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학교 -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286
김남중 지음, 정현 그림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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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모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마련다. 나도 어린 시절 모험을 꿈꾸곤 했다. 특히, 광활한 바다는 이런 모험을 꿈꾸기에 안성맞춤이다. 범선을 타고 먼 바다에 나가 해적들과 싸운다던지, 해적의 비밀섬을 찾아내 감춰둔 보물을 획득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처럼 무인도로 여행을 떠나 생존모험을 즐기고, 깊은 동굴 속 탐험을 통해 보물을 찾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때론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하고. 거창한 모헙은 아니지만, 두툼한 스티로폼을 나무판에 붙여 뗏목을 만들어 개울을 항해(?)하는 모험을 즐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당시엔 이런 모험도 신나기만 했다.

 

여기 이런 모험심을 자극하는 모험동화가 있다. 그것도 범선을 타고 바다 여행을 떠나는 모험동화가 말이다.

초등5학년인 복오에겐 아빠가 없다. 배를 타던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엄마와 함께 바닷가 완진항에서 살고 있지만, 엄마는 어떻게든 바다를 떠나 서울로 가고 싶어 한다. 엄마에게 바다는 애증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달리 복오는 바다가 좋다. 괜스레 바다로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런 복오에게 우연히 기회가 왔다. 서울에서 내려온 남준이란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남준은 부모님의 요구에 의해 배를 타야만 한다. 그것도 언제나 완진항에 정박해 있던 범선을 말이다. 남준은 배를 타고 싶지 않고, 복오는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고 싶다. 그럼 답은 나왔다. 복오가 남준 행세를 하며 대신 배에 오르는 것. 그것도 대한민국 유일한 범선인 코리나 호에 말이다. 이렇게 복오의 모험이 시작된다.

 

김남중 작가의 장편동화 『수평선 학교』는 본격 해양동화다. 예쁘고 어쩐지 예스런 느낌도 갖게 하는 표지 그림이 파란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표지 그림으로는 복오 뿐 아니라 세 친구의 모험일 거라 생각했는데, 두 친구는 모험에서 제외되어 조금 의외이기도 했지만, 이는 혼자 속은 것이니 할 말 없고.

 

동화를 읽다보면 작가가 바다와 배에 대해 많은 연구조사를 하였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이 조금은 신나는 모험위주가 아니라 조금 따분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와 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싶기도 하다.

 

예스런 느낌의 범선을 타고 하는 모험이기에 괜스레 낭만적인 느낌도 갖게 한다. 이 신나는 모험을 통해, 복오는 바다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되어 꿈을 향해 나가게 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이 모험은 해양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더욱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복오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어린이 독자들도 자신의 꿈 한 덩이 넘실거리는 바다 위로 띄우면 어떨까?

다른 나라 범선들(일본, 러시아, 중국)과 오직 바람만으로 독도를 돌아오는 시합을 하는 장면에서는 나라사랑의 열정이 솟아나 코리나 호를 응원하게도 되고. 시합보다는 위기에 처한 배와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삼고 시합을 포기하는 코리나 호의 모습은 오늘 우리가 무엇을 가장 귀한 가치로 삼고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한다.

 

이처럼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 가득한 동화를 통해, 우리 어린이 독자들이 모험심을 가슴 한 쪽에 키울 수 있다면 좋겠다. 아울러 진정 붙잡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도 깨닫는 시간이 되면 좋겠고. 이번 여름 본격 해양모험동화 『수평선 학교』와 함께 의미 있는 모험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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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름 1854 - 런던을 집어삼킨 죽음의 그림자, 살아남을 시간은 단 나흘 튼튼한 나무 13
데보라 홉킨슨 지음,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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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씨드북 출판사에서 또 한 권의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데보라 홉킨슨의 『살아남은 여름 1854』란 제목의 장편동화(소년소설)다.

 

이 책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책은 <씨드 탐정>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그렇기에 추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추리동화. 왜 독특한가 하면, 어떤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1854년 런던 브로드 길에 찾아온 푸른 죽음의 공포, 콜레라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며, 더 이상 콜레라가 확산되지 않도록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범죄에 대한 추리가 아닌, 질병에 대한 추리다.

