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겹겹이다. 목욕탕을 들어가 탈의할 곳을 찾는다. 옷장이 여기, 저기 열쇠가 잘 맞지를 않아 몇번을 시도하다 탈의를 한다. 14번이라는 꼬리표가 있는데 14번을 찾기가 힘들다. 저쪽 걸음을 옮겨 이동한 뒤 빽빽히 놓인 다른옷장 사이로 겨우 좁디좁은 옷장에 옷을 건다. 어느 사이에 서슬퍼런 네모난 칼을 든 이가 다른 이에게 덤벼들려 한다. 나는 이불에 몸을 낮춰 몸은 숨기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살갗에 칼날이 저미는 아픔이 닿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게 몇차례 압박하는 꿈은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다.
꿈, 한낮의 일터의 관계들에 대한 압박이 스며나온다. 공포와 두려움, 그 수직의 날카로운 관계만이 무성한 곳에서 이런 꿈밖에 꿀 수 없음이 안타깝다. 물고 물리고 끊임없이 피가 흥건한 진창이다. 간간이 그런 경직을 풀어주는 이들이 술틈 사이로 한둘 비치지만 다양성과 거리가 멀다. 권위로 똘똘 뭉친 이들과 집중의 강박을 푸는 이가 없다. 행여 비치는 이의 숨결을 느껴봤다. 멀고 낯설다. 돌아볼 줄 아는 이가 없다. 360도의 시야가 아니라 위와 앞만 바라보는 10도의 시야만 갖는 이들로 넘친다. 나머지 350도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피라미드는 날카롭고 사선이다. 나는 이러고 산다. 몸을 부딪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밥벌이의 비루함을 입힌다.
뱀발. 일터 감*로 며칠동안 저녁 술을 같이 한다. 목표와 실적에 경도되어 구조적인 문제를 볼 눈이 없다. 상황을 모면하는 기술과 남에게 떠넘기는 순발력들만 발달해 그 사이를 제대로 짚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뿌리 끝을 잡고 이어가면 여기저기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회계년도 1년짜리 삶들은 끊없는 전진만 요구한다. 속이고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확인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맹목을 낳는다. 어정쩡한 일터. 구조적인 문제가 사생아처럼 낳고 낳고... ... 모면했다고 여길 이들의 답답이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