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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맨 - 기계가 된 남자의 사랑
맥스 배리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sf애니메이션의 영원한 고전 <은하철도 999>가 생각난다. 이 애니 속에서 돈 많은 부자들은 기계인간이 되어 영원한 삶을 살고자 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병들면 죽을 수밖에 없다. 너무 오래전이라 희미한 이미지만 남았지만 그 당시 기계인간이 된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계로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든 인간들에게 끌리는 것을 경험했다.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어버린 후 첨단 기술로 이것을 대체하고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에 환호했다. 똑같은 기계인데 그들의 행동에 따라 나의 호불호가 갈라진 것이다. 이런 감정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되었다.
주인공 찰리는 뛰어난 과학자다. 하지만 그의 사회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 번도 여자와 제대로 연애한 적이 없다. 이런 과거 이력은 그가 당한 사고 후 만난 롤라와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당한 사고는 모두 핸드폰에서 비롯되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집 어디에도 없다. 미친 듯이 찾는다. 차에도, 침실에도, 소파에도 없다. 결국 회사 책상에 두었을 것이란 추측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도 없다. 순간적인 강박증이 이어진다. 그러다 실험 중인 방에서 핸드폰을 발견한다. 그러다 그 방에서 기계에 끼여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이것이 의족을 가져온 롤라와 만나게 되는 경위다.
처음 그가 다리를 잃은 것을 알았을 때 다른 사람과 다른 차이가 없었다. 상실감이 그를 지배하고 불구자란 생각에 삶의 의욕마저 떨어졌다. 회사는 소송 문제로 발전할까 고민한다. 이때 다가온 의료보조기 기사 롤라는 여신처럼 그에게 다가온다. 그녀가 가져온 수많은 의족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의족을 한 그에게 그녀가 보여주는 반응은 그를 사로잡는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발에 맞는 기계 다리를 만들게 된다. 이 다리에 그녀는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고 이때부터 그는 기이한 열기에 휩싸인다. 남은 다리 하나를 자른 후 멋진 기계 다리로 바꿀 생각이다. 여기부터 예상한 전개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기계에 매혹된 남자 찰리와 자신의 심장을 기계로 대체한 롤라. 이 둘은 강한 연대감을 보여준다. 찰리의 기계 다리에서 사업성을 발견한 기업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분야가 새로운 연구와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보다 더 매혹적인 것이 있을까.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과학을 이용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연구하고 발전시킨다. 이때부터 그들은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간다.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로 찰리를 착각하고 존경한 그들이 이제 자신들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인간의 신체가 기계와 결합하거나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이런 시도의 끝은 <은하철도 999>의 귀족들이 아닐까?
강인함과 효율성에 빠진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다리의 무게는 거의 1톤이다. 제대로 걷기만 하면 되는데 그들은 불필요한 장치까지 한 것이다. 처음 이 무게를 읽었을 때 이런 다리를 하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실제 그가 걷게 되면 타일이 깨진다. 좋은 점이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멀쩡하고 엄청 빠르게 달리고 힘이 무척 세다는 것 정도다. 물론 버그에 의한 부작용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팔 다리를 가진 군대를 생각하면 달라진다. 현대 무기가 이것을 당해낼 수 없다. 전투의 방식이 바뀌게 된다. 이 팔 다리를 가진 찰리가 보여주는 활약 몇 번은 갑자기 엄청난 힘을 얻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어설프고 황당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세계와 미래를 보여준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누군가가 상상했던 세계를 현실화시킨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이 현실 속에 구현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지만 누군가가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것은 자신을 위해 사용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과 한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 다시 효용과 효율을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설정은 극단으로 몰고 간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재미난 부분은 이 모든 것이 사랑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살짝 삐딱하게 본다면 집착일 수도 있다. 필요를 넘어 광기에 휩싸인 후 기계로 변한 한 남자의 사랑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또 다른 풍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