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경제발전전략>>

 

균형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를 동시에 공격하면서 인플레이션이나 국제수지 불균형 같은 탈구는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세워, 그 장애들을 한꺼번에 타파할 필요가 있다. 빈곤국의 사회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갈등과 충돌은 정교한 전략을 통해 최대한 피한다는 목적을 가진 접근법.582

 

허시먼은 전체를 아우르는모델에 회의적이었다. 또 병리적인 후진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역사에서 불균형이 수행해 온 긍정적인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584

 

성장은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는 불균형이야말로 남미 국가들에서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588

셸링은 사회변동의 동력을 보려면 사람들이 구사하는 전략들의 차이에 주목해야 하며, 이론들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전략은 셸링과 허시먼 둘 모두의 키워드였다. 594

 

그는 카프카의 글을 다음과 같이 메모해 놓았다.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잘못은 참을성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죄의 근원이었다. 그리고 다음 구절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 “우리는 참을성이 없어서 밀려난다. 참을성이 없어서 되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599

실패하는 것,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성공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실패와 성취가 반드시 대척적인 개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601

 

버크 <<프랑스혁명에 대한 고찰>> 메모. “우리의 적이 우리를 돕는 자이다. 우리와 씨름하는 상대는 우리의 신경을 강하게 해 주고 우리의 역량을 연마해 준다.” 여기에 허시먼은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어려움에 대해 친숙하게 잘 알게 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 놓았다. 602

 

허시먼이 말하는 개혁은 긴장을 인정하고 내생화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긴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경우도 그렇고 한 사회의 경제에도 최적 수준의 긴장이 존재한다...변화는 긴장에 의해 동력을 얻으며, 긴장이 없으면 변화는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개혁가에는 두 유형이 있다. 1. 무언가가 실제로 잘못되었기 때문에 바꾸려는 사람과 2. 현재 상황이 참을 수 없고 재앙적인 미래를 가져오리라는 인식 때문에 현상황을 바꾸려은 사람이 또 한 유형이다. 603

 

당시 주류이론은 개발이란 모든 장애를 일거에 제거하는 과정이며 그렇게 하고나면 그 경제가 발달된새 균형점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리라 보는 견해였다. 그는 이것이 허황된 생각이며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 주장이라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압력, 긴장, 불균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운동을 추동하는 기본 동력이 되어야 했고, 그 다음에는 그것이 더 많은 마찰과 긴장을 내놓을 수 있어야 했다. 긴장을 만드는 장애와 제약들에는 숨겨진 합리성이 있었다. 608

 

압점사회간접자본보다 공업, 농업, 무역 등의 분야에 직접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았다. 이런 분야가 팽창해서 다른 쪽에 병목과 장애를 만들어냄으로써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진성과 후발성은 일반적인 순차적 단계대로 가지 않고 몇 단계를 건너뛰거나 뒤바뀐 순서로 갈 수도 있었다. 역사를 거쳐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경제 전문가는 더 섬세한 행위자여야 했다. 610

 

연관효과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제품의 정교화나 마케팅 등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일으키는 것이고, 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을 만들고 다루는 데 들어가는 투입요소에서 발생하는 연관 효과를 의미한다. 저개발 사회에서 희소한 것은 자본도, 중산층도, ‘기업가 정신, 개인주의적 근대성의 토대를 닦을 올바른 문화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기량, 개발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빅 푸시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의사결정을 할 역량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611-612

 

불균형성장을 본다는 것은 작은 것들이 발달해가는 역할을 본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해야 할 때라는 사실이다. 우리 각자에게 자기만의(그런데도 일반적인) 진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고, 그 다음에 부지런하고 용감하게 그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614-615

 

8.

