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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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GONE GIRL'이다. 요즘 미국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책이다. 사실 이 제목을 보았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번역 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인 오프라 윈프리의 평은 시선을 더욱 강하게 끌었다. 거기에 아마존 리뷰가 무려 8,500개나 된다. 이 정도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팬으로 그냥 지나가기 힘든 작품이다. 원제와 번역 제목 사이의 차이를 머릿속에 담아둔 채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소설 속 두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각 부의 제목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남자가 여자를 잃고, 만나고, 되찾는다는 제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제목만 보면 알기 힘들다. 하지만 1부로 모두 읽은 후 2부로 넘어가게 되면 반전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되고, 왜 이런 제목이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그때부터 이 책에 대한 호평들의 의미가 하나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긴장감과 어떤 식으로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될지 강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에이미가 사라진 그날의 닉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뉴욕에서 작가로 활약하다 잘린 후 고향 미주리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치매고 어머니가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뉴욕에서 돈을 벌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 에이미의 신탁에서 뺀 돈으로 고향 마을에 ‘더 바’라는 바를 차려서 쌍둥이 동생 고와 함께 운영한다. 그 사이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시골 마을의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간 그가 아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집에 남겨진 흔적들은 뭔가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실종으로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내의 실종을 다루는 장이 닉이라면 이들의 만남과 과거는 에이미의 일기를 통해 드러난다. 그들의 만남이 어떠했는지, 그 사랑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그들 사이에 어떤 벽이 놓여 있는지 등이 일기를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처음 이 일기를 읽으면서 스릴러라기보다 부부 사이에 있는 무관심과 무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닉이 보여주는 부부의 모습과 에이미의 일기가 보여주는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닉이 보여준 몇 가지 학습되고 습관화된 행동 몇 가지는 이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평온한 설정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닉은 엄청난 미남이다. 에이미도 엄청난 미녀다. 소위 말하는 선남선녀 커플이다. 그런데 이 둘에게는 성장하는 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닉은 아버지와 불화가 심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잘생긴 외모가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에 에이미는 유명 심리학자의 딸이자 어메이징 에이미 시리즈 실제 모델이다. 이 시리즈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고 그만큼 풍족한 생활을 했다. 거기에 자신도 심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고 매체에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실을 정도다. 그녀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날 정도로 대단한 노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역시 실직했다.

 

실직과 이사. 낯선 동네. 그러다가 갑작스런 실종. 처음부터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제목도 그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작가가 조금씩 보여주는 이야기는 분절된 단어와 간결한 문장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 밋밋한 전개 때문인지 쉽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리듬을 타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분위기가 바뀌면서 예상한 전개가 펼쳐졌다. 예상한 전개라고 하지만 큰 그림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들이 아주 불안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재미난 점은 닉이 이 모든 사건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부분이다. 바로 여기서 이야기는 또 한 번 변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아내의 살인이나 실종 사건 제1용의자는 남편이다. 어쩔 수 없다. 아내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 남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 선남선녀 커플의 뒤틀리고 숨겨진 삶을 하나씩 파헤친다. 남편의 외도. 아내의 숨겨진 과거. 결혼 5주년 기념일 선물을 찾기 위한 단서들이 처음과 완전히 바뀐다. 이제 이 부부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립관계로 돌아선다. 닉이 아내에게 욕을 내뱉고 돌아오면 죽이겠다고 말할 때 가장 가깝지만 먼 사이인 부부의 실체가 드러난다. 여기서 발휘하는 흡입력은 상당하다.

 

솔직히 말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2부가 되기 전에는 쉽게 몰입하기 힘들다. 본격적인 반전이 펼쳐지고 사건이 어디로 흐를까 호기심을 가질 때 몰입하기 시작한다. 몇몇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읽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약간 지루한 앞부분이 지난 후 이 거대한 음모와 계략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 기대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미디어와의 관계, 경찰과의 관계, 단서와 증거, 속고 속이는 연출과 연기. 이 모든 것들이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 나의 이해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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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포비아
김진우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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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대재앙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하지만 이 대재앙은 우리가 생각하는 종말과 다르다. 과학 기술이 그대로 보전되거나 더 발전한 미래다. 이 미래에서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밀양림이다. 이 이름을 읽고 가장 먼저 든 것은 밀양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은 뒤로 하고 이 가공의 인공도시는 작가의 섬세한 설명에 의해 그 윤곽을 하나씩 드러낸다. 이 도시 속 수많은 이야기는 기존에 보았던 SF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흔적 중 대부분이 우리 것으로 체화되어 있지만.

