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연의 3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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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3권은 무도한 정치의 끝판 왕 주왕의 횡포로 인해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주나라에 모여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모여드는 대표적인 인물이 무성왕 황비호이다. 상나라의 충신으로 주왕에게 바른 소리를 하며, 또 충신들의 사정을 암암리에 봐주었던 황비호가 2권 말미에 주왕에게 반기를 든다. 주왕과 달기의 방탕함이 극에 달해, 황비호의 아내를 주왕이 탐하다 죽이게 되고, 또 황비호의 여동생인 황비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만행이 그 원인이다.

 

이렇게 극악무도 한 주왕에게 반기를 든 황비호는 이제 주나라에 투신하기 위해 목숨을 건 도주를 감행하게 된다. 2권에서는 문왕 서태후의 천라지망을 뚫는 도주가 그려졌다면, 3권은 황비호의 도주로 시작된다. 황비호의 목숨을 건 도주와 이를 막기 위한 상나라 충신 문중(상나라의 태사 太師) 의 추격 장면으로 3권은 시작한다.

아울러 황비호 외에도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주나라로 몰려들어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고, 이렇게 모여든 영웅들과 상나라의 충신 문중 간의 격전이 거듭하여 펼쳐진다. 천하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강상과 문중 간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가게 될까? 3권은 이처럼 상나라와 주나라의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다.

 

3권에서 또 하나 주목하게 되는 점은 이제 본격적으로 도교 신선들 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는 점이다. 도교의 커다란 두 지류 천교(闡敎)와 절교(截敎)의 신선들 간의 대결을 통해, 천계와 지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주나라의 강상은 천교 원시천존의 제자이고, 상나라 문중은 절교 금령성모의 제자다. 이런 관계로 인해, 소설 속에 수많은 신선들이 등장하는 데, 이들은 아직은 우화등선하지 않은 수련가운데 있는 도사들이라고 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우화등선하지 못한 도사들과 그 제자들이 ‘상나라 vs. 주나라’, ‘천교 vs. 절교’ 라는 공식으로 서로 대립하게 된다고 보면 되겠다.

 

아울러 소설 속에서는 천교가 정통적이고 정도를 걷는 도교의 지류이고, 절교는 이단사설로 묘사된다. 천교 도사들은 술과 육식을 금하지만, 절교는 이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암암리에 절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소설 속의 절교는 좌도방문으로 폄하된다(이건 온전히 소설 속의 견해이지, 종교적으로 실제 그렇다는 의미는 아닐 게다.).

 

3권에서는 문 태사 문중의 초청에 응하여 오게 된 10명의 도인들이 펼치는 10개의 진법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무협소설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진법의 원형격인 10개의 진법을 펼치는 도인들. 그 모습이야말로 판타지의 끝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장면만으로도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 2014) 같은 영화 한 편 거뜬하지 않을까? 진속에는 다양한 생문과 사문이 존재하기에 더욱 풍성하고 환상적인 그림들을 만들어낼 것 같다. 그 환상적인 결투로의 초대가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아울러 여러 영웅호걸들에 의해 등장하게 되는 각종 보물들(둔륜장, 건곤권, 오구, 교룡금편, 막야, 취풍번 등)과 각종 영물들(옥기린, 묵기린, 사불상, 오색신우 등)의 존재도 소설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존재들은 무협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울뿐더러 무협소설에서 종종 보게 되던 이런 요소들이 『봉신연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도 알게 한다. 이 또한 『봉신연의』가 주는 소소한 선물이다.

