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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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GONE GIRL'이다. 요즘 미국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책이다. 사실 이 제목을 보았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번역 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인 오프라 윈프리의 평은 시선을 더욱 강하게 끌었다. 거기에 아마존 리뷰가 무려 8,500개나 된다. 이 정도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팬으로 그냥 지나가기 힘든 작품이다. 원제와 번역 제목 사이의 차이를 머릿속에 담아둔 채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소설 속 두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각 부의 제목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남자가 여자를 잃고, 만나고, 되찾는다는 제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제목만 보면 알기 힘들다. 하지만 1부로 모두 읽은 후 2부로 넘어가게 되면 반전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되고, 왜 이런 제목이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그때부터 이 책에 대한 호평들의 의미가 하나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긴장감과 어떤 식으로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될지 강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에이미가 사라진 그날의 닉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뉴욕에서 작가로 활약하다 잘린 후 고향 미주리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치매고 어머니가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뉴욕에서 돈을 벌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 에이미의 신탁에서 뺀 돈으로 고향 마을에 ‘더 바’라는 바를 차려서 쌍둥이 동생 고와 함께 운영한다. 그 사이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시골 마을의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간 그가 아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집에 남겨진 흔적들은 뭔가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실종으로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내의 실종을 다루는 장이 닉이라면 이들의 만남과 과거는 에이미의 일기를 통해 드러난다. 그들의 만남이 어떠했는지, 그 사랑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그들 사이에 어떤 벽이 놓여 있는지 등이 일기를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처음 이 일기를 읽으면서 스릴러라기보다 부부 사이에 있는 무관심과 무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닉이 보여주는 부부의 모습과 에이미의 일기가 보여주는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닉이 보여준 몇 가지 학습되고 습관화된 행동 몇 가지는 이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평온한 설정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닉은 엄청난 미남이다. 에이미도 엄청난 미녀다. 소위 말하는 선남선녀 커플이다. 그런데 이 둘에게는 성장하는 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닉은 아버지와 불화가 심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 잘생긴 외모가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에 에이미는 유명 심리학자의 딸이자 어메이징 에이미 시리즈 실제 모델이다. 이 시리즈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고 그만큼 풍족한 생활을 했다. 거기에 자신도 심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고 매체에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실을 정도다. 그녀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날 정도로 대단한 노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역시 실직했다.

 

실직과 이사. 낯선 동네. 그러다가 갑작스런 실종. 처음부터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제목도 그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작가가 조금씩 보여주는 이야기는 분절된 단어와 간결한 문장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 밋밋한 전개 때문인지 쉽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리듬을 타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분위기가 바뀌면서 예상한 전개가 펼쳐졌다. 예상한 전개라고 하지만 큰 그림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들이 아주 불안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재미난 점은 닉이 이 모든 사건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부분이다. 바로 여기서 이야기는 또 한 번 변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아내의 살인이나 실종 사건 제1용의자는 남편이다. 어쩔 수 없다. 아내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 남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 선남선녀 커플의 뒤틀리고 숨겨진 삶을 하나씩 파헤친다. 남편의 외도. 아내의 숨겨진 과거. 결혼 5주년 기념일 선물을 찾기 위한 단서들이 처음과 완전히 바뀐다. 이제 이 부부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립관계로 돌아선다. 닉이 아내에게 욕을 내뱉고 돌아오면 죽이겠다고 말할 때 가장 가깝지만 먼 사이인 부부의 실체가 드러난다. 여기서 발휘하는 흡입력은 상당하다.

 

솔직히 말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2부가 되기 전에는 쉽게 몰입하기 힘들다. 본격적인 반전이 펼쳐지고 사건이 어디로 흐를까 호기심을 가질 때 몰입하기 시작한다. 몇몇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읽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약간 지루한 앞부분이 지난 후 이 거대한 음모와 계략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 기대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미디어와의 관계, 경찰과의 관계, 단서와 증거, 속고 속이는 연출과 연기. 이 모든 것들이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 나의 이해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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