 

정책 결정과 경제개발에 개념이나 인식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630 우리가 정작 알아내야 할 것은 무언가가 애초에 어떻게 문제로 인식되는가와 그러한 인식이 해결책을 구성하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두 방향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653 <<진보를 향한 여정>> 답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책을 쓰는 경우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책을 써야만 해소될 수 있을 정도로 그 문제를 밀도 있게 연구해보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는 경우 가운데 후자이다. 질문에서 시작하면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들을 발견하게 된다. 653-654

 

개혁생성전도사reformmonger. 결론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채로 전개되어 가는 역사를 드러내고 대담한 개혁을 지지할 수 있는 분석을 제시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단지 관찰자와 개혁가 사이의 거리를 없애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둘이 합쳐진 인물상을 제시하거 거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아직 결론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역사야말로 사회과학이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콜롬비아 대통령이 되는 예라스 레스트로레포는 그 말에 보태어 농민들이 정당 이외의 영역에서도 정치적으로 더 활발해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정치 정당으로서보다는 기업 같은 이익집단으로 말이다. 662-663

 

개혁은 프티부르주아적인 위로제라고, 어떤 사람들은 장애물이 너무 많아 걸려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양쪽 모두, 모든 것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보는 염세주의적 견해를 설파하고 있었다. <<진보를 향한 여정>>이 체 게바라의 베스트셀러 <<게릴라전>>에 맞서는 균형추가 되길 바랐다. “혁명과 개혁을 가르는 경직된 이분법을 깨고,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이 두 가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보이는 것이 허시먼의 목적이었다. 669

 

9.

 

어쩌면 좁은 의미의 실패가 넓은 의미의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691 다모다르 계곡 개발 공사는 현지에서 경쟁자와 모방자들의 등장을 성공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지 경쟁업체들 자체는 크게 효율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이들의 효율성과 기업가 정신에 자극을 주고 있었다. 이 프로젝크는 수요를 촉발시킴으로써 더 많은 기업 활동을 야기시켰고, 그런 의미에서 건설적인 압점역할을 한 셈이었다...사공이 너무 많아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적을 만들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저항은 더 많은 적응과 변화의 압력을 만들어낸다. 이런 점들을 보려면 예측된 것이 아니라 예측되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했다. 691-692

 

<<이탈, 발언, 충성심>>

나이지리아 프로젝트가 끔직한 내전으로 치닫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출장뒤 논쟁으로 시작된 분쟁은 내전으로 격화되었고 300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허시먼은 충격을 받았고 자책했으며 적지 않게 겸손해졌다. 개인적으로 개발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세계은행의 의뢰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이 점을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 이 것이 이 책을 쓰는 동기가 된다. 696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에서는 이득이 쉽게 계산되거나 수량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생산적일 때조차도 그 이득이 파악되지 못한다.697 구체적인 내용들을 재료로 삼아서만 추상적인 내용이 만들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조직했다. 추상은 구체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는 경우에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702 각 프로젝트가 갖는 행동적 특성성격적 특질을 봐야한다. 703 그 특질들을 염두에 두면서 발견의 항로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704 예기치 못한 긍정적인 부수효과들, 특히 해당 환경에서 행동과 제도에 변화를 이끌어낸 효과들에 눈을 열고 그 프로젝트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포함해야 한다. 705 해당 프로젝트의 테크놀로지가 그 프로젝트가 흘러가게 될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 중 하나다. 기차, , 관개 수로, 도로 등이 각각 활동과 성과의 내용과 범위를 조건짓고 있다. 08 ‘숨기는 손’. 덜컹거리면서도 성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가격이론의 가격설정자, 가격 수용자의 개념을 들여와 특질 수용자는 기존에 존재하는 문화적 제도적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특질설정자는 환경을 바꾸고 제도적 여건을 더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일컫는 말로 쓰일 수 있었다. 709-711

 

<<개발프로젝트 현장>>. 원칙<<경제발전 전략>> 정책<<진보를 향한 여정>> 삼부작, 프로젝트인 이 책. 프로젝트란 예견하지 못한 방향과 계기들을 따라갈 수 있게 열려 있어야 하며 그 과정을 계속 점검해 가면서 득이 되는 것들을 촉진하고 해가 되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작품이었다. 715

 

멸망생성 전도사. 패러다임과 인식에 갇히 죄수. 남미에는 근본주의적 진단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위기는 만성적인 것이며 모든 문제가 뿌리 깊은 근원에서 비롯한다고 여겨졌다. 이것이 우파의 상황이었다면, 남미 좌파들은 그 반작용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들에게 비근본적인요소들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 기각되었다. 우파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자본주의로 전환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좌파 역시 구조주의적 편향에 빠져서 혁명만이 돌파구라고 주장했다. <남미 수입대체산업화의 정치경제>는 남미경제사의 고전이 되는데 양 극단의 중간에 길을 내야 한다는 대의를 옹호하는 주장으로 스스로의 서사를 갖는 과정으로서 산업화를 살려냈다. 허시먼은 종속이론에 대한 논쟁의 익숙한 문제들을 떼어내 태도정신으로 옮겨놓음으로써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의 마음은 슬그머니 일으키는 혁명을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지만. 726-730

 

10.

