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 강소천 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 재미마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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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5년)은 강소천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100주년을 기념하며, 강소천 선생님에 관한 도서들을 발간하는 노력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10권으로 구성된 강소천 전집 발간이다. 도서출판 재미마주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 강소천 전집은 1권은 동시집, 그리고 2-10권까지는 9권의 동화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발간된 그 초판본으로 복각 출판되고 있다.

 

그 6번째 책으로 『종소리』가 복각 출판되었다(다섯번째 동화집). 이 책, 『종소리』는 1956년 6월 25일에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된 동화집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3년가량이 지난 시점이며, 또한 대표적 기독교 출판사인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동화집이 출간되었음이 이 책에 담겨진 동화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 동화집에는 19편의 짧은 동화들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는 기독교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동화들이 제법 되며, 성경구절로 동화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동화집은 기독교적인 느낌이 확연하게 담겨 있는 동화집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성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가 상당수 되고 있음도 기독교인이었던 작가의 신앙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물론, 이런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동화집에서도 두드러진다.).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시대였기 때문일까? 교훈적이고 윤리적인 내용의 동화가 많다. 힘겨운 시기야말로 이런 윤리적인 중심이 잡힐 때, 그 사회는 바르게 재건될 수 있기에.

 

이런 내용들 가운데는 버스에서 좌석을 양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가 세 편이나 실려 있어 이 또한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줌이 착한 일로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동화 아닌 동화」의 경우, 자리를 양보해주는 모습에 본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버스에 타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버스에 타기 위해 버스비를 마련하기 위해 구두닦이를 하는 세 친구들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사실 이처럼 버스에서의 좌석 양보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동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시대에 젊은이들이 좌석 양보를 하지 않는 모습에 작가가 마땅찮게 여겼다는 의미일 게다. 어쩌면 강소천 선생님이 오늘의 지하철, 버스 내에서의 모습을 보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괜스레 해보게 된다(임산부석, 노약자석을 만들어 놔도 상관치 않고 앉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잃어버린 시계」는 남의 집에 더부살이로 살아가는 시골아이 순정이 잃어버린 시계의 도둑으로 몰리게 되고 죄를 실토하며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시계가 없어지자, 당연하다는 듯 도둑으로 몰리는 순정의 안타까운 심정을 통해, 우리의 선입견과 오해가 어떤 잘못을 범하게 되는지를 동화는 보여준다. 하지만, 순정은 결국 자신이 시계를 훔쳤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땅에 묻었다던 시계가 발견되지 않음으로 이야기 속에서 순정이 훔쳤다고 고백하지만, 과연 진짜 범인일까 하는 의문을 남겨놓음으로 시계를 훔친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잃어버린 시계를 통해, 깨어지는 공동체의 모습과 이를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줄뿐더러, 이를 통해 오늘 우리가 죄와 용서 앞에 어떤 자세를 보이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임금님의 눈」이란 단편도 인상 깊었다. 세상 무엇보다 보석을 좋아하는 어느 임금님은 언젠가부터 눈이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도 임금님의 병의 원인을 알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그러던 임금님은 어느 시골 할머니를 통해 눈을 뜨게 되는데, 그 비결은 눈물에 있다. 임금님이 시력을 잃은 원인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불쌍한 이들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에게는 자신의 보석만을 아낄 줄 알았지 정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눈물이 없었다.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처럼 힘겨운 이들을 향한 진정한 눈물이 없을 때, 눈이 멀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총선을 앞둔 이 시기에 진정한 정치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 텐데 말이다.^^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짧은 동화 「종소리」는 강소천 선생님의 교회관을 엿보고 생각해보게 한다.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특히 성탄의 종소리는 아무리 사나운 짐승들이라 할지라도 순하게 만든다. 진정한 성탄의 종소리는 이러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이러해야 한다(요즘은 종을 치지 않지만.). 교회에서 퍼져나가는 소리는 이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오늘의 교회를 반성하고 돌아보게 하는 짧은 이야기다.

