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무라이 6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권에서 사실 기대한 것은 두 귀신 키쿠치와 소이치로의 싸움이었다. 미리 이 물음에 답을 말하면 없었다. 대신 다이자부로와 키쿠치의 싸움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싸움이 이번 이야기의 중심이다. 개성 있는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주던 다이자부로. 무사로써 전장을 누비고 싶지만 현실의 평온함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그. 긴 창을 들고 무술을 연마하던 그. 이전까지는 그가 얼마나 작고 못생기고 문제아였던지 몰랐다. 그리고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했고 왜 그 옆에 예쁘게 생긴 겐지가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 동시에 그가 누린 가장 행복한 순간도.

 

앞부분은 겐지가 키쿠치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그 누구도 단서를 주지 않는데 국수를 파는 노점상이 빨간눈에 대해 말해준다. 이 빨간눈도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주인 다이자부로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는 인물이다. 결국 그를 통해 다이자부로는 키쿠치를 만난다. 에도를 떠돌며 자신을 잡아가두는데 도움을 준 인물들을 하나씩 베고 다니던 그를. 그리고 황당한 일을 의뢰한다. 바로 자신을 죽여달라는 것이다. 돈까지 걸리니 살인귀 키쿠치가 움직인다. 대결이 벌어지고 예상한 결과가 나온다. 그렇지만 그 장면과 그 결과까지 이르는 과정은 예전까지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만든다.

 

두 귀신이 다음 권에서 벌어질 것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그림이 눈에 더 들어왔다. 가늘고 개성 강한 그림체야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피카소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앞권에서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강하게 다가왔다. 아마 이야기를 편안하게 보면서 혹은 오랜만에 이 시리즈를 읽게 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변함없이 화면 구석구석과 지나가는 듯한 그림을 배치해서 시선을 끌고 웃게 만든다. 원작이 그런지는 모르지만 말을 끊고 잇는 장면 분할이 세심한 읽기를 요구하고 그 간격에 여운을 느낀다. 다시 자신의 칼을 든 소이치로의 모습은 긴장과 기대감을 불러오고 책 끝에 나온 ‘기다리오. 기다리오’란 두 단어가 나의 솔직함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 권씩 읽는 즐거움도 적지 않지만 역시 단숨에 읽는 재미를 누리지 못하는 갑갑함에 아쉬움이 더 커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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