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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트로폴리스
존 스칼지 외 지음, 홍인수 옮김 / 책세상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존 스칼지 때문이다. 이 선집에 나오는 작가 중 내가 아는 유일한 작가이자 그가 최근에 본 sf소설 중 최고의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장 뜨거운 작가 4인의 상상력이 탄생시켰다는 책 소개는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뜨거운 작가라고 하지만 신작 sf소설이 잘 번역되지 않는 한국에서 이런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뭐 원서능력자고 sf소설 마니아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편집자는 존 스칼지다. 편집자 서문에서 그는 이 선집에 대한 놀라운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주제를 던져주고 각자 집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세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세계를 가지고 각자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들이 세계를 건설할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이것은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세계와 개념을 떠올려주었다. 비록 정확한 시대 구분이 없어 우선순위에 대한 확신이 없고 이 세계가 그려내는 중요한 몇 가지를 나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각 이야기 앞에 편집자의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첫 작품은 제이 레이크의 <밤의 숲속에서>다. 사실 이 단편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 캐스케디아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충분한 이미지를 그려내지 못했다. 소설은 이 도시와 이 도시를 방문한 한 남자 타이거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것이다. 도시 이미지를 충분히 형상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경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보다는 단편적인 이야기에 더 빠졌다. 그리고 왠지 생략된 듯한 이야기는 한 편의 완결된 단편이 아닌 다음 이야기를 위한 안내서처럼 다가왔다. 이것이 다른 작품에 충분한 안내서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작품은 존 스칼지의 <꿀꿀대는 소리 말고는 버릴 것이 없다>다. 이 소설은 화자의 결혼식 사진에 돼지가 왜 있는지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 보여주는 신세인트루이스는 나도 모르게 기존에 나온 sf영화를 재빠르게 뇌리 속에서 훑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은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영화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해프닝과 사건은 결코 무겁지 않고 유쾌하다. 그것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토비어스 버켈의 <확률 도시>는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조금 어둡게 만들어지겠지만 기존 장르소설이 갖춘 장치를 많이 가지고 있다. 바의 기도인 주인공 스트래턴이 해병대 출신이라거나 디트로이트를 관리하는 사설경비단체 에지워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득의 대부분을 교통비로 지출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나 이 세계를 바꾸려는 집단의 노력 등이 그것이다. 시위대를 이끌고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에지워터에 대항하는 스트래턴의 활약은 약간 긴장감이 부족하지만 재미있다.
엘리자베스 베어의 <하늘의 붉은 것은 우리의 피>는 마피아의 손에서 벗어난 한 여성의 고군분투기다. 주인공 캐디는 어느 날 사람들의 팔에 걸려 있는 인식표를 발견한다. 무엇일까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일상은 이런 호기심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 보호시설에 자신의 양딸 피루자 맡겨두고 가끔 찾아간다. 그런데 한 남자 호머가 찾아와서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낯선 자의 말을 믿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녀가 남편을 벗어나기 위해 이용한 탈출 경로다. 그리고 이들의 삶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약간 평온한 듯한 분위기 속에 사건이 발생한다.
마지막 작품 칼 슈뢰더의 <머나먼 실레니아에서>는 가상 세계를 다룬다. 이 세계가 낯설다. 존 스칼지를 제외하면 가장 유명한 작가인데 철학적 사유로 유명한 작가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그가 그려내는 세계가 어렵다. 현실과 가상 세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유능한 방사능 사냥꾼 겐나니의 활약이 가상 세계에 머물러 있게 되고 그 세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보니 단편으로는 분량이 충분하지 않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가상 세계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단편집에서 다루는 도시와 대상과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일상 생활에서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전복시킨다. 지적 재산권 대신 오픈소스를, 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빈곤의 극복을, 자본의 변함없이 지속되는 욕심에 대한 반발을, 도시 환경 변화를 위한 조금은 과격한 프로젝트를, 실용적 공동체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이런 전복은 이 미래 세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데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제목처럼 저 너머의 도시는 이 작가들의 펜 끝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고 현재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그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의 얕은 지식이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