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과거의 기억들은 정말 모두가 사실일까? 나의 기억 속에서 각색되었을지도 모를, 그래도 기억해내고 만나면서 치유에 이르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깥 일기>1985년 ~ 1992년까지. 일기형식이지만 내면일기라는 형식을 파괴한 글들. 전철 안에서, 거리에서, 혹은 이동하는 중에 보이는 군중 속의 한 개인들의 행위와 여과없이 들리는 대화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다. 이런 순간들의 기록인데왜 소설인건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에르노가 아니었으면 한 두페이지 읽다 끝났을 것.다만, 이 시기가 내 청춘의 한 시절을 관통하는 시기여서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해 주었고, 글 속의 개인들의 행위를 읽으며 새삼 기억나는 나만의 순간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말하는 문장들 하나, 하나 모두 아름다운데 쓸쓸하다. 왜일까... 독서와 글쓰기를 말하다가 결국 궁극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천천히 읽고 싶었지만, 문장은 매우 아름답고 세상의 유용한 것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무용의 삶을 지향하는 글들이 날카롭게 마음을 찔러온다.아름다운 시詩처럼 읽히지만 결코 가볍고 편하게 읽어버릴 글은 아니었다!
그렇게 당신이 여름의 흙먼지 속을 나아가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새하얀 드레스 차림의, 너무도 경쾌한 걸음이었다. - P120
사랑하는 이가 알몸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그녀는 흰 드레스를 입었다. 예전에 성당 입구와 무도회장에서 일요일이면 활짝 피어나곤 했던 그녀들처럼. 그래도 그녀는 샛별처럼, 알몸이다. 당신을 보는 순간, 내 눈 안에 빈터가 열렸다. 푸른 하늘처럼 눈부신, 그 하얀 드레스를 보는 순간. - P120
단순한 시선과 더불어 순수한 힘이 되돌아온다. - P121
내 고독의 물방앗간에 당신은 새벽처럼 들어와 불길처럼 나아갔다. 당신은 내 영혼 속에 범람하는 강물처럼 들어왔고, 당신의 웃음이 내 영토를 흠뻑 적셨다.내 안으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암흑천지에 큰 태양 하나가 돌고 있었다. 만물이 죽은 땅에 옹달샘 하나가 춤추고 있었다. 그토록 가녀린 여자가 그렇게나 큰 자리를 차지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 P121
사랑 밖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사랑 안에는알 수 없는 것들뿐이다. - P121
유실되거나 잊혀진 사물과 유산에 관한 12 개의 기록들. 잊혀지거나 묻혀있게 두지 않기 위해 발로 찾아가고 또 가고, 찾아내려는 노력을 더하고, 다시 거기에 상상력을 보태 이루어낸 아름다운 기록물들을 읽는 즐거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간단하게라도 ~~, 감사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