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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위력을 가진 허리케인 앞에 무방비로 놓여진 재니, 티케이크, 친구들...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그들의 눈을 어둠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들의 눈은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18

티 케이크와 재니가 글레이즈에서 바하마 일꾼들과 친구가 된후 그들, ‘소‘들은 점차 미국인 무리 속으로 이끌려 들어왔다. 우려했던 것만큼 미국인 친구들이 자기들을 비웃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들은 자기들끼리 숨어서 춤판을 벌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많은 미국인이 점핑 춤을 배웠고 ‘소‘들만큼 그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들은 숙소에서, 대개는 티 케이크의 집 뒤에서 밤마다 춤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티 케이크와 재니가 모닥불 춤판에서 밤 늦게까지 지내는 경우가 잦아지자 티케이크는 재니에게 들에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는 그녀가 집에서 쉬기를 바랐다. - P212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재니는 집에 혼자 있다가 세미놀족(북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종족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남자들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짐을 잔뜩 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여자들이당나귀처럼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글레이즈에서 둘씩 셋씩 짝을 지어 가는 인디언들을 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크게무리를 지어 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들은 팜비치 로를 향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 P212

한 시간쯤 후에 또 다른 무리가 같은 쪽을항해 지나갔다. 해가 지기 직전에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재니가 그들에게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물었고 마침내 한 남자가 대답해주었다. 

"높은 곳으로 가고 있소. 참억새가 피었어요.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거요."

그날 밤 모두가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닥불 춤판은 거의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더 많은 인디언이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동쪽을 향해 지나갔다. 그런데도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청명했다. 콩 수확량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인디언들이 틀릴 수 있고 틀림없이 틀렸다. 콩을 따면서 하루에 7,8달러를 벌고 있는 마당에 태풍이 올 리가 없었다. 어쨌든 인디언들은 멍청하고 항상 멍청했다.
스튜 비프가 춤판에서 북으로 역동적이고 미묘한 장단을 만들어내고 춤으로 힘차고 조각 같은 기묘한 동작을 보여주는 또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 날에는 지나가는 인디언들이 하나도 없었다. 뜨겁고 무더운 날이었고 재니는 들에서 나와서 집으로 갔다.
- P213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아침이 왔다. 아주 작은, 아기 숨결 같은 살랑거리는 바람까지도 바람이란 바람은 모두 대지를 떠났다. 태양이 빛을 발하기 전, 흐릿한 낮은 인간을 바라보면서 이 수풀에서저 수풀로 기어가고 있었다. 
토끼 몇 마리가 숙소를 지나 동쪽으로 서둘러 갔다. 주머니 쥐 몇 마리가 살금살금 지나갔고 그들의 경로는 분명했다. 한 번에 한두 마리가 지나가더니 나중에는 더 많이 지나갔다.  - P213

한 바하마 청년이 티 케이크의 집 앞에 차를 멈추고 소리쳤다.
티 케이크가 집 안을 향해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안녕, 티 케이크."
"안녕, 리아스, 너도 떠나는구나."
"그래요. 당신과 재니도 가고 싶어요? 우리 차에 자리가 하나 남았는데 당신 두 사람에게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먼저 알아보고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요."
"정말 고마워, 리아스, 그렇지만 우리는 남아 있기로 결정했어."
"인디언들이 떠났어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농장주가 떠난 건 못 봤잖아, 그렇지? 아무튼 지금은 괜찮아. 어쨌든 습지에서는 돈벌이가 너무 잘되고 있어. 내일이면 다시 날이 좋아질 거야. 내가 너라면 안 떠날거야."
"삼촌이 날 데리러 오셨어요. 삼촌 말씀으로는 팜비치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효 중이래요. 거기는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어쨌든, 이곳 습지는 너무 낮아서 저 큰 호수가 터질지 몰라요." - P214

