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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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가운데 단연코 히가시노 게이고는 손가락에 꼽힐 게다. 그만큼 고정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한 마디로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작가의 신작(?) 『천공의 벌』이 나왔다. 사실 신작은 아니다. 1995년 작품이니 말이다. 암튼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 역시 믿고 볼 수 있는 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이다.

 

소설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 중에 하나는 소재가 핵발전소에 대한 테러 위협이기 때문이다. 마치 십 수 년 후인 2011년 일본 대지진을 예고하기라도 했듯이 말이다.

 

어느 날 니스키 중공업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형 헬기가 도난당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헬기는 ‘신양’ 원자력 발전소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를 훔친 범인은 ‘천공의 벌’이라는 이름으로 각계에 팩스를 보낸다. 바로 이런 문구의 팩스를.

 

- 현재 가동 중이거나 점검 중인 원전을 모두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 것. 구체적으로 가압수형 원전은 증기 발생기를, 비등수형 원전은 재순환 펌프를 파괴할 것.

-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건설을 중지할 것.

- 상기 작업 상황을 전국 네트워크의 텔레비전 방송으로 중계할 것.(66쪽)

 

한 마디로 일본 내에 있는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 처분하라는 것. 만약 그렇지 않으면 헬기를 발전소 위에 추락시키겠단다. 그리고 이 헬기는 원격 조정되고 있다. 헬기에 실린 연료는 앞으로 10시간. 길어도 10시간 후엔 헬기는 자동으로 원자력 발전소 위에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헬기에는 폭탄을 싣고 있단다. 만약 헬기가 떨어지게 된다면 엄청난 피해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뿐 아니라 범인은 헬기가 떠 있는 ‘신양’ 원자력 발전소는 결코 정지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다. 피해를 더욱 키우기 위해.

 

과연 이런 절체절명의 시간 동안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까? 선택의 순간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헬기 안에는 니스키 중공업 한 연구원의 아들이 타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신양’으로 가게 된다. 과연 아빠는 아들을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할리우드 가족주의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진 마시길. 소설은 전형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가운데,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진다. 그러니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범인은 왜 이런 일을 벌여야만 했는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관심해야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선 원자력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과연 원자력이 안전한가? 물론 정부당국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작가는 소설을 통해 말한다. 원전 정책은 이미 수많은 작업인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아울러서 이런 위험이 절대 없을 것이라 말하고, 당사자들 역시 믿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이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원전의 위험을 알고 원전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작가가 하는 걸까?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첫 번째는 원전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원전의 안전도 그렇고, 원전으로 인해 우리가 전기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 누구도 원전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말하고 있다.

 

여기에 이런 테러를 통해, 원전의 ‘절대’안전은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그렇다고 해서 원전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마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됨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바른 정책을 꾸려나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자신이 서 있는 땅 위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것들이 있다고. 원전 역시 그와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물론, 이 책 『천공의 벌』은 이처럼 사회적 문제를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심각하게 접근할 것만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675페이지에 이르는 다소 방대한 분량이 쉽게 읽혀지니 말이다. 게다가 엄청난 재앙을 앞두고 있는 그 위기감이 주는 서스펜스 역시 소설의 큰 재미중에 하나다. 그러니, 그저 소설에 몰입하여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선물을 누리면 된다.

 

책의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소설을 아베 총리가 읽었더라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없었을지 모른다.”

 

정말 읽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게다. 이 책을 읽었더라도 여전히 원전 사고는 일어났을 게다. 세상을 향한 건강한 통찰력과 견고한 윤리성을 잃어버린 관료제의 생태가 그렇기 때문이다. 효율만을 좇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러니 아베 총리가 이 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많은 독자들이 읽고 무관심에서 깨어나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헬기를 원자력 발전소 위에 띄운 목적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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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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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가라앉았다. 그것도 자그마치 1/3이나 되는 땅이.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의 신작 소설 『판』의 내용이다.

 

이 소설 『판』은 첩보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 제목인 ‘판’은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은 세계 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의미한다. 그런 ‘판’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새롭게 ‘판’을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들이 세계 각국의 첩보원들이다. 이들 첩보원들에 대해선 잠시 후 설명하기로 하고, 또 하나의 ‘판’은 대륙을 구성하는 지질학적 판이다. 뒤에서 설명할 ‘존 스미스’ 가운데 6번째 존 스미스 조나단 스트라이크는 빅 존의 지시에 의해 ‘판’의 위크 포인트(weak point, 건드려 땅을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고, 무너지지 않게 할 수도 있는 지점)를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판’은 지질학적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럼, 소설 속 등장하는 각국의 첩보조직을 알아보자. 먼저, 대한민국의 국정원 4국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전설적 조직으로 그 뿌리가 백년이 넘었다. 이곳에서는 세계정세를 읽어내고,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을 한다. 실제 직접적인 개입은 거의 하지 않기에 더욱 비밀에 묻힌 조직이다.