 

요즘의 동화들과 비교해 봤을 때, 아무래도 훨씬 잔잔하다. 그럼에도 그 안에 따스함이 담겨 있고 때론 고통과 눈물, 그리고 그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동화집을 세우고 있는 큰 틀은 윤리와 신앙이라 하겠다. 이렇게 좋은 동화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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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학원 북멘토 가치동화 20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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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와 미지는 명품학원이란 곳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비싼 학원이라 두 아이 가정의 형편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두 아이의 아버지들이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가게 된 유럽 여행에 이 학원 원장님이 가이드 겸 통역으로 함께 한 인연으로 한 달 간 무료 수강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학원은 보통 수준이 아닙니다. 기초반에 들어갔는데도 예사로운 기초반이 아니네요. 학교에서는 ‘영어의 신’이라 불리는 여진도 쉽게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랍니다. 학원까지 걸리는 시간도 많을뿐더러 숙제를 하다보면 잠잘 시간도 없게 되는 명품학원. 쉬는 시간에도 배운 것을 복습을 해야만 하는 이 학원엔 의사반, 변호사반, 유학반 등 장래희망에 따라 반이 나뉘어져 있네요. 물론 기초반에서 성적을 인정받아야 이 반에 들어갈 수 있고요. 마치 공부하는 로봇처럼 공부만 하는 아이들 속에서 과연 여진과 미지는 견뎌낼 수 있을까요?

 

박현숙 작가의 신작 『수상한 학원』. 과연 무엇이 수상한 걸까요? 먼저, 주인공 여진이가 명품학원에서 수학과 영어 모두 100점을 맞고 의사반인 A반으로 올라가는 것이 수상해요. 여진이가 물론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하긴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선행학습이 기본적인 학원에서 시험은 엄청 어려웠답니다. 그런데도 모두 백점을 맞은 것, 정말 수상한 일이에요. 게다가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고 머리엔 까치집을 짓고 다니는 승자라는 남자아이도 수상하죠. 승자도 여진과 함께 백점을 맞았거든요. 그 수상함 이면에는 둘의 컨닝에 있어요. 승자에게는 쌍둥이 형 승리가 있는데, 승리는 A반에서도 언제나 일등만 하고, 여태껏 모든 시험에서 한 문제도 틀려본 적이 없는 아이거든요. 이 승리의 도움을 받았죠. 족집게 예상문제를 달달 외워 백점을 맞고, 여진은 승자의 것을 살짝~. 게다가 예상문제로 할 수 없는 시험은 승리가 승자의 대리시험까지. 여진은 또 승리의 것을 살짝~ 했거든요. 그러니, 이들 둘이 백점을 맞는 것이 수상하죠.

 

하지만, 진짜 수상한 것은 다른 데 있어요. 어떻게 아이들이 다른 데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죠? 게다가 초등학생들에게 중고 과정을 미리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 오로지 공부만을 할 것을 강요하는 학원의 모습, 그리고 이런 모습에 좋아하는 부모님의 태도도 수상하지 않은가요? 쉬지 않고 매우 빠르게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수상하죠. 이렇게 빨리 달려 무엇이 되려는 걸까요?

 

게다가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는 거죠. 이렇게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의 꿈이라고 포장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수상한 생각이 아닐까요?

 

동화 속의 여진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때인 인기열풍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요리 자체를 사랑하는 거죠. 승자는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하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어요. 엄마들의 꿈이 아이들의 꿈으로 포장되어 달려가야만 하죠.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은 돌아볼 수도 없이 말이에요. 이런 모습이 수상한 것 아닐까요?

 

동화 속에서 여진과 엄마의 대화 속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어요.

 

핑계 댄다고 말하지 말고 들어 줘. 그 학원 아이들은 막 뛰어가는 아이들이야. 나는 절대 늦게 걸어가는 게 아닌데 그 아이들은 막 뛰어간다고. 엄마, 나는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구경도 하며 걸어가고 싶어. 그래서 그런 거야.(196쪽)

그래, 걸어서 가자. 이곳저곳 돌아도 보고 구경도 하고. 하지만 약속은 해. 걸어가도 네가 가려고 마음먹은 길은 잃지 않고 가겠다고.(199쪽)

엄마, 나는 천천히 걸어서 가니까 절대 안 지칠 거야. 나는 길을 잃는 바보도 아니야.(200쪽)

 

어떤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목적지를 향해 뻥 뚫린 고속도로로 그저 앞만 보고 빨리 달려가는 것이 좋은지. 아님, 구불구불 국도를 천천히 달려가며 이런저런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님, 천천히 걸어가며 들에 핀 야생화도 만져보고 향내도 맡아보며 걷는 것이 좋은지. 그건 각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겠죠. 하지만, 어딘가에 도달하고, 무엇이 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구불구불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고, 꽃향기도 맡아가며 걷는 것, 그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그 여정은 더욱 풍성해질 테니 말이죠.