얼마 후 누군가 밖을 보고 말했다.
 "바깥 날씨가 전혀 개질 않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모터 보트와 티 케이크는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 중인 그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그날 밤 언제부터인지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스튜 비프가손가락으로 북 가장자리를 두드릴 때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날카로우면서도 짧게 덜커덕거리는 소리를 심하게 냈다.  - P217

아침 무렵이 되자 천사 가브리엘이 북 한가운데를 두드려서 내는 것처럼 깊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재니가 문밖을 내다보았을 때는 서쪽 하늘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안개 덩어리가-하늘의 그 구름 밭이 -천둥으로 무장하고는 세상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천둥과 구름은 더 요란하고 더 높게, 더 낮고 더 넓게 퍼져나가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짙어졌다. - P218

 서민들은 저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판단을 맡겼다.성들이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오두막집들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그들은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젖은 침대에서 몸을 떨며 주님이 하시는 대로 기다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떻게든 아침까지는 사태를 중지해놓으실 것이다. 원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낮에는 희망을 갖기가 무척 쉽다. 그러나 밤이었고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밤이 양손에 둥근 온세상을 들고서 무(無)를 넘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 P218

비명을 지르는 바람 사이로 그들은 물건들이 부서지고 믿을 수없는 속도로 내던져지고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때는 자기고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공포에 사로잡힌 새끼 토끼 한 마리가 마룻바닥의 구멍으로 꿈틀거리며 나와서 벽 그늘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저만치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그들과 둑 하나만을 사이에 둔 채 호수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잠시 바람이 잦아지자 티케이크가 재니를 만지며 말했다. 
"지금 이런 것에서 벗어나 그 큰 집에 그대로 눌러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당신이 후회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아니."
"아니야?"
"그럼, 아니야. 사람들은 어디에 있건 다 자기 때가 되어야 죽는법이야. 폭풍우 속에 남편과 함께 있잖아. 그럼 된 거야."
"고마워, 여보. 그렇지만 지금 죽는다고 한번 생각해봐. 그래도당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나한테 화가 안 나?"
"아니. 우리는 이 년을 함께 보냈어. 새벽에 해가 뜨는 걸 볼 수있다면 저녁 어스름에 죽는다고 그게 무슨 대수겠어? 아침에 해를구경도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어둠 속을 더듬고 있을 때 하나님이 문을 열어 주셨어." - P220

그는 바닥으로 내려와서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렇다면 재니, 당신은 진심을 말하는 게 아닐 거야. 나는 당신이 나한테 그렇게 만족하고 있는 줄 전혀 몰랐으니까. 내 생각에는......."
- P220

바람이 세 배나 거세게 불어닥쳐서 마지막에는 불을 꺼버렸다.
그들은 다른 오두막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앉아서 눈으로는 투박한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영혼으로는 신에게 묻고 있었다. 신이 지금 자기 힘과 그들의 미약한 힘을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들의 눈은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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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0페이지 넘겼다. 마지막 장이긴한데 개정판에서 일본이 추가 되어 고민중. 읽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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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책이 아녔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페인 내전, 즉 전쟁을 기록한 문학인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 재미있어서 처음 예상과 달리(?) 끝까지 읽을 거 같다.
하긴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소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30년도 더 전에 읽었지만 난 굉장히 재밌게 읽었었다 ... 내가 잘 모르는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일지라도 그것이 결국은 인간을 탐구하는 드라마 아니던가. 소재의 차이일 뿐이다.


오늘은 2/17일에 담갔던 된장 가르기 하는 날.
일부러 손 없는 날 하려고 좀 늦췄다.
근데 이 책 읽다보니 하기가 싫네ㅠㅠ
면보도 준비해놨구 항아리도 소독하구... 아침 일찍 세수도 하고 머리도 묶고 완벽하게 세팅은 끝났는데..
이제 마당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나가질 못하니.
그래서 어젯 밤, 내일은 무조건 책 먼저 읽지않고!
무조건 장 가르기부터 해야지 다짐했건만...