 

여전히 3권에서도 주왕의 극악무도한 횡포들을 통해, 과연 그릇된 천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선인가? 오만방자한 악행을 묵인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어쩌면 이는 주나라가 세워져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해야 하기에 계속 거듭될 것 같다.). 오늘 우리는 진정한 선을 따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참, 3권쯤 오니, 스토리 사이사이에 나오는 수많은 시구들에 익숙해지게 된다. 솔직히 처음엔 스토리를 방해는 느낌이 컸는데, 오히려 3권쯤 진행되니, 이들 시구가 당시 풍광을 묘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자연 풍광을 묘사하는 장면은 『서유기』를 많이 인용하고 있음도 『봉신연의』의 특징일 수 있겠다.), 내용을 정리하거나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여 톡톡히 그 독특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제 과연 천하의 운명을 건 대결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마음을 품고 3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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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2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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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1권이 상나라 주왕의 폭군정치와 함께 주왕과 소호의 대치, 그리고 소호의 딸 달기를 후궁으로 맞아들이는 모습, 달기로 인해 더욱 난폭해지는 주왕의 정치 등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2권에서는 『봉신연의』의 주인공 강상(강태공)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원시천존의 제자로 수행하던 강상은 이제 하산하여 상나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하는 일마다 망하던 강상은 우여곡절 끝에 주왕의 신하가 되고, 주왕의 명에 의해 녹대를 건설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달기에 현혹되어 백성들을 돌보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주왕이 또 다른 방탕한 연락을 위해 녹대를 쌓는 일은 백성들의 피와 땀을 빠는 짓이라는 생각에 강상은 거부하고 은거하게 된다(이때부터 그 유명한 강태공의 세월을 낚는 낚시가 시작된다. 아울러 2권 중반 부분에서 드디어 강상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울 기반이 하나하나 세워진다.).

한편, 여전히 주왕의 무도한 정치는 계속된다. 달기의 속삭임에 포락형에 이어 채분형이라는 천인공노할 형벌을 만들어 함부로 생명을 빼앗는다. 또한 강 황후를 죽인 일로 인해 제후들이 혹 반발할 것을 염려한 주왕은 제후들을 불러들여 죽인다. 이 때, 서백후(나중의 문왕)는 목숨을 부지하기는 하지만, 7년간 구금되기도 한다. 이렇게 구금되었던 문왕이 주왕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2권에서는 상당 부분 할애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은 천라지망을 뚫고 탈출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연 문왕은 주왕의 마수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토인 서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2권은 강상이 전면에 등장할뿐더러, 또 한 편으로는 문왕의 목숨을 건 탈출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과정 가운데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개념들(선천진기, 삼매진화 등.), 다양한 무기이름 등이 곳곳에서 등장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특별한 기쁨이 된다. 아울러 1권보다는 조금 더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오고 있음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물론,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오겠지만.).

 

2권 역시 어리석은 군주로 인해 얼마나 큰 불행이 나라에 임하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리석은 군주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야만 하는 부조리, 이것을 묵인하는 것이 정의일까? 무도하고 타락한 군주, 과연 그런 군주에게 충성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충성과 절개, 지조와 의리라는 덕목들은 삶에서 포기해선 안 되는 덕목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왕처럼 무도한 군주 아래에서도 이런 덕목들이 선한 덕목이 될 수 있는가?

 

반역이나 배신은 분명 부정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주왕이라면 어떨까? 주왕을 배신하고 바른 군주를 찾아 떠나는 행위를 배신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백성은 섬김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방탕과 향락을 위해 제공되어져야 할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는 군주를 향해 반역의 기치를 세우는 것도 나쁘다 말 할 수 있을까?

 

『봉신연의』는 스토리의 전개가 재미날뿐더러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무거움도 있다. 아울러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한 정말 종합선물세트와 같다는 느낌이다.

 

또한 2권에서 만나는 강상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수십 년간 도를 수행하고 내려온 도인 강상이 세속 속에서 하는 일들마다 실패한다. 국가를 경영할 능력은커녕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거듭하여 실패하는 모습은 단지 운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무능한 자의 모습, 다소 어수룩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런 모습에 아내에게 날마다 구박받다 결국 버림받는 인생이다. 그런 강상이 과연 어떤 큰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강상은 자신의 뜻을 펼칠 시대, 주군을 만나길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다. 그리고 결국엔 주나라의 승상이 되어 새로운 제국을 세우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런 강상의 모습을 보며, 과연 우리를 세울 시대는 언제일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나에게 정해진 시대, 때를 만나게 되길 기다려본다.