 

또한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픽션이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1854년 런던을 푸른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레라 사건. 콜레라의 전염경로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공기를 통한 전염이 아닌 물을 통해 전염됨을 규명하였던 역사 속 실존인물인 의사 존 스노 박사가 등장한다. 존 스노 박사 외에도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존인물이다. 콜레라가 만연했던 사건과 그 원인 규명하는 스토리 역시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동화는 역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수많은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질병 콜레라라는 재난에 대처하며 위기 상황을 타계해 나가는 내용이기에 또한 재난 동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역사, 추리, 재난이란 장르가 하나로 버무려져 있다.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럼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자. 주인공 소년 뱀장어는 고아다. 넝마주이였지만, 지금은 맥주회사에 취직하여 온갖 잡다한 심부름을 하고 있으며, 일이 끝난 후엔 존 스노 박사의 실험용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우리청소도 한다. 또한 양복점에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여전히 넝마주이 부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는 모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동생을 위해서다. 고아인 자신에게 동생은 책임져야할 부양가족이다. 자신은 배우지 못하고, 아무 곳에서나 숙식해도, 동생만은 그럴 수 없다. 동생은 하숙집에 의탁하고 학교에도 보내기에, 동생의 하숙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야만 한다. 참 멋진 소년가장 뱀장어다.

 

그런 뱀장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는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상존하는 위기는 도끼눈의 추적이다. 도끼눈은 새 아빠였는데, 엄마가 죽은 뒤로도 두 형제를 이용하려 한다. 뱀장어에게는 도둑질을 시키기도 하고, 동생은 앵벌이를 시키려 한다. 그런 도끼눈에게서 도망친 뱀장어에게는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다. 바로 이런 도끼눈이 뱀장어를 찾아낸다. 또 하나의 위기는 공장에서 도둑으로 몰려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위기에 더하여져 콜레라가 이 지역을 뒤덮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줄 양복점 주인아저씨가 푸른 죽음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고, 이젠 사랑하는 친구와 친지들마저 콜레라의 위협아래 신음한다. 이러한 때, 뱀장어는 존 스노 박사의 조수가 되어 콜레라의 원인 규명을 위한 탐문 조사를 행한다. 존 스노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이 물 때문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이를 증명해내는 자료인데, 이번 콜레라 사건에서 이를 증명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만 한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나흘 안에 콜레라의 원인이 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다.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할 분량인 이 책은 질병의 원인을 추리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의 사건, 질병이라는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잘 보여준다. 뿐더러, 가상인물인 뱀장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아의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자립심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뱀장어와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배신의 모습들을 통해서는 우리의 우정을 점검하게 해준다.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스토리는 지루할 새 없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재미난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다. 올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달래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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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클럽 1 - 비밀의 해골 열쇠 암호 클럽 1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박다솜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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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는 자기 방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로 자신과 같은 암호클럽 회원이자 암묵적 리더인 퀸의 신호입니다. 급히 나오라는 신호에 잠시 나간 코디에게 퀸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알려줍니다. 그건 바로 코디네 집 맞은편에 있는 허물어져 가는 저택 해골 할아버지네 집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시작한 해골 할아버지 집 탐문을 통해, 이들은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 밤중에 타버린 해골 할아버지의 집. 그리고 위독한 할아버지. 불타버린 해골 할아버지 집 2층 창문에 적힌 암호문 등으로 더욱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죠. 이때부터 ‘암호클럽’ 회원들인 코디, 퀸, 마리아, 루크 이렇게 네 친구들은 해골 할아버지를 둘러싼 더러운 음모, 범죄에 맞서 암호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과연 네 친구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추리동화인 이 책 『암호클럽1: 비밀의 해골 열쇠』는 무엇보다 참 재미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화 곳곳에 암호가 넘쳐 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곳곳에서 암호문을 만나게 될뿐더러 모든 단원명은 지문자라는 암호로 되어 있답니다. 어린 시절 아무런 내용이 없어도 암호로 적어놓고 해석하면 괜스레 뿌듯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암호를 좋아합니다. 나만 아는 뭔가 나만의 비밀을 가진 은밀한 기쁨, 왠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풀어간다는 자부심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스토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암호문을 어린이 독자들이 직접 풀어가며 얼마나 행복해 하고 신나할지를 생각하니 흐뭇하네요.

 

암호를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걱정 마세요. 동화의 주인공들인 ‘암호클럽’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의 암호책자를 여러분들 모두 엿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책 앞면에는 이들의 암호책자를 친절하게 싣고 있습니다. 문자숫자식 암호, 지문자, 모스부호, 카이사르 암호, 수기신호, 점자까지 말입니다. 그럼, ‘암호책자’ 소중히 갈무리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세요. 이 책이 주는 첫 번째 즐거움은 암호 해독에 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기쁨은 이야기 자체에 있어요. 이야기가 참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해골 할아버지 집이 불타버린 사건 이면에는 과연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까? 범인들은 누구일까? 범인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 나가게 돼요. 또한 코디를 괴롭히는 밉상 맷의 역할도 동화를 맛깔나게 해주고요. 정말 밉상이긴 하지만요. 게다가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점점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이제 곧 그 진실을 만나게 되리라는 설렘도 빠뜨릴 수 없어요.

