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길이를 재는 데 소홀했다. 몇 번 수정을 요구받고서야 근사해진다. 명암도 앞원기둥이 뒤보다 밝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기본을 의식하면서 끝까지 가야 더 조화가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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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

이젠 더 헤아리지 않아

마음들이
어디로 가는지

마음들이
어디쯤 머무는지

마음이
지나온 자취들을

이젠 더 이상 찾지않아

마음들에
말걸지 않아

마음들로
마음주지 못해

마음이
움트는 곳을 보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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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지 말고 고쳐주라고 ㆍㆍ

발. 삶은 나이에 상관없다. 새로 시작하는 나이가 없듯이 같이 삶을 만든다면 봐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뿌리까지 고칠 자세로 대들기도 해야한다. 삶의 주기가 그리 긴 것도 아니기에 ㆍㆍㆍ그런 생각이 인기척있는 저녁무렵이다. 용담꽃같은 밤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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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읽다. 삶의 넓이와 깊이에 대한 천착. 다시 몇번을 봐야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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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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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에서

발. 장난처럼 장난스레 절망이 끝났으면 싶다. 올 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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