 

일본에는 소진사란 조직이 있다. 후쿠야마 준이란 요원이 있는데,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는 인물로 다소 과격한 첩보원으로 후에 소진사를 접수하고 일본의 모든 첩보조직들을 소진사 하나로 통합하는 일을 하게 된다.

 

미국에는 ‘존 스미스’란 조직이 있다. 전직 CIA가 만든 조직. 냉전이 끝난 후 수많은 첩보원들은 각기 돈에 팔려 수많은 정보조직들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표주자가 바로 ‘존 스미스’다. 이 조직을 끌고 가는 사람은 모두 존 스미스가 된다. 처음 한 명에서 시작한 존 스미스는 5명에 이르게 되고(실제는 2명이 더 있다.), 이들 존 스미스 가운데 두 번째인 빅 존이 미국 조직의 주인공이다. 여기 ‘존 스미스’야말로 ‘판’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세계정국이 돌아가는 판을 읽어내고, 예측할뿐더러,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세계의 판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 조직이다.

 

또 하나는 중국정보부다. 소설 후반부에서 역할을 하지만, 중국정보부 소속 여성 킬러였던 여통이 소설 전반부부터 등장한다. 여통은 중국정보부에서 떠나 소진사의 후쿠야마의 연인이 되어 후쿠야마와 함께 일본 조직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미국의 빅 존의 딸인 로즈마리가 함께 하게 되고.

 

이렇게 크게 4개의 조직,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 여전히 건재한 CIA 간의 물고 뜯기는 첩보전이 소설 속에서 전개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로 세계의 판을 주물럭거릴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자 현직 노숙자인 김기욱과 그 일당들이 등장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전개된다. 다소 하드보일드 느낌이 강한 첩보미스터리소설이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나다. 흥미진진하고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때론 통쾌하다. 물론, 냄새나는 음모도 있고, 반전도 있다. 그러니,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국정원 4국 소속들의 활약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뒷부분에서 역할을 하긴 하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위적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일본의 후쿠야마, 그리고 중국의 여통, 미국의 로즈마리, 여기에 존 스미스(빅 존) 등이다. 후쿠야마와 존 스미스가 양대 산맥이라 보면 적당하겠다. 여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민우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판’을 조립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작위적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나다. 아울러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호한 점은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꼭 한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이것이 소설을 다소 산만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제2의 김진명이라 불리는 손선영 작가와 함께 판을 읽어보자. 분명 신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그들과 함께 판을 조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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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 3 - 워갈의 노래
존 플래너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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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 시리즈≫ 3권은 「워갈의 노래」란 제목이다. 아랄루엔 왕국의 반란자 모가라스가 자신의 부하들인 워갈 몇을 왕국에 몰래 숨어들게 한다. 이들을 발견한 레인저 홀트와 그의 수습생 윌은 워갈들을 추격하여 그들에게서 문서 하나를 빼앗게 되는데, 이로 인해 왕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된다. 그 문서는 다름 아닌 왕국을 공격할 모가라스의 전쟁계획서였던 것.

 

아랄루엔 왕국에서는 군사들을 모가라스 군대의 침투 예상지역으로 모이게 하는 한편, 왕국 남쪽에 있는 동맹국 켈티카 왕국에 협력을 구하는 사절단을 보낸다. 이 사절단에 윌의 선배 레인저인 길런, 그리고 윌, 여기에 전사로 호레이스가 함께 하게 된다. 사실 별로 위험할 것 없는 사절단이라고 해서 가장 젊은 레인저와 수습생 두 명으로 구성된 것.

 

하지만, 이렇게 켈티카 국경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는 것은 오직 비어있는 초소와 비어있는 마을뿐. 켈티카 왕국이 이상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3권 「워갈의 노래」에서는 윌이 그의 선배인 길런, 그리고 친구인 호레이스와 함께 켈티카 왕국을 찾는 이야기다. 그곳에 가보니, 이미 남동쪽에 고립되어 있는 모가라스는 오래전부터 반격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과연 모가라스의 음모를 윌과 동료들은 파헤칠 수 있을까?

