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펜더개스트 시리즈 3권이다. 앞의 두 권은 읽지 않았다. 3권부터 읽었으나 전편과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원래 이 시리즈가 그런지 모르지만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정확한 책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탓에 소설의 설정 중 일정 부분에 대해 약간의 선입견을 가졌다. 이 선입견을 강화시켜 준 것은 다름아닌 펜더개스트의 능력이다. 지식이 짧아 다른 작품에서 이 정도 능력 있고 개성 강한 FBI요원이 있었는지 발견할 수 없다. 거기에 소설 속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강한 개성을 부여한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백 쪽이 넘는 대분량의 시작은 한 남자의 기이한 죽음이다. 그의 죽음을 발견한 것은 가정부다. 제레미 그로브가 죽은 모습과 그 주변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의 시체는 타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인체 자연발화의 그것과 비슷하다. 거기에 그가 있던 방은 완전한 밀실이다. 방문을 잠근 상태에서 안에 짐을 쌓아두었다. 밀실 미스터리에서 흔히 다루는 완전 밀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밀실 트릭을 푸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초자연적인 상황을 다룬다. 이 상황을 완전히 해결했을 때 모든 비밀은 쉽게 풀린다.

 

펜더개스트의 등장은 흔히 영화 등에서 보는 FBI의 그것과 다르다. 휴가를 온 듯한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난다. 그 현장에 있는 것은 전직 뉴욕 경찰서 부서장이었고 작가였던 빈센트 다고스타다. 그들은 이전에 한 사건을 같이 해결한 적 있다. 빈센트가 작가로 직업을 바꾸기 전이다. 현재 빈센트는 지역 경찰 경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다 그로브 씨의 사건에 투입되었다. 유능한 형사가 아닌 사건 현장을 지키는 경사로 말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펜더개스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다. 다시 경찰이 된 것은 소설가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다고스타다. 작가로 변신하는데 실패한 후 다시 경찰로 직업을 옮긴 그의 활약이 더 눈길을 끈다. 그것은 펜더개스트가 보여주는 능력이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학식과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능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더불어 경찰로서의 활약은 더 대단하다. 이제 궁지에 몰려 끝났다고 하는 순간 그 난관을 해쳐나가는 모습은 루팡의 그것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뉴욕 대저택의 풍경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소녀의 존재는 이것을 더욱 부채질한다. 반면에 다고스타의 활약은 인간적인 모습이 강하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펜더개스트의 통찰력은 사건의 큰 방향을 잡아나간다. 그 속에 다고스타와 다른 인물들이 충돌하고 엮이고 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변질되고 이용되는지 보여준다. 벅 목사와 기자 해리먼이 그들이다. 컷포스에게 일어난 두 번째 기괴한 죽음을 계기로 사건은 부풀려지고 악마와 같은 존재의 희미한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게 드리워진다. 여기에 한 과학자의 연대적 일치는 이 사건을 더욱 초자연적으로 만든다. 이런 장면들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해석과 오류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설정이다.

 

매체가 환상을 만들고 이에 동조한 무리들이 등장하여 사회에 조그만 혼란을 가져온다. 하지만 펜더개스트를 비롯한 경찰들은 현장과 증거에 집중한다. 사체를 부검해서 사인을 밝혀내고 죽기 직전에 있었던 전화 통화 내역을 참고해서 한 명씩 조사한다. 이 조사 과정에 충돌이 발생하고 암살자가 나타난다. 액션이 가미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은 낯선 지역을 걸어 다닌 다고스타고, 그 다음은 펜더개스트다. 다고스타의 총격전이 그가 잊고 있던 경찰의 본능을 일깨우면서 흔한 장면을 연출한다면 펜더개스트는 암살자가 등장한다. 그냥 평범하고 밋밋한 듯한 대결 뒤에 숨겨진 심리대결과 작전은 사건이 종결된 후 비로써 빛을 발한다.

 

롱아일랜드 사우샘프턴에서 시작해서 뉴욕으로 이어진 사건은 나중에 무대로 이탈리아로 옮긴다. 이 소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에서 벌어진다. 용의자를 쫓아간 두 형사가 위기에 빠지고 어떻게 그 현장을 벗어나는지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기이한 죽음이 나오고 펜더개스트 등은 증거를 바탕으로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 살인 사건은 또 다시 일어난다. 미궁에 빠질 듯한 사건에 두 형사는 그동안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던 사건 추리 결과를 내놓는다. 일치한다. 여기서 초자연적인 살인사건은 과학으로 돌아온다. 액션스릴러라고 말하는지 알려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화로 만들면 멋진 장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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