 

<<이탈, 발언 그리고 충성심>>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창출한다. 747

 

허시먼은 사회과학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는 협소한 학과주의를 극복하려면 경제학, 정치학, 사회심리학, 도덕윤리학 사이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763 장애를 너무 거대하게 인식하면 그 장애가 결코 변화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대안들이 억눌리고 개혁의 길이 놓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장애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면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769

 

페스팅거 연구팀의 심리학자들은 신념과 태도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신념과 태도의 구성요소임을 보여주었다.(UFO종말론신자 연구) 770 변화를 설명하는 내생적 이론이 있다면, 상황이 좋을 때나 암울할 때나 개혁을 옹호할 수 있을 터였다. 773 허시먼은 소외위기라는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인간 내면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간 행동의 핵심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는 이론이었다. 이탈과 발언 모두를 건전한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도록 조직의 디자인을 향상시킨다면 여기에 회복을 위한 희망이 있었다.774-775 태도변화가 사회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보는 일차적인 순차관계를 깨뜨림으로써, 훈계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려 하는 것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자 했다 776 사람들은 완고한 이탈자도 아니고 순수한 항의자도 아니다. 서로를 보완하며 서로를 잠식한다. 이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이 기본적인 충동들을 포착한 뒤 거기에서 나온 행동이 어떻게 유동적이고 혼합적이며 불완전한 현실을 창조하는지, 혼합과 교환의 연금술을 보여주었다. 781 어쩌다가 최적의 혼합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 혼합이 안정적인 균형점은 아니었다. 충성심조차도 안정적인 것이 아니며, 그 뒤에는 휘몰아치는 인식의 과정이었다.(아브라함의 고뇌를 설명한 키르케로르글) 개인주의적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주의적이라는 식으로 이탈과 발언을 마치 양극단의 전형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의 상호작용이었다. 시민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존중을 표하는 것이었다. 즉 소비자-구성원, 소비자이자 구성원이 되어야 했다. 782-783

 

무질서와 불균형의 사례들은 외생적인 요인에 의한 역기능이라고만 설명되었고 고유함, 예외, 비정상은 기본적인 개념 설정에서 아예 제거되었다. 허시먼은 이러한 문제설정 방식을 거꾸로 뒤집고자 했다. 불안정성, 무질서, 불균형을 중심에 놓고서 그것들의 작동이 어떻게 내생적인 이론을 구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 글은 아주 절묘하고 적절하게 옛 개념들을 새롭게 생기 있는 언어로 다시 표현하고 있으며,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전에 없이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784-785 이 책에서 충성심은 독립된 행위라기보다는 적극적인 행위들인 이탈과 발언 사이의 계산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요인으로 취급되었지만, 충성심이 높은면 이탈보다는 발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처럼 이탈과 발언 사이의 전투에서 핵심 개념이다. 786-787

 

<정치경제학과 가능주의><<희망으로의 편향:남미와 개발에 대한 논문들>>. 가능주의자. “우리는 늘 변화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예측은 확률적으로 발생할 법한 것을 알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허시먼은 확률적으로 발생할 법한 probable이라는 단어를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possible'이라는 단어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키르케고르는 가능한 것있을 법한 것을 구분했다. 그리고 플로베르의 언명인 결론을 내려는 열망에 반대하라를 떠올렸다.794-795 그는 이 책에서 가능주의자라는 인물을 도입했고, 가능주의자들이 지침으로 삼을 나침반으로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권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소외를 극복한 삶을 현 상태에 대한 완전한 반대 테제로서만 상상하는 혁명주의자들에 대한 공격이자, 자신이 만든 예측 모델을 가지고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 주류 사회과학자들에 대한 공격이었다. 796 나는 인간 행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매우 강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 지점에서 급진주의자들과 결별한다. 또한 만족을 느끼려면 필요한 폭력의 마지막 건빵한 조각을 통해서만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자유주의자들과 결별한다.(톨스토이 우화:롤빵을 먹고도 배가고파 마지막에 건빵 하나를 먹고서야) 797

