨렝, 나이로비와 퍼스에 가봤고 그 목적지 너머의 땅으로도 길을 떠났다. - P121

한때는 다양성이 생명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다양성을 말소하는 것은 탄소를 제거해놓고 생명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언어, 생물 종, 문화를 얼핏 지나치기만 해도 그토록 불안해지고 그토록 슬픔이 차오르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어디든 거기서 마주치는 차이가 적어질수록 죽음이 세력을 확장한 것임을 우리 몸의 세포들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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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신성아 지음
의사 증원에 대해 잠시 든 생각들..

의사 수 증원에 내가 찬성하는 이유, 이 책에도 있다. 백혈병 걸린 어린 딸의 엄마로서 돌봄의 현실에서 건져올린 순도 백퍼센트 경험담이니 믿을 수 있다. 특히 개두술이 필요한 의사는 지금 늘려도 무려 10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다.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증원도 안된다, 열악한 전공의 근무시간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 간호사가 의료행위 하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 의료수가도 비급여항목의
수가 만큼 올려야한다, 협의없는 일방적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는데 열악한 환경 개선에 가장 시급한 것이 의사증원 아닌가? 그리고 그 협의를 왜 의사들과 해야하는지 이해할수 없고 권력도 이런 권력이 없다 싶어진다.

의사 공부를 했는데 환자보다는 고객님을 상대하느라 바쁜 성형외과, 피부과는 ‘의사‘라 불리는 원장님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필수 인력은 줄어드는 이 불합리가 의사들 탓만은 아니겠지 생각하다가도 울화가 치민다. 의료보험 외에 2기 실비보험의 보험료는 3년에 한번씩 정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이 된다.
이 어마어마한 비급여 항목의 의료보험료는 결국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수가를 올리고, 우리가 원하는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필수의료의 혜택을 보게 하려면 결국 ˝지방 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대명제로 다시 환원된다. 우리 현실은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힌거 같아 답답하다.

그렇다 해도 지금 당장에 드는 생각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가장 위험한 줄다리기를 기꺼이 감행하는 의사들인데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하는 가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게 될테고 유야무야 봉합이 될까 걱정스럽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 의료정책만은 제발 관철시키길 염원한다. 뭔들 믿고 기다릴 수 있겠냐만은 속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맡겨야 하는 힘 없는 을들의 하소연은 오늘도 끝이 없다. ...!

2022년 국정감사에따르면, 인구 천 명당 활동의사 수가 서울은 3.37명인데비해(OECD 평균은 3.7명) 경북은 1.38명이다. 지역별 의료격차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은 열이38도가 넘는 순간, 들쳐 업고 일단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진돗개 하나 발령이다. 이럴 때마다 지방에 사는 보호자들은번번이 사설 응급차를 타고 몇 시간씩 애태우며 상경한다.
소아청소년 진료 수가를 파격적으로 200퍼센트, 
300퍼센트 가산하면 자연히 병원이 의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으니 이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하다. 
전체 환자가 늘지 않는데 수가만 올린다고 의사가 늘어날까? 지방의 소아암환자와 보호자도 안심하고 살던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지방소멸과 인구절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P166

여러 차례 검증된바, 단순히 수가만 인상하는 것은 약효가없다. 이미 정부는 2009년에 전공의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자흉부외과 100퍼센트. 외과 30퍼센트로 수가를 가산했다. 다음해에는 산부인과 분만 수가도 올렸다. 하지만 시행 후 3년, 4년이지나도 전공의 충원율은 고작 10~20퍼센트 오르는 데 그쳤고심지어 산부인과는 더 떨어졌다. 무너지는 출산율과 지방소멸의현실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 P166

무엇보다 건강보험 재정은 늘지 않는데 필수의료 수가만 한없이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전 국민의 건강보험료인상이 불가피하다. 그 재원으로 공공병원을 늘리고 중증환자를 다룰 필수의료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공공재원을 충원하겠다며 건보료를 더 걷어가더니 
정작 공공의료의 서비스 질만 떨어진다면 
누가 기꺼이 세금을 내겠는가. 
지금도 문제가 많은 실비보험만 기승을 부릴 것이다. - P167

의사단체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므로 의사 수 증원은 대안이 아니라고한결같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에 의사가 그리많은 것도 아니다. 2020년 한국의 의대 졸업자는 10만 명당
7.2명, OECD 평균인 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필수의료영역의 전문의, 그러니까 종합병원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개두술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1년, 레지던트 3~4년, 그 이후의 펠로 과정까지 적어도 10년이더 필요하다.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10년, 20년후에도 환자들만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모수를 늘리지 않고도 수가만 인상하면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주장은그래서 공허하다. 다른 데는 그대로 두고 뱃살만 쏙 빼준다는 다이어트약 광고 같다.  - P167

