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신화(홍신문화사)

1.

[ ] 부조리한 논증: 아아, 나의 영혼이여! 불사의 생명을 바라선 안 된다. 가능한 것의 영역에 남김없이 도전하라. 6

[ ] 부조리를 만나기 이전의 일상적 인간은 온갖 목적을 품어가면서, 또는 미래를 걱정하든가 자기 정당화에 마음을 쓰든가 하면서 살고 있다. 그는 자기의 기회를 가늠해 보고, 연금이라든가 아들들의 돈벌이 등을 믿고서 만년에는 안락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살고 있는 동안에는 무엇인가 행운이 찾아오는 일도 있으리라고 아직도 생각한다. 실상 그는 마치 자기가 자유롭기나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자기가 현실로는 자유롭지 않다고 하는 것을 이해한다. 내가 희망을 품는 한,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든가 어떤 자세라는가 창조의 방식이라든가에 신경쓰고 있는 한, 즉 자기의 인생을 질서있게 하고 그 일에 의해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일을 자기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한 나는 스스로 울타리를 마련하고 그 안에 자기의 인생을 감금시키고 있는 것이다. 75-76

[ ] 내일이라는 것은 없다. 이후, 이곳에 깊은 자유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은 신이라고 믿는 것으로 빠져드는 일로 내면의 자유를 획득하는데, 이는 노예상태에 자발적으로 동의함으로써 그들의 깊은 독립을 찾아내는 것이다...마찬가지로 부조리한 인간은 죽음쪽을 직시하면서도 그의 내부에서 투명한 결정이 되어 있는 이 정열적인 주의의 집중 이외의 모든 것으로부터는 해방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존철학의 출발점에 있는 모든 주제는 바로 타당한 것이라고 하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을 것이다. 77

2.

[ ] 부조리한 인간: 스타브로긴이라는 사나이는 무엇인가를 믿고 있는 경우라도 자기가 무언가를 믿고 있다고는 결코 믿지 않는다.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는 경우라도 자기가 무엇을 믿고 있지 않다고는 결코 믿지 않는, 그런 사나이다. 110

[ ] 자신을 남김없이 소비하는 일만을 지향하는 사람들, 혹은 자기를 모두 소비해 버렸다고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만을 예로서 선정한다. 우선은 내가 바라는 것은, 인생에 미래라고 하는 것이 없듯이, 사상에 미래가 없는 듯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인간을 일하게 하든가 바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모두 위선적 희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 사상이란 불모의 사상뿐이다. 115

[ ] 예술에 있어서 영혼의 이단적 증식, 감정의 방탕, 단 하나의 운명만을 사는 것을 거부하고 온갖 방자스러움에 몸을 던져 사는 정신의 파렴치한 의도를 가톨릭 교회는 배격했다. 배우 속에 있는 저 현재시에의 지향과, 프로테우스의 승리를 금하고 암살했다. 132 당시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다는 것은 바로 지옥을 택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는 그들의 속에서 교회의 최악의 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133

[ ] 개인을 짓밟아 부서뜨리는 것은 세계이다. 따라서 개인을 해방하는 것은 나라고 하는 주체이다. 나라고 하는 주체가 개인에게 그 모든 권리를 주는 것이다. 138

[ ] 혁명이란, 현대에 있어서의 최초의 정복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저 프로메테우스에 의해 이룩된 혁명을 시작으로 하여, 항상 신들에게 반항하여 이룩된다. 혁명이란 인간이 운명으로부터 자기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혁명의 정신을 그 역사적 행동 속에 있어서밖에 포착할 수가 없으며, 또한 거기서 혁명의 정신과 결부되는 것이다...인간을 짓눌러 부서뜨리는 것의 눈앞에서 나는 인간을 찬양한다. 나의 정열은 이 긴장관계, 이 뛰어난 안목, 이 끝도 없는 반항 속에서 하나로 결부되는 것이다. 139

3.

[ ] 부조리한 창조: 세계의 부조리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는 이를테면 형이상학적 명예가 있다. 정복 혹은 연기, 헤아릴 수 없는 사랑, 부조리한 반항,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싸우기 전부터 이미 패배할 것임을 알고 있는 전장에서 굳이 싸우려고 하는 인간의 존엄에 바치는 찬가인 것이다....전쟁에서 죽든가, 전쟁을 호흡하며 살든가, 그 어느 한쪽이 있을 뿐이다. 부조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부조리와 함께 있으며 호흡하는 일, 부조리의 교훈을 승인하고 그 교훈을 육체의 형태로 찾아 내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을 경우, 최고도로 부조리한 기쁨은 예술 창조이다. 156

[ ] 기술한다. 이것이 부조리한 사고의 최후의 야망이다. 과학도 또한 그 역설의 끝에 도달하면 설명이나 해답의 제시는 그만두고 멈추어서서 모든 현상의 늘 신선한 풍경을 주시하며 기술한다. 이리하여 세계의 갖가지 모습을 앞에 했을 때, 우리들을 황홀케하는 저 감동은 세계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심정은 배우는 것이다. 158