 

우리가 가진 시간과 노력 중 적어도 일부라도 여러 요인이 최적으로 조합된 상태를 알아내려고 하기보다 여러 요인이 시계추처럼 번갈아 발생하는 것에서 나올 수 있는 유용성을 파악하는 데 쓰여야 한다. 799
















볕뉘. 플로베르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그러지 않아도 검색을 해보고 있었는데 마침 로쟈님 페이퍼가 있어 참고해본다. 플로베르 외 키르케고로, 몽테뉴를 리콜 해봐야할 듯싶다. 카프카는 어느 정도 읽었다고 여겼는데 언급되는 단편 가운데 읽지 못한 것들이 있다. 제목은 카프카의 말이다. 감사하게도 모든 장의 시작은 카프카의 말로 시작하고 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로 출간되어 있는 <<이탈, 발언 그리고 충성심>>으로 기재된 책은 쉽게 읽힌다 싶었는데, 그 배경들을 감내하면서 읽어야 된다. 가볍게 이력이 적혀 있는데, 이런 읽기도 다른 저작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하물며 말미 저작은 동화책같다는 평판도 받는다. 책들마다 고민들이 새겨져 있으며, 엄청난 독서 역시 이어지고 있다. 어젯밤, 책 내용이나 고민들이 내려와 힘들었다 싶다. 얼기설기해진 마음은 책걸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 하는 감정까지 일었다. 그 마음들은 다른 곳에 새겨두어야겠다 싶다. 분량이 많이 길어졌다 싶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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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허시먼에게 분리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능주의possibilism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어는 쾌락은 실망을 주지만 가능성은 절대로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자신의 기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27

 

허시먼은 사건이 변칙적이거나 일탈적이거나 뒤집힌 순서로 전개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잠재적 경로로서 그려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상상력을 재설정해 줄 사회과학을 만들고 싶었다. 미래의 역사가 나아갈 수 있는 대안적 경로에 여지를 열어 줄 다양한 조합들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28

 

오래될수록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컹해지는 바게트 빵처럼, 허시먼은 역사가 일반 법칙들을 거부하면서 전개되는 다양한 방식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다. 33

 

좋은 시는 위대한 발명품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 같아. 매우 단순하지만 읽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잖아. 37

 

정통과 확실성만 추구하다보면 의심과 회의가 가져다줄 수 있는 창조적인 가능성들과 예기치 못했던 경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들을 배제하게 될 수 있다. 45

 

앨버트 O.허시먼의 이야기는 개인사의 형태를 취한 한 시대의 기억이고, 실망에서 희망을, 긴장에서 해법을, 불확실성에서 자유를 발견하는 새로운 사회과학의 이야기이며, 지식인들이 겸손하면서도 대담한 태도로 관찰할 때 더 잘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의 원천으로서 사회 세계를 바로보는 문학적 스타일의 이야기이다. 50

 

1.

 

우리는 세상에 대해 울거나 웃을 게 아니라 세상을 파악해야 한다.“ 118

 

결국 이 명령은 무언가를 첫 인상에 조롱하거나 적대시하지 말고 그것을 탐구하고 파악하고 고려하라고 요구한다. 그럼으로써 이 명령은 우리가 선전 구호만 넘쳐나는 상황에 맞서도록 이끈다. 스피노자의 가르침은 바로 그런 상황, 괴테의 말을 빌리면 개념의 빈틈을 말로 때우는 상황에 맞서 우리가 지켜내야할 이상으로 옹호되어야 한다.” 119

 

아우어바흐 우리는 정밀과학을 우리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정밀성은 구체적인 것들과 관련이 있다. 역사라는 예술에서 위대한 도약은 판단의 관점을 정교화하는 데서 나온다. 그렇게 해야만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그것들 자신의 전제와 견해들에 비추어 파악할 수 있고, 그것들을 최대한 발견해낼 수 있으며, 현상을 외부적 요인으로만 설명하는 모든 절대주의적 분석을 게으르고 몰역사적인 것으로서 기각할 수 있다.” 213

 

