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어느 부부가 각자의 감정을 암호로 표시하여 싸움을 예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군인인 남편은 퇴근할 때 모자를 비뚤게 쓰는 정도로, 그를 맞이하는 아내는 머리를 꼭 동여매는 정도로 기분의 저조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괜찮은 쪽이 좋지 않은 쪽을 배려해 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싸움이 줄어들었다. 서로의 기분을 셈세하게 살피게 될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마주하기 전에 자신의 기분을 돌아보면서 '정말로 지금 내 기분이 그렇게 나쁜가?라고 자문하게 되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확실하게 표현하면서 기쁨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모자를 아주 비뚤게 쓰고 퇴근했다. 공교롭게도 아내 역시 어떤 일로 기분이 몹시 나빴던지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마주친 부부는 ... ...

 

2.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아줌마닷컴'은 부부 사이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누리꾼들에게 공모한 바 있다.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남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이젠 살 좀 관리하시지", "옷이 그게 뭐야. 그 옷밖에 없어?"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아줌마가 뭘 알아?" "자기가 좋아서 직장 다니면서 생색내지마." 그리고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아내의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돈을 잘 벌어 와, 집안일을 해, 애들한테 잘하기를 해." "내가 못났으니까 이렇게 살지." "당신 어머니는 대체 왜 그런대?" "그런 건 남자가 알아서 해야지." "(가사를 도와준 남편에게) 난 그런 일 매일 하거든."

 

 

3.

 

우리 집 여편네를 보니까 여자는 한 마흔이 되니까 본색이 드러난다. 이것을 알아내기에 근 20년이 걸린 셈이다. 한 사람을 가장 가까이 살을 대가면서 알게 되기까지 이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여자의 화장본능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독한 것인가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 김수영, [벽], 중에서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 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 정희성, [시인본색]

 

 

뱀발. 1.  우리는 생활비를 버는 법을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지 못했다. 우리의 수명은 늘었지만 시간 속에 생기를 불어넣지는 못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은 살아 있고 싶어."....

 

2. 경제적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과 경제적 우산이 없어 쫄딱 비를 맞고 몸으로 비틀거리는 삶 사이... 비를 맞아줄 수도 없어 우산을 더 꼭 쥐어잡고 있는다. 그 사이 삶은 아질거린다. 살맛은 어떻게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경제적 우산의 겹쳐 텐트를 만들 수 없을까? 텐트 아래 약간의 쓸모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 반년은 없을까? 일년은 없을까?

 

3.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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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목련나무 아래

늙고 병든 가구들을 꺼내놓는다

비매품으로

 

의자와

소파와

침대는

다리가 부러지고 뼈가 어긋나

삐그덕거린다

 

갇혀서 오래 매 맞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전쟁을 치러온

이 제대병들을 다시 고쳐 전장에

들여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의자에게도 의자가

소파에게도 소파가

침대에게도 침대가

필요하다

 

아니다. 이들을

햇볕에 그냥 혼자 버려두어

스스로 쉬게 하라

 

생전 처음 짐 내려놓고

목련꽃 가슴팍에 받아 달고

의자는 의자에 앉아서

소파는 소파에 기대어

침대는 침대에 누워라                       이영광 作

 

 뱀발. 휴식이 필요한 날, 주말을 쉬지 못한 것이 한달이 넘는 듯하다. 일들은 겹치고 낳고 날줄과 씨줄로 혼미하다. 시집을 동네서점에서 건네들다. 목련꽃이 유난히 그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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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겹겹이다. 목욕탕을 들어가 탈의할 곳을 찾는다. 옷장이 여기, 저기 열쇠가 잘 맞지를 않아 몇번을 시도하다 탈의를 한다. 14번이라는 꼬리표가 있는데 14번을 찾기가 힘들다. 저쪽 걸음을 옮겨 이동한 뒤 빽빽히 놓인 다른옷장 사이로 겨우 좁디좁은 옷장에 옷을 건다. 어느 사이에 서슬퍼런 네모난 칼을 든 이가 다른 이에게 덤벼들려 한다. 나는 이불에 몸을 낮춰 몸은 숨기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살갗에 칼날이 저미는 아픔이 닿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게 몇차례 압박하는 꿈은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다.

 

꿈, 한낮의 일터의 관계들에 대한 압박이 스며나온다. 공포와 두려움, 그 수직의 날카로운 관계만이 무성한 곳에서 이런 꿈밖에 꿀 수 없음이 안타깝다. 물고 물리고 끊임없이 피가 흥건한 진창이다. 간간이 그런 경직을 풀어주는 이들이 술틈 사이로 한둘 비치지만 다양성과 거리가 멀다. 권위로 똘똘 뭉친 이들과 집중의 강박을 푸는 이가 없다. 행여 비치는 이의 숨결을 느껴봤다. 멀고 낯설다.  돌아볼 줄 아는 이가 없다. 360도의 시야가 아니라 위와 앞만 바라보는 10도의 시야만 갖는 이들로 넘친다. 나머지 350도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피라미드는 날카롭고 사선이다. 나는 이러고 산다. 몸을 부딪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밥벌이의 비루함을 입힌다.

 

뱀발. 일터 감*로 며칠동안 저녁 술을 같이 한다. 목표와 실적에 경도되어 구조적인 문제를 볼 눈이 없다. 상황을 모면하는 기술과 남에게 떠넘기는 순발력들만 발달해 그 사이를 제대로 짚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뿌리 끝을 잡고 이어가면 여기저기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회계년도 1년짜리 삶들은 끊없는 전진만 요구한다. 속이고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확인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맹목을 낳는다. 어정쩡한 일터. 구조적인 문제가 사생아처럼 낳고 낳고... ... 모면했다고 여길 이들의 답답이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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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   서편에 달은 푸르름을 머금고 금병산의 떠오르는 태양이 낮고 크게 햇살에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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