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디바 왕수복
이윤경 지음 / 물오름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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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만나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생소했던 인물들에 대해 소설적 흥미와 함께 알아간다는 재미가 있다. 물론, 소설이라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며 접근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또 한 명의 인물에 대한 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생소한 인물인데, 왕수복이란 인물이다. 이난영과 같은 시대의 대중가수인데, 당시 조선의 남녀 대중가수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인물이다. “10대 가수상의 대상을 받은 격이다.

 

그런데, 그런 왕수복이 왜 이리 생소한 것일까? 물론, 나 자신의 무지함이 한 몫 하고 있겠지만, 왕수복은 독립 후 월남하였기 때문이다(월남이란 표현이 잘못되었을지 모르겠다. 애초 평안도 태생이자 평양이 그녀의 삶의 터전이었으니 말이다.). 분단 이후 북녘 땅에서 활동하였기에 우리에게선 어쩌면 알아서도 안 되고, 알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암울하던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대중문화의 선봉에 서 있던 여성 왕수복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재미났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왕수복은 3년제인 평양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이렇게 주목을 받은 왕수복은 평양 기생이란 타이틀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 타이틀은 왕수복을 따라다니며 마치 원죄마냥 왕수복을 힘겹게 한다. 가수를 은퇴하고 일본 유학을 통해 성악을 공부한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기생이란 타이틀이 따라다녔으니 말이다.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의 힘겨운 삶을 노래로 어루만져줬던 여인. 많은 이들이 일제 편에 서서 전쟁을 독려하던 그 때에도 과감히 거부하며 은퇴의 길을 선택했던 여인이 걸었던 길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아울러 그녀의 뜨겁던 사랑 역시 소설의 재미를 더하여 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효석의 마지막 사랑이 바로 이 여인 왕수복이었다니 놀라웠다. 이효석의 소설 <풀잎> 속 주인공이 바로 왕수복과 이효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이효석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노천명의 약혼자와 결혼하여 평생을 같이 살았다는 스토리도 흥미롭다(이를 통해 노천명의 시 역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실들만으로도 당시 얼마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여인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무엇보다 서슬 퍼런 일제 앞에서 아리랑을 부른 그 기개는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비록 남북의 분단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리고 사상의 대립이 여전히 우리에겐 진행형이며 여전히 강력한 올무로 작용하는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활발하게 독자들을 찾아간다면, 우리의 역사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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