에우제니오는 주위를 보라고 조언했다. 세계의 현상들을 먼저 포착한 뒤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게 만들라는 것이었다.....행동을 취하기 전에 객관적 조건들이 성숙하기를 꼭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218

 

프티 이데. 작은 것들은 큰 통찰을 주면서도 그 통찰로 환원되어 버리지 않았다. 반면 거대 개념은 세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원인들이 있는 사회적 과정들을 단 하나의 원칙으로 설명하려했다. 이를 피하려면 현실을 부분 부분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자신이 관점이 주관적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했다. 220

 

그가 확실성을 인정한 예외가 하나 있었다면, 회의주의의 가치였다. 그는 회의야말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확실성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회의는 무언가를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감을 약화시키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콜로르니는 의심과 회의가 창조성을 갖는다고 여겼다. 세상을 보는 대안적인 방식을 허용하기 때문이었다. 221

 

햄릿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자는 것이 이탈리아의 사상적 맥을 짚고 있던 친구들의 말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햄링이 아무런 동기부여도 일으키지 못하는 종류의 회의주의를 보여주었다면, 친구들은 회의주의가 행동을 추동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222

 

2.

 

영국에 왔을 때 내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갔다....그곳에서야 비로소 나는 경제학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235

 

그의 전환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하이에크를 택한 것이 아니었고 계급 분석을 버리고 케인스를 택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통상적인 전환이나 개종이야기에서보다 훨씬 많은 숙고와 선택과 적응의 과정이 있었다. 236

 

훗날 새러는 허시먼이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특정한 환경에서 어떻게 인지적 ·감정적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게 되는지에 매력을 느꼈다....엘버트는 작가가 주인공읫 심리에서 상황적 결과들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황에서 심리적인 결과들을 도출하는 것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268 ”관찰하라, 쉼없이 관찰하라.“ 269

 

카스텔루치. 피콜로 이데. 하나. 유쾌한 상상을 설명의 핵심으로 삼는다. . 상상력이 사람들의 믿음을 구성하고 믿음이 행동을 구성함으로써 세계사의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다. . 회의와 의심은 도덕적 성찰과 행동에 대한 개념을 꺾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허시먼은 모든 실천은 그에 앞서 역사의 전체성을 파악해야만 가능하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71

 

3.

한 국가의 경제정책은 단순히 무역 통제를 향한 내생적 경향성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이거나 실무적인 반응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경제정책의 밖에서, 그리고 위에서결정된 정치적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보아야했다. 302

플로베르는 회의주의적인 합리주의자로 키워진 한 젊은 남성에게서 비이성적인 요소들이 미신의 형태로 분출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합리주의는 해결책도,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방향을 잡기게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의미하지. 위기를 겪고 난 뒤에 우리는 어떻게든 그 입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 356

<<국가 권력과 교역 구조>> 허시먼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제적인 공격성을 생각하고 여기에 보호주의, 국가 개입, 독점 등으 일반적인 경향성을 결합하면서, 어느 국가가 폐쇄적인 경제적인 경제정책을 편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 국가가 경제 문제에 대해 국가 내부만 바라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폐쇄적인 경제정책은 오히려 외부를 향한 무역 전략을 촉진했다... ... 세계경제 시스템의 붕괴와 거대 블록 간의 충돌은 불합리한 것도 아니었고 민족주의적인 병리현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체제의 기본적인 모순에 대해 각국이 합리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제국은 자본주의의 주기적 위기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교역에 내재된 상호의존성에서 기인하는 결과였다. 376 공급효과/영향력 효과. 이런 방식으로 교역은 타국에 강요를 행사하는 수단으로서 전재의 대체재가 된다. 약한 무역 상대국을 굳이 물리적으로 정복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는, 20세기식 제국주의 모델인 것이다. 379

 

4.

 

가능한 것들에 대한 열정. 가능한 것들의 범위를 인식하는 것, 그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것, 때로는 있을 법한 probable'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가능한 possible'것들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그가 이후 계속해서 되살리게 되는 프티 이데의 기초가 된다.(possible은 잠재적인 것으로서의 가능성을, probable은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것으로서 가능성을 말한다.) 421

 

5.