[ ] 예술작품은 정신의 병에 단 하나의 출구도 제공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것은 정신의 병의 징후 - 한 인간의 사고 전체 속에서 그 정신의 병을 반향시켜가는 듯한 한 징후인 것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에 의해 정신은 비로소 자기의 밖으로 나가 타자와 마주본다. 그러나 그 타자 속에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밟고 드나드는 출구 없는 길을 손가락으로 정확히 그 타자에 제시하는 것이다. 159

[ ] 작품은 옛부터의 명제, ˝약간의 철학은 사람을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지만, 많은 철학은 사람을 종교에로 다시 끌어들인다˝라고 하는 명제의 다른 문장이라고도 할 ˝약간의 사고는 사람을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지만, 많은 사고는 사람을 삶에 다시 끌어들인다˝라고 하는 사고방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166

[ ] 킬리로프 : 결국 사물의 세계에서, 내가 원고의 역할과 피고 변호인의 역할, 피고의 역할과 재판관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는 이상은, 또한 자연 쪽에서 연기하고 있는 이 극을 ....원고이면서 동시에 피고 변호인, 재판관이면서 동시에 피고라고 하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자격에 있어 나는 고통스러운 생애를 보내도록 하기 위해 감히 이 나를 창조한다고 한다고 하는 파렴치하기 그지없고 뻔뻔스런 행위를 한 자연에게 유죄의 판결을 내린다 - 자연은 이 나와 함께 멸망해야 한다는 형을 나에게 선고하는 것이다. 171

[ ] 부정적인 사고 이상으로 예술에 공헌하는 것은 없다. 그 숨은 겸허한 태도가, 마치 흑이 백에게 필요하듯이 위대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어떤 것을 위해서도 아니˝ 일을 하고 창조를 한다는 것, 찰흙에 새긴다는 것, 자기의 창조에는 미래가 없음을 안다는 것, 자기의 작품이 하루 동안에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고 그것은 결국 수세기 동안 영속할 것을 예정하여 건축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깊이 의식하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은 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사고가 인정하는 쓰라린 영지이다. 한편에서 부정하고 다른 한편에선 찬양한다고 하는 두 가지의 작업을 동시에 행한다는 것, 이것이 부조리한 창조자에게 열려 있는 길이다. 그는 허공을 채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183

[ ] 나는 다른 곳에서 인간 의지가 목적으로 하는 바가 오로지 의식적인 태도를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이것은 훈련 없이는 결코 행해질 수 없는 것이다. 인내와 명찰을 배우기 위해서는 창조가 가장 유효하다. 창조는 또 인간의 유일한 존엄 - 즉, 자기의 자세에 대해 끈질긴 반항을 시도하고, 노력이 헛된 것임을 알고 참을성 있게 노력을 계속한다고 하는 자세 - 의 놀랄 만한 증언읻. 그것은 나날의 노력, 자기 제어, 진리의 한계에 대한 정확한 측정, 절도, 그리고 힘을 요구한다. 그것은 그대로 고행인 것이다. 184

[ ] 카프카: 그의 위대함과 그의 보편성은, 그가 희망으로부터 비탄으로, 절망적 영지로부터 의지적인 맹목으로의 나날의 이행을 참으로 풍부하게 구상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인간성으로부터 도망쳐 가는 인간, 자기의 모순 속에서 신앙의 이유를 끌어내고, 자기의 풍요한 절망 속에서 희망의 이유를 끌어내는 인간, 인간의 몸서리쳐지는 죽음의 수행을 삶이라고 부르는 인간, 이러한 인간의 감동적인 모습이 그의 작품 속에 뚜렷이 묘사되어 있다고 하는 그 범위에 있어 그의 작품은 보편적인 것이다.(참으로 부조리한 작품은 보편적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종교적 발상에 의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것이다. 220 만일 예술의 본분이 보편적인 것을 개별적인 것으로, 한 방울 물의 덧없는 영원성을 그 물방울에 닿는 빛의 유희에 결부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두 개의 세계 사이에 부조리한 잘가가 상위를 도입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써 그 작가의 위대성을 평가하는 일은 더욱 옳은 일이다. 부조리한 작가의 비밀은, 이것들 두 개의 세계가 지극히 불균형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접합하는 그 정확한 지점으 찾아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는 점이다. 222

볕뉘

0. 맑스는 철학자들이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만 하였다며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블로흐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 못지 않게 더 중요한 것은 철학자 자신들이 변화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1. 마르크스-실존을 함께 사유해내지 못하면 지금의 철학이라고도 철학자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블로흐를 입문하려구 이리저리 궁리중이고 구입한 책들을 두서없이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르트르와 달리 카뮈는 독특하면서도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시지프스가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래 그럴 것이다. 바위가 다시 굴러내려가는 그 짧은 찰라의 휴식일 것이다. 삶의 답답함이 아니라 그 순간은 깨달음의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은 어처구니 없다. 정의와 이성, 미래가 담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금이자 여기이다. 정의와 이성이라는 논리와 조리는 지극히 작은 부분이자 거의 안개같은 것이기도 하다. 색깔없는 시간을 소비하면서 미래에 담보잡힌 자들은 희망이라는 수액을 맞으며 연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조리의 바깥에 있는 것.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기만 한 것이 세상의 다른 구성요소일 것이다. 하이데거가 죽음이란 미래를 먼저 가정하고 세계안존재라는 개념을 발명했지만 거기에는 삶만 있지, 삶의 구체는 없는 것이다. 뼈만으로 된 앙상한 철학만이 있는 것이다.