 

3권은 4권 「불타는 다리」와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 둘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모가라스의 음모와 공격 앞에 선 윌과 동료들, 그리고 아랄루엔 왕국의 이야기다(물론 크게는 1-4권이 모두 모가라스와의 대립 구도이지만.). 3권은 어째 서론 격인 느낌이 나고, 4권이 본격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3권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병행 진행된다. 하나는 윌과 호레이스가 선배 레인저 길런과 함께 켈티카 왕국으로 향하는 모습이고, 또 하나는 윌의 고아원 친구인 소녀이자 아름다운 아가씨인 앨리스의 이야기다.

 

길런, 윌, 호레이스가 켈티카 왕국으로 향하는 장면은 마치 무협소설에서 무림초행 초보자가 은거 무림 고수와 우연히 동행하던 가운데 절대초식을 전수받는 것 마냥, 윌과 호레이스는 함께 동행하는 선배 길런에게서 여러 가르침을 받게 된다. 윌이야 같은 레인저이기에 선배 레인저에게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투학교 수습생인 호레이스가 길런에게 배우는 이유는 길런은 독특한 레인저이기 때문. 길런은 원래 기사 가문의 아들로 전설적인 검객의 가르침을 받은 검술의 고수다. 레인저들은 장검을 사용하지 않고, 활과 단검을 사용하지만, 유일하게 레인저이면서도 장검을 사용하는 게 길런이다. 물론, 레인저의 무기도 사용하고. 이런 사연으로 윌과 호레이스는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길런에게 배운다(이때 함께 배우며 알게 된 레인저 무술을 4권에서 호레이스는 위기의 순간 사용하기도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앨리스는 외교부의 수습생이 되어 훈련을 받는데, 그녀의 첫 번째 공식 외교 업무수행에 레인저 홀트가 동행한다. 이 일에서 못되게 구는 그곳 남작의 코를 뭉개놓는 장면은 유쾌 통쾌 상쾌하다. 그곳 남작은 상대가 어린 소녀일뿐더러 동행인은 자그마한 산지기처럼 생겼기에 함부로 대했던 것. 상대가 전설적 레인저 홀트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상대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고 무시하는 자들이 모두 이 남작처럼 망신을 당하게 된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오늘 이 땅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이 있다고 함부로 타인을 대하는 갑질인생들이 이처럼 임자 톡톡히 만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날까?

 

3권에서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이반린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일행이 워갈 부대의 공격에 모두 죽임을 당하고 홀로 살아남은 이 소녀는 윌의 일행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이 소녀는 놀라운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이는 4권에서 밝혀진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 과연 왕국의 반란자 모가라스의 음모와 공격을 레인저 수습생인 윌이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다.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윌이 무리(호레이스, 이반린)의 리더가 되기도 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조그마한 고아소년 윌. 그런 윌이 비록 적은 수이지만, 무리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판타지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비록 적은 수를 이끌게 되지만, 윌의 책임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그 자리가 크건 작건 간에 자리는 사람을 만든다. 무엇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건 그 자리에 합당한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언제나 그렇다. 그럴진대 현실 속에서는 어째 자리에 앉음을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보다는 생색이나 내고, 높은 자리를 이용하여 뭔가 자신의 유익을 챙기는 자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판타지 소설만도 못한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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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 2 - 골란의 폐허
존 플래너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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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레인저 수습생이 되었던 윌은 이제 위대한 레인저 홀트 아래에서 레인저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착실히 배워나가게 된다. 이제 2권 「골란의 폐허」에서는 윌이 헤쳐 나가게 될 또 다른 모험들이 시작된다.

 

2권에 등장하는 사건은 크게 3가지다. 엄청나게 커다란 멧돼지 사냥, 호레이스를 괴롭히던 상급생들, 그리고 1권에서 언급했던 어마무시한 괴물들 칼카라와의 대결이다.

 

첫 번째 사건 멧돼지 사냥에서 윌은 또 하나의 평생 동지를 만들게 된다. 바로 호레이스. 호레이스는 윌과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하지만, 윌과는 달리 덩치가 엄청나게 큰 녀석. 그래서 언제나 윌을 괴롭히던 녀석이다(이 부분은 일방적인 괴롭힘은 아니다. 둘이 앙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겠다. 윌의 입장에서는 호레이스가 큰 덩치로 자신을 괴롭혔다 생각하지만, 호레이스 입장에서도 윌이 사사건건 자신을 괴롭히고 도망치던 못된 녀석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둘 사이는 좋을 턱이 없다. 이런 호레이스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전투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검술 능력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이런 호레이스와 윌은 1권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 한바탕 싸우게 된다. 그 뒤 화해하지 못했던 둘은 멧돼지 사냥에서의 위기의 순간 서로를 돌봄으로 위험을 함께 나눈 사람들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유대가 둘 사이에는 생겨나게 되고, 특히, 호레이스는 윌을 자신의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게 된다.