 

그는 마셜 플랜이 입안될 때 뒤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464. 최적의 위기. 란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 만큼은 크지만 그 변화를 끌고 나갈 수단까지 무력화시킬 만큼은 크지 않은 충격을 일컫는다. 466 유럽국가들이 문을 닫아걸고 배타적인 양자간 협상을 하기 때문에 유럽 지역 내 무역이 침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 부채를 갚기 위해 외환을 확보하고자 하는 절박함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유럽 지역에서 무역이 되살아나지 못한 다면 유럽은 막대한 대미 무역적자를 줄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순지출이 순유입을 계속 초과하게 되면 미국의 원조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환자를 치료하려는 격이 되고 말 것이었다. 468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 사이에서는 인과관계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476

 

좁은 의미의 마키아벨리적인 관점에서 통합된 유럽이 생기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하지만 현재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 미국이 유럽을 전체로서 본다면 우리의 이익은 유럽의 통합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미국은 유럽을 하나의 지역으로 다루어야 했다. 480 각국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유럽의 금융과 재정을 상호 긴밀히 연결시킬 수 있는 통화 금융 조직의 구조를 어떻게 생각해낼 것이냐였다. 482

 

6.

 

무언가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배워 나가고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기술은 몽테뉴와 콜로르니의 영향으로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여기에 작은 것들일상의 행위에 주목하는 특징이 더해졌다... ...그는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사람이 갖는 경험과 먼 experience-distant'개념을잠시 접어두고 경험과 가까운 experience-near' 지식을 추구했다. 경험과 가까운 지식이란 행동하는 사람이 그 행동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통찰을 의미한다. 527

 

후발 주자들은 선진사회가 기존의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치중하는 동안 그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나중 단계로 도약할 수도 있었다. 즉 후진성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었다. 536 허시먼은 국가적인 사안이나 정치적 맥락 같은 것보다는 경제발전의 미시적 기반들에 관심이 더 많았다. 538

 

개발과정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지, 개발의 모든 비밀을 다 아는 사람인 양 행세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544 1954년경 콜롬비아가 잘하지 못하고 잇는 것이 무엇인지보다는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545 프로젝트 평가가 허시먼 회사의 주요 업무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평가했던 경험이 긴 경로를 돌아 그가 사회과학계에서 일구게 될 경력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551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권력 야망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용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 결과 과학으로서 경제학이 저개발사회 발전의 세세한 부분까지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569


볕뉘.


마지막 장이 다가온다. 갓난 아이를 들은 듯 무게감이 느껴진다. 어젯밤 말미를 읽다보니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아 설친다. 새벽에 마저 읽을까 싶다가 잠이 달콤해 이불 속에서 버티었다. 타계한 지가 2012년이니 그리 먼 일도 아니다. 조지 오웰이 스페인내전에 가기 전에 이미 다녀가셨다. 남미는 그야말로 밥먹듯이 가셨고, 지식인을 히틀러 치하에서 탈출시키는 요원으로 활동도 하셨고, 까뮈와 알제에서 만나기도 하셨단다. 전기저자도 대단하다 싶다. 바쿠닌의 전기도 흥미롭게 읽은 바 있지만, 이렇게 시대와 저작의 이면까지 꼼꼼하게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대작은 상상이상이다.  두서없이 정리하다가 일단 쉬어가기로 한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 맥락은 많은 것들을 불러내며 환기시킨다. 산 역사의 증인이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역사의 생성자라는 것이 나을까. 그냥 밑줄의 이력을 쓰윽 보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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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1.
그러니 자넬 믿을 수 없어.

더군다나 자네가 전제하는 걸.
별반 흔들려 본 적이 없는 그것을 말야. 그래 묻고 싶어.
그건 무너질 수도 있고.
하면서 더 탄탄해질 수도 있지.
누가 그러던가.
자네가 믿는 사람이 그러던가.
그러면 되물어보게. 무엇을 해야하는가보다 왜 하느냐구.
그 분의 전제가 무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 사람은 그걸 의심해본 적이 있다고 하던가.


2.

들어본 적이 없다고.
헌데 왜 그러는가. 자넨.
그러해야만 할 이유가 있는가. 사명감인가. 의무감인가.
그럼 그런 이유같은 건 애초에 없는 거라고 해보게.