3. 루소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지구상의 다른 공간에 있을 수 없고, 과거와 현재만 있는 중세의 삶에 시간의 미래란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 미래가 국가라는 이름으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정이란 이름으로 중산층이상의 가진자들의 논리로 다른 이들의 삶과 논리를 모두 억누르고 있다. 그것이 이 세계의 삶이다.

4. 그래 이 부조리를, 비조리를 직면하는 일. 기껏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세상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미래를 담보로 위무하고 거기에 수액을 받는 이들의 배부른 삶뿐이라고....그렇지만 그들 역시 시간을 살지 못하고, 소비할 뿐이라고.... 부조리라는 깨달음. 비조리라는 천기누설. 그제서야 삶은 걸음마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돈주앙과 배우(끊임없이 달라지는), 정복자를 예로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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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산문시

[ ] 개- 방 안에는 우리 둘 - 개와 나. 밖에는 사나운 폭풍이 무섭게 울부짖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 지금 이 순간, 개도 나도 똑 같은 감정에 젖어 있다는 것을, 우리 둘 사이에는 어떠한 간격도 없다는 것을....우리 둘은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똑같이 전율에 떠는 불꽃이... 그렇다! 지금 시선을 교한하고 있는 것은 동물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서로 응시하고 있는 것은 동일한 두 쌍의 눈. 동물과 인간, 이 두 쌍의 어느 눈에도 동일한 생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겁먹은 듯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 1 ] 거지 -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그는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 2 ] 참새 - 어미새는 새끼를 구하기 위해 돌진한 거다. ...그러나 그 조그만 몸뚱이는 온통 공표에 떨고 있었고...드디어 어미새는 실신하고 말았다.....나는 생각했다 -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더 강하다고, 바로 그 사랑에 의해서만 삶은 유지되고 영위되어 나가는 것이다.

[ ] 검은 인부와 흰 손의 사나이 - 2년전 그 녀석이 드디어 오늘 교수형을 받는다는 거야. 포고문이 내렸어. 역시 폭동을 일으킨 게로군?..흐음....그런 그렇고, 이봐 그 녀석의 목을 맬 밧줄 조각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없을까...그게 있으면 굉장한 행운이 굴러 들어온다는 거야!

[ ] 부호 로스차일드가 그 거대한 수입 중 수만금을 할애하여 육영, 의료, 양로 등의 사업에 희사한 것을 남들이 칭찬할 때 - 나도 칭찬하고 감동한다...그러나 칭찬하고 감동하면서도 나는 가난에 쪼들리는 어느 한 시골 농부의 가정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골 부부는 사고무친의 고아가된 조카딸을 황폐한 자기 오막살이에 떠맡기로 했다....소금 없는 수프르 먹으면 돼잖아....로스차일드도 이 시골 농부를 따르려면 까마득한 것이다!

[ ] 신문기자 - 밖에 누가 매를 맞고 있군. 죄인인가 살인잔가?...그럼 도둑인가? 그럼 회계산가? 철도 종업원? 군납업자? 러시아 문예 보호자 변호사? 온건주의 편집자? 사회 봉사가?...어쨌든 가서 도와주도록 하세!.....아 신문기자가 맞고 있군 그래....신문기자? 그럼 우선 차나 마시고 보지 72

[ 3 ] 스핑크스 - 농부여, 나의 형제여, 어김없는 러시아의 형제여! 너는 언제부터 스핑크스가 되었던가....너의 오이디푸스는 어디 있느냐? 아아! 전 러시아의 스핑크스여! 농군 모자를 쓴다고 러시아의 오이디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슬라브주의자들)

[ 4 ] 자연 - 나는 어떻게 하면 벼룩의 다리 근육을 더 튼튼히 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적으로부터 좀더 수월하게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 세상의 창조물은 모두가 내 자식들이야.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똑같이 그들의 시중을 들어주고....또 똑같이 그들을 멸망시킬 뿐이지...나는 선도 악도 몰라. 이성이라는 것도 나하고는 인연이 멀고..게다가 그 정의라는 건 또 뭔가? 나는 너희들에게 생명을 주었어...나는 그걸 거둬들여 다른 생명체에게 주는 거야, 지렁이에게 주든 인간에게 주던.....94

[ ]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 살인자와 그 희생자를,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압제자와 학대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이 기련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가련함 때문에 살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가련함에 더하여 겹쳐드는 이 우수....내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기는 있다 - 나는 돌을 부러워한다, 돌을! 102

[ 5 ] 쌍둥이 - 차라리 이 거울 앞에서 욕설을 퍼붓게나.....어차피 자네에겐 마찬가질 테니까......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쪽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니 말이네. 104

[ ] 둥지도 없이 - 드디어 새는 날개를 접었다....그러고는 외마디 소리를 길게 끌며 바다 위에 떨어졌다...파도는 새를 삼키고...여전히 무의미하게 철썩이며 앞으로 내닫는다. 나는 어디다 몸을 둘 것인가? 나도 바다에 떨어질 때가 온 것 아닐까 108