 

또 한 가지 주된 사건은 호레이스를 상습적을 괴롭히던 상급생들의 폭력이다. 이 녀석들은 덩치는 크고 검술 재능이 뛰어나지만 순진하기만 한 호레이스를 그동안 상습적으로 괴롭혀 왔다. 고아라는 점을 조롱하고, 물리적인 폭력을 행하면서 끈질기게 괴롭힘으로 전투학교 내에서 호레이스의 성적에도 영향을 끼치고, 대인관계도 차단해 버린 악질적 괴롭힘, 폭력이다. 이런 못된 녀석들, 그들의 괴롭힘이 어떻게 해결될지 기대하시리라. 너무나도 통쾌한 문제해결을 말이다.

 

마지막 사건은 칼카라와의 대결인데. 이 녀석들 어마무시한 괴물들은 비록 둘 뿐이지만 왕국 전체를 두려움에 몰아넣을 만큼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아랄루엔 왕국의 주요 요인들 두 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 홀트는 이 둘의 죽음이 칼카라의 소행임을 눈치 챈다. 이에 홀트는 레인저로서 이들을 쫓게 된다. 그의 옛 제자인 길런, 그리고 현재의 수습생 윌을 대동하고 말이다. 과연 이 추격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레인저스』 2권 「골란의 폐허」 역시 신나는 모험이 가득하다. 이런 모험을 통해, 윌은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위기를 통해 오히려 동료를 얻기도 한다. 2권에서 윌은 자신의 평생 동료가 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사람으로 호레이스와 선배 레인저 길런을 만나게 된다. 이 둘과의 또 다른 모험이 뒤에 기다리고 있다. 이것 역시 기대하시라.

 

좋은 동료를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느 부모나 자녀들이 좋은 동료들을 만나길 기도한다. 학창시절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길 기도하며, 사회생활을 할 나이가 되면 좋은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길 소망한다. 『레인저스』 2권을 읽으며, 잠시 앞으로의 삶 가운데 좋은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길 소망해본다.

 

특히, 고아였던 윌이 스승을 만나게 되고, 선배를 알게 되면서, 점차 새로운 집단 안의 일원이 되는 것은 점점 윌을 또 다른 측면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언제나 아름다운 만남은 축복이다. 좋은 모임, 아름다운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 역시 축복이고.

 

친근한 분위기의 침묵 속에서, 윌은 이제 자기가 이 특별하면서도 긴밀하게 짜여진 집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야말로 어딘가에 속했다는 훈훈한 기분이었다. 마치 난생 처음으로 자기 집에 도착한 사람 같은 기분 말이다.(111쪽)

 

≪레인저스 시리즈≫를 읽는다는 건 무엇보다 재미나고 신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판타지소설이 단지 재미만 허락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레인저스 시리즈≫ 용기를 보여준다.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다. 겁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겁과 두려움을 딛고 용기를 내며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에게 용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모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자연스레 용기라는 덕목을 마음 한 켠에서 키워나갈 수 있기 소망한다. 주인공 윌의 용기가 우리 아이들의 것이 되길 바라며, 이제 3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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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 1 - 선택의 날
존 플래너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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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던 판타지 소설 가운데 하나가 『레인저스』시리즈였다. 이미 절판된 시리즈이기에 중고서적을 기웃거리던 시리즈였는데, 알〇딘 중고서점에 책이 있음을 검색하고 곧장 달려가 구입했다. 물론, 아쉽게도 1-4권뿐이지만.

 

작가 존 플래너건을 알게 된 것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브라더 밴드 시리즈≫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현재 4권까지 출간되었다. ≪브라더 밴드 시리즈≫는 여타 판타지 소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렇게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존 플래너건의 소설은 판타지이면서도 많은 판타지 소설처럼 마법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울러 뭔가 실현 불가능한 환상적인 일들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단지 모험소설이라고나 할까? 물론, 다소 과장된 모험소설이긴 하지만. ≪브라더 밴드 시리즈≫를 통해 작가의 첫 번째 시리즈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였는데, ≪레인저스 시리즈≫ 역시 마법도 마법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판타지적 요소가 없진 않다. 특히, 특별한 종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읽혀주고 싶어 쓰기 시작했다는 ≪레인저스 시리즈≫ 1-4권까지는 아랄루엔 왕국의 반란자 모가라스와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가라스 군대의 대표적 병력은 워갈이란 종족이다. 땅딸막한 기형적 생명체인데, 절반은 사람 같은 모습으로 기다란 송곳니를 가진 지능이 떨어지는 종족이다. 사람의 말을 하진 못하고 노래 비슷한 리듬을 가진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물론, 이 가운데서는 인간의 언어를 하는 이들이 몇몇 있긴 하다. 4권에서 등장).