 

언제나 모험은 이처럼 신납니다. 아이들에게서 모험이 사라진 시대이기에 어쩌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겠고요. 이런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 자체가 주는 기쁨도 책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또 하나의 선물이 있어요. 그건 바로 해골 할아버지를 알아가게 되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코디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스켈튼 할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아주 짧은 시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예전에는 ‘해골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고양이를 너무 많이 키우는 이상한 조각상을 만드는 무서운 은둔자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동물을 사랑하고 금속 공예에 취미가 있는 은퇴한 수의사일 뿐이었다. 알 기회가 있었더라면 더 빨리 알 수도 있는 사실이었다. 할아버지가 바깥에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은 것도 성격이 괴상해서가 아니라 뇌졸중 때문이었다.(207쪽)

 

평소 무섭게만 생각하고, 괴팍한 노인네로만 치부했던 옆집의 할아버지. 이름도 몰라 그저 ‘해골 할아버지’라 부르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전혀 괴팍하지 않고 오히려 노년의 병으로 인해 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장면은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을 적시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풀어나가야만 할 우리 사회 속의 암호는 이처럼 홀로 고독 속에 힘겨워 하는 우리 이웃은 없는지, 내 곁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익명의 존재에 불과한 이들은 없는지 알아가는 것 아닐까요? 이런 멋진 암호풀이를 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어요.

 

이처럼 동화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여러 가지 선물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잠깐! 또 하나의 선물이 있어요. 그건 이 책이 1권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런 재미난 책을 또 다시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이야말로 정말 기대되는 선물 아닐까요? ‘암호클럽’ 회원들의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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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 제5회 한우리 문학상 어린이 장편 부문 당선작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5
오혜원 지음, 이갑규 그림 / 한우리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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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힘을 가진 자들은 타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못된 욕구를 품게 마련인가 보다. 이렇게 통제할 때, 세상은 안전해 진다고 믿는다. 특히, 어떤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은 통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이 있다. 가진 자들일수록 그렇다.

 

이런 위험요소를 잠재우기 위한 극단적 통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동화를 만났다. 오혜원 작가의 『블랙리스트』가 그렇다. 이 동화는 제5회 한우리 문학상 당선작이기도 하다.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사회다. 개인마다 로봇 한 대를 소유하고 있는 시대의 대한민국. 각 개인 소유 로봇은 주인 수발을 드는 편리함이 있다. 음식이든 차든 주문만 하면 금세 대령하는 하인과 같은 로봇이다. 하지만, 이 로봇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건 바로 로봇의 주인을 감시한다는 것(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 특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감시가 더욱 중요하다. 로봇은 아이들의 일정을 관리해줄뿐더러, 아이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중앙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렇게 국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관리한다.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사춘기 청소년들이야말로 가장 불안한 세력, 위험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게 어른들의 접근이다. 오늘 우리 역시.). 이렇게 관리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규정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총 다섯 번 오르게 되면 그 아이들은 머리에 칩을 심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칩은 아이들을 통제할뿐더러, 어떤 문제아도 뛰어난 영재로 변모케 한다는 칩이다. 물론 이 주장은 칩을 심고자 하는 정부, 그리고 개발업체의 선전에 불과하다. 점차 부작용이 생기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여 이런 정보는 빠져나가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이 동화의 부제인 「사라지는 아이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정부 방침에 어긋나거나 악영향을 끼칠 아이들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갇혀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칩으로 통제하던 정책을 지나 이제 새로운 정책을 계획한다. 그건 바로 백신을 맞는 것. 백신 주사 한 방으로 야생마와 같은 청소년들은 순한 양들이 된단다. 백신 한 방이면 하급인생에서 상류인생으로 변모하게 된단다. 정말 그럴까? 물론, 아니다. 이것 역시 정부와 관계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처럼 끔찍한 사회 속에서 한참 정의감이 불타오르고, 호르몬이 왕성할 사춘기 소년들인 이한, 희원, 시우가 겪어나가는 이야기를 동화는 들려준다.

 

동화 속에서 정부는 아무리 쉬쉬하고 통제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좇는 용기 있는 자들로 인해서 말이다. 이렇게 드러난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연대하고 행동하게 되고 말이다. 물론 여전히 정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선전을 철썩 같이 믿고 칩을 심고, 백신을 맞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동화 『블랙리스트』는 스토리가 재미나게 진행될뿐더러,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을 주어진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들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어느 선이면 적당할까? 과연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존재한다 할지언정 그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을까? 통제로 아이들을 순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등을 말이다.

 

아울러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접근이 과연 옳은지 돌아보게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일어날 사건이라 규정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접근이 과연 맞는 건지를 말이다. 청소년기에 자연스러운 호르몬 분비마저 통제하려는 시도. 과연 이것이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시도일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인다.