[ 6 ] 사랑에의 길 - 모든 감정은 사랑으로, 정열로 이끌어질 수 있다. 증오도, 연민도, 냉담도, 존경도, 우정도, 공포도 - 그리고 멸시까지도. 그렇다,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단 하나 감사만을 빼놓고. 감사는 - 부채. 사람은 누구나 부채를 갚는다....그러나 사랑은 - 돈이 아니다. 116

[ ] 소박 - 소박이여! 소박이여!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성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성스럽다는 것은 - 이미 인간 세상의 일이 아니다. 겸손 - 이것이라면 좋다. 겸손은 오만을 짓눌러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명심하라. 바로 그 승리의 감정 속에는 벌써 오만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118

볕뉘

0. 아카데미 미학모임 텍스트를 챙겨보고 있다. 말년에 쓴 산문시들이라고 한다. 보들레르의 영향으로 썼다고 하는데 80여편 가운데 30여편을 추수린 것이다.

1. 그는 이 산문시를 한꺼번에 읽지 않기를 권한다. 조금씩 천천히 읽어볼 것을 주문한다. 그러며 어느 한 편, 한 구절이 마음에 걸릴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을 읽은 지도 한참을 지났다. 러시아의 일상이 선명히도 잡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거기에 이 산문시를 읽으면서 그의 마음 깊이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술잔]이란 시에서 그가 얼마나 문장을 갈고 다듬는지...결국 황금세공사 같이 갈고 닦고 만들지만 결국 독을 마실 잔을 만들고 있다......어쩌면 산문보다 쉬이 읽힌다. 그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가져오기 위해 수 많은 삶들이나 인상을 관찰하고 다시 보고 쓰기를 반복한 듯싶다. 거기에 그이 세상을 보는 눈까지 말이다.....

2. 그는 소박이나 겸손, 감사를 모든 열정이나 감정보다 높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그것은 삶에서 실현하기 쉽지 않은 경지이다. 오히려 그 감정이 닿지 못하는 감사를 사랑과 같이, 어미참새의 새끼를 향한 갈급함처럼....그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의 시에는 사랑에의 길이 곳곳에 스며있다. 윤동주의 거지.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는 백석을... 자연이란 시는 벼룩의 근육을 걱정하는데 이는 루쉰을 생각나게 한다.

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늘 [쌍둥이]를 닮았다. 서로 똑같이 싸운다. 지금 스러져가는 벼룩의 근육을 키워주지도 않고, 정의와 이성을 외친다. 그저 사멸해가는 사고무친의 조카딸을 거두는 것은 스러져가는 시골부부일 뿐이다. 이렇게 쳇바퀴를 돌며 선거는 돌고 돈다. 정당이 해주는 역할이 그저그러할 뿐인데 때가 되면 잊는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드새다. 그러는 사이 벼룩들은 간도 쓸개도 다 빠져버렸다. 자기만이 오이디푸스라고 주장한다.

4. 겸손이 오만을 짓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승리의 감정 속에는 오만이 깃들여 있다는 그 말을. 제도와 국가와 정당이 뭘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하는 지도 모른다. 가련히 여긴다는 말. 정말 가련하다. 희망은 희망이란 말에 있지 않다. 행위에 있다는 말. 스스로 바꿀 수 없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 오로지 움직이는 것에 조금 깃들여있다는 말. 투르게네프의 사랑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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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 고, 괴롭습니다.

[ ]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진 자다. 당신이 눈앞에 보이면 언제라도 ‘변질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려 세포 하나하나가 준비하고 있는 자, 존재의 근육이 유연해진 사람이다. 사랑이 침입했을 때 즉시, 온몸에 당신이 전이되어 ‘타자로 감염된 존재‘가 되는 사람.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기 쉽다. 29

[ ] 그녀의 마음 상태는 충분히 전해졌지만, 고통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안개 가득한 도로처럼 윤곽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도로에 어떤 문제가 산적해 있는 걸까, 궁금하고 안타까웠다. 아마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무거운 고민거리도 밖으로 꺼내고 나면 하찮고 통속적인 사정으로 보일 염려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더 초라해 보이고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72

[ ]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갈라진 조각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고통에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76 정말 나를 힘들게 하던 게 결국엔 내 몸에 배어, 내게 영향을 끼치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 나를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들, 결국 그게 귀한 거야. 76

[ ]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죽는 게 아니야. 돌보지 않아서 사랑은 죽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돌보지 않으면 죽어. 특히 더 많이 사랑받는 자들은 모르지.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 그러나 끝난 사랑은 누군가 돌보지 않은 결과야. 가꾸지 않으면 집 안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은 죽는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사랑은 깨지기 쉬운 원료로 되어 있어. 93 인생은 어떤 면에서 공평하지. 신이 가혹하게 굴면 굴수록, 영리하고 지독한 인간은 재주를 부리거든, 놀라울 만큼 빛나는 재주. 94 때론 청승이 우리를 돌본다. 96

[ ] 우리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으니까. 힘을 내야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으면서, 고쳐 생각하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화날 땐 화를 내면서 131 내 인생의 목표 중에 하나는 진실로 랍비처럼 문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재깍 되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39 당신이 계속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완전히 구속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그런 삶이 위기 상황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이게 나다. 나는 가치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위기도 그다지 힘겹지 않을 겁니다. 189


볕뉘

0. 조용한 카페가 하나 생겨 책을 여러 권 챙겨갔다. 다른 책들은 조금 펼쳐질 뿐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이 책만이 오로지 읽힌다.

