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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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잠자는 숲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 첫 작품인 졸업이후 3년 만인 1989년에 내보인 작품인데, 전편에서 대학4학년이던 가가가 형사가 되어 등장한다.

 

도쿄의 유명한 발레단인 다카야나기 발레단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사망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사건이 시작된다. 그를 죽인 사람은 발레 단원이자 사무원이기도 한 사이토 하루코. 그녀는 늦은 밤 발레단 사무소에 왔다가 몰래 건물에 침입한 신원미상 남성의 공격에 곁에 있던 화분으로 머리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정당방위처럼 보이는 이 사건,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이 그 안에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발레단 사무실에 들어와 사망에 이른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순한 도둑이나 강도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데, 그럼 왜 발레단 사무실에 무단침입 한 것일까?

 

이렇게 사건이 미궁에 빠져가던 차, 발레단의 마스터이자 안무가이며 연출가인 가지타 야스나리가 리허설 현장에서 죽임을 당한다. 누군가 가지타를 독살한 것.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과연 수많은 단원들이 있던 자리에서 감쪽같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원불명의 사망한 남성 신분이 밝혀지고, 이 남성과 발레단, 그 접점은 뉴욕 생활과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여기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열쇠다.

 

이제 형사로 등장하는 가가 형사, 그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펼치며 과연 첫 작품에서 연인으로 등장했던 사토코와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였는데, 안타깝게도 둘은 그저 옛 연인관계에 머물고 있다. 간혹 안부나 전하는 관계. 가가는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거쳐 이제 형사가 되어 있는데, 어느덧 노총각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지금 시대로 본다면 30살 내외라면 노총각 근처에도 가지 못할 테지만, 80년대 후반에 이 나이면 노총각이라 할 수 있으니, 이런 시대변화도 느끼게 한다.

 

아무튼 이번 작품은 발레단이라는 다소 폐쇄적인, 극히 인간관계가 한정된 독특한 직종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치열한 삶의 모습까지. 소설은 발레라는 일반인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직종, 어쩐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살아갈 것만 같은 그네들의 처절한 삶의 무게 역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가가의 뜨거운 사랑의 감정까지 이 책은 덤으로 전해준다. 아니 덤이 아니라 이게 가장 임팩트 있는 소재일까? 아무튼 졸업에서 보였던 가가보다는 더 원숙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닳은듯하면서도 여전히 열정을 품고 있는 가가의 모습이 오히려 대학시절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잠자는 숲그 속의 공주에게 열정의 키스를 누가 하게 될까? 바로 우리 가가 형사다. 누구에게? 당연히 공주에게다. 소설 속 발레단의 공연 속 공주가 누구인지 놓치지 말자. 그 공주에게 입 맞추는 가가의 모습은 단지 열정만은 아니다. 모든 것을 감수하며 감당하려는 사랑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래서 더 임팩트가 강하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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