근데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도 왜 이리 재밌고 난리인지!
재니와 피비, 두 흑인 여자들의 대화는 또 왜 이리 멋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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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리 보이는 배들에는 모든 사람의 소원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들이 조수에 맞춰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 배들은 시야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포기하고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절대 육지에 닿지 않은 채 수평선 위에서 영원히 항해함으로써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시간에 조롱당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기억한다. 꿈이 진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일한다. - P5

그래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자였고,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병이 나서 아프다가 머리맡과 발치를 차지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불어 터진 사람들에게서 돌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사람들로 무슨 일인지 따져보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 P5

해질 녘이었기 때문에 사람들 모두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해는 졌지만 하늘에 발자국을 남겨놓았다. 길가 현관에 나와앉아 있을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말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었다.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혀도 없고 귀도 없고 눈도 없는 도구 같은 존재들이었다. 노새와 다른 짐승들이 그들의 살갗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양과 주인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피부는 힘을 얻어서 인간다워졌다. 그들은 소리와 작은 일들의 지배자가 되었다. 여러 나라에 대한 말들이 그들의 입을거쳐 갔다. 그들은 심판하면서 앉아 있었다. - P6

여자의 모습을 보자 그들은 예전에 쌓아두었던 부러움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 한구석을 씹어서 맛있게 삼켰다.
그들은 질문들로 지독한 진술서를 만들어냈고 웃음에서 살상 도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집단의 잔인함이었다. 활발해진 분위기.
주인 없이 걸어다니는 말들. 노래 속 화음처럼 함께 보조를 맞추는말들. - P6

그녀는 그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할 일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여자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말을 걸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앞다퉈 인사했고 입을 벌린 채 기대로 가득 차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매우 상냥하게 말을 걸었지만 자기 집 대문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버렸다. 현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바라보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 P7

남자들은 바지 뒷주머니에 자몽이라도 넣은 것처럼 탄탄한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까지 치렁대며 바람에 깃털처럼 풀어헤쳐지는 풍성한 검은 머리채, 그리고 셔츠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인 그녀의 도발적인 가슴에 눈길을 주었다. 그들, 남자들은 눈으로 놓친 것을 마음에 저장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빛바랜 셔츠와 진흙투성이 작업복을 떼어내서 기억을 위해 따로 간직해두었다. 그것은 그녀의 힘에 맞서는 무기였고, 별볼일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해도 여전히 그녀가 언젠가는 자기네 수준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들어가고 나서 대문이 꽉 하고 닫힐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침을 삼킬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P7

"그거야 상관 안 해.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랑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잖아. 그 여자는 우리가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것처럼 군다니까." 펄스톤이 불만을 토로했다. "잘못은 자기가 해왔으면서 말이야." - P8

"그러니까 그 애가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한테 자기 일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당신들이 화를 낸다는 말이네. 어쨌든 당신들 모두가 말하는 것만큼 그 애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그 애가 제일 잘못한 것이라고는 자기보다 몇 년 어린 남자를 고른 것인데 그건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잖아. 당신들 모두한테 정나미가 떨어졌어. 당신들은 이 마을 사람들이 침대 안에서도 오로지 주님을 찬양하면서 지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잖아. 나는 그만 가볼게. 그 애한테 저녁밥을 좀 가져다줘야겠어." 
피비가 날쌔게 일어섰다.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마." 룰루가 미소를 지었다. "어서 가봐.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집을 봐줄테니까. 나는 저녁 준비를다 해놓았어. 가서 그 여자 기분이 어떤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한테도 알려주고."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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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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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 등장하는 앰개시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완벽히 해소되었다. 폭력과 수치심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만 뒤이어 희망과 연민, 사랑도 연달아 떠올리게 된다. 역시 삶은 아직은 살아볼만 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아직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도. 루시 정말정말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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