1. 윤여일의 여행의 사고 하나 편에 프리다칼로 집이 나온다. 그리고 트로츠키가 그 집에 피신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는 암살당한다.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는 풍성하다. 어디서 어떻게 가든지 이렇게 만나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구절을 챙겨본다. 그러고보니 자신에 대한 배려의 감수성을 말하는 북디자이너의 글http://www.dchr.or.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media_c&wr_id=165&page=0&sca=&sfl=&stx=&sst=&sod=&spt=0&page=0을 읽었다. 낡고 시든 것은 없다며 어느 것이든 때에 따라 묵묵히 할 일을 해낸다고 말이다.

2. 예전 같으면 밑줄이 긋지 않을 랍비의 질문과 답변처럼이라는 구절에 금빛 색연필을 데었다. 신의 말씀과 해석을 그대로 남겨놓는 그들의 유산이 너무도 소중해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레비나스에 빚진 것이 외려 방법. 블로흐의 책들이 맴돌아 읽다나니 그의 거침없는 신에 대한 사랑의 편린들이 반짝여 주섬주섬 그 빛을 따라가본다.

3. 박연준시인은 베니스 푸디카에서 실연의 실패란 말을...그리고 여기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 어쩌면 끊임없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매듭을 짓지 못해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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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의 여러 가지 조작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유동적이고 미해결이며 아직 순간순간마다 변할 때이고 그것들이 기분전환과 법칙, 정리나 예술작품 등으로 불리기 전의, 점차 완성으로 향하면서, 처음의 서로 닮은 상태에게 멀어져가기 이전의 상태에 있어서이다. 17

[ ] 내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감각은 정신을 인도하고 결국에는 정신 자체를 예상시키고 세부에 있어 상상될 수 있는 것을 총체로서 상상시키며 나아가서 이렇게 요약된 계기의 효과를 상상시키는 것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모든 일반성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25

[ ] 보편적 인간도 또 그저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항상 응시하는 광경에 자기를 침투하는 것으로 돌아간다. 자기의 특이한 본능이 초래하는 도취 그리고 현실의 아주 작은 사물에서 주어지는 감동에 그는 복귀해가는 것이지만, 이 본능과 현실의 사물이라고 하는 두 개를 주의해보면, 그것들은 그 성질 전부에 의해 확실히 닫혀진 것이며 게다가 어쨌든 많은 효과를 응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8 멋진 풍경조차 그들에게는 그다지 열린 것은 아니다. 겨우 몇 걸음의 이동, 광선의 정도, 시선에 무겁게 드리워지는 졸음 등이 미세한 변화를 주면 그들에게는 큰 영향을 준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감각을 무엇 하나 다시 만드는 것 없이는 무엇 하나 파괴하는 것도 없는 것이다. 29

[ ] 상징적 정신은 많은 형태의 더 할 수 없이 광범한 수집, 자연이 보여주는 여러 태도의 투명한 보고, 언제나 절박한 것이면서도 그 영역의 확대에 따라서 증대해가는 잠재적 능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존재, 수많은 상기 가능한 기억, 그리고 엄청난 수의 다른 사물을 세계 속에서 식별할 수 있었고 이들 사물을 무수하게 많은 다른 방법으로 배치하는 힘이 이 정신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얼굴, 해부학적 구조, 기계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43 그는 모든 건물을 새로 짓는다. 다른 재료들을 결합하는 모든 방식들이 그를 매혹시킨다. 공간의 여러 차원에 물체들을 배치하는 것을 그는 즐긴다....남쪽으로 예각의 삼각형을 만드는 철새들의 비상의 구조는 생물들의 합리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것들을 즐겼던 것이다. 46 그는 남자와 여자의 육체를 숭배했는데 그것이 만물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어떻게 장미가 자라 사람의 입에 닿을 정도가 되는지, 어떻게 거대한 플라타나스 나무가 인체의 높이의 20배를 넘는 정도가 되는지를 느낀다. 48

[ ] 그는 현대의 인간들을 절망에 빠뜨리게 할 만한 인물이다. 현대의 인간들이란 젊은 시절에 특수한 전문분야에 입문해서 그곳에 닫힌 상태로 있으면 뛰어난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인내, 단일한 방향, 전문화와 쉼 없는 노동이다. 여기서는 생각이 없는 것이 장점이 된다. 50

[ ] 어떤 감각을 연장시킴으로 해서 생기는 망연자실의 상태가 유사한 데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싶다. 어떤 영역에서의 위대한 개선이라는 것이 십중팔구는 그 영역에서의 위대한 개선이라는 것이 십중팔구는 그 영역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방법과 관념의 침입에 의해 획득된다는 것이다....진보의 원천은 우선 이미지의 형성, 이어서 언어의 형성에 있다...요컨대 한 사람의 인간이 소유하는 언어의 양이 그가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는 기회를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느냐에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51