 

이러한 강상이 과연 어떤 활약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될지 궁금한 마음을 품고, 3권으로 손을 내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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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1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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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왜 그리 무협지가 재미있던지, 수업시간에도 무협지를 읽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재미나게 읽던 무협소설의 원조 격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중국 명나라 때 작품인 『봉신연의』란 중국 고전 신마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번 솔출판사에서 7권 완역 출간되었다. 참 반가운 만남이다.

 

어떤 분들은 『봉신연의』를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 ≪홍루몽≫과 함께 중국6대 기서에 올려놓기도 한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하는 기대감이 먼저 인다. 책을 읽는 가운데, 과연, 가히 기서(奇書)라 부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지, 두꺼운 책이 금세 술술 읽힌다(물론, 1권 첫 시작은 조금 읽는데 까다로웠지만, 금세 책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정말 술술 읽힌다.).

 

게다가 금번 이연걸, 판빙빙 주연 영화 <봉신연의 : 영웅의 귀환>이 개봉하기에(2016.9.22. 개봉예정) 아무래도 원작소설인 『봉신연의』시리즈가 관심을 받게 되리라 여겨진다. 영화도 좋지만, 대부분 글이 더 좋다. 특히, 이런 판타지 신마소설 역시 그러하다. 무궁한 상상력이 동원될 수 있기에. 소설을 읽고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상나라(은나라라고도 한다. 오히려 우리에겐 은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 왕 주왕 시대이다. 주왕의 잔혹하고 무도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영웅들이 강상(강태공)과 함께 주나라를 세우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다(실제 역사적 사실 위에 전설과 상상이 가미되어 있다. 여기에 도교와의 만남까지.).

 

그럼 1권의 내용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자.

 

희대의 난봉꾼이자 세기의 폭군으로 추앙받아(?) 마땅할 주왕이 여와궁으로 분향을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대신인 여와에게 분향을 올리던 주왕은 여와의 미모에 반해 음란한 시를 남기고 만다. 이에 분노한 여와 신은 주왕을 벌하기 위해 요괴들(천년 묵은 여우 정령)을 부르게 되고, 한편 주왕은 여와의 미모를 본 탓에 자신의 여인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 이에, 주왕의 충직한(?) 간신들 비중과 우혼의 계략에 의해 천하각지의 미녀들을 모아들이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또 다른 신하들의 간언에 뜻을 접는다.

그러던 차 천하각지의 모든 제후들(사방 800제후)이 조정에 들어와 주왕을 알현한다. 이 때, 주왕 곁에 있던 간신들 비중과 우혼은 자신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제후 소호에게 앙심을 품고, 소호의 딸이 절세가인이라며 주왕을 부추긴다(비중과 우혼, 참 못된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기대하시라. 물론,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딸을 바치라는 주왕의 명령에 소호는 주왕의 잘못된 정치를 꾸짖을뿐더러, 이제는 더 이상 상나라를 섬기지 않겠노라 선포한다. 이렇게 하여 소호의 반란과 그 진압으로 인한 전쟁이 한바탕 몰아치고, 여차여차하여 소호는 자신의 딸 달기를 주왕에게 바치게 된다.

 

천하절색인 달기를 아내로 맞은 주왕, 그가 모르는 바가 있으니 그건 달기에겐 이미 여와 신이 보낸 여우 정령이 들어왔다는 것. 이렇게 여와의 복수가 시작되고, 달기의 속삭임으로 인해 주왕의 폭주는 가속화된다. 포락형이라는 잔혹한 형벌을 만들어내고, 달기를 황후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현숙한 아내 강 황후를 잔인하게 죽인다. 뿐 아니라 자신의 친 아들들마저 죽이려 한다. 과연 이 폭주의 끝은 어디일까?

