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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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작 단편소설집 안녕, 드뷔시 전주곡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러한 제목을 통해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작가의 공식적인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작가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대상수상을 한 공식적인 첫 작품이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의 전주곡과 같은 책이다. 특히, 다섯 개의 단편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는 바로 안녕, 드뷔시의 사건이 시작되는 바로 그 밤으로 끝난다. 그러니 이 이야기 바로 직후, 안녕, 드뷔시가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야말로 안녕, 드뷔시전주곡이다.

 

그럼, 나머지 네 편의 단편을 포함한 다섯 편 모두는? 다름 아닌 안녕, 드뷔시의 스핀오프인 셈이다. 안녕, 드뷔시에 등장하는 인물인 휠체어 탐정 겐타로, 그리고 겐타로를 돌보는 요양사 미치코가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외전인 셈이다. 특히,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의 외전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아니, 어쩌면 이 두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안녕, 드뷔시 전주곡을 아예 <휠체어 탐정 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결코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는 할아버지, 자기 비하는커녕 여전히 카랑카랑 성깔 사나운 할아버지인 겐타로 사장의 캐릭터가 대단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사실,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어쩐지 꺼려지는 고약한 심정이 독자들에게 없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겐타로 사장은 노인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주인공인데도 그런 인물이 결코 뒷방에 물러나 있지 않은, 오히려 모든 이들을 좌지우지하며 활약하는 그 모습이 노인인구가 자꾸 늘어만 가는 시대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과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두 사건 간에는 고작 일 주일의 간격밖에 없다. 그러니 이 두 사건은 시기적으로 이어지는 사건이며, 그 두 사건 사이에 실려 있는 3가지 이야기는 이 두 가지 사건들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생환은 겐타로 사장이 쓰러져 폐인이 될 뻔 했다가 그나마 언어가 돌아오고 상체의 활동을 회복하게 되는 눈물 나는 극복기가 그려진다. 사실 이 이야기는 단지 그런 역할만 하는 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가선 감춰진 사건이 순식간에 드러나며 휠체어 탐정으로서의 첫 번째 사건 해결이 나온다.

 

세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추격에서는 노인들을 향한 묻지마 범죄가 등장한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어느 노년 여성을 향해 벌였던 중학생들의 노인 사냥을 떠올리게도 하는 주제인데, 이 이야기는 의외로 경쟁을 배제한 교육에 대한 맹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노령 연금 수령의 맹점 역시 지적하고 있지만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과 네 개의 서명은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에 등장하는 겐타로 사장의 측근이 되는 어깨들의 존재에 대한 전주곡이라 해야 할까? 암튼 두려움도 없이 천방지축 날뛰는 겐타로 사장의 묘한 인간적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까칠한 모습 이면에 인간적 매력이 감춰져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야말로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안녕, 드뷔시전주곡이 되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매력적 주인공 미사키가 실제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미사키 요스케는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에서도 살짝 등장하긴 한다.). 그렇기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재미날 수도 있겠다. 물론, 다섯 편 모두 재미나다.

 

책을 읽고 난 후엔 휠체어 탐정인 겐타로 사장의 묘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아예 <휠체어 탐정> 시리즈가 나오면 안 될까 물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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