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여름 1854 - 런던을 집어삼킨 죽음의 그림자, 살아남을 시간은 단 나흘 튼튼한 나무 13
데보라 홉킨슨 지음,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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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씨드북 출판사에서 또 한 권의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데보라 홉킨슨의 『살아남은 여름 1854』란 제목의 장편동화(소년소설)다.

 

이 책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책은 <씨드 탐정>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그렇기에 추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추리동화. 왜 독특한가 하면, 어떤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1854년 런던 브로드 길에 찾아온 푸른 죽음의 공포, 콜레라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며, 더 이상 콜레라가 확산되지 않도록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범죄에 대한 추리가 아닌, 질병에 대한 추리다.

 

또한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픽션이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1854년 런던을 푸른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레라 사건. 콜레라의 전염경로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공기를 통한 전염이 아닌 물을 통해 전염됨을 규명하였던 역사 속 실존인물인 의사 존 스노 박사가 등장한다. 존 스노 박사 외에도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존인물이다. 콜레라가 만연했던 사건과 그 원인 규명하는 스토리 역시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동화는 역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수많은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질병 콜레라라는 재난에 대처하며 위기 상황을 타계해 나가는 내용이기에 또한 재난 동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역사, 추리, 재난이란 장르가 하나로 버무려져 있다.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럼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자. 주인공 소년 뱀장어는 고아다. 넝마주이였지만, 지금은 맥주회사에 취직하여 온갖 잡다한 심부름을 하고 있으며, 일이 끝난 후엔 존 스노 박사의 실험용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우리청소도 한다. 또한 양복점에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여전히 넝마주이 부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는 모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동생을 위해서다. 고아인 자신에게 동생은 책임져야할 부양가족이다. 자신은 배우지 못하고, 아무 곳에서나 숙식해도, 동생만은 그럴 수 없다. 동생은 하숙집에 의탁하고 학교에도 보내기에, 동생의 하숙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야만 한다. 참 멋진 소년가장 뱀장어다.

 

그런 뱀장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는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상존하는 위기는 도끼눈의 추적이다. 도끼눈은 새 아빠였는데, 엄마가 죽은 뒤로도 두 형제를 이용하려 한다. 뱀장어에게는 도둑질을 시키기도 하고, 동생은 앵벌이를 시키려 한다. 그런 도끼눈에게서 도망친 뱀장어에게는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다. 바로 이런 도끼눈이 뱀장어를 찾아낸다. 또 하나의 위기는 공장에서 도둑으로 몰려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위기에 더하여져 콜레라가 이 지역을 뒤덮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줄 양복점 주인아저씨가 푸른 죽음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고, 이젠 사랑하는 친구와 친지들마저 콜레라의 위협아래 신음한다. 이러한 때, 뱀장어는 존 스노 박사의 조수가 되어 콜레라의 원인 규명을 위한 탐문 조사를 행한다. 존 스노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이 물 때문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이를 증명해내는 자료인데, 이번 콜레라 사건에서 이를 증명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만 한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나흘 안에 콜레라의 원인이 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다.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할 분량인 이 책은 질병의 원인을 추리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의 사건, 질병이라는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잘 보여준다. 뿐더러, 가상인물인 뱀장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아의 힘겨운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자립심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뱀장어와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배신의 모습들을 통해서는 우리의 우정을 점검하게 해준다.

 

전염병이라는 소재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스토리는 지루할 새 없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재미난 역사추리동화, 재난추리동화다. 올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달래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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