의사 증원도 안 된다. 간호사가 의사 일을일부 대신하는 것도 안 된다. 전공의 노동시간은 법적으로 더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려면 수가 인상 외의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의사들의 주장처럼 적어도 비급여항목 수준으로 현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면 지금껏 처치해왔던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먼저 소상하게 공개하고, 
그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외부 검토도 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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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신성아 지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로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 왜 아픈 아이는 엄마 탓이라 자책하고 돌봄과 치유도 고스란히 엄마, 여자, 딸에게로 전가되는지...
˝그러니까 진짜 비극은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 팔자 센 엄마의 운명에 원인을 돌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스라이팅이
바로 비극이다. 이 오래된 관습이 여자의 진짜 사랑을 파괴한다.˝(42쪽)


... ... 엄마들은 아픈 아이를 돌보며 자책하고 남은 가족을 챙기며자학했다.
그나마 아이 컨디션이 좋을때면 시댁과 영상 통화를 했고, 집에 있는 다른 형제자매의 숙제를 챙겼다. 꼭 나 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남편과 통화하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올 때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한 여자의 사랑은 왜 항상 자기파괴적인가. 
국가가 복지로 책임졌어야 할 돌봄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모든 가족구성원이 함께 나눴어야 할 
책임은 사랑이라 불리며 여자에게 전가된다. 
그렇게 여자의 사랑은 이름을 잃고 주인을 살해한다. 그 과정이 너무 가혹할 때는 운명이라고도
한다. - P42

이것은 운명이기 때문에 왜 우리 아이에게, 왜 나에게 이런일이 생겼냐는 원망 어린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 
신도 야속한 마당에 만족스러운 답을 들려줄 현자가 어디 있겠는가.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고 생각해야한다는데, 결국 나보고 현자가 되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진짜 비극은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 
팔자 센 엄마의 운명에 원인을돌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스라이팅이 바로 비극이다. 이 오래된 관습이 여자의 진짜 사랑을 파괴한다. - P42

모성은 당연히 본능이 아니다. 과학은 이미 모성이옥시토신과 프로락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호르몬 반응이라고 해석한 지 오래다. 만약 모성이 본능이라면 이렇게 많은 임신·육아교실이 성행할 이유가 없다. 그저 본능을 따라가면되는데 세금으로 지자체별 육아교실을 운영하고,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딥러닝까지 동원해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P54

모성애가 여성의 본능이라는 사이비 과학은 아주 오랫동안 여성의 희생을 연료 삼아 자기 발전을 거듭한 결과 모종의 신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성 신화는 반드시 헌신적인 돌봄을 전제로 한다. 영웅이 통과의례로 겪는 고난처럼 모성의 서사는 돌봄의 고통 없이 완결될 수 없다. - P55

그러나 돌봄은 모성에서 뿌리내린 것이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성은 돌봄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잘 돌본다는 이유만으로 숭고한 모성의 담지자나 영웅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돌봄을 거부한다고 해서 섣부른 판단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다. 모성 신화는 여성에게 손쉽게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각 여성의 삶이 지닌 복잡하고 특별한 경험을 일거에 삭제한다. 저마다 다른 엄마들의 삶을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양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지독히 안일하고 편협하다. - P55

어떤 엄마든 엄마의 돌봄 노동은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기에눈에 보이지 않는 일, 그저 마음을 쓰는 일로만 여겨진다. 반면 그노동에 대한 평가는 놀라울 정도로 가시적이다. 아이가 무심코내뱉은 다소 폭력적인 말, 지나치게 조숙한 말을 듣는 순간모든 화살은 엄마에게 쏟아진다. 누구에게 저런 말을 들었을까, 뭘 보고 배웠길래 저런 말을 할까, 아이에게 매일 유튜브나 보여주니 저렇지, 너도나도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근거 없는 평가를 한마디씩 보탠다. 

일하는 엄마들은 더욱 가혹하고 무례한 평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엄마들은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자신의 일상에서 부지런히 일의 흔적을 지운다. 내 아이에게 발생할지 모를 결손과 결핍이 두려워 보이지 않는 돌봄노동의 강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자기도 모르게 모성신화를 강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공ㅈ자가 된다. 불평등한 돌봄노동은 그렇게 모성 신화의 스테로이드제가 되어 온갖 부작용을 남기며 내성을 키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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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의 정석 오늘의 젊은 작가 10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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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의 정석> 임성순
자기개발이라고 쳐! 근데 거기에 정석까지 붙여놓는 이런 발상이라니...
한 가진 건졌다?
건강보험 공단에 가족등록 해놓으면 건강정보 조회를 할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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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만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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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만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는 책을 읽은 듯한 허무하고 어이없는 결말에 실망...
내가 마르케스 자식이라면... 출판하지 않은 작가의 뜻을 존중했을 듯. 별 셋도 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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