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포비아
김진우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지구 대재앙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하지만 이 대재앙은 우리가 생각하는 종말과 다르다. 과학 기술이 그대로 보전되거나 더 발전한 미래다. 이 미래에서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밀양림이다. 이 이름을 읽고 가장 먼저 든 것은 밀양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은 뒤로 하고 이 가공의 인공도시는 작가의 섬세한 설명에 의해 그 윤곽을 하나씩 드러낸다. 이 도시 속 수많은 이야기는 기존에 보았던 SF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흔적 중 대부분이 우리 것으로 체화되어 있지만.

 

주인공은 유울모다. 그가 일하는 기업은 러페트사다. 애완동물을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회사다. 그는 3년 동안 밀양림 외부의 지사들을 감사하고 돌아왔다. 이 시간은 밀양림에서만 생활한 그에게 너무나도 낯설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경험은 소설 곳곳에서 문제와 부딪혔을 때 도움을 준다. 그것이 충분하지 못할 때조차도. 그리고 이 바람도 살지 않고 폐쇄적인 인공 도시가 수많은 도시 외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다가오는지 조용히 알려준다. 환경 파괴로 살기 어려운 곳이 된 외부에 비해 이곳은 너무나도 안락하고 과학적으로 잘 관리된 곳이기 때문이다.

 

울모를 통해 밀양림을 하나씩 알려준다면 그가 한눈에 반한 미아보라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밀양림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바로 이 다른 모습을 발견하면서 변하는 울모를 통해 통제된 사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에서도 불안과 폭력과 테러가 존재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자체가 통제된 행동일 수도 있다. 안락과 긴 평화는 가끔 사람들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또 다른 통제 수단이지만 말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반했을 때 그가 가진 가치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녀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벽에 부딪히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고 예쁘지도 않고 아니 못생긴 그녀지만 그의 영혼은 그녀에게 매혹되었다. 이 매혹은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월급의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열정을 바친다. SF 세계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 사랑은 실제적이라기보다 환상적이고 주관적이다.

 

많은 판타지나 SF에서 유토피아 도시를 다룬다. 이 소설도 그것과 비슷하다. 과학의 발달로 만들어진 밀양림의 일상은 현재 우리가 생각한 것이나 SF에서 이미 보여준 것들이다. 여기에 울모의 열정적 사랑을 통해 유토피아 도시의 다른 이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 설정도 기존 SF에서 본 것이라 그렇게 신선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 이 모든 것들의 용어나 단어를 우리식으로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SF가 반체제 인사가 되거나 된 주인공이나 상황을 다루는 것과 달리 도시의 창조자와 연결해 풀어낸 결말은 신선하다. 이것도 어딘가에서 본 듯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 <애드리브>에 대한 극찬 때문에 선택했다. 결론만 말하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엄청난 작품은 아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우리식으로 미래의 풍경을 그려낸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모든 이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노골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 부분은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변함없이 궁금한 것 하나. 밀양림과 밀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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