[ ] 어떤 회화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음에는 거기서 어떠한 물체의 모습도 인지하지 않은 채로 그저 한정된 장에서 여러 색채의 반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토대로 일련의 추론을 해보는 것이다. 그 추론을 진전시키면 은유에서 은유로, 가정에서 가정으로 나아가면서 마지막에는 미리 가지고 있다고는 하기 어려운, 주제의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가 하면 따로는 단순한 쾌락의 의식에 도달하게 된다. 59 모든 예술작품은 일종의 귀납법, 즉 정신적 이미지를 산출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산출이 어느 정도 에너지에 찬 것이고 어느 정도 피곤하게 하는 것인가는 이미지의 산출을 촉진하는 것이 꽃병 위의 단순한 무늬인가 혹은 파스칼의 단장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58

[ ] 이러한 관념에 의해 겉보기에는 그렇게 다르게 보이는 예술가와 학자의 영역을 횡단할 수 있으며 보다 시적이고 보다 환상적인 구축물에서 만질 수 있고 계량화할 수 있는 구축물에 이르기까지 연속성을 잃지 않으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구성의 문제는 분석의 문제와 서로 관련되어 있다. 물질의 구조에 있어 관념의 형성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너무도 단순한 개념을 포기한 것은 우리 시대의 하나의 심리적인 승리이다. 67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구성이 문제를 언급했고 작품의 효과에 관한 한 상대적인 어려움은 일반적으로 이상할 정도로 난해하고 무수한 곤혹을 초래하는 관념과 언어의 도움을 받아 해결된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상당히 놀랄 것이다. 73

[ ] 그는 세계 자체의 제작자였다. 83

[ ] 나는 어떤 기능을 사용할 때 다른 기능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유명한 작가 중에 그 작품이 자신의 감정의 배설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작품을 쓰면서 자신들이 몰랐던 것을 만드는 것을 배우지 못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89

[ ] 하나의 멋진 생각을 주는 데 있어 정신은 백만 개의 어리석은 생각을 뻔뻔하게 속삭이는 것이다. 그 하나의 기회조차 우리의 목적에 맞도록 조정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광맥 안에서는 별다른 가치가 없던 광석이 햇빛으로 나와 표면을 가공하게 됨에 따라 비로소 중요성을 갖게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92 진정한 가치는 우리의 욕구와 만남, 그리고 결국은 우리가 작품을 숙고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바꾸어 말하면 한 사람의 인간과의 전체적인 협력에 유래하는 것이다. 93 우리의 사유에 평균치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쉼없이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우리 안의 선택하는 부분, 우리 안의 조직하는 부분이란 것이 된다. 93 위장과 기만은 지적 야심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는 것이 결과인지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어구을 바꾼 것을 발견으로 여기고 은유를 증명이라 생각하고 언어의 토사물을 중요한 인식의 급류로 보며 자기 자신을 권위자로 생각하는 것. 이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갖는 병이다. 94

[ ] 수많은 우상에서 적어도 그 중 하나는 숭배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어쨌든 선택해야만 하는 데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눈앞에 둔 것은 ‘완고한 엄밀함‘이다. 94

[ ] 이 탁월한 인간은 결코 독창적인 인간이 아니다. 그 개성은 그저 평범함에 지나지 않는다. 불규칙한 데가 거의 없다. 지적인 것에 대한 맹신도 없으며 무의미한 두려움도 없다. 그는 분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분석을 진행하면서 멀리 떨어진 결과에 도달한다...그는 모방하고 혁신한다. 오래된 것을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거절하지도 않으며 새로운 것을 새롭다는 이유로 거절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영원히 현재적인 어떤 것에 질문을 던진다. 95 호기심과 능력 사이의 평형상태. 이 평형상태는 균형의 대가에 의해 항상 회복된다. 책략이나 현혹에 대한 경멸. 그리고 가장 창의적인 인간임에도 자기과시에 전혀 무지하다는 것. 97 레오나르도는 탐구에서 탐구로 나아가면서 오로지 자신의 본성을 더욱 놀랍게 단련하는 조련사가 된다. 그는 자신의 사고력을 한없이 조련하고 시선을 단련하며 행동을 발전시킨다....일단 자신을 느슨하게 풀어놓았다가 다시 집중하고 의지와 능력의 대응을 탄탄하게 조이며 예술에서의 추론을 더욱 밀고 나가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98 이 세계의 형상은 우리가 그 무한의 무리의 모든 요소를 알지 못한 채로 소유하고 있는 형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발명가(창작자)의 비밀이다. 113 의식은 후퇴하고 모든 것의 밖에 자신을 두고 있으며 어떤 것이라도 자신이 구상할 수 있는 것 혹은 대응할 수 있는 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것은 모든 것을 흡수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돌려주지는 않는, 하나의 검은 물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의식은 이제 두 개의 본질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실체, 즉 ‘자기‘와 ‘X‘만을 필연적인 존재로서 간주하게 된다. 어느 것도 모든 것에서 추출되고 모든 것에 포함되며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동등하면서도 서로 불가분인 두 개의 존재. 114, 115