 

우리 아이들이 빨리 뛰건 천천히 걷건 간에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부모의 바람대로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아이들이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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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선거 읽기의 즐거움 23
임지형 지음, 이예숙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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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어 한여름네 반 선생님은 반장 투표를 한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후보를 등록하고 일주일간의 선거운동을 통해 반장을 선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친구의 추천으로 졸지에 한여름도 반장 후보가 되었답니다. 이왕 후보로 올라간 것 열심히 해보려는데, 밥맛없는 왕미나가 후보 사퇴를 종용하네요. 그리고 자신을 밀어달래요. 그러면, 한여름네 피자 가게에서 한 턱 쏜다고요. 요즘 아빠 피자가게 장사가 신통치 않음을 알고 있는 여름이는 미나의 회유에 슬쩍 넘어갑니다. 그리곤 미나를 도와 선거참모로 활동하죠. 과연 미나는 반장에 선출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름이는 안녕할 수 있을까요?

 

이 동화 『피자 선거』는 아이들의 반장 선거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역시 어른들의 닮은꼴인가 봐요. 어른들의 선거 모습을 많이도 닮았네요. 대가를 내세우며 후보 사퇴를 종용하고, 유권자들에게 뇌물(사탕)을 돌려요. 공약도 남발해요. 뒷일은 생각지도 않고 말이죠. 게다가 같은 참모진을 향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요. 그저 반장이 되면 그만인 거죠. 뿐 아니라, 상대 후보를 향한 인신공격도 하죠. 그것도 댓글로서 말이죠. 댓글부대를 동원해서 말이죠. 어째 아이들만의 모습 같지 않네요.

 

무엇보다 반장이 되려는 아이들, 그 사람 됨됨이는 뒷전이에요. 정말 안타까운 모습뿐이네요. 하지만, 동화는 계속 돼요. 잘못을 돌려놓기 위한 노력들이 말이에요. 양심고백을 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투표 결과가 무효가 되기도 해요. 게다가 반장 후보였던 5명이 이젠 각자 요일을 정해, 요일반장으로 운영되기도 해요.

 

각자 스타일도 다르고, 재능도 다른 다섯 명의 반장이 각자에게 주어진 요일에 충실하며 반은 더욱 맛난 반이 되고요. 마치 맛난 피자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 동화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요. 다섯 명의 반장들은 맛난 피자 위에 토핑과 같대요. 각자 맛이 다르지만, 이들이 어우러질 때, 맛난 피자가 되는 토핑이요. 하지만, 토핑만 있으면 피자가 아니에요. 토핑을 받쳐주는 도우가 있어야죠. 그리고 이 도우가 피자의 생명이라고 말해요. 도우는 바로 반 아이들이죠.

 

“뭐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 도우는 우리 4학년 2반이고, 우리는 이 위에 있는 토핑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토핑이 맛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피자가 될 수는 없잖아. 도우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각자 제 맛을 낼 수 있었던 건 이 도우가 잘 받쳐 줘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가 반장이기는 하지만 반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아무리 우리가 훌륭한 반장이 되고 싶어 해도, 아이들이 따라 주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었을 거야.”

“그럼 누가 대표인 거야?”

“반의 대표는 당연히 토핑인 우리들이지.”

“아니지, 아니지. 피자의 생명은 도우니까 우리 반 아이들이라고.”(116-8쪽)

 

이게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 아닐까요? 어른들의 세상도 마찬가지고요. 진짜 대표는 국민들임을 정치인들이 가슴으로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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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온 통조림 동화는 내 친구 83
사토 사토루 지음, 김정화 옮김, 오카모토 준 그림 / 논장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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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마트에 진열된 통조림 속에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이 통조림을 발견하고 통조림을 집으로 사오게 된다면? 이렇게 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 속 외계인에게서 정말 신비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한 편씩 듣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지구보다 과학 기술이 3천년이나 더 앞서 있는 우주 생명체와의 만남이라면?

 

일본 동화작가 사토 사토루의 『우주에서 온 통조림』에서는 바로 이런 일들이 실제 벌어진다. 주인공 ‘나’는 이런 신비한 통조림을 마트에서 만나 집으로 사오게 되고,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채, 통조림 안에 있는 우주인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동화는 바로 이렇게 듣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랜 세월 타임머신 발명에 매달리다 결국 성공하여 과거 여행을 떠나지만 작은 실수로 아이가 되어 버린 후지타 박사의 이야기. 머나먼 별에서 온 생물이 인형 속으로 들어가 살아 움직이게 된 개 인형 이야기. 작아지는 기계를 발명하여 도둑질을 하다 곤경에 처하게 된 도둑 이야기. 외계에서 온 수다쟁이 곰팡이들 이야기. 끝없이 이어지는 뾰족 모자 높은 탑 이야기. 통조림 속으로 구경을 가게 된 주인공 ‘나’의 이야기. 등이 책에서 펼쳐진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기발한 내용들, 그 무한한 상상력에 먼저 놀라게 된다. 아울러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것은 이렇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창작한 그 시대는 1967년이었다는 점이다. 그 시대에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 사물을 작게 만드는 기계 이야기, 정보를 습득하고 증식하게 되는 높은 지능을 가진 곰팡이 등에 대한 접근은 단순한 상상력만이 아닌 과학을 이끌어가는 상상력의 힘을 엿보게 된다.