 

이제 『봉신연의』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봉신연의』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와, 이렇게 재미날뿐더러 정치적 통찰력을 품고 있는 멋진 고전이 있었구나 싶어 무릎을 치게 된다. 한편, 이런 재미와는 별개로 1권을 읽는 내내 분노 게이지가 자꾸 상승한다. 주왕의 잔혹무비 한 모습에 말이다. 아무래도 1권은 주왕의 못된 모습들이 거듭 등장함으로 새로운 국가, 새로운 군주의 등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런 당위성을 십분 인정한다 할지라도, 주왕 참 못된 놈이다.

 

그나마 난봉꾼 주왕의 처음 모습은 주변 신하들의 직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그 일이 합당하지 않다는 간언에 자신의 뜻을 굽힐 줄 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왕의 모습은 달기를 곁에 두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달기의 속삭임에 주왕은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언제나 미인의 속삭임은 이처럼 덜떨어진 남성들을 완전 무장해제하게 만든다. 아니, 그 속삭임에 모든 이성을 내려놓고 복종하게 만드는 힘이 과연 백년 묵은 여우의 정령이기 때문일까? 이 속삭임은 여성이 갖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아무튼 주왕의 모습이 그렇다. 주왕은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굳은 절개와 지조가 있다. 문제는 바른 소리에 귀를 닫는다는 점이지만. 주왕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다. 욕망의 소리에 순종하는 겸손한 녀석이다. 과연 그렇다. 뿐 아니라, 남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멋도 있다. 들을 귀가 있다. 단지 달기와 간신들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제지만.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지도자다.

 

고집불통의 군주. 좌우를 분별치 못하는 군주. 무엇보다 군주가 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자다. 백성의 목숨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천자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든 백성은 천자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왕의 모습을 1권은 거듭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런 모습으로 인해 『봉신연의』1권은 지도자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내내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지도자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었을 때, 얼마나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역시 느끼게 한다. 특히, 불통의 리더십, 잘못된 뚝심의 리더십, 군림의 리더십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주왕은 고스란히 보여준다. 『봉신연의』는 어쩌면 이 땅의 리더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역자는 『봉신연의』를 완역하였을 뿐 아니라, 주석이 필요한 부분에 충실한 내용의 주석을 달아주고 있다. 이 역시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쉬운 점은 소설 본문의 주석에 번호가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석은 번호로 표시해야 찾아보기 쉬운데, 작은 동그라미로 주석 표시를 하고 있음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서백후(후에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울 무왕의 아버지. 문왕으로 추대됨.)가 천자의 부름을 받고 조가로 가며 아들에게 당부하는 말 가운데 백성을 향한 내용을 적어본다. 오늘 이 시대의 지도자들 역시 새겨들을 수 있다면 좋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백성 가운데 아내가 없는 이에게는 금전을 주어 아내를 얻게 하고 가난해서 결혼을 늦추는 이에게는 금은을 주어 결혼식을 올리게 하고 혈혈단신으로 기댈 곳 없는 이에게는 매달 빼놓지 말고 식량을 나눠주도록 해라.(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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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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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책읽는섬(열림원)에서 출간된 『헤밍웨이 죽이기』란 책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먼저, 이 책은 12명의 단편미스터리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 12명의 이름은 이렇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맥킨레이 캔터(MacKinlay Kantor), 수전 글래스펠(Susan Glaspell), T. S. 스트리블링(T. S. Stribling),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제임스 굴드 커즌스(James Gould Cozzens), 마크 코널리(Marc Connelly), 스티븐 빈센트 베네(Stephen Vincent Benet).

 

위 12명의 이름을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띄며, 낯선 이름들도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러니 12명 모두 대문호라 말할 수 있는 이들. 바로 이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엮어놓은 책이다. 와~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선 뭔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흘러나온다.