[ ] 인간의 특징은 의식이다. 그리고 의식의 특징은 무엇이 나타나더라도 의식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비워내는 것, 예외 없이 거기에서 이탈시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행위, 모든 사물의 질뿐 아니라 양에서도 독립된 행위이며 그 행위에 의해 정신의 인간은 최종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된다고 해도 그것을 무한히 거부하는 존재로 환원되게 된다. 118 정신의 활동은 결국 이처럼 극한적이면서 초보적이기도 한 고찰을 정신에게 강제하지 않을 수 없다. 증식하는 정신의 운동, 마음속에서의 이의제기, 다양한 혼란, 몇 번이나 회귀해서 분석하려는 자세...변화, 우주의 끊임없는 다면적인 작용에 저항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의식, 그것도 가장 추상적인 상태에 있는 이 의식뿐이다. 119

[ ] 그는 자신의 인격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서 그 인격을 포기했으며 주체의 위치에 인격 대신에 이 형용하기 어려운 자아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 자아는 이름도 없으며, 역사도 없고, 반지나 행성계의 중심처럼 감지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에 뒤지지 않게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다. 전체가 어떠한 것이든, 어쨌든 전체에서 생기는 자아인 것이다. 123 사람이 작품의 원인이다. 126 헤라클레스는 우리보다 많은 근육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근육이 훨씬 튼튼한 것이었다. 그가 들던 바위를 나는 움직일 수도 없지만 우리의 기계(신체)이 구조가 다른 것은 아니다 . 뼈와 뼈, 섬유와 섬유, 행위와 행위로 보자면 나는 헤라클레스와 대응할 수 있다. 이 서로의 유사성 덕에 나는 그의 작업을 상상할 수가 있다. 129

볕뉘.

1. 폴발레리는 영웅으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면모로서의 요소들을 신비화하지 않는다. 하나하나를 탈각하면서 그는 그저 평범한 인간임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작가와 작품이 떨어져 있는 경우를 들면서 그것이 얼마나 위선과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완고한 엄밀함‘을 말이다.

2. 자기 과시에는 무지한, 그러나 자신에게는 엄밀하고 철저한 인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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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춤 데생 -폴발레리

[ ] 우리 눈에 아주 익은 대상까지도 그걸 그리려 하면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로 그것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56

[ ] 사실상 어떤 것을 그리지 않고서 그것에 대한 나의 인지를 명확히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우선 내가 인지했고 잘 알았다고 믿은 것을 눈에 띄게 변형시키는 의지적인 주의력이 없다면 그것을 그릴 수가 없다. 57

[ ] 의지를 유지시키는 것이 그림에는 필수적이다...눈은 방황하려 한다. 손은 움츠러들어 슬그머니 도망가 버리려 한다. 그림의 자유를 확실히 하려면, 그래서 화가의 의지가 그 자유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국부적 자유에 이겨야 한다. 그것은 통치의 문제다. 57

[ ] 독립된 여러 기관, 그것들 자체의 경향과 이온, 그것들의 자유자재는 모든 의지적 일에 대립된다. 그래서 그림이 가능한 한 가장 가깝게 하나의 대상을 재현하려 할 때 그림은 가장 각성된 상태를 요구하는 결과가 생겨난다. 58

[ ] 예술은 나아가고, 물러나고, 몸을 기울이고, 눈을 깜빡거리며, 자기 눈의 부수물처럼 된 몸을 움직이며, 완전히 겨냥, 조준, 수정, 정리의 기관이 된다. 59

[ ] 형태의 최고의 정확성에 도달하려는 작가가 초고를 되풀이 쓰고 퇴고를 계속하는 것처럼, 그처럼 드가는 되풀이해서 나아가고 그의 예술 작품에 대해 사후에 발표해도 될 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는 한없이 그의 그림에 다시 달라붙어 그걸 한장한장 다시 모방하고, 다시 모방하여 더 심화시키고, 옥죄이고, 감싼다....드가는 형태를 색이나 재료와 구분한 추상화가에 속한다. 그가 화폭에 모험을 하고, 제작의 즐거움에 몸을 맡기는 것을 싫어했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는 말을 불신하는 뛰어난 기사였다. 60, 61

[ ] 점 상태와 사물 상태, 혹은 대상 상태 사이에 일련의 신비스러운 조작이 개입하여, 최선을 다해 통일성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여건을 정리함으로써 모순을 해결하고, 유아 시절부터 형성된 판단을 받아들이며, 우리에게 계속성, 연결, 변화 양태 등을 강요하는데, 그것들을 우리는 공간이나, 시간, 질료, 운동이라는 명칭으로 묶어 놓는다. 그래서 움직이고 있는 그 동물을 실제 본 것처럼 상상해낸다. 63

[ ] ˝대단해요. 하지만 이 잎을 그리느라고 얼마나 한심해 했을까요. ....정말 지겨운 일었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조용히 있게.˝ 드가가 나에게 말했다. ˝지겹지 않다면, 즐겁지 않을테니까.˝ 77