 

아울러 철학적인 내용들도 담고 있다. 주인공 ‘나’는 통조림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어떻게 이 일이 가능한지는 묻지 말자.). 통조림 속에서 만나는 풍경에 대해 외계인은 이렇게 말한다.

 

너한테는 이곳이 넓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보일 테지. 그리고 나는 나이 먹은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거고. 그렇지? ... 그럼 된 거야. 통조림 속은 네 마음이야. 너는 이런 풍경을 가장 마음 편안하게 느낀다는 뜻이고.(100-1쪽)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풍경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다. 내 마음이 만들어 내고 있는 통조림 속은 세상은 어떤지 말이다. 서로가 위해주고 아껴주는 풍경, 모두가 함께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나아가는 풍경, 거짓이 없이 진실만이 가득하고 그 진실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풍경, 나와 다름을 배척하기보다는 존중하고 인정하는 풍경, 나만 아는 모습들이 아닌 먼저 타인을 배려하는 풍경, 이런 풍경들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통조림 속 풍경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난 상상력과 함께 뭔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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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기차의 정거장 책 읽는 교실 1
이순원 지음, 이주윤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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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네 부모님은 모두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요. 아빠는 그래도 글을 배워 읽고 쓸 수 있지만, 엄마는 글을 배우지 못해 글로도 대화할 수 없어요. 어린 시절 수화도 배우지 못해 수화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요. 이런 부모님을 둔 준호는 듣지 못하는 불편함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아요. 무엇보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의 불편한 시선도 너무 잘 알고요.

 

그런 준호에게 어느 날 앞을 볼 수 없는 또래 아이들과의 1박 2일간의 여행에 함께 할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봉평으로 문학여행을 떠나고, 또한 정동진까지 가서 바닷가를 보고 오는 일정이랍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에 함께 하게 된 준호는 놀라운 말을 듣게 됩니다. 이번 여행은 문학 여행임과 함께 사진 여행이라는 거를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준호는 의아해 합니다.

 

아울러 이 여행에서 짝이 된 동갑친구 영수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준호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향한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여행이 된답니다.

 

이순원 작가의 예쁜 동화 『푸른 기차의 정거장』은 이처럼 듣지 못하는 부모님을 둔 준호가 시각 장애우들과 함께 1박 2일간의 여행을 떠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의 불편함을 생각해보게 할뿐더러, 이것을 넘어 장애를 가진 분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네요. 아울러 우리가 하게 되는 장애 체험 등을 통해 알게 되는 장애로 인해 겪는 불편함 그것이 결코 장애인들이 겪는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장애 자체의 불편함 뿐만 아니라, 이 한 가지에서 출발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든 활동에 담겨진 불편함도 이야기합니다. 특히, 주변의 편견 가득한 시선이야말로 이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임도 말하고요.

 

그런데, 왜 동화의 제목이 『푸른 기차의 정거장』일까를 생각해 봤어요. 사실 정동진 역은 동화 말미에 잠깐 등장할 뿐이거든요. <함께 꿈꾸는 이야기(작가의 말)>을 다시 읽어보니 왜 이 제목인지를 알겠어요.

 

우리는 어떤 일이든 함께 바라보고, 함께 듣고, 함께 걸어서 함께 앞으로 나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 책은 그런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음으로 더 밝고 더 환한 세상 속으로 우리가 탄 푸른 기차가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어쩌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땅은 푸른 기차가 출발하는 정거장일 수 있겠어요. 이 정거장에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돕게 된다면 우린 함께 푸른 기차를 타고 작가의 말처럼 더 밝고 더 환한 세상 속으로 달려 갈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정거장에서 나만 생각하고, 나만 달려가길 원한다면 우리가 타고 가는 기차는 결코 푸른 기차가 되지 못할뿐더러, 아름다운 세상으로 달려가진 못하겠죠. 함께 가는 푸른 기차를 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기쁨이 서로 닿아 있는 것도 사랑이지만 아픔이 서로 마주 닿아 있는 것은 그보다 더 특별하고 깊은 사랑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준호는 그렇게 생각했다.(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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