 

주인공은 유울모다. 그가 일하는 기업은 러페트사다. 애완동물을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회사다. 그는 3년 동안 밀양림 외부의 지사들을 감사하고 돌아왔다. 이 시간은 밀양림에서만 생활한 그에게 너무나도 낯설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경험은 소설 곳곳에서 문제와 부딪혔을 때 도움을 준다. 그것이 충분하지 못할 때조차도. 그리고 이 바람도 살지 않고 폐쇄적인 인공 도시가 수많은 도시 외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다가오는지 조용히 알려준다. 환경 파괴로 살기 어려운 곳이 된 외부에 비해 이곳은 너무나도 안락하고 과학적으로 잘 관리된 곳이기 때문이다.

 

울모를 통해 밀양림을 하나씩 알려준다면 그가 한눈에 반한 미아보라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밀양림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바로 이 다른 모습을 발견하면서 변하는 울모를 통해 통제된 사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에서도 불안과 폭력과 테러가 존재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자체가 통제된 행동일 수도 있다. 안락과 긴 평화는 가끔 사람들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또 다른 통제 수단이지만 말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반했을 때 그가 가진 가치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녀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히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고 예쁘지도 않고 아니 못생긴 그녀지만 그의 영혼은 그녀에게 매혹되었다. 이 매혹은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월급의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열정을 바친다. SF 세계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 사랑은 실제적이라기보다 환상적이고 주관적이다.

 

많은 판타지나 SF에서 유토피아 도시를 다룬다. 이 소설도 그것과 비슷하다. 과학의 발달로 만들어진 밀양림의 일상은 현재 우리가 생각한 것이나 SF에서 이미 보여준 것들이다. 여기에 울모의 열정적 사랑을 통해 유토피아 도시의 다른 이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 설정도 기존 SF에서 본 것이라 그렇게 신선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 이 모든 것들의 용어나 단어를 우리식으로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SF가 반체제 인사가 되거나 된 주인공이나 상황을 다루는 것과 달리 도시의 창조자와 연결해 풀어낸 결말은 신선하다. 이것도 어딘가에서 본 듯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 <애드리브>에 대한 극찬 때문에 선택했다. 결론만 말하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엄청난 작품은 아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우리식으로 미래의 풍경을 그려낸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모든 이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노골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 부분은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변함없이 궁금한 것 하나. 밀양림과 밀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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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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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3권이다. 그의 연인 라켈이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다.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에서 볼 수 없는 밝음이 보인다. 앞의 이 문장들은 이 소설을 간결하게 표현할 때 쓰는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자면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 자원병의 독일군 참전 비극이다. 역사 속에서 과거는 이미 현재고 미래로 이어진다. 그 연장선상에 일어난 가슴 아픈 비극은 해리 홀레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상황으로 덧씌워져 있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하나의 사건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노르웨이에서 이스라엘과 아프카니스탄의 정상이 미국의 주재로 만나게 된다. 오슬로 경찰들은 미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동원된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홀레도 동원된다. 그냥 무난히 지나갈 일인데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 만약을 걱정하는 홀레에게 이 상황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발포한다. 그런데 암살자가 아니다. 이 사건은 사실 외교문제가 될 수 있지만 쌍방 과실이 있기에 그냥 조용히 덮힌다. 이 문제를 풀 해법으로 해리의 업무가 바뀐다. 국가정보국 소속이다. 경위로 승진까지 한다. 정치는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보기보다 덮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 발령 전에 신나치주의자의 폭행사건이 있었다. 그가 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스베레 올센이란 신나치가 절차상의 문제로 풀려나게 된다. 인종주의자인 그는 나치와 히틀러를 찬양한다. 가끔 언론을 통해 만났던 신나치주의자의 모습이다. 그를 풀어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변호사 크론인데 지금도 그런 능력있는 변호사가 돈 없는 신나치주의자를 변론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데 뒤에 신나치를 지원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과 어느 정도 연결되지 않나 추론해본다.

 

현재가 진행되는 와중에 1940년대 동부전선으로 배경이 바뀐다. 독일을 돕기 위해 지원한 노르웨이 군인들이 등장한다.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무려 1만 5천 명 정도가 자원했다고 한다. 그중 대부분이 죽었다. 소련군을 최전선에서 마주하고 싸운다. 추위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노르웨이 군인들 이야기가 이어진다. 추위, 배고픔, 공포 등이 뒤섞여 있다. 그중 다니엘은 놀라운 용기로 소련군을 죽이고 전리품을 챙겨온다. 하지만 그도 저격수의 총탄을 피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의 시체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진다. 소련으로의 탈주 사건까지 일어난다. 그냥 무심코 읽었던 이 부분들이 책 뒷부분으로 가면 반전으로 작용한다.