 

마지막 문장이 순간 온몸을 정지시키고 한동안 먹먹함으로 몰아세운다.

 

‘이제 너희들만 돌아오면 돼.’(180쪽)

 

동화 속에서 어른들의 잘못된 정책, 잘못된 시도, 잘못된 주장, 잘못된 고집으로 인해 사라진 아이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그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주인공의 소망이 담긴 문장이다. 하지만, 왠지 이 문장이 오늘 우리들의 소망처럼 느껴져 아프다. 이젠 돌아올 수 없지만, 여전히 돌아오길 소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에.

 

참 좋은 동화를 만났다. 작가의 차기작 역시 건필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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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21 - 공포의 지하 실험실 구스범스 21
R. L. 스타인 지음, 남동훈 그림, 이원경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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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세계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책이 ≪구스범스 시리즈≫라고 한다. 물론 ≪구스범스 시리즈≫는 시리즈에 속한 책의 권수가 월등히 많기에(100권이 넘게 출간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한 권 한 권의 판매량에 있어서 여타 다른 책들에 뒤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시리즈 전체로 봤을 때, 요즘 아이들 말로 넘사벽인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많이 판매되었다는 건 그만큼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조금 바꿔 말한다면, ≪구스범스 시리즈≫는 믿고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믿고 볼 수 있는 시리즈, ≪구스범스 시리즈≫가 금번 고릴라박스(비룡소)에서 21번째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제목은 『공포의 지하 실험실』(원제: Stay out of the basement)이며, 원 시리즈 2번째 책이다. 그럼, 작가 스타인이 선사하는 오싹한 공포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케이시와 마거릿 남매의 아빠는 연구원이다. 아니 연구원이었다. 이제 연구소에서 해고당해 집 지하실에서 홀로 연구에 매진하는 백수다. 남매에게 다정다감하던 아빠였는데, 해고당한 뒤로는 얼굴 보기도 힘들고, 가끔 마주쳐도 냉랭하기만 하다. 지하실에는 절대 내려오지 말라 거듭 경고하고.

 

인간이란 하지 말라면 더욱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주인공 케이시와 마거릿 역시 그렇다. 어느 날 아빠가 잠시 지하실을 비운 사이 몰래 내려간 지하실 풍경은 딴 세상이다. 지하실이 온갖 식물들로 우거진 완전 밀림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오고 숨 쉬는 소리도 들려온다. 온통 식물밖에 없는 곳에서 말이다. 심지어 넝쿨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케이시 오빠를 휘감기까지 하는데. 과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남매는 어느 날 더 놀라운 모습을 목격한다. 언제나 야구모자를 쓰고 다니던 아빠의 모자가 벗겨졌는데, 그곳엔 머리카락 대신 온통 나뭇잎으로 뒤덮여 있다. 심지어 마거릿은 아빠가 새벽에 뭔가를 몰래 먹는 것을 목격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냄새 나는 거름이다.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으스스한 지하실에 다시는 내려가고 싶지 않지만, 남매는 진실을 알기 위해 다시 용기를 내어 지하실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얼마 전 집에 방문했던 연구소 소장(아빠의 전 상관)의 옷이 감춰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연구소 소장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빠의 소행 같은데. 과연 남매는 아빠의 음모 앞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여타 이야기와 조금 다른 느낌이라면 주인공들이 용기를 내어 싸워야할 대상이 아빠라는 점이다. 구스범스에서는 초자연적인 존재들로부터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어린 주인공들이 용기를 끌어내는 이야기들을 주를 이루고 있다면, 이번엔 싸워야 할 대상이 오히려 아빠다. 뭔가 나쁜 짓을 벌이는 아빠를 대적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만 한다. 이 점이 가장 색다른 느낌이다. 물론 여기엔 기대해도 좋을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구스범스 시리즈≫가 전해주는 오싹함의 이면에는 가능하지 않은 초자연적 현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비슷하다. 식물이 동물의 특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삶 속에서 실제 일어난다면? 식물이 한숨을 쉬고, 식물이 신음하며, 식물이 무기를 들고 공격해 온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에 우린 더 큰 공포에 빠지게 될 게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바로 이런 공포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번 이야기 역시 오싹한 호러 속에서도 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아이들의 용기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반짝이는 지혜도 돋보이고. 아이들은 조금만 무서운 일이 벌어져도 두려워 떨 수밖에 없는 약자다. 그런 약자들이 ≪구스범스 시리즈≫에서는 용기를 내어 싸우고, 지혜를 발휘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켜낸다. 이것이야말로 작가 스타인이 전해주는 오싹함 속에서 자리한 따스함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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