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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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에서

발. 장난처럼 장난스레 절망이 끝났으면 싶다. 올 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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