 

또 하나 칼카라라는 무시무시한 짐승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마무시한 살인병기들이지만, 오히려 워갈보다 지능이 뛰어나 더욱 위험한 녀석들이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오직 2마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이 2권에서 주인공과 그 스승을 위기에 몰아세우기도 한다.

 

이런 몇몇 특별한 종족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여타 청소년 모험 소설이라 볼 수 있는 판타지 소설, 『레인저스』 그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먼저, 소설의 무대를 살펴보자. 소설의 무대는 중세 유럽을 모티브로 한 아랄루엔 왕국(물론 역사적 공간이 아닌 가상의 공간이다.)이란 곳이다. 이곳은 모두 50개의 영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영지는 남작이 관할한다. 이들 남작은 왕국의 덩컨 왕에게 충성한다. 그리고 각 영지마다 특별한 존재가 있으니 바로 레인저다.

 

그럼, 이번엔 레인저가 뭔지를 살펴보자.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레인저 >

아랄루엔 왕국의 특수 첩보 정예부대 요원.

왕국의 눈이자 귀이며, 정보 수집자이고, 정찰자이자 해결사.

 

레인저는 전투병력이 아니다. 기사도 아니다. 각 영지마다 한 사람씩 있지만, 이들은 각 영지를 다스리는 남작의 지배를 받는다기보다는 왕의 직할 부대로서 왕의 명령을 따르는 독특한 존재들이다. 주인공 윌은 바로 이런 레인저 수습생이 된다.

 

이쯤에서 주인공 윌에 대해 알아보자. 윌은 아랄루엔 왕국의 영지 가운데 하나인 레드몬트 영지의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고아다.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아. 그런 윌은 기사가 되는 것을 꿈꾼다. 이제 15세가 된 고아들은 자신들의 장기에 따라 여러 분야의 견습생이 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윌은 기사가 되기 위해 전투 학교 견습생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이 꿈은 윌이 보기에도 실현 가능성이 적다. 왜냐하면, 윌은 너무나도 작은 아이이기 때문. 물론 민첩하고 재치가 뛰어나며, 힘이 약하지도 않지만, 너무 작은 덩치는 전투학교 입학에 큰 장애물임에 분명하다. 과연 윌은 전투학교 수습생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된다. 윌은 전투학교가 아닌 레인저 수습생이 된다. 가장 신비한 조직이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레인저. 한 번도 꿈꿔 본적도 없고, 사실 직접 본 적도 없는 레인저. 바로 그 신비한 레인저의 수습생이 되어 위대한 레인저 홀트와 함께 살게 된 윌. 과연 윌은 멋진 레인저가 될 수 있을까?

 

이처럼 1권 「선택의 날」은 윌이 레인저 수습생이 되는 과정을 주로 이야기한다.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 모자 통해, 그린핀도르, 슬리데린, 레번클로, 후플루트 등으로 나뉘는 장면처럼 말이다. 물론, 그처럼 스케일이 크고 신비한 느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수습생이 되기 위한 그 간절함과 긴장감, 그리고 아기자기함이 오히려 돋보인다. 특히, 윌이 자신이 원하던 전투학교가 아닌 레인저 수습생이 되는 과정이야말로 흥미진진 재미나다.

 

고아라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뿐더러 모험의 순간순간을 견뎌내며 극복해나가는 주인공 윌의 모습이야말로 어쩌면 ≪레인저스 시리즈≫의 가장 큰 축이 아닐까 싶다. 이제 그 출발의 첫 걸음을 디뎠다. 앞으로 윌 앞에 펼쳐질 모험의 순간들이 기대된다.

 

또 하나 1권 「선택의 날」에서 중요한 내용은 윌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첫째는 그의 스승이 되는 위대한 레인저 홀트, 다음은 그의 조랑말 터그다. 터그는 겉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보잘 것 없는 조그마한 조랑말에 불과하지만, 여느 말보다도 더 뛰어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청소년들이 윌처럼 자신의 삶을 세워나갈 수 있길 소망한다. 때론 힘겹고 위험한 순간들이 있겠지만, 결국은 이겨내는 그런 진짜 모험을 감당해 나가는 멋진 청소년들이 되길 말이다. 아울러 윌처럼 멋진 만남도 갖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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