 

이 이야기 사이에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큰 병에 걸렸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 목적을 위해 올센을 통해 총 한 자루를 구하고자 한다. 나중에 다시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공할 무기 매르클린이다. 가공의 이 총을 둘러싼 첩보는 해리의 본능을 자극한다. 유배지 정보국에서 이 사건을 쫓게 된다. 이 무서운 총이 어떤 큰 사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사를 하는 도중에 한 노인의 죽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노르웨이 현대사의 어두운 일면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권력자는 언제나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취한다. 약자는 자신의 약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사건 수사 도중 해리가 만난 라켈과의 관계가 이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르웨이 근대사로 넘어가면 왕족들의 영국 망명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처음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했을 때 독일 군복에 환호했던 사람들이 전쟁 말기에는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흔히 말하는 시류에 부합하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이 행동들이 한 군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이 소설은 그 상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중심에 나치가 있다. 과거 나치를 신봉했던 노인과 현재 신나치족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비극을 만들 수밖에 없다. 노인은 전쟁으로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흔을 입었고, 젊은이는 범죄자의 굴레를 쓰게 되었다. 과거 속에서 현재로 살아온 노인에게는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이 있지만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 젊은이는 거기서 끝난다. 삶과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작가는 바로 이 역사적 두 시간과 사람을 같이 놓고 진행하면서 살아남은 자를 더 부각시킨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살아온 자의 삶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신나치를 신봉하는 이들에게 과거의 교훈은 사라지고 환상만 남아있다. 또 다른 비극의 탄생이다.

 

이번 작품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 사건의 범인은 잡았지만 다른 한 사건의 범인은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은 범인조차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권력이 힘을 발휘하고 진실은 묻혀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 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역사의 한 부분을 단순하게 파헤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지만 그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다. 역사 왜곡이자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복잡한 구성 속에서 독자의 시선을 계속 끌고나가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과 권력, 역사적 사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장면 전환, 역사적 사실을 현실에 풀어내는 힘 등은 왜 요 네스뵈인지 알려준다. 분명히 이전에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와 차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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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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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개스트 시리즈 3권이다. 앞의 두 권은 읽지 않았다. 3권부터 읽었으나 전편과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원래 이 시리즈가 그런지 모르지만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정확한 책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탓에 소설의 설정 중 일정 부분에 대해 약간의 선입견을 가졌다. 이 선입견을 강화시켜 준 것은 다름아닌 펜더개스트의 능력이다. 지식이 짧아 다른 작품에서 이 정도 능력 있고 개성 강한 FBI요원이 있었는지 발견할 수 없다. 거기에 소설 속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한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백 쪽이 넘는 대분량의 시작은 한 남자의 기이한 죽음이다. 그의 죽음을 발견한 것은 가정부다. 제레미 그로브가 죽은 모습과 그 주변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의 시체는 타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인체 자연발화의 그것과 비슷하다. 거기에 그가 있던 방은 완전한 밀실이다. 방문을 잠근 상태에서 안에 짐을 쌓아두었다. 밀실 미스터리에서 흔히 다루는 완전 밀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밀실 트릭을 푸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초자연적인 상황을 다룬다. 이 상황을 완전히 해결했을 때 모든 비밀은 쉽게 풀린다.

 

펜더개스트의 등장은 흔히 영화 등에서 보는 FBI의 그것과 다르다. 휴가를 온 듯한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난다. 그 현장에 있는 것은 전직 뉴욕 경찰서 부서장이었고 작가였던 빈센트 다고스타다. 그들은 이전에 한 사건을 같이 해결한 적 있다. 빈센트가 작가로 직업을 바꾸기 전이다. 현재 빈센트는 지역 경찰 경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다 그로브 씨의 사건에 투입되었다. 유능한 형사가 아닌 사건 현장을 지키는 경사로 말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펜더개스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다. 다시 경찰이 된 것은 소설가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다고스타다. 작가로 변신하는데 실패한 후 다시 경찰로 직업을 옮긴 그의 활약이 더 눈길을 끈다. 그것은 펜더개스트가 보여주는 능력이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학식과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능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더불어 경찰로서의 활약은 더 대단하다. 이제 궁지에 몰려 끝났다고 하는 순간 그 난관을 해쳐나가는 모습은 루팡의 그것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뉴욕 대저택의 풍경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소녀의 존재는 이것을 더욱 부채질한다. 반면에 다고스타의 활약은 인간적인 모습이 강하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펜더개스트의 통찰력은 사건의 큰 방향을 잡아나간다. 그 속에 다고스타와 다른 인물들이 충돌하고 엮이고 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변질되고 이용되는지 보여준다. 벅 목사와 기자 해리먼이 그들이다. 컷포스에게 일어난 두 번째 기괴한 죽음을 계기로 사건은 부풀려지고 악마와 같은 존재의 희미한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게 드리워진다. 여기에 한 과학자의 연대적 일치는 이 사건을 더욱 초자연적으로 만든다. 이런 장면들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해석과 오류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설정이다.