왜 허망한가.
기댈 곳이 없어지는가.
삶의 끈아풀마저 잡을 수 없는가.
그렇군. 자넬 기대는 사람들도 자네에게 묻지 않았겠네.


3.

아쉽고 안타깝네.
안타깝고 아쉽네.

그래 자네도 문제야.
좀더 의심했더라면
자네가 길 하나쯤은 더 낼 수 있었다곤 생각한 적은 없는가.

그래 자네가 문제야.
좀더 흔들렸더라면 조금 더 단단해졌을거야. 아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불리할 때 말고, 유리할 때일수록 친해져야할 이것 말야.


4.

명심할 필요는 없네.
세상에 존경같은 건 없네. 그런 게 다 망쳐놓았네.
그런게 다 무능을 키우고 감싸니.
늘 허세가 묻어 높아지기만 하는 건 아닌가. 내 편만 원해.

5.

한 두번쯤
당신이 믿는 세상같는 건 없다고 해보지않겠나.
그렇게
원하는 건 없다고 말일세.
늘 판에 박힌 회의가 두렵지도 않은가. 실행만 원하는. 자기를 갈아넣는.


볕뉘.





1. 아마 맴돌 듯. 그 자리에 머무는 건. 이럴 자유가 없어서는 아닐까. 불확실한 걸 말하는게 아냐. 분위기라는 서툰 관성. 절망을 폐기처분해버리고야 마는 힘. 말로 표현되지 않는 어떤 것들. 그 거름으로 또 자라날 숱한 것들은 어디 있을까. 애매를 보장해주는 관용같은 건 왜 대기하지 못하게 하는가. 참을성같은 것은 사전에 없는 듯이... ... 앨버트 허시먼을 3/5정도 읽고 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모아본다.


2. 1차별에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차별, 종차별, 나이차별, 계급차별, 차별이 위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울기를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비슷한 삶의 시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고, 양심의 회복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람은 복수적인 존재이므로 다양한 차별을 행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불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야를 확보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2.2 인종차별을 하는 발언을 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성적인 차별을 하면 정도에 관계없이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장애차별을 하면 받는가. 나이차별을 하면 받는가. 아이를 홀로두면 받는가. 종차별발언을 하면 처벌을 받는가. 계급차별을 하면 환경차별을 하면... .... 이렇게 생각을 확대해보자. 지금 당신은 어디쯤인가. 진리는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 아직 도래하지 않는 세상을 본다면.....그럴 것이다.

2.3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기의 아픔이 커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기준으로 하면 다른 아픔이 가려서 덜 보이기도 한다. 차별 감정은 서로 예민해지는 것이고, 서로의 삶들을 윤택하게 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일 것이다. 법과 제도는 무수히 만들어질 수 있다.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3. 참회자와 심판관. 인간의 양면성을 말해주는 것이겠다. 어느 하나로 설명해줄 수 없는...그런 과정을 살아내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단언보다는 회의와 주장의 근저에 있는 의심들이 삶의 또 다른 길을 열어주고 가게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확신들을 경계해 본다. 아마 위의 2번의 일거수 일투족이 빅데이터로 모아지는 사회라면, 이렇게 막가는 법체계 시스템을 갖는 사회라면, 스스로도 예비 범죄자로 분류되어 잠재종신형에 처해지지 않을까 싶다.

4. 어느 하나로 자신의 자리와 위계가 정해지지 않는다. 진리를 잡았다고 하는 순간 놓친 것이다. 과도함이 스스로에게 자라나고 있는지, 또 다른 우상이 슬며시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고 아파해야 할 것 같다. 이런 회의만이 다음을 준비하고 일상을 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나친 확신이 지금을 밀고 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느 한 분야를 콕 짚어내지 않더라도 어느 하나 샘플로 들춰보더라도 맹신에 가깝다. 감내하지 못할 극단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그 벽들이 더 견고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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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올리고 주전자와 드립잔, 여과지를 챙긴다. 수동밀로 넉넉하게 갈아낸다. 물은 끓었고 숙성을 하자 향기가 진하게 퍼져 나간다.  몇 주 사이 근황들을 묻자. 사건 사고가 물려나온다. 눈이 많이 온 수도권 딸아이를 챙기러 갔다 넘어져 많이 다쳤다는 소식. 아들이 다쳐 3주간 입원하고, 한 주 집에서 요양시키고 있다는 소식. 마트를 운영하고 있어 혹시 피해가 될 수 있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 


몇 주는 어쩌면 참으로 긴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온한 일상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만남의 발화로 만들어지는 온기가 사라져 간다. 사람이 그리워지는 그 시점도 고개를 넘어서고 있다. 서먹함이 그새 비집고 들어오는 그 빈 자리의 농도. 밀도. 연하고 흐리다. 맺히지 않는다. 그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부디 터널의 마지막 부근이기를 바래본다. 


