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라도 ~~, 감사인사~~

간단하게라도 ~~, 감사인사~~

<운전석의 여자> 뮤리엘 스파크
작가에 대한 수많은 찬사, 미사여구, 수상경력이 존재하지만 내겐 너무 생소한 작가다. 하긴 내가 알고 있는 작가라는게 너무 적으니 이건 당연하다. 세상의 모든 작가를 안다는건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표제작인 ‘운전석의 여자‘를 포함해서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이 가장 먼저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얼토당토 않은 ‘리제‘라는 여자의 많이 수상쩍은,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 궁금한 전개 -왜냐하면 스토리 초반에 이미 주인공의 끔찍한 사진이 신문이 실릴 것이라는 단서가 제공이 되고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이 또 어떻게 증언을 할 것이라는 둥의 문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 와 행동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결말에 도달해 있다. 단편 아니고 중편인데도. 리제의 행동은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데 작가는 그녀가 왜 죽으려 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친절 따위 베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운전석의 여자‘라는 제목은 그녀 ‘리제‘를 한마디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운전대 잡은 사람 마음대로!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죽음에 있어서도 주도적으로 모든 상황을 리드해 나간다.
표제작 외에 나머지 단편들 중에도 꽤 맘에 드는 작품이 있었다. 가령, ‘검은 선글라스‘와 ‘오르몰루 시계‘, 그리고 연속된 이야기인 ‘아버지의 딸들‘,‘관람개방‘, ‘포토벨로 로드‘ 등은 임팩트있게 재밌었다. 나머지 작품들도 소굿~~
그런데 문제는 표제작이 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단 것이다. 읽으며 내내 생각해봤다. 만약 표제작이 처음이 아니라 중간이나 마지막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랬다면 다른 작품들을 더 기억하기 좋았을까?
위의 단편들이 좀 더 돋보였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 자신도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했다지 않는가. 읽을 때는 사실 뭐지 뭐지 이 여자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어쩌라는 거지 싶었다. 읽고 나서는 뭐야 대체 왜 이런 작품을 쓴거지 말이 돼? 싶은데... 다른 단편을 읽는 내내 자꾸 이 ‘리제‘라는 여자가 왜 죽어야했는지... 왜 그런 죽음을 택한건지 너무 궁금하고 그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는 거다. 그만큼 너무 강렬하다. 이런 캐릭터는 쉽게 창조될 수 없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래서 이 독특하고 강렬한 ‘리제‘라는 캐릭터를 만든 작가가 새삼 위대해 보이는 그러한 단계에까지 진입하게 된다는 거다. 꼭 경험해보길 권유한다. 정말 색다른 경험의 독서였다!

<끝없는 벌판> 응웬옥뜨 소설
베트남에 대한 소설은 <하얀전쟁>, <무기의 그늘>, 영화 <플래툰> 등으로 익숙하지만 모두 베트남전과 관련이 있어서 진정한 베트남을 알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얼마 전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베트남 작가인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베트남 작가의 베트남전의 참상이라고 보면 된다. 첫 페이지부터 정말 그 참혹함이 너무 현실감 있게 확 다가오니까 도저히 뒤로 읽어나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더위와 끝없는 시체와... 그 냄새.. 그 끈적끈적한 넘치는 피의 강 느낌까지 ... 다 전해져왔다. 그래서 읽기를 잠시 보류.
응웬옥뜨의 소설은 도서관 서가를 배회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전쟁과는 또 다른 베트남 하층민의 유랑생활이 비참함 속에 펼쳐진다. 여기에서도 여자들의 삶은 알량한 힘을 가진 남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아무런 잘못도 없이 폭행을 당하고 몸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너무 많이 버려지고 일상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체념한다. 아무렇지 않게 몸을 팔아 삶을 연명해나가는 여자들의 삶은 내가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므로 판단해선 안된다. 그것의 불합리함에 화가 나지만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책에 수많은 슬픔이 내포되어 있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가 하는 물음에 8명의 청(소)년이 답한다. 현직 교사였던 작가가 아이들을 꾸준히 만나고 인터뷰하였고, 뒷이야기에서 제시한 해법들은 훌륭했다. 8명의 아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했다는 것이지만,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각자가 다 달랐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정체되었다가도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서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본다. 경제적 지원도 좋고 일을 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이 뒷받침 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돈인데... 그 돈은 어디에 가 있는거니?


연말이라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자꾸 모임이 잡힌다. 날도 춥고 멀기도 하고.. 
하긴 우리집에선 대부분의 장소가 멀다..!^^
남편만 가면 좋겠는데 부부동반이라고 ㅠㅠ
집에서 책 보고 싶은데... 보던 책이 줄서 있는데.

올해처럼 모든 취미 생활에 앞서 독서에 몰입한 적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올해는 북플과 알라딘 서재 열심히 하면서 자극을 너~~무 많이 받았던 거 같다. 난 이런 자극적인거 너무 좋다. 덕분에 북플마니아, 서재의달인에도 선정되고 다이어리와 탁상달력이 두개나 생겼다. 우리딸이 기념으로 하나씩 가져간대서 기뻤다. 함께 기뻐해주는 고마운 딸이다. 물론 엄마가 원하는 책들 저렴하게 구입해주니 더 고맙다. ^^
2023년은 내겐 잊지 못할 뜻깊은 해가 될 거 같다.

뜻하지 않으셨을지라도 자극을 주시는 많은 이웃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자극 받아보겠습니다. 열심히 책 소개 이어주시는 이웃님들 모르게, 혼자서 하는 ‘짝사랑‘도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