 

매체가 환상을 만들고 이에 동조한 무리들이 등장하여 사회에 조그만 혼란을 가져온다. 하지만 펜더개스트를 비롯한 경찰들은 현장과 증거에 집중한다. 사체를 부검해서 사인을 밝혀내고 죽기 직전에 있었던 전화 통화 내역을 참고해서 한 명씩 조사한다. 이 조사 과정에 충돌이 발생하고 암살자가 나타난다. 액션이 가미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은 낯선 지역을 걸어 다닌 다고스타고, 그 다음은 펜더개스트다. 다고스타의 총격전이 그가 잊고 있던 경찰의 본능을 일깨우면서 흔한 장면을 연출한다면 펜더개스트는 암살자가 등장한다. 그냥 평범하고 밋밋한 듯한 대결 뒤에 숨겨진 심리대결과 작전은 사건이 종결된 후 비로써 빛을 발한다.

 

롱아일랜드 사우샘프턴에서 시작해서 뉴욕으로 이어진 사건은 나중에 무대로 이탈리아로 옮긴다. 이 소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에서 벌어진다. 용의자를 쫓아간 두 형사가 위기에 빠지고 어떻게 그 현장을 벗어나는지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기이한 죽음이 나오고 펜더개스트 등은 증거를 바탕으로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 살인 사건은 또 다시 일어난다. 미궁에 빠질 듯한 사건에 두 형사는 그동안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던 사건 추리 결과를 내놓는다. 일치한다. 여기서 초자연적인 살인사건은 과학으로 돌아온다. 액션스릴러라고 말하는지 알려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화로 만들면 멋진 장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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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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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파스텔 빛 여행집’이란 설명에서 여행 에세이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다. 여행 에세이가 6편 들어있지만 12편의 단편소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편 사이사이에 에세이를 삽입한 구성이다. 처음 만난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응!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된 것은 몇 편의 단편소설을 더 읽은 다음이었다. 하지만 단편소설을 에세이로 착각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에 대한 오해는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다. 작가의 상상력을 현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12편의 단편 중에서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사실 몇 편 되지 않는다. 모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내용이라 단숨에 읽었기에 더욱 그렇다. 책을 읽은 후 목차를 펼쳐 다시 보니 가장 먼저 나온 <소원>과 <춤추는 뉴욕>과 <베스트 프렌드의 결혼식> 등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소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행기 속에서 소원을 비는 행동과 그곳에서 만난 예전 애인과의 짧은 만남이 조용히 가슴 한 곳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단편을 실제 일어난 에세이로 생각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춤추는 뉴욕>은 친구와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불화를 다룬다. 이 불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부분이 눈길을 끈다. 여행의 마지막 지점에서 일어난 불화가 그에게 새로운 만남을 제공하고 살짝 연애의 기운을 풍긴 것이 재미있다. 조그만 에피소드가 주는 즐거움은 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대응이 웃음을 자아낸다. <베스트 프렌의 결혼식>은 내용보다 처음 혼자 외국에 나간 여자의 결심이 과거 나와 현재 친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두려움 속에 움츠려 있던 그녀가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다른 여행지를 가려고 하는 그 모습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 외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편지를 훔친 여자 이야기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몰랐던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나 작가로 성공한 친구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심적 변화를 다룬 단편이 흥미로웠다.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펼쳐진 옛 연인의 흔적을 담아낸 것이나 대학 입학 후 부모의 품을 떠난 아들을 만나러 간 엄마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가 가슴 한 곳에 자리 잡는다. 신혼여행을 온 여자가 남편에게서 자신이 원했던 하늘색을 볼 때 느낀 감정은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이 외 다른 작품도 간결한 이야기와 장면으로 가득하다.

 

12편의 단편소설과 달리 6편의 에세이는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콕에서는 몇 번이나 갔지만 한 번도 갈 생각을 못한 곳이 눈길을 끌고, 최근 가장 가고 싶은 곳 중 한 곳인 루앙프라방은 올해는 꼭 가자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한 번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한 오슬로는 가슴 한 켠에 자리를 잡았고, 타이베이는 나와 다른 입맛을 가진 작가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겨우 며칠만 머문 그곳에 다시 가고 싶게 만들었다. 호치민은 회사 직원들의 말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곳의 비를 보고 싶어졌다. 친구가 엄청난 추천을 했던 스위스는 한적한 마을의 여유있는 휴식과 멋진 풍경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일본 항공사 ANA 기내지에 연재된 것을 다듬어 낸 책이다.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을 하나 인용하자. “불안함이란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문득 이 감정을 느꼈을 때 다음에 보는 풍경이 기대 이상으로 선명하고 강렬하여 잊기 힘든 것이 될 때가 있다.”(215쪽) 여행지에서 목적지를 찾다 헤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글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 느낀 감정을 기대에 따라 엇갈릴 수 있지만 먼 훗날 아주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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