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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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으로 새롭게(2019) 옷을 입고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1993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레몬이란 작품으로 2005년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레몬이란 작품으로 출간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출간되며 되찾은 제목 분신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원제 역시 분신이다.).

 

소설은 두 여인의 관점에서 각 장마다 반복 교차하며 사건이 진행된다. 홋카이도에서 자란 여대생 우지이에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서 자란 고바야시 후타바. 이 두 여인은 평범한 가정의 여대생이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먼저, 마리코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 결국 중학생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재사건이 벌어져 집이 전소하게 되는데,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엄마가 주도한 사건이다. 화재와 함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이었지만, 엄마만 희생되고, 아빠와 마리코는 살아남게 된다.

 

대학생이 된 마리코는 엄마가 죽음을 계획하기 전 도쿄에 다녀왔고, 그 당시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도에 표시된 곳, 그리고 가지고 있던 사진에서 뭔가 실마리를 잡게 된다. 아빠의 젊은 시절 함께 찍은 사진 속 여인은 얼굴이 지워져 있다.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던 엄마의 죽음은 분명 사진 속 여인과 연관이 있겠다 생각된 것. 이에 사진 속 미지의 여인이 엄마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과연 아빠의 대학시절과 연관된 사진 속 얼굴이 없는 여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마리코가 만나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한편 도쿄에서 자란 후타바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미혼모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데, 밴드활동을 하던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밴드활동을 허락받으며 엄마와 했던 단 하나의 약속은 전문 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 tv 등에 얼굴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상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게 된 상황. 물론 엄마는 반대하지만, 결국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되고, 그 뒤 엄마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뭔가 이상하다. 자신이 tv에 출연한 그 일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만 같은데.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후타바 역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게 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여대생이 자신들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둘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둘은 서로 상대가 자신과 너무나도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말 같은 걸까? 얼마나 같을까? 쌍둥이일까? 둘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쫓으며 서로를 향해 다가서게 된다. 과연 두 여인은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엔 과연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소설은 그 제목이 이미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이 1993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클론 복제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접근은 놀랍기만 하다. 역시 공대출신 작가이기에 의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걸까?

 

이와 함께 복제된 사람은 과연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복제된 생명 역시 참 생명일까, 아님 그 생명은 다른 의도로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이런 생명윤리의 질문을 작가는 던진다.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차 없이 파괴되는 것처럼, 위조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449)

 

이처럼 복제 인간이란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풀어나가지만, 소설은 너무 흥미진진하고 몰입도 최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실망할 수 없는, 아니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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