매화와 진달래, 개나리 잔가지를 좀더 챙겨서 꽃병에 꽃아둔다. 스크랩을 살펴보고 할 일을 가늠해본다.


"웅크리는 것으로 계절을 통과하고 나면

시리게 쏟아지는 빛으로

왈칵 눈이 부신 봄이다


헤어짐의 방식으로 

나는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한다" 

정용화, <터널이라는 계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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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로 가는 길. 전지 작업을 다 해두었다. 한 달남짓 쉬고 들렀는데 챙기기엔 한 발 늦었다 싶다. 우산을 들고 가위와 봉투를 챙기고 혹시 건질만한 매화 잔가지들이 있을까 하여 부산을 떤다. 여의치 않아 매화밭이 아니라 길가 한 그루에서 가지치기를 해주면서 얻는다. 화병에 한단.  고루면서 남은 잔가지를 철사와 고무줄로 묶어 빈통에 담고 떨어진 여린 매화알갱이를 담아둔다. 개나리와 동백도 한 모둠. 곧 서로 화사해질 것이다.


1. 대마 -  아열대부터 아한대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라고, 일년생 식물로 봄에 심으면 여름이 지나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쑥대밭에 버금가는 듯싶다. 밀집해서 심으면 곧게 자라고, 암수가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속대는 구멍이 나 있어 플라스틱 대용이나 단열용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몽롱함이나 환기기능이 있어 제의용으로 시작했을 법하다고 한다. 인도 메소포타미아, 중국, 러시아 등을 가릴 것이 없이 곳곳에서 재배되었고, 염분에도 강해 밧줄용으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들깨나 유채기름처럼 바이오연료로도 쓰일 수 있고, 씨앗도 귀리나 깨처럼 오메가가 풍부한 필수 건강식품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 한다. 린넨으로 쓰이는 아마, 포대로 쓰이는 황마, 모시로 쓰이는 저마와는 다르다고 한다. 저자는 농협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고, 양평에서 밭농사를 지으면서 대마에 관심을 가져오셨다고 한다. 편하게 다방면으로 잘 읽힌다. 잔잔한 정보들이 서로 이어지는 솔솔한 재미도 있다 싶다.


2. 책 - <<지식인의 배반>>은 앨버트 허시먼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언급되어서 구했다. 주의로 경직된 분위기에서 다양성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다시 출간한 서문이 사십여쪽이 넘는다. 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다. 책들은 멈추어 있지 않아 있어서 좋다. 시간에 불문하고 다시 읽히고 다시 연결되어 또 다른 새로움들을 낳을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3. 애매 - 30호 영상을 다시 보게된다. 싱어게인을 어게인해본다.  앨버트 허시먼은 '회의'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창조성과 상상력을 보태주는 것은 이것때문이라고 한다. 애매함을 밀고나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과정을 모색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물도 그러하며 모든 애정하는 것들은 그러하다 싶다. 어떻게 하든지 제 몸과 마음에 익숙하게 만드는 시도는 남게 되어 있고, 다른 것들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서둘지 말라.


볕뉘. 이것저것 갈피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서성인다. 꽃들도 서성이겠지. 피면서 벌들이 나비들이 찾아올까 궁금하겠지. 개미들이 서성거리겠지. 피면서도 아련하겠지. 아마 이렇게 제 몸이 필락말락하는 걸 보니 봄이 오고 있는 게야. 저 만치 아련하듯이 제 맘도 이렇게 서서히 떠오른 것이라고 말야. 스스로 챙기는 이들에게 포르투나가 생기길 바래. 지인이자 지인의 아들인 인효가 세미파이널에서 떨어져 아쉬움도 한 가득. 또 다르게 필거야. 넘 걱정하지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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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종이달 2022-02-1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