[ ] 그들은 시간과 의지를 늘려가는 노름꾼들이다. 78

[ ] 나는 그림보다 더 지성적인 예술을 알지 못한다. 복잡한 외관에서 새로운 묘선을 추출해내고, 구조를 요약하고, 손에 양보하지 않고, 형태를 쓰기 전에 그것을 읽고 또 자체로 말하게 한다. 혹은 발명이 순간을 지배하며, 생각이 눈 밑에서 종이 위에 드러나는 것에 복종하고 그것으로 정확해지고 부유해지건, 정신의 온갖 재능이 이 작업에 사용된다. 그 작업에서는 그 사람의 모든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90

[ ] 생각 안 해도 그것의 실체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림에 대해서 그게 형태를 보는 태도라고 말한 드가와, 시는 말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치는 말라르메는 저마다 자기 예술에서 ‘그걸 벌써 발견하지 못했으면‘ 완전히 그리고 유용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요약한 것이었다. 97

[ ] 70세 때에 그는 에른스트 루아르에게 말했다.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해야 할 것에 대해 높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게 없으면 일할 필요가 없다.˝ 99

[ ] ˝그림이란 잘 모를 때면 그리 어렵지 않지. 하지만 알게 되면, 오, 그때는 다른 거야!˝ 106

[ ] 풍경에 대한 관심은 점차로 방향을 바꾼다. 행동에 의해 지배되는 행동의 종속물로서, 풍경은 멋있는 것이 있는 장소, 몽상의 거주지, 방심한 눈의 즐거움이 된다. 그리고는 인상이 승리한다. 질료와 빛이 지배한다.....113/미술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은 문학계에서도 멋진 유사성을 갖고 있다. 묘사가 문학을 침범한 것은 풍경이 미술을 침범한 것과 비슷했다. 116/ 이 대중은 세련되면 될수록, 더 나아가며 다시 말해, 내가 말한 옛날의 이상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완전인에게서도 멀어진다. 완전인은 죽는다. 117 정치, 경제, 삶의 방법, 오락 방법, 움직임의 방법이 문제될 때 나는 현대성의 모습이 정신적 중독의 그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관찰한다. 우리로선 양을 늘리거나 다른 독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게 법칙이다. 더 나아가고, 더 격렬해지고, 더 커지고, 더 빨라지고, 언제나 더 새롭다 - 그게 바로 감수성이 무뎌지는 데 대응하기 위한 조건이다. 우리가 살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 우리에게는 육체적 동인이 더 격렬하게 증가하고 계속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날의 예술에서 지속에 대한 생각이 맡고 있던 역할은 거의 없어졌다. 이백 년 동안 감식되도록 하는 자는 오늘날 없다고 생각한다. 117,118

[ ] 변화를 위한 변화의 악마는 많은 것의 진정한 아버지이다. 그 악마는 우리로 하여금 미를 진 속에, 진을 순수 속에, 순수를 부조리 속에, 부조리를 평범 속에 던지게 한다. 그는 세기마다, 적어도 한 세기에 한 번은 자연에의 기원이라는 큰 노래를 부른다. 120 그들 중에서 한 세기가 지나도 그 영광이 줄어들지 않은 자들은 역시 노력에의 의지, 일 자체에 대한 열정, 점점 더 단단하고 섬세한 방법의 과학을 얻으려는 열망이 무시되지 않고, 자기 시대의 오류 때문에 희생되지 않은 자들이다. 122

[ ] 나는 그에게 말했다. ˝도대체 데생이 뭘 의미하는 겁니까?˝ 그는 그의 유명한 공리로 대답했다. ˝데생은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형태를 보는 방법이다.˝ 123 예술가의 가치는 같은 방향의, 혹은 같은 경향의 어떤 불균등성에 매달려 있는데, 그것은 어떤 모습, 어떤 장면, 어떤 풍경에 관해, 어떤 사람의 능력, 의지, 요구, 도치와 재구성능력 들을 다 드러내 준다. 이 모든 것의 그 어느 것도 사물에는 없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에게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125

[ ] 항해술의 언어나 수렵의 언어보다 더 아름답고 더 실제적인 것이 또 있으랴....왜냐하면 이 예술에서는,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실행에 이르는 것만이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알고 있는 것이다 128/화가라면, 언제나 분절 언어의 능력이 결핍되어 있는 자를 위해 그리기를 꿈꾸어야만 하리라. 아주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우리들을 찬탄 때문에 입을 다물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129

볕뉘

0. 에드먼드 윌슨 [악셀의 성] 폴발레리 편에 이어지는 독서이다. 여기서 폴발레리는 테스트씨의 작품이 초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법 입문과 연관된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1. 드가.춤.데생이라는 작품 속에는 드가가 얼핏 테스트씨란 작품 롤모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라는 대목이 나오긴 한다. 장 주네의 자코메티 비평보다 어쩌면 더 진솔하면서 더 시공간의 확장을 담은 예술비평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2. 위 흔적들은 평이하지만, 어떤 시선으로, 어떤 방법으로 예술이 감수성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는지, 예술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상징주의라고 폄훼하는 비평에는 그들의 삶과 예술관, 인생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그들은 나름 삶을 걸었고, 작품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진정 말년이라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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