 

또 하나 이런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선별하여 엮은이는 엘러리 퀸이다.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의 필명이다. 사촌간인 멘프레드 리, 프레데릭 대니, 이 둘이 함께 사용하는 필명. 이들이 누군가 찾아보니 이들을 향해 “미국의 탐정 소설 그 자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위대한 찬사인가. 이런 찬사를 들을 정도인 추리 소설 대가들이 선별한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집. 이런 이유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과연 이들 대문호의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게 된다. 12편의 미스터리 단편소설. 먼저, 갖게 되는 감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리의 범주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많기에 의아함이었다. 또 어떤 작품은 대문호의 작품도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작품들은 역시 대문호는 자신의 주력 장르가 아닌 장르를 써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 구나 싶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있다. 12편의 작품들은 대체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통 미스터리(솔직히 정통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탐정추리소설.) 소설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12편의 작품들이 작가가 다른 만큼 각기 모두 색깔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며, 심지어 장르마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이 어쩌면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도 있고, 몽환적인 작품도 있으며, 심지어 철학적 느낌의 작품도 있다. 물론, 정통 추리소설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도 있으며, 새로운 명탐정을 알게 된 기쁨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어느 작품은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작품도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참 좋았다.). 마지막 반전이 두드러진 작품들도 몇 있었으며, 갱스터 느와르 범죄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대체로 고전의 느낌이 나는 작품들이면서도 읽다보면 은근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과 힘이 있는 작품들. 그래서 짧은 분량인 단편이기에 감칠맛 나는 아쉬움, 좀 더 읽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들을 12편 읽었다는 부듯함과 배부름을 선사하는 책. 이 책이 독자들을 부른다. 그 부름에 응하는 자는 묘한 12가지 색깔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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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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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작가의 신작 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을 만났다. 정말 어쩌다 이런 가족이 다 있을까? 남부러울 것 하나도 없는 로열패밀리. 대대로 안정적 삶이 보장되고 남들보다 앞서 출발하는 금수저 집안. 개개인의 유전인자 역시 특출 난 가족. 언제나 교양이 철철 넘쳐흐르는 분위기. 집안에서 큰 소리 한 번 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삶. 너무나도 평탄하고, 잔잔하기만 한 가정.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가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족에게도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족끼리 서로를 향한 진정한 관심도 없고, 가족구성원 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인간미 역시 없다. 그들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이는 그들이 이상적인 가족이어서가 아니다. 각자 자기 인생 살아가기 바빠서이기도 하며, 교양이란 괴물, 그 강박관념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에 난데없이 커다란 돌멩이 하나 던져진다. 아니 단순한 돌멩이 정도가 아닌, 핵폭탄급 심각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건 바로 엄친딸 가운데 최고막강인 큰딸에게서 시작된다. 조신함 그 자체인 큰딸의 섹스 동영상이 찍혔단다. 그것도 큰딸의 매춘 현장이었다니. 이 일로 협박을 받게 되고. 이에 가정의 가장인 아빠는 당연히 뒷골이 지끈지끈. 아니다. 소설 속에서는 코피 퐉!!!

 

이렇게 시작된 가정의 엄청난 스캔들에 대해, 식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이 막장 가족 엉터리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엄청난 막장 스캔들 그 가족의 위기 앞에서 식구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무엇보다 먼저, 교양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족 간에 싸움 한 판 시원하게 하고 말이다.

 

이 막장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자유가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이 자유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 때, 참 자유가 되는지도 말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구속받지 않는 성생활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엔 구속된 성, 사랑의 굴레 속에 갇힌 성이 참 자유한 성이다. 또한 가진 자들의 갑질도 보여준다. 가진 자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가지고 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갑질이 막장 가족의 또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힘에서 우러나오는 갑질이 이들을 자유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갑질로 마치지 않는다. 갑질에 대한 자기반성이 뒤따르기도 하며 약자에 대한 돌아봄도 따르게 된다. 그럴 때, 진정한 갑이 탄생하게 된다. 막장 가족의 구성원들은 제멋대로 캐릭터다. 완전 따로국밥이고 제멋대로다. 참 자유로운 가족이다. 하지만, 점차 소설은 제멋대로 안에서 질서를 찾아간다. 타인을 의식하며 배려하기 시작한다. 이게 진정한 자유다.

 

온통 제멋대로 흐트러진 모습 속에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소설의 멋스러움이며, 작가의 힘이다. 막장 가족이지만, 이 막장 가족의 스토리를 통해 도리어 가슴 훈훈함을 느끼게 됨이야말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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